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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3. 알바


나는 온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아까도 몸이 떨리긴 했지만, 지금은 공포때문에 떨리던 아까와는 달랐다. 그의 손이 내 몸에 닿을 때 느껴지는 소름끼치는 감각 때문이었다. 그의 손이 닿는 곳은 뱀이 몸을 타고 가는 것 마냥 닭살이 돋아났다. 그는 내 몸을 우악스럽게 만지지도 않았다. 닿을 듯 말 듯하게 손끝으로 몸을 쓰다듬는 그의 손은 귀 뒤에서 목을 타고 내려와 쇄골을 거쳐 어느덧 가슴 쪽을 향했다. 그리고 그 손길은 가슴의 첨단의 봉우리에 도달했고 그의 손끝은 내 유두를 살짝 긁듯이 튕겼다. “왜 이렇게 몸을 떨어. 안 잡아먹는데.” 그의 손이 내 유두를 건든 순간 고양이 앞의 쥐처럼 죽은 듯 꼼짝하지 않고 있었던 나는 바늘로 찔리기라도 한듯 몸이 움찔거렸다. 뱀 앞의 개구리처럼 굳어있던 나는 그제야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다간 그에게 잡아먹힐 것 같다는 생각에, 안간힘을 다해 목끝에 걸려 나오지 않는 말을 내 뱉엇다. “제…. 제발요. 참아주세요. 밖에 친구도 있는데.” “뭘, 남자친구도 아니라면서?” 그는 이제는 슬쩍 만지는 것도 아니라 대놓고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진서가 신기해하며 만졌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성적인 의도가 다분한 터치, 젖이라도 짜내듯 가슴을 부드럽게 주물렀고 그와 동시에 손가락으로는 젖꼭지를 야릇하게 긁어대기 시작했다. “아…. 아니, 남자친구 맞아요. 그러니까 제발요….. ” 나는 거짓말을 했다. 조금이라도 그가 멈추어주기를 바랬다. 그 말이 먹힌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가슴을 만지기를 멈추고 샤워 호스를 가지고 와 물을 나에게 뿌렸다. 차가운 물에 내 몸에 묻은 토사물과 바닥 타일에 있는 토사물이 씻겨 배수구로 들어갔다. 물에 닿는 피부가 닭살처럼 일어날 만큼 차가웠지만 그는 내가 느끼는 추위 따윈 신경쓰지 않았다. “당연하지, 여자가 남자랑 단둘이 집에 있는데. 그것도 빤쓰도 남자꺼 입고 있으면서…..” 아까 내 운동복 안에 있던 남자 팬티를 본 모양이었다.나는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공포때문인지 몸이 파르르 떨리며 했던 말을 중얼거리며 반복하였다. “그러니까 제발…. 그니깐 제발….” 그가 잠시 침묵을 지키자 나는 타일에서 일어서서 그의 손을 피하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고 그는 내 몸을 잡아 변기 커버위치에 앉혔다. “남자친구든 아니든 나는 상관없어.” 그는 그러면서 자기 바지를 벗었다.. 그의 양물은 크기도 꽤 컸지만, 귀두 주변에 울퉁불퉁한 구슬같은 자국들이 있어 그로테스크 해보일 지경이었다. 나는 그걸 보자 무언가 모를 공포감과 징그러움에 이성이 마비되어 그를 밀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제발… 까악!!!!!!!” 하지만 그는 나를 순순히 보내줄 리 없었다. 나를 다시 밀쳐 변기에 앉힌 후 내 손목을 낚아채 한쪽 손으로 모아 한 손으로 내 두 손목을 잡아 양손을 제압하고 한쪽 팔로 내 다리를 벌렸다. 나는 계속해서 바둥거리며 귀가 찢어지라 비명을 질렀다. [똑똑똑] “형님! 잠깐 봐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밖에서 화장실 문을 부서져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내 다리를 벌렸던 손을 떼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부하 녀석은 슬쩍 날 쳐다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시선을 옮겼다. “왜? 별일 아니면 죽는다.” “저 남자애가 대신 돈을 갚겠다고 합니다.” “객기 부리는 남자 녀석들이 한둘이야? 저 새파랗게 어린놈이 뭔 돈이 있다고 그딴 쓸데없는 소리하려고 불렀냐?” “그게…. 이번은 조금 다릅니다. 확실히 돈 갚을 능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남자는 그제야 내 손목을 구속했던 손을 풀고 바지를 올렸다. 