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2.사채
사채업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내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었다. 그동안 어머니가 죽고 병원에서 있는 동안 내 빚은 꾸준히 늘었으며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자동으로 승계 된 빚은 복리로 쌓여있었다. 당장 갚아야 할 돈만 해도 이 집값을 넘어섰다. 재개발 여지도 없는 낙후된 동네의 방 2개짜리 집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금액이었다.
상속 포기를 했었어야 됐지만 병원에 있는 동안 그런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 남자들은 신발도 안 벗고 내 집으로 들어왔고 서류들을 가져와 내가 빚을 진 증거를 들이밀며 나를 옭아맸다.
"남자친구 분과 오붓한 시간 보내고 있었는데 죄송한데."
"남자친구 아니에요."
"그래? 뭐 어쨌든 오늘까지 이 금액 못 갚으시면 저희도 더 이상은 못 봐 드립니다."
남자는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냥 보는 건지 아니면 노려보는 건지도 모를 정도로 애초에 험악한 인상이었다. 나도 그를 마주 쏘아봤지만 뒤에 험악한 덩치들까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 어떻게든 이 집을 팔아서라도 마련해 볼 테니. 잠깐 시간을 주면 안 될까요?"
"집? 아…. 이 집, 이 집도 이제 서연우 씨 명의 아닐 텐데? 법원에서 압류 조치 취했다던데."
"네? 말도 안 돼."
"우리가 병신도 아니고, 당연히 다 알아봤지. 어제 자로 이 집 서연우씨 집 아니에요. 우리도 혹시나 해서 와봤고."
나는 벙 쪄서 진서를 쳐다보았다. 그도 놀랐는지 안절부절못하며 남자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날카로운 눈을 한 남자는 크게 숨을 들이키더니 갑자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아가씨, 모아둔 돈 없죠?"
나는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진 거는 몸뚱아리 뿐이죠?"
나는 그 말에 불안감을 느끼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품 속에서 담배를 한 갑 꺼내 입에 물었고 옆에 부하처럼 보이는 녀석이 불을 붙여주었다.
그러고는 담배 연기를 빨아들인 후 내 얼굴 쪽으로 뱉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안 잡아 먹으니까, 일 좀 몇 년만 빡시게 하면 5억? 그거 별거 아니에요. 같이 가서 우리가 일 가르쳐 주고 돈 버는 법 알려줄 테니까 같이 갑시다. 집도 이거 경매에 부쳐 팔려나갈 건데 숙식도 우리가 제공해 줄게요."
그는 실실대면서 내 허벅지와 가슴 부근을 눈으로 훑으며 손을 은근슬쩍 내 허벅지 위로 가져다 대었다.
그의 손이 닿자마자 느껴지는 섬뜩한 느낌에 나는 흠칫하며 몸을 움추렸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그를 부추겼는지 그는 이제는 아예 내 옆으로 와서 어깨를 껴안으며 말했다.
"왜 이렇게 놀라요. 우리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닌데."
"제발,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볼게요."
내 말에 순식간에 표정을 굳힌 그는 냉랭한 말투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아가씨 대학생 아니야? 직업 있어? 모아둔 돈도 없다며? 이자만 해도 천만원가까이 되는데 어떻게 갚을래? 더군다나 그거 갚았다고 해서 끝날 것 같아? 그거 끝나고도 매달 몇 백씩 돈 갚아야 해 어떻게 갚을 건데? 당장 오늘까지 밀린 이자만 7천이야 알아들어?"
"....."
나는 그의 말에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했다.
"뭐 어디서 주워들은 거는 있어서 파산신청이라도 할 생각이야? 그런거 한다고 우리가 아가씨 놓아줄 것 같아? 우리는 평생 안 놓아줘, 우리가 돈 떼어 먹힐 것 같아?."
"아니에요…. 어떻게든 갚을 테니까."
"좋게 말할 때 우리랑 같이 가자. 쟤 남자친구도 아니라면서."
"아니… 그래도…."
나는 우물쭈물거리며 진서를 쳐다보았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팔려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그를 자극한 것 같았다.
"씨발년 말 존나 안 통하네."
“아악!”
그는 순식간에 내 머리채를 잡아챈 뒤 질질 끌고 화장실로 갔다. 뒤에서 진서가 뭐라 뭐라 소리쳤지만 주위의 남자들에 손쉽게 제압당했다.
그렇게 나는 그의 우악스러운 손에 허리를 굽힌 채 질질 끌려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내 머리채를 끌고 올려 고개를 뒤로 젖힌 뒤 내 얼굴을 노려보았다.
