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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60. 사모님의 엄청난 비밀


날 해고한 병원은 종합병원이었다. 대학병원 규모는 아니었지만, 지역에서 꽤 유명한 병원이었다. 수 많은 과가 있지만, 산부인과는 어느 병원이나 적자이거나 겨우 유지하는 수준의 매출을 기록한다. 하지만 병원은 돈만 보고 운영할 순 없다. 복지차원의 문제이고, 의사들도 마음에 일부는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 수입은 산부인과가 아니더라도 더 많은 환자들이 찾는 과에서 충분히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남은 이익은 병원 시설, 환자 편의 시설 업그레이드 등등 환자와 의사의 복지를 위해 쓰인다. 물론 병원장의 사리사욕도 충분히 체운다. 이번 병원장은 5년 전에 취임했다. 평범한 의사 시절부터 치열한 정치싸움이 능한 사람으로 유명했다. 물론 실력도 어느정돈 있었다. 하지만 절대 탑클래스의 실력은 아니었다. 자기에게 어렵다고 느끼는 수술이나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인도하는 양심은 있는 의사였다. 그에겐 명인이 아닌 병원장이 목표였기 때문에, 절대 의료사고는 낼 수 없었다. 그렇게 차근 차근 올라가서 부원장이 되고, 부원장 시절에 내가 입사했다. 그때, 지금의 사모와 재혼했다. 의사 와이프가 있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사별했다고 한다. 사고에 대해선 자세히 들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꽤 오래 사별한 상태로 지냈다고 한다. 둘 사이엔 딸이 하나 있었는데,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 정도까지만 알고 있다. 아마 여의사로 키우고 있겠지. 그리고 지금의 사모님과는 정략결혼이라는 소문이 퍼져있었다. 원장의 나이가 60대 초반인데 사모님의 나이는 40대 후반? 정확한 나이는 아무도 모른다. 얼굴도 별로 본적 없었다. 원장이 병원에 있는 비아그라랑 좋은 주사를 다 맞아서 40대 여자를 꼬셨다, 섹스는 안 하는 조건으로 결혼했다는 등 많은 소문이 돌았었다. 난 딱히 관심은 없었다. 그땐 무슨 생각으로 병원을 다녔는지 모르겠다. 그냥 하루하루 즐기는 월루에 만족했었던 것 같다. 많은 소문 중에 확실한 팩트는 하나 있었다. 사모의 집안 내력. 사모의 집안은 한국인이라면 거의 다 알 만한 집안이었다. 한국의 최고 대학병원의 병원장 출신과 명인으로 유명한 의사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사모도 의사 출신이다. 지금은 은퇴했다. 은퇴한 이유도 모른다. 대학교수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안 살림만 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병원장을 물려줄 사람을 물색하다가, 날 해고한 병원장을 선임했고 결혼까지 시켜버렸다. 병원장 집안도 의사 집안이었지만 사모 정도의 명성과 부는 없었다. 미스테리 투성의 결혼이었다. 그래도 제일 미스테리는 사모의 뜬금없는 연락과 병원에 찾아왔다는 사실이다. 전혀 읽을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앞에 앉아 있는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마음을 읽는 관심법보다 더 유용한, 마법의 차트를 쓰기로 했다. “근데 어쩐 일로 연락을 주셨어요? 어디 불편하세요?” “아 그게…” 사모는 선뜻 말하지 못했다. 무언가 있는 건 확실한데 숨기고 있다. “일단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드릴까요?” “아…! 그럼 저는 녹차로 부탁할게요.” “네. 잠시만요.” 뭘 저렇게 긴장하고 있지. 산부인과 진료인가. 아무래도 병원장 와이프가 병원에서 산부인과 진료를 보면 좀 소문이 퍼질 수 있긴 하지. 아무리 여자 의사한테 진료를 보더라도… 여자의 적은 여자니까. 어떤 소문이 퍼질지도 몰라. 보지 모양이 어떻다는 둥, 역시 섹스를 안 하는 것 같다는 둥.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가십거리를 일삼는 사람들에겐 이거만한 건수가 없겠지. 그 사정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속속들이 다 아는 사모가 그런 일을 쉽게 할 사람이 아니지. 자기의 체면이 무너지는데. 그렇다고 남편인 병원장한테 말하기도 좀 힘들었을 거야. 그런 배려 따위는 없으니 아는 산부인과 의사 아무나 소개시켜줬을게 뻔하니까. 태준은 따뜻한 녹차 두잔을 타서 가지고 갔다. “좋은 녹차는 아니지만, 향이 좋아요.” “고마워요…” 사모는 녹차의 향을 먼저 맡고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정말 향이 좋은데요? 진하네요.” “다행이네요. 사모님 취향에도 맞아서.” 얼어 있었던 분위기가 녹차 덕분에 살짝은 풀린 것 같았다. 사모의 긴장감 가득했던 얼굴에 미소가 살짝 지어졌다. 재벌 집 미시의 정석이지 않을까 싶다. 뉴스에 가끔 나오는 싸가지없고 인성이 터진 재벌 집 딸과는 느낌이 달랐다. 요리, 미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할 것 같고. 살면서 욕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한 번도 안 해봤을 것 같은 인상이다. 물론 은주도 그런 고급스러운 이미지긴 하지만 느낌이 다르다. 은주는 전형적인 아나운서의 참한 이미지 이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냉정한 모습도 모인다. 하지만 사모는 뭐든 다 포용 해 줄 것 같은 성모마리아의 이미지가 있다. 가만히 차를 마시는 모습도 따뜻하다.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의 고해성사도 아무런 선입견 없이 들어 주고 포용해 자수하게 만들 것 같은 이미지다. “제가 갑자기 연락 드려서 놀랬죠?” “아… 네… 시간도 너무 늦은시간이라 좀 놀랬어요.” “죄송해요…” “잠을 잘못 주무세요?” “아… 네… 요즘에 불면증이 좀 심해져서 잠을 잘못자요.” “불면증이요? 