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처녀 길들이기 (1)
서나래의 집은 오래됐지만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오피스텔 건물이었다. 승현은 인사불성의 영돈을 부축하며 나래의 뒤를 따라갔다. 나래는 앞장서며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호출했다.
“주무관님은 괜찮으세요?”
“네?”
“어디 안튀었냐구요 으... 저 지금 보니 신발에도…”
“웁… 저 비위 약하니까 떠올리게하지 마요.”
나래가 찡그리며 고개를 다른쪽으로 휙 돌렸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자 영돈이 침을 꼴까닥 삼키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여기 어디야…?”
말을 맺자마자 영돈이 우웁 거린다.
“야 여기서 토하면 안 돼. 좀만 참아.”
“영돈씨 큰일나요 조금만 참아요.”
엘리베이터에서 토를 하면… 최악이다. 그래도 희망적인건 영돈이 침을 꿀꺽 삼키며 인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래가 먼저 앞서 뛰어가며 811호 앞에서 도어락을 눌렀다.
“빨리, 빨리.”
현관문을 붙잡고 나래가 승현에게 손짓했다.
“야 다왔어 좀만 참아!”
“웁…!”
“좀만, 좀만! 열걸음만 더!”
승현이 현관문을 붙잡고, 잇따라 나래는 구두를 벗으며 화장실 불을 켰다. ‘달칵’ 소리와 함께 화장실의 불이 켜지며 어두운 실내가 구분 가능할 만큼 조금 밝아졌다.
“부훼엑!!”
영돈이 화장실변기에 도착하자마자 또 한번 게워냈다.
“죄송해요… 바지 닦으면서 튄거 있나 보고 제가 청소도 해놓고 갈게요.”
“아녜요! 괜찮아요. 청소는 제가 하면 돼요.”
나래가 영돈을 바라보다가 어딘가로 가서 물티슈를 몇 장 뽑아왔다. 승현이 물티슈를 받고 더러워진 바지를 초벌세탁 하는 느낌으로 슥슥 닦았다.
“으… 샤워도 해야겠다.”
“네?”
승현이 제대로 들었나 싶어 되묻자, 나래는 자신이 한 말을 깨닫고 허둥댔다.
“아, 내 말은! 호호… 바지가 젖을 만큼 더러워졌으니까, 나라면… 에으… …찝찝하실까봐.”
승현은 문득 가슴이 두근대는 걸 느꼈다. 말그대로 샤워 해야겠다고 알려주는 말인가…? 아니면 샤워를 하고 가라는 말인가? 아 다르고 어 다른 한국어의 기묘한 뉘앙스를 새삼 느끼며 말을 곱씹는다. 하지만 영돈이가…
“어으 여기 어디야… 집 좋다. 형네 집이야?”
“아니야. 서나래 주무관님 집이야. 다 했으면 얼른 나와 영돈아…”
승현이 이를 물고 좋게 좋게 말했다. 나래는 옆에서 푸흐흐 웃는다.
“영돈씨 술 많이 먹이면 안 되겠다.”
“먹인 거 아니에요~ 영돈이 여자랑 술 마신다고 업돼서 지가 들이부은거에요.”
“호호호”
승현이 남은 물티슈로 영돈의 입을 닦아주고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넣어 부축해 끌고 나왔다. 현관 앞 벽에 기대어 앉힌 뒤 승현은 화장실 샤워기를 들어 손에 물을 묻혀 바지를 닦아냈다.
그 모습을 서나래는 아무말 없이 지켜봤고, 약간은 뻘쭘해진 승현이 생각을 하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 주무관님 문좀… 아무래도 바지 벗고 닦는게 나을거 같아서…”
“어, 어머. 그래요. 저기 가있을게요 편하게 닦고 나와요.”
스위치 소리가 나며 거실이 밝아졌다. 승현은 양말을 벗고 공처럼 말아서 세면대 선반에 올려두었다.
잠시 후, 물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젖어있는 바지를 입은 채 승현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나래는 아직 외출복 그대로인 상태로 주스 두개를 내밀었다.
“드세요. 하나는 영돈씨 드리고.”
“네 감사합니다.”
‘오전에 주스’라는 이름의 오렌지 주스. 승현이 까드득거리며 플라스틱 뚜껑을 열고 마시는 동안 서나래는 처음으로 남자를 집에 들였는데 너무 날 것 그대로의 청소 안한 집 모습을 보여주기 민망했던지, 허둥대며 옷가지 같은 것들을 치우고 있었다.
“마신 병은 거기 올려둬요. 제가 이따 치울게요.”
세탁기에 옷을 넣으며 나래가 말했다.
“네.”
승현은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했다. 어쩌다보니 우연이 겹쳐 서나래의 집까지 왔다. 퇴근할 때 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도 이 이상 뭘 어떻게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잠시 말없이 서있던 승현은 영돈을 부축해 일으키며 말했다.
“주무관님, 감사했습니다. 저희 이제 가볼게요.”
“네 잠시만요~”
승현의 시점에서 안보이는 곳, 옆방에서 나래가 말하며 나왔다. 나래는 승현이 영돈에게 신발을 신겨주는 것을 지켜보며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서 있었다. 집안 꼴이 생각치 못하게 난리여서 민망했다.
