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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43.미묘한 관계


여자애들은 방학 중 있었던 이야기나 과 내 이야기, 혹은 요즘 유명한 연예프로 이야기 같은 걸로 수다를 떨어댄다. 하지만 그 대화에 좀처럼 낄 수 가 없다. 내가 모르는 것들이고 내 취향이 아닌 이야기들이었으니, 내 옆의 세진이도 마찬가지다. 분위기를 맞춰주기 위해 호응을 하고 있지만 남자들의 관심사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이야기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 때, 옆자리에 앉은 할아버지 한 분이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걸었다. "혹시, 학생 뭐 좀 도와줄수 있을까?" 할아버지는 스마트폰을 내게 내밀고 있었다. "혹시, 어떤걸?" "이거, 내가 그 쿠X인가 가입을 하려는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터넷 쇼핑으로 물을 사고 싶다고 하셨다. 어디서 들어서 인터넷으로 사면 값도 싸고 공짜로 배달까지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모양이었다. 그래서 가입을 하려는데 잘 모르겠어서 도와달라는 이야기. 하긴 배달은 이런 나이 드신 분들이 이용하시는게 가장 좋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 현대 문명이 가진 해택에 가장 접근을 못하는 것도 이러한 노인 분들이다. "나, 잠깐 도와드리고 올께." 난 옆자리로 옮겨 앉아 할아버지의 폰을 들고 천천히 가입을 도왔다. "할아버지, 가입하는데 필요한 거라, 혹시 주민 번호 알수 있을까요?" 그 말에 할아버지는 의심도 없이 지갑을 꺼내 민증을 건내주었다, 가입하는데 필요한 전화번호, 주소, 인증을 위한 주민 번호 등을 기입하고 내가 해도 짜증이 나는 복잡한 과정들을 거쳐 결국 가입을 해드렸고 바라시는 물 하나를 같이 주문을 하며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잘 이해는 못 하시지만 대충 같은 물건을 구매하는 법 정도는 이해하신 듯 했다. 자꾸 뭘 사주시려고 하시는 할아버지의 호의를 웃는 얼굴로 거절하고 옆자리로 돌아왔다. "좀 시간이 걸렸지?" "언니, 그냥 잘 모르겠다고 하고 거절하시지..." "아... 미안해. 다 먹었어?" "아뇨, 저희는 괜찮은데, 언니 시간 잡아 먹히니깐...." 잠깐이면 될 줄 알았는데 오류나 인증 이런 것들이 생각보다 훨씬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나는 얼음이 거의 녹아 밍밍해진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쭉 빨았다. "뭔 이야기 하고 있었어?" "언니 이야기요. 중학생 때 어떻게 만났는지 물어보려고 하고 있었어요." "아..." 별 이야기를 안 했을 줄 알지만 조금 쫄린다. "지우가 전학왔을 때, 같은 반이었어." 세진이의 대답에 수연이는 흥미있는 듯 몸을 앞으로 내밀고 질문을 이어갔다. "지우 언니가 오빠 중학교 때랑 지금이랑 많이 다르다고 하던데, 진짜에요?" "뭐? 지우가 뭐라고 했는데?" "이거 말해도 되나? 사실 좀 찌질했다고.... 헤헤." 수연이의 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우리끼리 말 한 것을 그대로 세진이에게 전달해 벌릴 줄 몰랐다. 그런데 세진이의 얼굴에는 오히려 미소가 번졌다. "너 그랬냐? 크크큭.... 근데 사실이긴 하니깐. 좀 많이 찌질했었지." 세진이는 웃으면서 받아넘겼고, 수연이의 질문은 이제 내게 향했다. "지우 언니는 어땠어요? 그때? 언니도 많이 달랐어요?" 달랐지... 너무 많이... 나는 세진이가 말 실수를 할까봐 가슴을 조렸지만 세진이의 입에서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똑같아, 지우는.... 지금처럼 곤란한 사람 잘 돕고... 멋있고..." "머, 뭐래, 그 딴 식으로 말하면 내가 뭐가 되냐?" 나는 괜히 세진이의 팔을 쌔게 때리며 성질을 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게 멈추지 않는다. 세진이는 어깨를 감싸안으며 아픈 척을 했다. "아, 주먹질 하는 것도 그대로다." 그래... 그대로다. 비록 여자가 되었어도, 나는 그대로 살아갈 거다. ******* 집에 와서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진서의 속옷들을 주워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콧노래를 흥얼거리자 진서가 뒤에서 나타나 시비조로 묻는다. "너 왤캐 신냤냐?" "응? 그냥, 뭐 시킬 거 있어? 그런 진서의 말에도 기분나빠지지 않고 웃으며 대답할 수 있었다. 여자가 되어서 처음으로 하는 사회생활, 대학교에서 처음 느낀 감상은 이거다. 뭐야, 할만하잖아. 세진이 문제도 생각보다 잘 해결됬고, 여자애들도 친절하게 대해준다. 혹시나 남자였다는 것을 들킬까봐 과거 이야기가 나올 때 조금 조마조마했지만 세진이는 똑똑하게 거짓말이 아니면서도 내가 남자였다는 티를 내지 않게 잘 답했다. 그대로 적응만 한다면 앞으로도 문제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되고 빚쟁이가 찾아왔을 때, 그리고 결국 유흥업소에 까지 가게 됬을 때는 이런 평범한 삶으로 돌아오지 못할 줄 만 알았다. 하지만 그랬던 나라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이 눈 앞에 변태 덕분이다. "아니, 그냥 싱글벙글하기에 학교에서 뭔 일 있나 싶어서..." 당연히 또 꼴리는 것 풀려고 온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에 말이었다. "응? 