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79. 믿기지 않은 태준의 차트
태준은 은주와의 격적인 치료 이후 차트를 체크했다. 은주에게 이제 내릴 처방도 없었다.
은주에겐 태준의 자지 주사와 정액 연고만으로도 충분해보였다. 실제로 보지 냄새도 다 나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다만 섹스 특이사항에 태준과의 섹스 중독이 추가 되었다. 태준의 의도대로 은주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성감대를 표시하는 인체그림에도 애널에 포인트가 생겼다. 분명 엉덩이골 사이엔 보지 구멍에만 표시되어 있었지만, 애널도 추가되었다.
단 하루 애널 길들이기를 통해 바로 성감대로 만들고 중독을 시켜 버렸다.
은주의 차트를 보고 있던 태준은 문득 궁금해졌다.
“혹시 내 차트도 뜰까?”
환자로 온 여자들의 이름을 차트에 썼을 뿐 본인 이름 쓸 생각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차트에 자기 이름을 쓰는 사람은 거의 드믈테니까. 자가 진료를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불가능한다.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빌어먹을 고물 차트. 최대 용량이 두 명인 게 말이 돼? 앞으로 환자가 얼마나 많아질텐데…”
차트의 최대 용량이 두 명인 게 너무나도 아쉬웠다. 지금은 상관없지만, 앞으로 민아가 소개해줄 카르텔을 추가 시키려면 용량 추가가 불가피하다.
아니면 민아를 빠르게 태준의 여자로 만들어야 하는데 만만치 않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은주도 완벽하게 내 노예로 만들었으니… 내 이름 한번 써볼까?”
태준은 은주의 이름을 지웠다. 차트에서 이름이 사라지자마자 차트 내용까지 다 같이 사라졌다.
언제봐도 참 신기한 차트였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성명란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이름: 서태준]
[나이: 36세]
[주소: 서울시 용산구 xxx]
[결혼유무: 미혼]
[섹스 특이사항: 섹스 중독, 정력왕, 좆물공장, ...]
다른 여자들처럼 정보가 정말로 뜨기 시작했다. 정보의 차이는 있었지만, 분명 태준의 정보였다.
“이거 엄청난 물건이네… 이러면 정말 모든 사람들 정보까지 다 뜨는 거잖아?”
놀라며 차트를 바라보던 태준은 마지막 특이사항을 확인하고 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이건 뭐야…?!”
좆물공장 다음으로 기록된 건 '무정자증' 이었다.
“시, 시발!!! 이게 뭔 개 같은 소리야!! 내가 무정자라고?!”
다시 봐도 무정자증이라고 적혀 있었다. 정력만 좋은 속빈 깡통이었다. 믿기지 않았다. 평소 자신이 성욕과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기에 정자들도 엄청나게 활동량이 좋을 줄 알았다.
요즘 같은 저출산시대에 자식을 세 명 이상 나아서 애국자가 되고자 했던 태준의 꿈과 희망이 사라졌다.
자가진단을 하는 의사가 많이 없다는 소리는 태준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마법의 차트가 있다면 실시간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지랄마!! 말도 안 돼. 정력왕인데 정자가 없다는게 뭔 개소리야!!! 난자랑 정자랑 헷갈린거 아니야?!”
태준은 차트를 집어던지고 비뇨기과를 예약했다. 마법의 차트가 거짓 정보를 보여 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믿을 수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정자증은 태준에게 심각한 문제였다.
“시발 이 고물 차트새끼. 남자 정보라고 대충 보여주는 거 아니야?! 보지 정보만 적다가 자지 정보 적으려니까 적응이 안돼?!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네?!”
태준은 계속 현실 부정을 하며 병원 문을 닫았다. 아직 오후 마감 진료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올 환자도 없을 것이고, 설령 온다고 해도 무정자를 확인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차트를 가방에 챙겨 근처 비뇨기과로 달려갔다.
***
“지… 진짜… 제가 고자인가요…?”
“환자분. 무정자증이라고 해서 고자는 아니예요. 발기력이나 성생활은 왕성하시다면서요.”
“네… 시발 오늘도 몇번이나 섹스를 했는지 모른다고요!! 진짜 정액에 정자가 없어요? 아니죠?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환자분 진정하세요. 저도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무정자 중에서도 정말 보기드믄 케이스예요. 정말 정자가 한 두 마리? 정도밖에 없는 걸로 보여요. 아 아니다. 애네도 다 죽은 정자네요.”
"시발..."
은주와의 애널 섹스를 마친 후 바로 간 비뇨기과였지만, 정액검사를 위해 전력을 다해서 좆물을 쏟아냈다.
종이컵 가득 좆물을 싸면서도 현실부정을 이어갔다. 하루에도 몇번이고 좆물을 쏟아내는데 무정자일리가 없다 생각했다.
“정말 지금까지 모르셨어요?”
