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1.퇴원
더 경과를 지켜봐야 된다는 의사들의 말을 무시하고 퇴원해 집으로 왔다. 어차피 이제 아프지도 않았고 하루하루 더 있어 봐야 병원비만 오른다. 내 손에 쥔 청구서에 쓰인 어마어마한 금액의 치료비 내가 갚아야 할 값이다.
젠장, 집에 돌아와서 간단하게 샤워를 한 뒤 옷을 입어본다. 아무 옷이나 걸쳐 입어도 박스 티가 되어버린다. 바지는 말할 것도 없어서 아예 입지도 않았다. 트렁크 팬티와 반소매 티로 대충이라도 걸친 뒤에 친구 놈들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폰 너머로 익숙한 노래가 들린다.
"어 왜, 무슨 일이냐?"
"나 퇴원했다. 술이나 마시자."
"너 며칠 더 입원해야 된다 안 했어?"
"거기 누워만 있어도 돈이더라 그냥 퇴원했지. 애들 불러."
"어 강의 하나 남았거든, 한 시간 후에 갈게."
나는 전화를 끊은 뒤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하아….."
그다음 오른손을 들어 오른 가슴을 주물러 보았다. 물컹하면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크기는 그렇게 크진 않지만 한 손으로 만지기 딱 알맞은 크기의 가슴이 있었다.
"B 정도 되려나."
샤워를 마치고 입을 옷을 찾을 때 처음 든 생각이 속옷부터 사야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내 몸은 입원 전과는 확연히 변해있었다. 무려 성별까지도.
*******************
나는 평범한 남자였다. 홀어머니 아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기다리던 평범한 남자.
하지만 어느 날 심각한 고통을 느꼈고 그날부터 계속해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원인 모를 병이었다.
그 탓에 계속해서 대형병원들을 전전하게 되었다.
가는 병원마다 다양한 치료법을 나에게 시도했다. 그러다가 밝혀진 것은 속칭 TS병이라는 것이었다.
차츰 몸이 왜소해 지고 뼈와 근육이 찌그러지며 결국 여자가 되버리는 병, 몇 년 전에 인터넷에서 미국에서 발병 했다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얼핏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썰 정도라 생각했고 그 병에 걸린 사람이 누군지 어떤 증세인지 밝혀지지 않아서 인터넷 씹덕들의 망상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흥미로운 소재 였으니 말이다.
내가 뼈마디와 근육이 찌그러지는 듯한 말도안되는 고통을 느끼는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그리고 결국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입원 치료를 받게되었다.
얼마나 고통이 심했냐면 2년이 넘는 입원 기간 중 제대로 정신이 깨어있었던 날이 한 달이 되지 않았다.
안정제를 죽지 않을 정도로만 투여를 했기 때문이었다.
병원에서는 고통으로 인해 쇼크사하지 않도록 진정제와 약물을 계속해서 투여를 했고 또한, 근육과 뼈가 완전히 퇴화해버리지는 않게 해주는 신 약물을 이용한 치료를 병행했다.
문제는 더욱 가속화되는 고통과 이 병에는 의료보험 따위는 적용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병원비와 망할 마취제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말도 안되는 고통이었다.
나에게는 돈 따위는 걱정할 여유도 주어지지 않았다. 급격하게 커지는 고통을 참아내기도 힘들었고 수면제를 맞으며 거의 가사 상태와 다름없는 나날을 보냈다. 잠깐이라도 깨서 정신이 들려고 하면 다시금 몰려오는 고통에 손가락으로 스위치를 눌러 스스로 수면제를 투여했다.
그러다가 잠깐 정신이 들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벽에 교통사고를 당하셨다고 한다. 나에게는 슬퍼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밀려오는 고통과 진정제의 몽롱함 속에서 어디가 꿈인지 현실인지도 구분 못 했으니깐, 그렇게 병원에서 2년의 세월이 지나고 보니 어느세 온몸의 세포들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고통은 사라져있었다.
그제야 눈에 들어온건 내가 내야 아직 내야 할 병원비와 금융기관에서 날라온 다량의 빚이 었다.
