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154화 게이의 그룹


게이와의 무전으로 인해 복잡해진 머릿속을 뒤로한 채 아침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나는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껴뒀던 컵라면과 통조림 건빵 딸기잼 등을 한가득 꺼내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욱..” 공복감에 더불어 평소라면 저절로 군침이 돌만 한 음식들이었음에도 냄새만 맡았을 뿐인데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격하게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역한 토사물의 냄새와 끈적한 피의 맛... 엿 같은 백신이 이제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게 만들려는 건가 싶어 몸이 조금 떨려왔지만, 꼬맹이를 생각해 꾸역꾸역 음식들을 준비해 식탁 가득 올려놓았다. “...으음 주인 좋은 아침” “그래 좋은 아침이네 잘 잤어?” “....헤헤” 식사 준비가 막 끝났을 무렵. 때마침 침실의 문이 열리며 꼬맹이가 밖으로 나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졸린 듯 눈을 비비면서 아장아장 잘도 걸어오는 모습이 영락없이 인간 소녀 처럼 보였기에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내 얼굴을 올려다보던 꼬맹이 또한 멋쩍은 듯 얼굴에 미소를 지어주었다. “오늘은 식탁이 휠 정도로 차렸으니까 많이 먹어 어제 한탕 제대로 했으니 이 정도 사치는 부려줘야지” “...정말?” “그래 어제 못 먹은 만큼 차렸으니까 기대해도좋아” 내말에 꼬맹이는 즐거운 듯 이미 음식이 가득 차려진 식탁에 앉았고 나는 마지막으로 뜨거운 물을 부은 컵라면을 꼬맹이의 앞에 놓아준 뒤 앞자리에 마주앉았다. “...주인은?” “식욕이 없어서 그러니까. 난 상관 말고 그냥 먹어” 식욕은커녕 음식만 보면 헛구역질이 올라올 정도였고 불면증에 심각한 두통 코피 오한 발열 등등... 정상적인 몸과는 점점 멀어져가는 느낌이었지만 얼굴에는 억지로라도 웃는 얼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신과 몸 양쪽 모두 만신창이라니 개그도 이런 개그가 없다. 꼬맹이가 없었더라면 진작에 무너졌어도 이상하지 않았겠지. “...그럼 잘 먹겠습니다.” 나는 꼬맹이의 식사를 멍하니 지켜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쩝쩝 거리는 소리를 한껏 내면서 나에게 과시라도 하듯 라면과 통조림을 먹어치워 가는 꼬맹이. 나랑은 다르게 움직이는 만큼 먹성도 좋아진 것인지 하루가 지날수록 먹는 양이 배로 늘어나는 것 같았다. “...맛있냐?” “...응” 헤헤 하며 얼굴 가득 라면국물을 묻힌 꼬맹이가 잠깐 시선을 들어 올려 나를 바라보다 다시금 음식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평범한 사람과 비교하면 공허하기 짝이 없는 눈동자였지만, 약간 불그스름해져 조금이나마 생기가 느껴지고 있었기에 묘하게 시선이 갔다. “(그와 반대로 내 눈에서는 생기가 점점 빠져나가고 있으려나..?)” 혹시 이렇게 체력이 서서히 사라지다 죽는 건 아닐까? 문뜩 떠오른 불길한 망상에 나는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 “부족하면 더 먹지그래?” “...으응 배불러” “그러냐...그럼 출발할까?” 먹성좋은 꼬맹이의 괴랄한 아침 식사가 마침내 끝이 났기에 나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식탁에 비벼끄고는 준비해둔 가방을 등에 멨다. 무기로 쓸만한 망치나, 간단한 도구들 그리고 통바닥에 약간 남은 백신과 비상식량, 적어도 할인몰에서처럼 조난을 당하더라도 며칠은 버틸 수 있겠지. “...아직 아침이니까 조금 더 쉬는 게 좋아” “나도 그러고 싶지만 오랜만에 게이 쪽에서 연락이 왔거든” “...주인이 사람이랑 마주치지 않는다고 했잖아” “하아...솔직히 네 말처럼 아직 불안하긴 한데 어쩔 수 없어 너 몸에 사용한 백신 기억하지? 그거 의사가 죽기 전에 남긴 유서에 자신을 찾으러 온 새끼한테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넘겨주라고 하더라. 널 고쳐준 사람인데 마지막 부탁 정도는 들어줘야지 않겠어?” 무언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얼굴에 음식물을 잔뜩 묻힌 채 고개를 갸웃거리던 꼬맹이의 얼굴을 깨끗하게 닦아주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두 연놈들을 알고 있는지도 물어볼 거야, 군용 헬기를 타고 갔으니 같은 곳에서 왔다면 어지간하면 알 거라고 생각해 솔직히 은발이 흔하진 않으니까 물어보면 바로 나올걸?” “...알았어” 여전히 불만스러워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손을 잡아주는 꼬맹이의 눈이 점차 빨갛게 물들었다. 감정의 고양인가? 뭐에 흥분한 거지? “.....그래, 그래도 니몸이 제일 중요하니까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치자” “....응! 주인도 내 곁에서 떨어지면 안 돼?” 