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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11화 - 현모의 비밀 [1]


오늘은 4학점짜리 전공 수업이 나란히 붙은 날이었다. 오전 인체 소조 시간부터 다리가 피곤했는데, 오후엔 온몸이 녹초가 되어버렸다. 아직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닌 것 같다. “너 오늘 아르바이트 가냐?” 수입이 끝나고 바닥정리를 하는데, 서류 가방처럼 얇은 힙쌕을 옆으로 멘 현모 형이 다가왔다. “응, 수요일이잖아.” “나랑 밥 먹자.”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었다. “아냐 형, 나 오늘 바빠.” “바빠? 왜서?” “학원에 필요한 장을 봐야 해. 정물도 사고...” “원장님이 여자라면서 그런 것도 시켜?” 학원에서의 보수나 대우는 나쁘지 않았지만, 나는 수강생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여러 가지 허드렛일을 돕고 있었다. “밥은? 학원 밤늦게 끝나잖어...” “저녁을 늦게 먹지 뭐.” “그럼 학교 도착하면 기숙사로 가지말고 실기실로 와.” 며칠 사이 우린 아주 친해졌다. 대부분 현모 형이 나를 챙겨주는 모양새였지만 말이다. “나 약속 있어.” “약속? 설마 이거?” 형은 새끼손가락을 흔들어 보인다. “여자 아니야, 그냥 고향 친구.” “친구? 여자도 아닌 친구를 왜 만나?” “군대 간다나 봐...” “아이고...” 개수대 위에 붙은 거울을 보며 머리 손질을 하던 형이 크게 한숨을 쉰다. “혹시 잘 데 없으면 우리 집 데리고 온나.” “아냐, 염치없이 무슨... 선미 누나 오면 어쩌려고.” “어디서 만나기로 했는데?” “정문 앞.” “정문? 얼라도 아니고 쪽팔리게 무슨...” “여자 구경이 하고 싶데.” “야, 그럼 로 와.” “거긴 왜?” “요즘 물 좋더라. 시디과 생리대도 자주 오고...” 당시 시각디자인과 신입생 중엔 생리대 CF 광고에 발탁되어 유명해진 여학생이 있었다. “우리 때문에 형이 불편할까 봐 그렇지.” “불편하긴. 거기서 얻어먹은 서비스가 얼만데. 이참에 나도 한번 팔아줘야지.” “됐어. 뭐하러 그래.” “형이 한잔 살 테니 와.” “아냐, 안 그래도...” “그럼 10시! 스파크에서 보자!” 현모 형은 어깨를 ‘툭’ 치며 밖으로 사라졌다. * * *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은 취미반 전문의 작은 개인 화실이었다. 입시 전문도 아닌데 임대료가 비싼 E 여자대학교 앞에서 미술학원이 유지될까 싶었지만, 의외로 취미로 수채화나 유화를 배우러 오는 수강생이 많았다. 내가 담당하는 6시 타임의 수강인원은 10명. 아줌마라 부르기엔 젊은 30대 초반 나이의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원장님 카드로 장을 본 짐을 들고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학원 입구를 서성이는 아가씨 한 명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을 지나던 여대생들마저 힐끔힐끔 쳐다볼 정도로 압도적인 몸매의 여자였다. 그녀를 애써 모른 척하고 학원으로 들어서는데, 산뜻한 샴푸 향과 함께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저기 잠시만요.” 고개를 돌리자, 다리의 굴곡을 따라 달라붙은 청바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얀 티셔츠에서 빛이 나고 있었고 몸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너무 강해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그녀는 주먹만큼 작은 얼굴을 갖고 있었다. “혹시 여기 학원 다니세요?” “네? 아... 네 학원. 맞습니다.” 얇은 티셔츠 사이로 비친 브래지어가 나를 당황하게 했다. 나도 모르게 이미 시선은 그곳으로 가 있었다. “호, 혹시 학원 수강생이세요?” 멍청한 말을 뱉고 말았다. 에 내가 모르는 수강생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뇨. 아직 수강생은 아닌데... 원장님 뵈려고요.” “아...” 원장님이 나오려면 아직 30분은 기다려야 했다. “일단 올라오세요.” 서로 어색한 눈인사를 하고 그녀가 먼저 계단을 오른다. 내가 앞장서야 했는데 실수였다. 계단을 오르는 그녀의 뒷모습에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 과하지 않게 벌어진 골반과 탐스러운 엉덩이가 튀어나올 듯 좌우로 흔들렸다. 