퇴원 후에 나에게 남은 것은 어머니와 함께 살던 작은 집, 그리고 엄청나게 왜소해진, 내 몸이라는 것 조차 어색한 이 몸뚱아리가 전부였다.
*************
[띵동]
벨 소리가 울린다. 나는 일어나 방문을 열고 친구를 맞이했다.
"들어와. 진서 너만 왔냐? 딴 애들은?"
"나중에 온대."
진서는 날 보고 잠깐 놀라더니 맞다 하는 표정으로 들어왔다. 병원에 와서 몇 번 봤는데도 내 몸이 어색한 모양이었다. 사실 나도 거울을 보면 어색하니 뭐 어쩔 수 없었다.
"봐도 봐도 진짜 여자 같네."
"어, 나도 그렇더라. 그런데 여자라고 생각하고 이상하게 대하면 죽여버린다? 그냥 이전이랑 똑같이 남자라고 생각해라"
"당연하지 병원에서도 말했잖아. 그냥 서연우로 대한다니깐, 그나저나 치맥이나 먹자, 너 병원에서는 이런 거 못 먹었을 거 아니야."
퇴원 직전에 친구들이 잠깐 면회를 왔었다. 그때 살짝 보고 이야기를 나눴지만 2년 간의 공백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변했기 때문인지 예전과는 달리 조금 조심스러운 태도로 날 대했다. 지금도 말은 저렇게 하지만 뭔가 미묘하게 느껴지는게 있었다.
"오, 냄새 미쳤다."
나는 치킨 박스를 집어 들고 오히려 오버하며 어색함을 감추려고 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진서와 맥주와 치킨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내 절친이라고 할 수 있는 놈들은 4명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녀석 김진서였고 나머지 3명은 박세진,지수민,김현우 였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도 홀어머니 때문에 집근처의 대학을 갔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 어울려 놀던 놈들 끼리 여전히 어울려서 놀았다. 고딩 때부터 몇년 된 친구다 보니 술이 들어가고 예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새 어색한게 사라진게 느껴졌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순간 김진서 이 녀석이 2년 전에 코인 한다고 알바해서 모은 돈을 거기다 꼬라박았던게 생각이 났다. 그때 우리는 미친놈이라고 욕을 한 바가지 했었지 그러고 보니 코인이 많이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게 생각이 났다.
"너 코인 했었지 않냐? 돈 좀 벌었겠다."
"어 조금 벌었지?"
"얼마나?"
"이 정도 치킨은 원 없이 사줄 정도?"
"오~~~ 앞으로 잘 얻어먹을게."
진서는 그러라는 표정으로 씩 웃었다. 여유로운 거 보니 한 천만 원 정도는 딴 모양이라 생각을 했다. 그 녀석이 웃자 나도 헤실헤실 웃음이 나왔다. 너무 오랜만의 술이라 벌써 알딸딸해진다. 아무 이유 없이 진서와 나는 서로의 얼굴을 보고 피식거렸다. 진서가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해왔다.
"그런데, 그 가슴 진짜냐?"
"응?"
"만져봐도 돼냐?"
"어?”
나는 당황해서 되물었고 그 말을 동의라고 생각한 녀석은 팔을 뻗어 내 가슴에 닿았다.. 박시한 티셔츠 위로 진서의 손이 느껴졌다.
"야 미친 놈아!"
나는 내 가슴을 만진 진서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아니, 만져도 된다며?"
"내가 언제 그랬냐, 그리고 어떤 미친놈이 여자 가슴을 그냥 만져?"
"네가 거리낌 없이 이전과 똑같이 남자로 생각해 달라면서?"
"….."
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하긴 그렇긴 하다 옛날에만 해도 헬스하고 가슴 잘 먹었다고 만져 봐라고 그랬으니 나를 남자로 생각하면 거리낌 없이 만지는 게 당연하다.
내가 너무 오버 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러네… 그지만. 아니다 걍 만지라 뭐 닮는 것도 아니고."