“다, 당연하죠… 결혼한 상태도 아니고 사정은 사정대로 다 하는데…”
“뭐 사정했을 때 정자가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까 모르시는 것도 당연하긴 한데… 이 정도면 유전으로 영향을 받으셨을 거 같은데…”
“네? 그건 무슨 소리죠?”
“아, 아닙니다. 아무튼, 나중에 결혼을 하시더라도 임신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태준에겐 사형선고 같은 소리었다. 결혼은 할 수 있겠지만 자식들과 행복하게 사는 꿈은 사라졌다.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 버렸다.
“치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요즘이 어떤 시댄데 그래도 치료는 가능하죠?”
“평소에 운동도 많이 하셨고, 식습관도 무난하셨다고 하셨는데도 이 정도면… 거의 가망이 없다고 보셔야죠.”
“말도 안 돼…”
비뇨기과 선생은 아주 단호했다. 자신도 이런 정자 수는 처음 본다는 말을 강조하며 연구자료로 써도 되냐고 물어 봤다.
태준은 성질을 부리며 의사에게 욕을 하고 진료실에서 나왔다. 처방 받을 약도 조언도 없었다. 자기 몸에 대해 확인 사살만 할 뿐이었다.
“시… 시발… 진짜 내가 고자라니…”
태준은 차 안에서 한참 동안 현실을 부정하며 멍하니 있었다.
조신시대 같았으면 애를 낳지 못 하는 남자와 여자는 가문에 쫓겨나는 일도 빈번했다고 한다. 태준은 한순간에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인간의 가장 기본이 종족번식이다. 인간도 동물이다. 동물은 종족 번식을 통해 가정을 만들고 사회의 일원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가장 기본적인 일도 수행하지 못 하는 자신이 너무 허망했다. 더구나 산부인과 의사다. 탄생의 축복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성스러운 일이지 코앞에서 지켜보고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순간을 꿈꿔왔다.
사랑스러운 와이프의 출산을 태준의 손으로 직접 하는 게 꿈이었는데… 남들이 보기엔 왜 저렇게 오바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태준은 정말 진심이었다.
하지만 비뇨기과 선생은 단호했다.
“임실 할 가능성 0%. 이 정도면 연구 대상이예요. 20년 비뇨기과 전공하면서 이런건 처음 보는데…”
시발새끼. 의사가 환자에게 희망을 주면 안 된다고는 하지만 너무 냉정하고 이성적이었다.
내가 너 와이프한테 임실 할 자궁이 아니라고 하면 기분 좋겠냐? 적당히 둘러서 좋게 말해도 충격이 클 판에 저딴식으로 이야기하니까 더 기분이 좆같네.
계속 차에 있을 수만은 없어서, 겨우겨우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소파에 널브러져 앉아 있었다.
“시발 아무것도 하기 싫네. 이제야 좀 환자들의 마음을 알 거 같네.”
산부인과 환자들 중에 임신으로 고민하거나 힘들어하는 케이스가 정말 많다. 불임, 난임, 유산 등등 슬픈 사연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역시 제일 슬픈 사연은 내가 겪는 슬픈 일이다.
스스로 버텨야 하는 슬픈 일이 세상에서 제일 슬프다.
“아!! 맞다!!”
태준은 번쩍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 속 마법의 차트와 볼펜을 급하게 꺼냈다.
여전히 섹스 특이사항엔 무정자증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태준은 볼펜으로 무정자증에 취소선을 그었다.
“시발!! 이러면 되잖아!! 마법의 차트에 적은 대로 치료 되니까 이러면 되는 거 아니야?!”
태준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차트를 계속 지켜봤다. 취소선을 그은 무정자증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였다.
“돌팔이 새끼. 시발 뭘 못 고쳐!! 이렇게 고치면 되는…”
태준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 차트에도 변화가 생겼다.
분명 취소선을 그었던 무정자증에 취소선이 사라졌다. 다시 원래 초기상태로 돌아왔다.
“시발… 저번에 은주 발정제 처방했을 때도 지 좆대로 움직이더니… 지금도 그러네…”
은주에게 정상적인 연고를 처방했지만, 차트가 원하는 대로 발정제가 처방된일이 떠올랐다. 그 덕분에 은주를 마음껏 따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지만, 지금은 절망적이었다.
아무리 무적의 차트지만 바꿀 수 없는 것들 몇 가지 있었다.
차트가 적어둔 특이사항과 처방은 수정이 불가능한다. 추가는 가능하지만 수정과 삭제는 불가능하다.
차트가 알아서 변화할 때까지 기다려한다. 차트의 주인이 태준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부분이다.
차트의 주인은 아무도 없다. 차트가 하고 싶은 대로 할 뿐이었다. 그리고 펙트만 기입된다. 평생 무정자인지 모르고 살았던 태준에게 알려 줬고, 병원에서도 확인했다.
좆 같지만 받아드려야 했다. 난 고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