원래 있으셨어요?” “아뇨. 1년 정도 된 거 같아요.” “그렇구나…” “제가 왜 연락했는지 궁금하셨죠.” “아… 네. 개인적으로 연락하신적은 처음이라 좀 놀랬어요.” 드디어 본격적으로 용건을 말하려는 것 같다. 어느새 녹차를 다 마셔 빈컵을 책상 위에 올려놨다. “임신해야 할 거 같아요.” “아~ 클리닉 받으시려고요?” 병원장은 그 나이에도 임신을 시도하고 대단해. 뭐 이론상 남자는 죽기 직전까지도 정자를 만들어내니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야. 다만 정자의 운동성이나 건강하지 않은 애들이 많을 뿐이지. 가능하지. 서긴 서나보네. “그 사람 나이도 있으니… 인공이나 시험관을 하자고 했는데 자연임신만 고집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자연임신이 제일 좋긴 하죠. 성공 확률은 좀 떨어져도 그만큼 아기가 더 소중하기도하고…” “그런 이유는 아니것 같지만… 주변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거 같아요.” “병원장님이시니까 그렇죠…” “아뇨. 그런 게 아니고… 자기는 아직 남자로서 기능을 잃지 않았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은가 봐요…” “네?! 설마요…” 아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사모의 앞이니까 일단 가식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충분히 그럴 인간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화려하게 포장시키는 걸 좋아한다. 사별한 전 와이프의 대해선 잘 모르지만, 재혼한 사모의 경우 완전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으려고 결혼한 사이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사모보다 젊고 어린 친구들만 보면 자기 라인으로 데리고 오겠다는 유혹을 하며 술자리나 미팅을 많이 하는 걸로 알려져 있었다. 간호사든 의사든 가리지 않았다. 그나이에 저렇게 정정한 거 보면 늙은이도 진짜 대단하다. 그리고 당연히 자연임신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이렇게 고급스럽고 예쁘고 자기보다 젊은 여자와 섹스하고 싶겠지. 임신이 되는 건 두 번째 문제고 일단 섹스가 주목적일 것이다. 안 봐도 뻔하다. “남편은 아무 문제 없는 것 같아요. 정자도 건강하다고 하고…” “원장님이 운동을 좀 좋아하셔서 그런가 보네요. 역시 대단하시네요.” 태준의 말에 사모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살짝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을뿐이었다. “병원에 눈도 입도 너무 많고 이야기 도는 것도 싫어서…” “아 그래서 저한테 연락하셨구나.” “태준씨 병원 그만뒀다는 소리를 그 사람한테 들었거든요. 번호는 인사과에 연락해서 알아냈어요… 혹시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 “아, 아니예요! 저야 감사하죠.”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친구 중에 산부인과 하는 애가 있는데 걔한테 가야 하나 태준씨한테 가야 하나…” “아… 하하… 근데 절 선택해주셨네요?” “네… 태준씨라면 환자의 비밀을 잘 지켜 주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게 아니라 그냥 컨트롤 하기 쉬운 좆밥 의사라서 그런 건 아니고? 솔직히 이전에 아무런 교류도 없었는데 갑자기 연락해서 진료를 받겠다는 게 쉬운 일일까. 그것도 다른 진료도 아니고 다리를 쫙 벌리고 은밀한 부분을 보여줘야 하는 진료인데? “꼭 꼭 비밀 지켜주셔야 해요…” “네 그럼요. 원장님이 알려달라고 하셔도 비밀로 할게요.” “네… 고마워요…” 사모는 그제야 안심됐는지 살짝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얼굴 표정도 좋아졌다. 태준은 마법의 차트를 자연스럽게 꺼냈다. 본격적인 진료에 앞서서 알아야 할 정보들이 많이 있다. 물론 성적인 특징도 알고 싶었다. 섹스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어지면 나도 좋고 사모도 좋은 거 아닐까? “그럼 간단한 문진표 작성해주시겠어요?” “아 네…” 사모는 차분하게 문진표를 작성했다. 태준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차트에 불펜을 툭툭 치며 기다렸다. 문진표를 작성하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은주를 연상시켰다. 처음에 은주도 부끄러워하며 문진표를 작성했는데 지금은 부끄러워하며 다리를 쫙 벌리고 보지까지 스스로 비비는 더러운 여자가 됐다. 설마 사모까지 내가 그렇게 만들까. 지금도 사실 불안하다. 언제 은주의 남편. 선배에게 들킬지 모르는 상황이고, 에리는… 완전 나랑 연애하는 느낌이 들 테니 불안하진 않다. 근데 사모의 경우는 은주와 비슷하다. 언제 병원장이 알아버리면 자기 인맥을 동원해서 의사자격을 박탈시킬지도 모른다. “여기 다 작성했어요.” 방심은 근물. 그리고 사모와 섹스는 안 해도 상관없어. 그냥 사모 인맥을 이용해서 병원이 커지면 … 태준은 문진표를 확인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사모의 이름이 떠올랐다. [이름: 안민아] [나이: 44세] [주소: 서울시 강남구 xxx] [결혼유무: 기혼. 6년차] [출산이력: 🜂] [생리주기: 일정] [내원목적: 기타] [특이사항: …] 문진표 특이사항을 확인한 태준은 놀란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특이사항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사모를 바라봤다. 사모는 태연하게 태준을 바라봤다. “태준씨… 절대… 비밀이에요… 약속 잊으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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