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화 배달 노출 _ 1화
배달 노출 _ 1화
지수와 나는 어제 약속한 대로 요트 여행이 끝나자마자 집 근처로 가는 길에 사장님 차에서 내려 근처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모텔을 가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지 않아?”
“그러기에는 이미 점심시간이 지났는데요?”
“하긴 배는 고프다!”
“선배 배고파요?”
“응! 밥 먹고 들어갈까?”
“그냥 모텔 들어가서 시켜 먹는 거 어때요?”
“그럴까? 그것도 괜찮지!”
한참이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근처 모텔을 찾던 지수는 깔끔해 보이는 방 사진들을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선배! 여기 어때요? 대실 시간도 엄청 길다는데?”
“음… 깔끔하고 좋아 보이긴 하네!”
“그러면 여기로 갈까요?”
“그래!”
우리는 그녀가 찾아본 모텔로 향했고, 나는 길거리를 따라 걷는 내내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분명히 걸은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체감상 이미 한 시간은 버틴 것 같았고, 방 열쇠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곧장 가방을 집어 던지며 화장실로 향했다.
지수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나를 바라봤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기고는 바닥에 떨어진 내 가방을 주워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변기에 앉은 나는 어제 요트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대체 누가 술로 관장한다는 생각을 한 거야!”
한참이나 화장실에 앉아있던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방으로 향했다.
그러자 지수는 어느새 남자로 변한 모습을 한 채 의자에 앉아서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보는 그의 모습에 흠칫 놀라며 조금은 주눅이 들어 버렸고, 눈을 아래로 내리깐 채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했다.
“어우… 어색하다, 야…”
“이 모습이요?”
“응…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그는 당연하게도 여자의 몸일 때 입던 옷을 한 쪽에 곱게 벗어두고, 모텔에서 제공되는 샤워 가운을 걸치고 있는 상태였다.
그는 샤워 가운을 살짝 들쳐 자기 자지를 흘끗 쳐다보고는 해맑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아… 그리웠지, 뭐예요”
“야아… 굳이 그렇게 들춰서 확인할 필요는 없지 않아?”
“잘 있는지 확인은 해줘야죠!”
“잘 있어 보이네…”
“그새 봤어요?”
“형체만 보였어! 형체만!”
“그렇게 성급하지 마요~ 일단 밥부터 먹을까요?”
“그래! 뭐 시켜 먹을래?”
나는 당연히 집에서 하는 것처럼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지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야…”
“왜…! 왜!”
“역시 남자의 몸은 반응이 빠르네요.”
“반응?”
“여자의 몸일 때는 선배가 벗은 걸 봐도 그냥 따먹고 싶다가 전부였거든요?”
“...?”
“근데 남자가 되고 나니까 따먹어 죽여버리고 싶어요"
“?”
“뭐 그런 느낌이 있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너무 신경 쓰이는데?”
그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배달시킬 만한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눈빛까지 초롱초롱하게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너… 그런 눈빛 하지 마! 뭔가 불안하단 말이야."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
“왜! 한 번 하고 밥 먹자고? 그런 거면 시켜두고 그동안 해도 되잖아…”
“아니요! 그런 거 말고요!”
“그럼…?”
“분명히 배달 오는 사람은 남자겠죠?”
“그렇겠지…”
“요즘은 앱으로 결제하고 음식을 받으니까, 배달원을 만날 일이 없단 말이죠…”
“문 앞에 두고 가는 게 보편적이니까?”
“그러면 만나서 결제하기로 한다면?”
“배달원을 직접 마주해야겠지?”
“맞아요!”
“...그래서?”
“그 사람을 상대로 재밌는 거 한 번 해볼까요?”
“아니! 벌써 재미없어!”
“에이… 들어보지도 않고 그러면 어떡해요!”
“들어나 보자! 말도 안 되는 소리면 그냥 무시하고 내가 주문할 거야"
“우선 다 벗은 모습으로 샤워 가운만 입고 있는 거예요!”
“그러고 나가서 음식을 받으라고?”
“네! 그럼, 배달원 눈이 휘둥그레지겠죠?”
“뭐…”
“물론 샤워 가운은 반쯤 열어두는 거예요! 속옷도 입지 않았다는 걸 어필하는 거죠!”
“응… 그리고?”
“결제를 하고 나서 음식을 받은 다음은… 뭐…”
“뭐!”
“선배가 하기 나름이겠죠! 그냥 간단한 노출 정도로만 생각해 보는 거 어때요?”
“너 저번에도 야외 노출한다고 그런 사달을 일으키고는! 또! 또!”
