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39. 백구, 유명세를 떨치다! (1)
마녀들의 첫 방 시청률은 평균 6.7퍼센트로, 금요일 저녁 10시에 방송을 한 것 치고는 상당히 선방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주목할 만 한 것은 순간 시청률이 최고 10.8퍼센트까지 치고 올라간 장면이 있었는데, 바로 예고편이 나갈 때였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6.7퍼센트의 방송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후폭풍이 상당히 거세게 불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이 끝나고서 시청자 게시판을 시작으로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는데, 바로 박찬성이 예고편에 등장하면서 메이저를 언급한 장면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메이저를 씹어 먹고 은퇴한 박찬성이 내뱉은 말이었기에 무게감이 엄청나기도 했지만, 야구인들이 그 말을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과거 은퇴하기 전에 한국 리그에서 뛰던 중에 한 매체와 했던 인터뷰 때문이었는데, 당시 인터뷰어가 그런 질문을 했었다.
한국 리그에서 지금 당장 이 사람은 메이저에 가도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
그때 박찬성은 대답 대신 침묵을 유지했다.
야구인들은 박찬성의 그 침묵을 없다는 의미로 받아 들였고, 그 인터뷰로 인해 박찬성의 성격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박찬성이 누군가에게 자신이 책임지고 밀어줄 테니 메이저에 가자는 식의 이야기를 언급했다.
이를 두고 커뮤니티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현재 야구 커뮤니티에서 마녀들에 대한 여론의 분위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당연히 마녀들이라는 메인타이틀답게 출연진들에 대한 관심이었다.
특히, 강시연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는데, 아무래도 그녀의 첫 예능 나들이인 까닭에 어떤 모습을 보여 줄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의 일환이었을 뿐, 야구를 잘 한다거나 진심으로 임할 것이라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다.
이는 강시연 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진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니 다를까.
첫 방이 시작되고 서로간의 인사와 취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후 곧바로 시작된 체력 훈련에서부터 어수선한 분위기가 드러났다.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기보다는 마치 동네 아이들이 장난을 치는 듯한 분위기였기에 시정자들의 기대감은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변했다.
이때 시청률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 바로 강시연이었다.
믿어지지 않는 스윙과 투구. 그리고 사회인 야구 선수들보다 더 안정감 있어 보이는 수비까지지 선보이며 대번에 시청률을 원상회복 시켜 버린 것으로도 모자라 대폭 상승까지 한 것이다.
강시연을 출연시켜 시청자들로 하여금 초반 관심을 끈다는 PD의 계획은 일단 성공한 셈이라 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관심사는 박찬성이 메이저를 언급한 남성에 대한 관심이었다.
대체 그 남자가 누구이기에 박찬성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단 말인가.
박찬성과 명승부를 벌인 무명의 아마추어 영상이 크게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그 아마추어의 정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은 사실 극 소수였다.
게다가 방송에서도 강호를 박찬성과 명승부를 펼친 무명의 아마추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기에,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강호라는 존재에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강시연의 개인 훈련 자격으로 어쩌다 합류하게 된 운 좋은 야구인 정도로 인식했을 뿐이다.
그런데 박찬성이 메이저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서강호라는 야구인에 대해 네티즌 수사대들이 나서기 시작했고, 방송이 끝나고 두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박찬성과 명승부를 펼친 무명의 아마추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며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까지 왕창 투척해 버렸다.
서강호라는 해당 출연자가 과거 대구에서 일어났던 아구계 뇌물 스캔들 당시, 해당 야구부에 소속되어 있었던 사람이며, 현재는 모 액션 스쿨에 소속된 인물이라는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이름과 현재의 직업까지 공개되자 네티즌 수사대들이 또 다시 득달같이 달려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호의 신상이 인터넷에 대대적으로 까발려졌다.
동시에 과거 박찬성과의 명승부가 담긴 미튜브 영상의 조회수가 또다시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마녀들의 시청률은 첫 방 치고는 준수했지만 후폭풍은 생각 이상으로 뜨거웠고, 이 정도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방송국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일 수밖에 없었다.
‘흐흐흐! 2, 3화가 나갈 즈음해서 이걸 공개하면 시청률뿐만 아니라 화제성도 아주 폭발할 거야. 흐흐흐흐흐!’
편집실의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의 영상을 보면서 최병철 PD가 만족한 미소로 키득거렸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어떤 남자가 잔뜩 흥분한 채로 날뛰고 있는 멧돼지를 활로 사냥하는 영상이었다.
‘대박이야. 대박.’
그도 이 영상의 존재를 알고 있기는 했다. 당시 뉴스를 통해 그 영상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리얼 예능을 찍다 보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야외 촬영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의 경우 산간지방에서 촬영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는데, 이때 멧돼지나 산짐승과 조우하는 일이 심심찮게 있다.