승현도 젖은 바지가 살에 달라붙어 볼품없는 모양새가 되어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나래가 그런 승현의 젖은 바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주스병 이리 주세요. 빈 병 들고 갈 필요 없잖아요.”
“네?”
“주스병. 마신거.”
서나래가 뭔가를 마시는 제스처를 취하고 차례대로 승현의 바지 주머니를 가리켰다. 그러자 영문모를 승현은 신발장 위에 빈병 하나를 가리켰다. 승현이 마시고 올려둔 주스병이었다.
“제 건 여기있고… 영돈이거는 영돈이 주머니에 있는데요…”
승현은 말하면서 귀가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서나래가 오해하며 가리킨 것이 뭘 의미하는지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보니 팬티 안에 가로로 수납해둔 승현의 성기였다. 한편 서나래는 이해를 못했는지,
“어? 그럼 그건 뭐지?”
하고 말했다. 그러자 승현이 살에 달라붙은 바지를 떼어내며 민망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거… 아녜요 이제 가볼게요 주무관님.”
“어, 어머. 그, 그래요…”
뒤늦게 이해한 서나래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두손으로 입을 가리며 승현의 고간 부위를 눈으로 쫓았다. 주스병으로 딱 오해하기 좋게 생긴 실루엣이었다.
“그럼…”
승현이 현관에서 떠나며 인사했다.
*
승현은 택시를 부르고 연지에게 온 메시지에 답장을 했다.
-밖인가봐? 집에 불이 꺼져있네
-응 같이 근무하는 동생이랑 고기먹었어. ㅋㅋ 아… 얘 토하고 난리남.
영돈은 그 사이 좀 정신을 차렸는지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며 한쪽에서 담배를 태우고있었다. 승현은 핸드폰을 보다가 영돈을 향해 소리쳤다.
“니 오늘 장난 아녔거든? 토하고? 지금 또 택시탈건데 또 토하면 진짜 안된다??”
“어… 나 졸려 빨리 가자아…”
많이 게워내는 바람에 진이 빠졌는지 영돈이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답문 빨리도 한다. 난 이제 잘거야!
토라진 어투의 연지 문자. 승현이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예약한 택시의 차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부우우웅-.
승현과 영돈 두 사람은 뒷좌석 시트에 푹 기대고서 앉아있다. 영돈은 평온한 표정으로 잠깐사이 잠들었고, 승현은 눈을 뜬 채 허공을 보고 있었다.
‘스탯창. 인벤창. 스킬창… 스탯창. 인벤창. 스킬창…’
서나래의 집까지 갔던 것이 최대의 수확(?)이었던 승현. 하지만 퀘스트가 실패할 거라 생각을 하자 착잡한 기분이라 괜히 산만하게 시야에 창을 띄우며 있었다.
‘몽마샵… 스탯창. 어??’
그 때 승현의 눈이 희열감으로 타올랐다.
성명 한승현
종족 인간 (몽마 혼혈)
서기 2001년 12월 5일 생
[근력 12/44] [지구력 15/80] [민첩 15/62] [지능 20/21] [매력 31(+8)/24] [영력 20/100]
[신장 1670mm] [체중 46.5kg]
[남은 스탯 0]
‘키가… 컸어!’
키 뿐만 아니라 체중을 비롯해 다른 능력치들도 소소하게 상승했다. 하지만 승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키가 컸다는 사실이었다. 승현의 가슴이 기분 좋게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
“하아… 하아… 하…”
서나래는 소파에 기대 앉아 자위를 하고있었다. 파자마의 단추를 3개정도 푼 채 노브라인 가슴을 왼손으로 주물렀다. 살을 파고드는 손끝이 부르르 떨렸다.
‘오늘따라…’
오늘따라 쉽게 흥분하고 쉽게 가버렸다. 아래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나래는 음핵을 꼭 누르고 빙빙 돌리다가, 움찔 움찔 거리며 얕은 오르가즘이 아랫배를 타고 오르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쾌락이 잦아들면 다시 빙글빙글 돌리고, 입을 작게 벌리고 부르르 떨다가 다시 빙글빙글 돌리는 것을 반복했다.
나래의 초점없는 눈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지구멍에 중지를 넣었다.
찔걱 찔걱- 찔걱 찔걱-
액체와 부대끼는 살 소리가 나래의 오피스텔을 은근히 채워나갔다.
찰박 찰박 찰박!
점도가 낮은 애액이 손바닥에 튀어오르며 물소리가 났다. 그 사실에 도취된 서나래의 기분도 더욱 고조되는 듯했다.
‘…오늘따라 이상해…’
음핵에 이어 손가락을 삽입해 즐기던 서나래가 고개를 꺾었다. 그녀의 몸이 천천히 쾌락으로 젖어들어갔다.
이때 서나래 뒤편의 소파에 스마트폰화면이 밝게 켜졌다. 멈췄던 찰박찰박 소리가 다시금 일정한 리듬을 타며 공간을 채웠다.