진서 녀석은 다시금 신기한 듯 가슴을 주물렀다. 안에 실리콘이라도 있는지 찾아보려는 듯 전체적으로 꾹꾹 눌러보았디. 내가 그냥 성전환 수술이라도 한걸로 생각되나? 하긴 믿기지 않겠지 나도 믿기 힘든데 음흉하게 만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별 제지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와! 진짜 여자 가슴 같은데?"
"여자 가슴 만져본 척은 오지게 하네."
"너 병원에 누워있을 때 나는 실컷 만져봤지 여자가슴. "
진서는 손을 땔 생각을 하지 않았고 이제는 그냥 감촉을 즐기려는 듯이 계속 쪼물딱 거렸다. 그렇게 만지는 시간이 길어지자 나는슬며시 오는 이상한 감각 때문에 녀석의 손을 쳐내었다.
"이제… 그만 만져!."
젖꼭지가 살짝 서는게 느껴졌다.. 브래지어 따윈 아직 안 했기 때문에 유두가 딱딱해지자 더욱 민감해 졌는지 티셔츠의 거친 천의 감촉이 젖꼭지를 통해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어디 가냐?"
"…. 화장실."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쳐다보았다. 흰 티셔츠의 볼록 튀어나온 가슴의 중앙을 보니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있는 듯한 유두가 천 위로 살짝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처음에 조금 두꺼운 티셔츠를 고르기는 했으나 딱딱해진 여자의 젖꼭지는 남자일 때 보다 훨씬 존재감이 컸다.
슬쩍 한 손으로 유두가 가라 앉기를 바라며 손으로 젖꼭지 부분을 쓸어내렸다. 오히려 반대로 살짝 저릿한 기분 좋은 감각을 주며 꼿꼿이 자세를 잡고 서 있었다. 확실히 속옷을 사서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생각이나 하자.'
나는 속으로 애국가를 부르며 트렁크 팬티를 벗고 오줌을 쌌다. 크기가 커서 반바지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몸이 바뀐 지금은 이대로 입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서 츄리닝이라도 꺼내 입어야지란 생각과 동시에 퇴원 후 오줌을 싸는 일은 여전히 어색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는 거의 항상 누워있었기 때문에 관을 통해서 해결을 했다. 몸 상태가 괜찮아진지 얼마 되지 않아 앉아서 오줌을 눠 본 적이 아직 몇 번 되지 않았다.
방금도 소변 후에 몸이 부르르 떨린 뒤 자연스레 성기를 잡고 흔들어 털려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가져다 댔지만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게 없어서 손이 허공에 헛 손질을 한 뒤에야 옆의 휴지를 뜯어 가랑이에 손을 집어넣어 오줌을 닦았다.
아직도 이럴 때 마다 가슴 한편에 허탈함과 공허함이 몰려왔다.
화장실을 나가자 진서가 곧바로 말을 걸었다.
"뭐 한다고 그렇게 오래 있냐?"
나는 바로 내 방으로 들어가 츄리닝을 꺼내 발목에 넣고 위로 올리며 거실로 나왔다.
"그냥. 여자의 몸으로는 오래 걸린다. 알려 하지 마."
"그래? 그런데 너 생리는 하냐?"
"아직 안 하는데 조만간 할거레,. 그때까지 입원하랬는데 그냥 나왔다."
"왜 조금 더 입원하지?"
"그 돈을 누가 내냐? 이미 내 치료비 때문에 빚이 어마어마해. 조금이라도 아껴야지."
그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조금 도와줄까?"
"됐어. 내가 어떻게든 갚아봐야지. 이 집 팔고 좀 하면 되지 않을까?"
"힘들면 말해 언제든 도와줄게. 그래도 바뀐 얼굴이 봐줄 만은 해서 카페 알바 같은 건 쉽게 뽑힐 거다. 너 원래 얼굴 생각하면 여자가 된다고 하면 끔찍했는데 어떻게 봐줄 만은 하네, 기왕 아픈 김에 성형수술까지 다하고 온 거 아니냐?"