반항하려고 했지만 이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왜, 좋게 말할 때 말을 안 들어!"
"제발 왜 이러…. 으윽!"
뭐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틈을 주지 않고 그는 주먹을 들어, 내 아랫배를 가격하였다. 순간적으로 숨이 안숴졌고 무릎은 무너져 내렸다.
쓰러져 배를 부둥켜 앉았지만, 그는 내 머리채를 잡고는 놔줄 생각이 없었고 다시금 머리채를 잡고 끌어올렸다.
주먹이 한번 더 내 복부에 꽂혔다. 어마어마한 고통과 함께 속에서 무언가 올라왔고 아까 먹은 치킨을 화장실 타일 바닥에 게워내었다.
"에이 씨발."
남자는 살짝 몸을 피하며 나를 노려보았고 바닥에 흘린 토사물에 나를 내팽개쳤다. 그러고는 구둣 발로 나를 걷어찼다.
“꺼 흑”
나는 몸을 최대한 웅크려 발길질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날라오는 그의 구둣발에 어느 순간 막을 힘도 없어졌다.
그러자 곧이어 그의 발길질도 멈추었다.
“아직, 생각 변함없어? 가기 싫어?”
그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물어보았고 나는 오히려 독에 찬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며 욕을 내뱉었다.
“개새끼, 좆까 씨발새끼야 .”
“어이구, 생긴거와 달리 당찬 거 보소. 욕은 우리 업소 아가씨들만큼 하네 금방 적응하겠네.”
녀석은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나는 그런 그를 보고 더욱 악에 받쳤다.
“너 경찰에 신고할 거야 미친 새끼야. 가택침입에 특수폭행에….. 너 끝까지 안 봐줄 거야.”
“내가 이런 일 하루이틀해 본 줄 아나 본데…. 너 같은 년들 널렸어, 한번 신고해봐 어떻게 되는지. 아니다, 신고 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너 오늘 우리랑 갈 건데. 아! 남자친구 있었지? 남자친구보고 신고하라 하면 되겠다. 그치?”
그러고 보니 밖에 있는 진서가 생각이 났다. 내가 납치되면 진서도 마찬가지로 끌려가려나?
하지만 갑작스레 든 이타적인 생각은 다시금 시작된 남자의 폭력에 멈췄다.
“어떤 년이든 놈이든 맞다 보면 태도가 고쳐져. 넌 조금 계집년치고는 오래 버티긴 하는데.”
그는 내 머리채를 잡아 일으켜 변기에 앉혔다.그는 다시 가라 앉은 목소리로 아무일 없다는 듯 친구나 연인에게 말하듯 친근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영화 좋아해?”
뜬금 없는 그의 소리에 나는 그가 뭘 할지 몰라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떤 영화에서 봤는데. 어떤 깡패가 자기가 싸다구를 갈기면 열 세기 전에 어떤 놈이든 굴복한다더라고.”
그는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면서 툭툭 치며 나머지 말을 이어갔다. 그의 살아온 삶을 투영하는 듯 한 손바닥의 굳은 살들과 거친 살결이 볼에 느껴졌고 그건 내게 그가 하는 말들이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했다.
“그래서 나도 이거 종종해보는데 진짜야, 매 앞에는 장사 없더라고 다 비굴해지더라. 어디 사장이든 교수든 티비좀 나왔다던 연예인이든 아직까진 그래.”
그는 말을 마친 후 내 뺨을 사정없이 손바닥으로 갈겼다. 머리채를 잡고 있어서 피할 수도 없었다.
“아악!”
“딱 이렇게 열대만 때린다. 그런데 내가 수학에 좀 약해서 숫자는 네가 새라.”
나는 입을 꾹 다물고 그를 노려봤다. 그는 다시금 뺨을 내리쳤다.
[쨕…. 쨕……. 쨕]
그렇게 계속해서 그는 말없이 뺨을 내리쳤고 7대 쯤 뺨을 맞았을 때 그는 입을 열었다.
“몇 대 쳤지?”
내가 대답을 하려 했지만 그는 내 답을 바란게 아니었다.
“아직 한대지? 니가 숫자 안 샐꺼면 내가 새지 뭐. 말했듯이 수학엔 조금 약하다.”
[쨕]
“한 대…”
[쨕]
“한 대....”
그는 다시금 손을 올려 더욱더 강하게 내 뺨을 내리쳤다. 아까 내리쳤던 것은 일부러 봐주면서 친 것인지 이번에는 한대 맞자마자 입안 쪽에 터져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는 열대 때리고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 그만 때려.”
[쨕]
“한대.”
“제발… 그만.”
[쨕]
“한대.”
“제발 그만해 주세요.”