“저는 노출이 좋나 봐요…”
“남자 모습을 하고는 그렇게 말하지 마… 더 변태 같아"
“지금이라도 다시 여자로 돌아갈까요?”
“아니야… 적응해 볼게"
“그래서 어때요? 한번 해볼래요?”
“배달원이 그냥 가 버리면?”
“그냥 노출하고 끝나는 거죠?”
“그럼 그냥 안 가면?”
“음… 섹스까지 하기는 좀 그러려나?”
“흐음…”
“뭐 정 안되면 입으로 해주고 보내는 거 어때요?”
“입으로?”
“네!”
“그럼 너는? 그냥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당연히 그 배달원이 도망칠 거 같은데?”
“저는 화장실에라도 숨어 있어야죠!”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아니면 아예 방을 나갈까요?”
“그러면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역시 선배도 저한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거군요?”
“아니야!”
“그래서 할 거예요? 말 거예요?”
나는 빤히 얼굴을 바라보는 그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히고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야… 오늘은 너한테… 맞춰주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럼 한다는 거죠?”
“그래… 알겠어! 한다! 해!”
“좋아요! 그럼, 뭐 시켜 먹을까요?”
“불어 터지지 않을 만한 거로?”
“뭐… 그건 그냥 알아서 시켜볼게요."
“응! 난 메뉴별로 신경 안 쓰니까"
“그러면 씻을래요?”
“씻어? 왜?”
“아까 요트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한 거 아니에요?”
“그건 그렇지… 난 이따가 우리가 하기 전에 씻으려고 했는데?”
그는 나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씩 웃어 보였다.
“에휴… 알겠다. 알겠어! 씻으면 되잖아!”
아마 그는 이따가 올 배달원과 내가 무언가를 하기를 바라는 눈치인 것 같아 보였다.
그렇게 반쯤 억지로 욕실로 들어온 나는 욕조에 물을 받아두고, 그 안에 들어가 몸을 씻어내며 생각에 잠겼다.
‘배달원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게다가 요즘에는 다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니까 헬멧을 쓰고 돌아다닐 거 아니야…? 그럼 얼굴도 못 보는 상태에서 그런… 아휴… 모르겠다…’
그렇게 야속한 시간은 흘러가고, 갑자기 지수가 욕실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선배! 이제 픽업 완료했대요! 빨리 나와요!”
“알겠어…”
나는 몸에 묻어있는 물기를 닦아내고는 그가 바란 것처럼 속옷조차 입지 않은 채 샤워 가운을 걸치고 욕실을 나섰다.
그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
“머리가 살짝 젖어있는 것도 설정인가요? 그런 거라면 대성공인데?”
“드라이할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거거든?!”
“뭐… 좋은 핑계네요."
“그래서 뭐 어떻게 하면 돼?”
그러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샤워 가운 위로 묶은 끈을 풀어 버리고는 일부러 샤워 가운을 살짝 벌려두며 내 맨살이 전부 드러나게 만들어 버렸다.
“이건… 너무 노골적이지 않아?”
“오히려 저는 지금 목줄이나 야한 코스튬이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인데요?”
“그건… 좀…”
“그러니까 이렇게라도 해야죠?”
“하아… 그러면 이제 뭘 어떻게 해?”
“최대한 선배가 먼저 제안해 봐요."
“제안?”
“유혹하라는 거죠"
“유혹이라…”
“입으로라도 해줄 것처럼 굴어 봐요."
“그런 건 어떻게 하는 건데?”
“그건… 저도 잘…”
“뭐야 그게!”
“어? 다 와 가나 봐요!”
“어떻게 해!”
“저는 일단 숨을게요!”
“어…?”
그는 내 어깨를 토닥이며 욕실로 숨어들었고, 일부러 문을 살짝 열어 소리를 들으려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렇게 덩그러니 방 안에 남아버린 나는 우두커니 문 앞에 서서 배달원이 오기만을 기다리게 되었고, 그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려왔다.
나는 괜히 긴장되는 마음에 침을 한 번 꼴깍 삼키고는 일부러 시간차를 두고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24,000원이요"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배달원은 이런 내 모습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한 손으로는 음식이 든 봉투를 내밀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열심히 핸드폰을 바라보며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나는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수가 아쉬워하지는 않을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만약에 이번 배달을 그냥 이렇게 넘겨 버린다면 분명 지수가 또 다른 배달을 시켜서 다시 시도하자고 할 게 뻔했다.
나는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지수와 눈이 마주치고는 짧게 한숨을 내쉰 다음 고개를 똑바로 들어 배달원을 바라본 채 헛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크흠흠… 크흠…!”
그러자 그는 그제야 고개를 들며 나를 바라봤고, 순간 몸이 뒤로 물러나며 흠칫 놀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