별일은 없었는데." "그래?" 맨날 섹스만 해 대던 진서가 이렇게 말을 거니 조금 어색하다. 그 날 이후, 날 성욕처리로만, 아니면 집안일을 해주는 그 정도의 역할로만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진서도 나름대로 내 기분을 풀려고 노력하는 건가? 난 몸을 돌려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진서를 붙잡았다. 조금 이 기회에 사이를 풀 계기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에 붙잡았지만 딱히 할 말은 없었다. 그 때 카페에서 여자애들 끼리 이야기 하면서 나온 영화가 생각이 났다. 다 봤다고 하는데 혼자 안보니 대화에 낄 수도 없었고, 혹여나 스포라고 제대로 영화 이야기를 못하는 여자애들에게도 미안했다. 더군다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재밌어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 영화나 보러 갈레?" "언제?" "세탁기 마치고 널고 나면?" "그럼 밤 늦게 일 텐데?" "내일 토요일이기도 하고... 싫어?" "뭐, 싫은 건 아닌데..." 영화를 예매하고 집안 일을 마친 뒤 영화관에 갈 준비를 했다. 옷장 안에 박혀있던 진서 취향의 옷들, 그래도 이런 걸 입고 가는 게 좋겠지? 신경을 써서 이 옷 저 옷 맞춰봤지만 결국 진서 취향은 이런 노출도 높은 짧은 치마다. 조금 입기 민망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이쁘기는 하다. 진서도 좋아하고 말이다. 그렇게 신경써서 옷을 고를 때 밖에서 재촉하는 소리가 들린다. "야, 안가? 빨리나와." 진서의 말에 나와보니 진서는 츄리닝에 양말조차 신지 않았다. 슬리퍼를 신고 갈 생각인가? 나름 간만의 데이트라고 괜히 신경을 쓴 게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응." 진서가 준 카드로 팝콘과 콜라를 들고오니 진서는 이미 영화표를 발권해놨다. "맨 뒷자리네? 자리 많지 않았어?" "응, 뒷자리 싫어?" "싫은 건 아닌데..." 진서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겠다. 웬일로 영화보자는 데에 따라오겠다고 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어, 언니?" 그 때 뒤에서 누가 말을 걸었다. "지우 언니 맞네요. 영화보러 오셨어요?" 익숙한 얼굴... 같이 카페에 간 여학생들 중 하나다. 그 옆에는 남자친구로 보이는 남자가 음료수를 들고 팝콘을 안고 있었다. "어, 은지야. 안녕. 영화보러 왔어?" "네... 혹시 옆에 분은 남자친구...?" "아, 아니... 그냥 친구야.... " 카페에서 남자친구 없다고 한 지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남자친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남자친구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 왠지 나도 모르게 변명을 하듯 덧붙였다. "오늘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찾아 봤는데, 같이 볼 사람이 얘 밖에 없더라. 하하..." "아...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어색한 인사, 괜히 은지와 진서 모두 눈치가 보인다. 이번에 또 그냥 친구라고 해서 화난 건 아니겠지?" "아, 언니 저는 영화 시작시간이라서.... 먼저 가볼께요." "아, 응 재밌게 봐." 은지는 남자친구의 팔짱을 끼고 영화관으로 들어가면서 살짝 뒤돌아 본다. 그 모습에 왠지 심란하다. "지우?" 진서의 의아한 물음에 정신을 차리고 말을 했다. "아, 응. 그거 대학교에서 내 가명... 똑같은 이름으로 하면 복학생 애들이 눈치 챌지도 모르잖아." "아 그렇긴 하겠다." "괜찮지....?" "뭐가?" "아니, 이번에도 또 그냥 친구라고 해서 화났나 싶어서..." "뭐, 내가 정신병자냐? 친구 맞는데 친구라고 했다고 내가 왜 화네? 그때는 니가 나 쪽팔리게 해서 그런거고." "아.... 맞지...." "우리도 들어가자, 우리도 시작시간 거의 다 됐어." "응..." 혼자 먼저 성큼성큼 들어가는 진서를 황급히 팝콘과 음료수를 들고 허둥지둥 쫒아갔다. 은지커플은 남자가 이런 거 다 들던데... 뭐, 난 커플도 아니고 정상적인 여자도 아니니깐... 보는 영화는 로맨틱 코메디, 남자일 때도 이런 장르를 종종 보곤 했지만 이 영화는 특히 재밌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진서의 손이 팝콘 통의 바닥을 긁을 때 쯤에는 나 이미 영화에 완전 빠져 있었다. 그 때 진서의 손이 불쑥 내 안쪽 허벅지에 들어왔다. 이럴 꺼 같았지만 꽤 오래 영화가 상영되고 터치를 안 해와서 그럴 생각이 없는 줄 알았다. 영화 시청에 약간 방해가 됐지만 허벅지를 쓰다듬는 것 정도야 괜찮다. 그러나 그 정도에서 마치지 않는 게 문제다. 심야 영화지만 영화관에 사람이 아에 없지는 않다. 그런데도 자꾸만 팬티 쪽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어온다. "나, 영화 보고 싶은데..." "응. 영화 봐." 손목을 붙잡고 거부의사를 내비쳤지만 멈출 생각은 없는 듯 했다. 무시하고 영화에 집중을 해보려고 했지만 손가락을 자꾸 들락거리는데 영화가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간만에 같이 외출인데도 그냥 섹스 생각밖에 없는 진서의 행동에 짜증이 올라왔다. 이럴 꺼면 그냥 집에서 넷xx스나 볼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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