그녀는 학원 문 앞에 멈춰서더니 나를 바라본다. 나 역시 그런 그녀의 얼굴을 한참 동안 뚫어지라 응시했다. “저기... 문 좀...” “아! 문은 잠겨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원장님 오실 거예요.” 순간, 여자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남자를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긴 생머리를 뒤로 넘기며 가볍게 웃는다. 그녀의 목덜미엔 이슬처럼 맑은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더우시죠? 음료수 하나 드릴까요?” 나는 장바구니에 있던 ‘쌕쌕’ 캔을 따서 그녀에게 건넨다. “수채화 시간에 쓸 정물이긴 한데...” “어머, 수강생이 아니시군요.” “네, 저는 6시 타임 시간 강사예요.” “죄송해요. 너무 젊은 분이라 어리게 보고...” “하핫... 맞습니다. 저 어려요.” “전 다혜라고 해요. 최다혜.” “네, 반갑습니다.” “그런데...” “네?” 그녀가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성함이...” “아! 전 윤대영입니다.” “대학생인가요?” “네. H대 조소과 학생이에요.” “어머, H 대학이요?” 다행스럽게도 명문대 강사란 타이틀이 멍청한 나의 첫인상을 어느 정도 만회해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나보다 한두 살이 많아 보였다. 육감적인 몸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청순하고 화장기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 시원할 때 드세요.”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우리는 번화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서서, 사소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화는 다혜 씨가 주도했고 나는 그녀가 하는 얘기에 맞장구를 쳐줄 뿐이다. 그녀는 1년째 고향 언니와 H대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며, 학교 근처 맛집과 빨래방, 목욕탕 이야기를 꺼낸다. 보기완 다르게 털털한 성격이었고 낯선 사람에게 스스럼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배우라고 소개했는데, 그림을 배우는 이유도 배역에 필요해서라고 했다. 잠시 후, 또각거리는 특유의 구둣발 소리가 들리더니 원장님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어머, 윤 선생님~ 일찍 나왔네요?” “안녕하세요, 전 어제 전화로 상담 드렸던...” “아, 다혜 씨... 라고 했죠?” “네, 맞아요.” “그런데 왜 여기서...” 원장님은 문 앞에 서 있는 우리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나는 그제야 며칠 전 원장님께 전달받은 학원 열쇠가 생각났다. 지금 내 청바지 주머니서 짤그락 소리를 내는... 그녀가 코를 찡긋이며 웃음 참는 표정을 지었다. ‘망했다.’ * * * 나쁜 기억은 빨리 잊는 편이다. 학교 정문 앞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렸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촌놈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고향 친구 대성이었다. “병시나... 침 떨어진다. 새꺄!” “대영! 나 좀 전에 노브라 봤어!” “늬그 누나도 맨날 집에서 노브라더만!” “이런 말종새끼가!” 몇 달 만에 만나는 고향 친구였다. “크크크” “캬캬캬” 녀석은 고향을 벗어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결국 내신 10등급으로 구로의 2년제 대학교에 합격한 운 좋은 녀석이다. “그런데 영장이 이렇게 빨리 나올 수도 있냐? ” “영장은 아직 안 나왔고. 나 자원입대야.” “뭐?!” 불운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사실 부적응자였다. D 대학에서의 생활은 군기도 빡세고 선배들도 무서웠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생활을 할 바엔 차라리 일찍 입대해서 자신의 장래를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정신 나간 녀석이었다. “그래서 무슨 특기병인데?” “어디 들어가서 얘기하자. 