[쨕]
“한대.”
나는 계속되는 폭력에 탈진한 몸을 움직였다. 갑작스레 보인 나의 행동에 그는 순간 내가 반항을 하려는 줄 알고 나를 제압하려 했지만 내가 한 행동을 보자 그는 오히려 웃음을 터트렸다.
“제발 때리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 너무 아파요.”
나는 타일에 무릎 꿇고 그를 올려다보며 바짓단을 붙잡고 애원했다. 그는 쪼그려 앉아 나와 눈높이를 맞추고 내 부어오른 뺨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나는 볼이 따끔거렸지만, 그가 베풀어줄 일말의 자비를 놓치기 싫어 그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최대한 순종적인 표정을 지으며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가 취한 행동과는 다르게 그의 눈은 차가웠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를 더욱 절망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뭐해, 아직 한댄데. 나머지 맞아야 할 거 아니야.”
“제…. 제발 이렇게 빌게요. 정말 이제는 못 맞겠어요. 진짜 죽을지도 몰라요.”
나는 두 손을 싹싹 비비며 그에게 애원했지만, 그의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나는 살기 위해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타일 바닥에 머리를 닿으며 그에게 절을 하는 자세로 빌었다.
그러자 그는 뜬금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웃음소리를 들을 때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잘하면 안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비굴한 자세로 울먹임을 참고 입고리를 올려 그를 쳐다보았다.
“음…. 자세는 좋네. 마음가짐이 돼 있어.”
“네. 뭐든지 할게요. 때리지만 마세요.”
“그러면은 옷 다 벗어봐.”
“네?”
나는 당황해 돼 물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바로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면서 말했다.
“싫어?”
“아…. 아니요. 바로 벗을게요.”
나는 티셔츠와 입고 있던 추리닝과 팬티를 벗었다. 머뭇거려졌지만 그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상할까 봐 집어던지듯이 빠르게 알몸이 되었다.
그가 내 몸을 훑는 것이 느껴지자 조금이라도 빨리 몸을 가리고 싶어 오히려 그에게 엎드려 절하는게 덜 망설여졌다.
“생각보다 몸매가 괜찮네. 가슴은 평범한데 골반이 좀 크네. 잘 팔리겠네. 그런데 엉덩이에 힘이 없어서 운동 좀 해야겠고…..”
그는 내 몸을 품평하며 내 머리를 개를 칭찬하는 것 마냥 쓰다듬었다.
“진작에 이렇게 말 잘 들으면 좋았을 것 아니야.”
그는 손으로 내 머리를 다시 들어 얼굴을 보려고 했다,
"웃어야지."
그의 말에 나는 안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려 그의 비위를 맞추기위해 억지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그의 말은 나를 절망에 빠트렸다.
“그럼, 말 잘 들으니까 딱 절반 줄여서 5대만 맞자.”
절망감은 순간적으로 그 절망을 준 상대에 대한 분노로 바뀌어 나도 모르게 입으로 튀어나왔다.
“말이 다르잖아요! 아까는.... 흡....”
나는 싸늘해지는 그의 표정 보고는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두 손으로 황급히 입을 막았다.
하지만 뱉은 말은 주워담으 수 없는 법이었다.
“항상 잘 대 해주려고 하면 주제모르고 기어오르는 년들이 있단 말이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머리채를 잡고 날 절하는 자세에서 상체를 세워 무릎 꿇은 자세로 만들었다. 그는 그러고는 내 몸을 흩었고 나는 반사적으로 두 팔로 가슴과 음부 쪽을 가렸다. 그의 바짓가랑이가 눈에 들어왔다. 확연히 그가 발기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차렷.”
그는 나지 막 하지만 강압적으로 말을 했고 나는 그의 지시대로 두 팔을 옆에 붙여 알 몸을 드러낸 채 차렷을 했다.
“다시 한대 부터다. 뱉은 말이 있으니 다섯 대로 줄여 줄게.”
그는 잠깐 시간을 두더니 말을 했다.
“대답.”
“네...? 아,아! 네!.”
“그래, 이 악물어라.”
[쨕]
“읍...하...나”
[쨕]
“두...울”
[쨕]
“흐윽….세엣.”
[쨕]
“으윽...네…..엣”
[쨕]
“다...섯.”
나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어 참았고 그 마지막이라는 것이 모순적으로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다. 그는 내 머리를 스윽스윽 쓰다듬더니 점점 머리에서 타고 내려와 귀 뒤쪽을 쓰다듬었다.
“그래 잘하네. 그럼 잘했으니깐 상을 뭘 줘야 될까?”
그러면서 그는 다시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