나는 꼬맹이의 달아오른 눈을 잠시 마주 보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맞잡은 채 건물을 빠져나와 숨겨뒀던 오토바이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부으으으응] 여전히 심장을 크게 뛰게 만드는 우렁찬 엔진 배기음과 코끝을 찌르는 아찔한 기름의 냄새... 몇일동안 방치해둔 오토바이였기에 조금 걱정도 들긴 했지만, 그런 생각 따위는 단번에 날려버릴 만큼 오토바이의 상태는 무척이나 양호했다. “꽉 잡아 꼬맹이 떨어지면 안 된다?!” “...응” “그어어..” “푸핫 저리 꺼져 시체새끼들아!” 소음에 이끌려 몰려드는 좀비들 따위는 절대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속도감에 오랜만에 머리에 피가 제대로 도는 느낌이었다. ◆ 살아있는 시체들을 깨우는 굉음을 망가진 거리에 잔뜩 퍼트리며 한참을 내달린 끝에 학교에 도착하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인물들이 저마다 손을 흔들어주었다. “형!!” “오 형씨 오랜만이네 몸은 좀 어때?” “다들 오랜만이네... 잘 지냈냐?” “네, 버리고 가신 뒤로 계속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반가운 듯 손을 흔들어주는 여전히. 아니 전보다 더욱 여성처럼 보이는 게이와, 벽에 기댄 채 우리를 바라보는 경찰관... 그리고 원망 섞인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는 사서. 몇 달 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뭔가 정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라...? 형 괜찮아요 안색이...?” 셋중 누구보다 먼저 나에게 다가와 손을 뻗어오는 게이의 손을 차갑게 내친 꼬맹이는 나를 꼭 끌어안았다. “...주인한태 다가오지 마” 범죄자는 괜찮고 게이는 안된다라...뭐가 문제인거지? 누가봐도 범죄자가 위험하지않나? “말,말했다!” “괜찮냐? 미안하다” “괘,괜찮아요 형 놀라긴했지만요” “어쩌다 보니 꼬맹이가 많이 호전됐거든 성격이랄까, 전이랑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건강해졌어” “그, 잘됐네요 헤헤 일단 안으로 들어오실래요 뒤쪽에 차고를 만들었거든요 아 다른 분들은 먼저 안으로 들어가서 기다려주실래요?” “....네” “상관은 없다만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우리도 인사 정도는 하고 싶으니까” “넵! 그럼 형 이쪽으로 오세요!” 따뜻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을 뻔했지만, 게이는 내쳐진 손을 잠깐 내려다보다 빙그레 웃으며 우리를 주차장으로 이끌었다. 바보처럼 긍정적인 건 여전하네... “그건 그렇고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셨어요? 무전을 해도 잘 받지도 않으시던데 그렇게 바쁘셨어요?” 오토바이를 끌며 천천히 나아가는 나의 걸음에 맞추어 걸어가던 게이가 문뜩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냥...” 나는 잠깐 뜸을들이며 말을 고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꼬맹이랑 놀면서 지냈어. 섹스도 하고 밥도 먹고 산책도 좀 하고...좋더라 대머리한테서 시달린 분만큼 보상을 받는 기분이랄까 솔직히 멸망하기 전에 세상이랑 지금이랑 비교해보면 지금이 더 나을 정도야” “헤헤 그건 저도 그렇네요 농사도 좀 짓고 낚시도 좀하고 멸망 전이라면 하지 못했을 일을 잔뜩 하고있달까 ...아 근처에 냇가가 있는데 물고기가 엄청나게 잘 낚여요 언제 한번 같이 갈까요 형?” “그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거점도 여러 번 옮기려다가 결국에는 여기에 정착했는데 화재가 났던 건물이라 이래저래 수습할게....” “....주인 사람이랑 엮이면 안 돼 좋건 나쁘건”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아있던 꼬맹이가 게이와 대화에 집중하던 나의 손을 잡더니 무척이나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걱정마 볼일만 끝나면 미련없이 떠날 거니까” “....응 믿을게 주인”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의 옷깃을 꽉 붙잡은 꼬맹이는 어쩐지 이곳이 마음이 들지 않는 눈치였다. 음 하긴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아파트로 돌아가 둘이서만 지냈으니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건 익숙하지 않은 건가? “아아 여기에요 차가 몇 대 있긴 한데 이쪽에다 두시면 괜찮을 거에요” “어! 그 사람이다!” 게이의 안내로 오토바이를 주차장에 놓아두던 도중, 갑작스럽게 등 뒤가 소란스러워졌다. “언니들 이쪽이야 그 사람이 돌아왔어!” “정말?!” “와 그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도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저희는...” “생각했던 것보다 뚱뚱한데? 멀리서 봐서 그런가?” 정신없이 몰아치는 다양한 질문들과 한꺼번에 몰려드는 여성들은 익숙한 적의나 혐오감이 아닌 열렬한 호감을 보내왔기에 이런 경험이 없었던 나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