춥다.” “가자, 형이 호프집 예약해뒀다.” “오~ 예약~” 난 대성과 함께 로 향했다. 시계는 9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 * 같은 시간 선미는 현모가 아닌 다른 남자와 몸을 섞고 있었다. “선미 씨, 잠깐.” 마음이 급한 사장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업소용 그리들을 치운 자리에 선미를 번쩍 들어 앉혔다. 높이는 적당하다. 그녀는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어 잽싸게 팬티를 내렸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테이블의 촉감이 그녀의 맨살에 닿는다. 선미는 두 다리를 펼쳤다 오므리며 사장을 재촉했다. “푸웁, 빨리 와요~” 사장이 가쁜 숨을 몰아쉴 때마다 짧지만 단단해 보이는 페니스가 그의 배에 부딪혔다. 선미는 그 모습이 재미있었다. 이런 자세로, 더구나 길지 않은 페니스를 받아들이기 위해선 몸을 뒤로 눕혀주는 게 좋다. 선미는 주방 벽에 몸을 기대고 사장의 뺨에 손을 갖다 댄다. 그리고 어린아이를 다루는 것처럼 부드럽게 잡아당기며 아래로 늘어트렸다. “잘 할 수 있죠?” 사장은 알았다는 듯이 기세 좋게 삽입을 시작했다. “헉, 헉, 헉!” 배불뚝이 사장은 선미 같은 여자가 성적 호기심을 느낄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외모는 물론 페니스의 크기도 평균 이하였고, 현모처럼 정성을 다해 애무하거나 몇십 분씩 힘차게 박음질할 체력도 아니었다. “아흐응~” “헉! 헉!” 사장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선미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테이블의 높이 때문에 사장은 아래에서 위로 어퍼컷을 올려치는 것처럼 박고 있었는데, 선미가 각도를 맞추기 위해 몸을 뒤틀거나 허리를 들썩거리면 애써 넣은 사장의 페니스가 빠져나올 수도 있었다. “더, 더 깊게 박아줘요.” 이미 사장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선미의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서로에게 밀착되는 부분은 더 많아졌지만, 사장의 체력은 급격하게 사그라진다. “응?” 사장이 움직임을 멈추고 선미의 위에 자신의 배를 기댄다. “선미 씨. 헉헉, 이러다 나 쓰러지겠어.” 공들여 세운 보람도 없이, 선미는 자신의 몸 속에서 서서히 쪼그라드는 사장의 페니스를 느꼈다. “아아... 선미 씨, 어쩌지...” 사장은 자책감으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선미는 잠시 주방과 홀을 연결하는 틈을 바라본다. 는 폐쇄형 주방구조라 손님이 직접 안을 들여다볼 일은 없었다. 지금 홀은 단체 손님이 점령한 상태였고, 해 질 녘부터 취한 덕분에 아무도 주방의 일을 신경 쓰지 않았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어둡고 현란한 사이키 조명에 젊은 남녀가 취한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는 치맛단을 내리고 테이블 밑으로 내려왔다. “하으윽!” “...” “역시 선미 씨가 최고야.” 선미는 방금 자신의 몸속을 들락거리던 남자의 페니스를 맛있게 빨기 시작했다. 의기소침해진 사장의 기운을 그녀의 작은 입으로 북돋아 주고 있었다. 사장은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오으더 이에 하에요? (오늘도 입에 할래요?)” “그, 그럴까?” 선미 역시 그 방법이 편했다. 더구나 어젯밤 밤새도록 현모에게 시달림을 당했기 때문에, 그녀도 회복이 필요한 상태였다. “미안해요. 내가 밤일이 서툴러서...” 사실이다. 사장의 체력과 기술로는 웬만해선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할 수 없었다. * * * “야, 여기 모야. 호프집 조명이 왜 이래?” 대성의 말마따나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조명까지 꺼둔 는 흡사 새벽 나이트의 파장 분위기였다. 5분 전 10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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