특히, 강릉의 한 야산에서 촬영을 할 당시 겪었던 사건은 지금도 최병철 PD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을 정도였다.
수십 미터나 떨어져 있던 멧돼지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서 달려오던 모습은 가히 공포 그 자체였다.
어찌나 빠른지 어! 어! 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거리를 주파하고 컨테이너 차량으로 뛰어 들어 난장을 부리던 멧돼지를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었다.
그런 멧돼지를, 그것도 광분한 상태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고 있던 멧돼지를 활로 사냥해 버렸으니 최병철 PD의 입장에서는 더욱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대단하다고 느끼기는 했었지만 딱히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기에 단순한 흥미 거리에 불과할 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강시연이 촬영해서 보내준 장면을 보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말았다.
강시연은 찍은 영상에는 강호와 훈련을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야구 용품이나 장비를 산다는 명목으로 강호와 함께 외출을 하며 식사를 하거나 거리에서 데이트를 하는 듯한 장면들도 섞여 있었다.
이런 전개는 사전에 합의된 것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썸을 타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찍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한 영상에 두 사람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 오하영이 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만 해도 최병철 PD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강시연과 오하영이 친하다는 것은 연예계에서는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나눈 대화가 최병철 PD의 관심을 끌었다.
그날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시작으로 오고간 대화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최병철 PD의 머릿속으로 예전에 보았던 뉴스가 떠올랐다.
영화촬영장을 습격했던 멧돼지와 그 멧돼지를 사냥했던 대역배우에 대한 뉴스.
‘그 대역배우가 강호씨였다니. 이런 초대박 같은 우연이!’
이건 정말로 시청률을 거저먹으라는 소스나 다름이 없지 않은가.
문제는 이 영상이 대박인 것과는 별개로 마녀들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전혀 상관없는 영상이라는 점이다.
이런 영상을 무턱대고 방송에 내보내었다가는 시청률 올리려고 생쇼를 다한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 분명했다.
결국 방송에 내보낼 적절한 타이밍과 개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인데, 쉽게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같이 편집을 하며 영상을 보고 있던 조연출의 한 마디가 최병철 PD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크! 이거 오하영씨의 인터뷰라도 하나 따서 붙여 넣으면 정말 그림이 완벽해 질 것 같은데 말입니다.”
오하영의 인터뷰라는 말에 최병철 PD의 눈앞으로 시청률 그래프가 잠시나마 껑충 뛰어 오르는 장면이 펼쳐졌다.
영화 촬영장 멧돼지 습격 사건은 지금도 간간히 화자가 되고 있을 정도로 큰 화제성을 불러온 사건이었다. 그런데 오하영은 심리적인 안정과 영화 촬영을 핑계로 그와 관련한 모든 인터뷰를 거절했다.
지금도 그날의 사건에 대해 오하영과 인터뷰를 시도하려는 방송사가 있는 실정인데, 만약 그 인터뷰를 마녀들에서 하게 된다면 시청률 상승에 큰 효과를 볼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역시나 뜬금없다는 점이다.
“무슨 상관입니까? 시청률만 잘 나오면 되지.”
최병철 PD의 고민에 조연출이 그런 식으로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자연히 혀를 찰 수밖에 없다.
“방송이 장난이냐? 아무리 예능이라도 정체성은 지켜야지.”
“그냥 이참에 오하영씨도 우리 프로에 섭외하시죠?”
그렇게 말하며 눈을 반짝이는 조연출의 모습에 최병철 PD가 혀를 찼다. 그러다 이놈이 핑크캣츠의 팬덤인 핑구루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섭외가 장난이냐? 응? 그나마 지금 있는 사람들도 겨우 섭외를 했구만. 게다가 내가 누누이 말했었지? 방송을 이용해서 개인적인 사심을 채우지 마라고.”
“사... 사심이라니 거 무슨 말을.”
“우리 같은 PD들이 절대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게 뭐라고 했어? 방송을 이용해서 사적으로 사심을 채울 때라고 했어. 안 했어?”
단호하게 하는 말에 조연출도 찔끔하고는 대꾸를 하지 못했다.
몇 년 동안 최병철 PD 밑에서 일하면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PD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절대로 사심을 채우려 하지 마라.]
그것은 악마의 유혹이며 타락의 구렁텅이를 향해 제 스스로 몸을 내 던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최병철 PD의 조언이었다.
조연출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생각한다고 해서 그대로 따를 수 있는 법이던가.
핑크캣츠 팬덤인 핑구루의 일원이자 오하영의 열혈 팬이다 보니 조연출로서는 못 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