그러고는 부하 녀석이 건넨 핸드폰을 받았다. “이게 뭐야?” “가상화폐라는 건데 아래에 평가금액 보시면 돈은 충분히 있습니다..” “흠….. 이게 실제면 갚고도 한참 남겠네.” 남자는 핸드폰을 다시 부하에게 넘기고 옷을 추스른 뒤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한동안 진서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그럼 내 계좌로 들어온 거야?” “네, 연우가 오늘까지 갚아야 할 돈만큼 보냈습니다.” “그래, 확실히 들어오긴 했네. 이건 계좌다. 이건 매달 갚아야 할 빚이고, 앞으로 매달 꼬박꼬박 갚든지 아니면 한 번에 갚든지 해.” 남자는 무언가를 적어 진서에게 건네주는 것 같았다. “네가 오늘처럼 앞으로 여자친구 거 갚아주든지 아니면 여자친구 주든지 해라. 내가 보기에 그렇게 돈쓴다고 알아줄만한 여자는 아니긴 한데…” 나는 변기에서 일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내 돈을 진서가 갚아준 것 같았다. 잠깐 이야기 소리가 조금 더 들린 후 남자들이 떠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화장실로 진서가 들어왔다. "괜찮냐?"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제대로 말이 안 나왔다. 이대로 입을 열면 대놓고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진서는 말없이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진서는 묵묵히 내가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는 전화를 돌려 아직 안 온 친구들에게 약속이 취소됐다 하였다. 난 옷을 갈아 입은 후 쑥대밭이 된 집을 치워주고 있는 진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진서도 얼굴에 멍이 들어있었다. 그놈들 짓이겠지. 나는 식탁 위에 놓여있는 명함 같은 것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계좌번호랑 매달 넣어야 할 금액이 적혀있었다. 일반적인 회사원 한 달 월급을 훌쩍 넘은 금액이었다. 그때 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어떻게든 돈을 갚아야지." "경찰에 신고 안 해도 되겠어?" “신고해도 될까?” “내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좋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 그런 놈들은” 내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놈들은 이제껏 봐온 그런 사람들과 달랐다. 경찰에 신고한다면 오늘 벌어진 일이 천국같이 느껴질 정도로 끔찍하게 복수해올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 미련이 남는 것은 진서가 낸 돈이었다. 그것 때문에 눈치를 보며 신고해야 되겠냐는 식으로 답을 한 것이었다. "연우야, 그런데 돈은 벌 곳이 있어?" "모르겠다. 어떻게든 벌어야지. 그런데 진서야 넌 괜찮아?" "누가 누굴 걱정해. 너 몸이나 챙겨." "니가 낸 돈은 어떻게 해….." "그놈들에게 갚을 돈이나 생각해라. 달에 몇백이 말이 몇백이지….. 내 돈은 그냥 줬다고 생각해."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감정이 북받쳤다. 정말 좋은 녀석이었다. "미안해… 어떻게든 갚을게." “그나저나 갚을 수 있겠어, 그 돈? 내가 조금 더 도와줄까??.” 도와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진서가 그 사채업자들에게 오늘 넘긴 돈만 해도 엄청나다 더 진서에 빚을 질 수 있을 리 없다. "아니 됐어, 아까 그 돈만 해도 어딘데.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진짜 고맙다 너 아니었음 나 이름 모를 곳으로 팔려 가서 비참하게 살다가 뒈졌을 꺼다." “그래도 너 그 돈을 어디서 벌게?” “어떻게든 해야지, 정말 내가 알아서 할게. 진짜 고맙다. 