한편, 오피스텔 건물 아래에서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사람. 승현이었다.
‘오늘 밤에 택시만 3번을 탔네.’
그 중 두 번을 결제했다. 사회복무요원 월급이 모자라 어머니에게 용돈을 타서 쓰는 승현 입장에서 출혈이 크다…
“쩝. 안 읽네.”
-주무관님! 저 양말을 두고와서 ㅎㅎ… 좀 있다 찾으러 갈게요!
승현은 지금 기원을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상태였다. 술이 아직 덜 깨기도 했고, 무엇보다 스탯창에서 신장이 큰 것을 확인한 승현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승현이 잠깐 생각을 하다 인터폰으로 다가갔다.
“811호였나…?”
팔. 일. 일
인터폰의 여성 기계음이 숫자를 읊고. 승현은 신호음이 몇 번 지나는 것을 들으며 기다렸다. 자신을 비추고 있는 카메라를 보며 갑작스럽고 급격하게 후회감이 밀려들었다.
지금 이러고있는게 맞나? 잘 하는 짓인가?
811호의 서나래는 엉덩이 아래 수건을 깔고 앉아서, 쉽게 가라앉지 않는 쾌락의 여운을 느끼며 소파에 머리를 올린 채 뻗어 있었다. 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몇 번인가의 오르가즘 끝에 나래의 뇌리에서 떠오른 승현의 얼굴때문이었다.
“미쳤다. 미친 게 분명해.”
눈을 감고 고개를 꺾어 기대고있던 나래의 입에서 당혹한 음성이 비질비질 새어나왔다. 승현의 얼굴, 그리고 그의 젖은 바지에서 주스병으로 오인했던 그것…
승현과 영돈이 집에 다녀간 뒤로 그 장면들이 너무도 선명하게 머리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띵 딩딩-♩ 띵 딩딩-♩
이사 온 뒤로 거의 들은 적 없었기 때문에 나래는 처음에 스마트폰에서 나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에 손을 뻗었지만 아니었고, 간접 조명만 켜둔 어두침침한 실내에 인터폰 불빛이 팟 하고 켜졌기 때문에, 그제서야 소리나는 곳을 인지 해 일어났다.
“누구세요?”
화면엔 남자의 어깨만 보였다. 나래가 의아한 생각으로 물었다.
그러자 화면에서 승현의 얼굴이 쏙 나왔다. 순간 오르가즘을 느끼며 상상하던 승현의 얼굴이 화면에 비춰지자 나래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걸 느꼈다.
“저에요 주무관님~ 저 양말 때문에…”
“네? 머라구여? 양말?”
나래는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어보며 스마트폰을 틱틱 눌렀다. 그제서야 메시지에 승현이 양말을 가지고 뭐라뭐라 한 게 보였다.
“네 양말을 두고 와서…”
“네… 잠시만요.”
나래는 무의식적으로 문열림 버튼을 누르고, 화장실로 걸어갔다. 과연, 둥글게 말린 하얀 양말이 세면대 선반 한쪽에 놓여져있다. 나래가 양말을 들고 인터폰으로 돌아왔다.
“네 여기 있네요.”
하지만 화면엔 승현이 없다.
“어머! 나 뭐 누른거야! 어머머!”
나래가 양말을 쥔 채 허둥대며 현관으로 갔다가,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패닉에 빠진 것 같다.
“아… 안대애…”
그제서야 자신의 꼴을 자각한 나래가 서둘러 팬티와 파자마 바지를 입었다.
“얜 이시간에 뭔 양말을 가지러…!”
하필 자위를 하며 떠올린 대상이 화면에 나오는 바람에 멘붕에 빠진게 상황을 이상한 방향으로 꼬아가고 있었다.
나래는 가만히 소파에 앉아 생각했다. 손에는 여전히 승현의 양말을 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양말을 가지러? 굳이? 이 시간에?”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나래도 술이 덜 깬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잘 때는 당연히 브래지어를 안하고 잤기 때문에 아무런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채 승현을 기다리고 있다.
곧 초인종 소리와 함께 문이 똑똑똑거렸다.
“네-.”
나래는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으로 걸어가 문을 열어주었다.
문이 열리고, 현관등 아래에서 당황한 표정의 나래가 승현의 눈에 들어왔다. 오른손엔 동그란 흰 양말을 들고있었다.
“주무관님…”
“왠일이에요? 양말에 뭐 있어요? 왜 이시간에…”
그때 승현은 무심코 바라본 나래의 가슴에 튀어나온 두개의 젖꼭지를 알아챘다.
‘젖꼭지…’
파자마 차림의 그녀는 언밸런스하게 고혹적이었고, 승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서부터 이미 중발기 상태였다.
승현이 나래에게 다가서면서 양말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171cm의 나래에게 키스했다.
나래는 어정쩡하게 구부린 자세로 승현의 키스를 받았다. 밀치려 했지만 밀리지 않는다. 눈이 더 커질 수 없을만큼 커졌다. 승현의 두 손이 나래의 뒷통수를 감았고, 두 사람의 네 개의 발 옆으로 흰 양말이 떨어졌다.
“우웅…….”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