"킥킥, 그럴 돈이나 있었으면 좋았겠다. 그나마 다행이네! 내 얼굴 그 대로에서 머리만 긴 게 아녀서."
여자가 된 뒤 내 얼굴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귀여운 편이었다.
이쁘긴 한데 섹시하다 보다는 순하고 착하게 생긴 편으로 특출나게 이쁜 편은 아니었지만 꽤 귀여워서 내가 보더라도 봐줄 만은 했다.
"그런데 신분은 어떻게 하냐? 너 남자였을 때 주민등록증 그대로 가지고 다녀야 해?"
"나라에서 와서 새로 신분증 발급해준다 했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4로 시작하는 걸로 새로 발급해 준다더라. 그리고 대학에도 편입한 학생으로 데이터 변경해준 데."
"진짜? 요즘 뭐 PC인가 LGBT인가 뭔가 때문에 그런 쪽으로 편의 봐주는 건가?"
"몰라, 돈이나 좀 도와주면 좋을 텐 데... 어쨌든 완전한 여자로 살아가는데 이상 없게 해준 단다. 다행이지 나도 소문나면 귀찮기나 하고."
"그나마 다행이네, 그런데 아랫도리도 없어진 거야? 거기도 만져봐도 되냐?"
녀석의 목소리와 표정엔 짓궂은 장난기가 서려있었다.
"죽어라, 변태 새끼야."
나는 닭 뼈를 녀석에게 던진 뒤 웃음을 터트렸다. 그나마 암울하고 막막하기만 했는데 친구와 함께 있으니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다.
"아, 배부르다. 이렇게 먹은 지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벌써 다 먹었냐? 별로 먹은 거 같지도 않은데?"
"2년 동안 아무것도 안 먹고 링거만 맞으니 위가 쪼그라든 것 같다. 애초에 몸 자체가 다 쪼그라들었지만."
"하긴 180이던 녀석이 지금 160도 안 되게 보이니."
"162 거든."
"그거나 그거나, 진짜 콩만 하네. 몸무게는 어떻게 되냐?"
"40킬로 조금 넘을 걸? 사실 처음에 링거 끝나고 죽 먹을 때 다 토했다. 그나마 이렇게 빨리 위가 정상화된 게 기적이라더라 의사가."
"그래? 치킨 사 온 게 생각이 짧았네! 기름진거라 좀 그럴 껀데."
"지금은 괜찮아.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 했어. 과식만 하지 말라더라."
"다행이네."
[띵동]
그 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나는 오늘 온다고 했던 다른 친구 녀석들이라고 생각하고 벌떡 일어나 집의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집 밖에는 처음 보는 정장 차림의 사내들이 서 있었다. 그런데 조금 껄렁하고 성질이 더럽게 생겼다. 그중 가운데 있는 날카롭게 생긴 남자가 내게 말했다.
"혹시 안에 서연우씨 계신가요?"
"제가 서연우인데… 왜 그러시죠?"
"어? 남자라고 들었는데 아가씨가 서연우에요?"
"네…. 그런데요?"
나랑 대화하던 사내는 한 손으로 문을 조금더 열어 젖힌 뒤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나는 조금 불길한 예감에 몸을 슬쩍 뒤로 빼며 한 발짝 물러섰다.
"서류가 잘못 돼 있었나 보네, 따님이셨네. 강정순 씨 딸 되시죠? 강정순 씨가 돌아가신 뒤에 빚이 아드님... 아니 따님에게 넘어왔거든요. 그것 좀 갚으셔야겠는데?"
"네?"
어머니가 내 병원비를 지불하면서 낸 빚인가 보다. 어차피 갚아야 한다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 행색을 보니 제1, 2금융권 쪽은 아닌 것 같았다. 어머니가 사채에도 손을 댔었을까?
"그런데 그동안 어디 계셨어요? 저희 피해서 숨어계셨나?"
"저는 병원에…. 근데 그게 아니라 빚이 얼마 정도죠?"
"보자…. 얼마냐?"
"x억 x천 정도입니다. 형님!"
"그렇다는데요?"
좆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