그만 가봐 내가 치울게.” “아냐 다 치우고 갈게.” “나도 혼자 있고 싶어서 그렇게 천천히 혼자 치우게.” “정말 괜찮겠어?” “어, 당연하지.”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냈다. 진서는 걱정되는 얼굴이었지만 내가 그렇게까지 하니 순순히 집을 나갔다. “그래, 간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어, 오늘 미안했다. 괜히 나 때문에.” “미안하단 소리 다신 하지 마라. 너 걱정이나 하고.” “그래…. 고마워 진짜.” 그렇게 진서를 보낸 뒤 쪼그려 주섬주섬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슴 속에서 애써 누르고 있었던 뜨거운 것이 목밖으로 올라와 어린아이 같은 울음소리로 바뀌었고 그 뜨거운 울음을 식히기 위해서인지 눈과 코에서 나온 물은 입가까지 흘러내렸다. 갑작스레 높아진 인생의 난이도와 날 혼자두고 떠난 어머니를 원망하며 눈물 콧물 짜내며 애처럼 엉엉 울었다.엄마가 너무 보고싶었다. ******** 나는 알바모집 사이트에 들어가서 일거리를 알아보았다. 처음에는 평범한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계산을 해보니 당연하지만 내가 갚아야 할 돈은 단순하게 아르바이트공고에 있는 최저시급으로 계산해보니 하루 15시간씩 하루도 안 쉬고 일해야 값아야 할 돈을 벌 수가 있었다. 그런 자리도 없거니와 사람이 쉬지않고 그렇게 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내 생활비도 있어야 했고. 그런 나에게 눈에 띄기 시작하는 알바들이 있었다. [20대 여대생들을 위한 알바] {시급X만원 이상 보장] 화려한 글자색으로 적힌 아르바이트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유사 성행위 업소인 건 알았다. 하지만 순간 머릿속에 엄청나게 복잡한 생각들이 들어왔다. 지금 내 처지와 돈을 갚지 못하게 될 시 그 남자들에게 끌려가서 겪게 될 상황들이 눈앞에 그려졌다. 나는그 게시글을 클릭해서 살펴보았다. 의외로 외진데 있지 않고 집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번화가에 있는 상가였다. 해당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과 당일 현금 지급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나는 스크롤을 내려 잠깐 살펴보다 미련 없이 뒤로 가기를 눌렀다. 그렇게 나는 뒤적거리다 평범한 카페 아르바이트를 찾았다. 카페 알바는 처음이었지만 마음에 들었다. 시급도 최저시급보다 조금 더 줘서 천원 단위를 맞춰주었고 사장님도 친절했다. 월 수 금 근무였고 오전부터 점심 무렵까지였지만 사장님께 부탁해서 마감까지 하도록 허락받았다. 종일 일을 하면 집에서는 쓰러지듯 잠을 잤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빚을 갚을 돈은 턱도 없이 부족했다. 나는 비는 날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카페 아르바이트를 구한 것만 해도 천운이었다고 할 정도로 알바 자리는 없었다. 더군다나 화목토 일만 해야 되는 아르바이트면 더욱 그랬다. 마음은 조급해졌다. 조금 있으면 집도 비워줘야 된다는 연락이 왔다. 정말 한계에 몰린 느낌이었다. 사람이 자살을 왜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알바구직 사이트에 내게 맞는 알바를 계속해서 찾았다. 하지만 내 조건에 딱맞는 알바는 구해지지 않았다. 지금 격일로 하는 알바만 하더라도 집에 오면 피곤해서 다음날 점심까지는 쓰러져있었는데 다른 빡센 알바를 할수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나는 결국 현실적인 문제로 전에 보았던 시급X만원이라 하던 알바구직을 찾아보았다. 여전히 공고는 유효했다. [자유로운 출퇴근, 매일 페이 지급] 눈에는 자꾸만 매혹적인 문구들이 보였다. 한참의 망설임 끝에 스마트폰를 들어 셀카모드를 해 내 얼굴을 확인했다. 절세 미인까진 아니지만 큰 눈망울과 깨끗한 피부를 가진 귀여운 상의 여자가 보였다. ‘그래도 얼굴로 거절당할 일은 없겠지.’ 나는 폰을 들어 공고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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