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79화
79.
“나... 여자도 있다.”
“아이 씨... 야! 임마! 그게 어떻게 별거 아니냐? 너 정말 정신이 있는 거야? 차라리 그럴 거면 제수씨 더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네 재산 다 주고 이혼을 해. 이게 뭐야? 제수씨는 독수공방하게 만들고, 넌 어린 여자와 그런 짓을 하고 다녀?”
“아니... 그게.”
“왜? 내 말이 틀려?”
“아니 다 맞아. 그런데... 그게 더 아닌 거 같아서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마누라도 다 아는 거 같아. 내가 아까는 이렇게까지 깊이 이야기할 줄은 몰라서 그냥 대충 이야기했는데...”
“그럼 제수씨가 니가 여자가 있다는 것을 다 안다고? 그리고 너는 제수씨에게만 발기가 안 된다는 것도 다 알고?”
“응. 그런 거 같아. 정확하게 말해서는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어. 그런데 최근에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느낌?”
“응. 그러니깐 나에게 더 이상 섹스를 요구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모습이 최근에 많이 변했거든. 저번에는 나에게 뭔 짓을 해도 좋은데... 애가 힘들어할만한 상황이 터지지 않도록 행동을 조심하라는 이야기한 적도 있어.”
“아... 안다고 봐야 할 것 같네...”
“응. 그렇겠지.”
“그래서 넌 기껏 생각한 게 제수씨에게 남자를 붙여주자는 거야?”
“아니야. 그런 거... 집사람 성격에 그걸 문제 삼으려고 했다면 이혼해도 언제 했지. 너도 알잖아. 그 사람 성격.”
“응. 알지. 하긴 널 이해 못 하겠다고 생각했으면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지.”
“내 말이... 그런데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거야. 그 뒤로는 그런 직접적인 말은 한 적도 없고.”
“너 재수씨의 그런 행동이 겁나는 거야?”
“겁? 음... 그게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니야. 그냥... 뭐라고 할까? 가련해 보이고, 불쌍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깐 나랑 살아서 저렇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나더라고.”
“아~ 마누라 보면 눈물이 나는 놈이 여자를 따로 만난다?”
“휴... 그래.”
“내 생각에는 이건 그냥 네가 제수씨에게 남자 한 명 붙여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넌 큰 잘못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 물론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는데... 아무튼 넌 그런 상황이잖아.”
“응. 그렇지.”
“내 생각은 그냥 속 시원하게 그냥 다 털어놔. 그러니깐 잘못을 말하는 고해성사의 느낌이 아니라 그냥 니 마음속에 있는 마음을 제수씨에게 담담하게 말해 보라는 거지. 우리나라 부부들이 부부 사이에 대화가 제일 적다는 연구도 있을 만큼 서로가 대화가 없다고 하고, 너희도 아마 그럴거로 생각돼.”
“뭐. 그렇지.”
“그러니... 같이 회사를 만들어서 이렇게까지 성장시킨 거. 그리고 너의 삶, 그리고 네가 제수씨를 보는 눈이 어떻게 달라진 건지 등등 속 시원하게 말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 후에 제수씨의 말도 있을 것이고, 그리고 요구하는 것도 있겠지. 뭐. 이혼해 달라는 것도 있을 수 있고, 혹은 다 용서할 테니 여자와 헤어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뭐 아무튼 네 전부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
“나도 그런 생각이 좀 있었어.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 그래서 한 번은, 적어도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긴 했어.”
“내 생각에 그러한 앙금? 마음? 뭐라고 표현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너에게도 그러한 것들이 쌓여서 제수씨랑 섹스를 못 하는 것일 수도 있거든.”
“음...”
“아무튼, 그런 마음들이 다 정리되고 난 다음에 뭐 남자를 붙여주든 해야지. 지금 그냥 남자만 해주는 건 정말 아닌 거 같다.”
“그래... 나도 네 이야기를 듣고 나서 더 확신이 드네. 이런 건 질질 끌 필요가 없지. 내일이라도 한 번 이야기해봐야겠다.”
“아무튼 응원한다. 아까 네 말대로 완벽한 가정은 없어. 상처를 서로 보듬고 살아봐.”
“고맙다. 오늘 널 진짜 잘 만난 거 같아서 너무 좋다.”
우리는 이렇게 대화를 마치고 헤어졌다.
철우는 내일이라도 제수씨와 이야기한다고 말해 놓고선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는 것 같았다.
휴... 문제가 많은 녀석...
그래도 모든 것이 잘 풀렸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난 집에 돌아와 바로 잠을 청했다.
내일이면 밑집 여자가 올 것이기에 잠이 너무 부족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지금 자도 이미 너무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자야 내일 활동이 가능할 것 같았다.
***
-딩동~ 딩동~
초인종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창문을 보니 햇볕이 가득 찬 것을 보아 절대 아침은 아니었고,
내 몸의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을 보아 꽤 오랫도안 잔 것이 분명했다.
난 벌떡 일어나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일단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밑집 여자가 초인종을 누를 일은 없다.
“누구세요?”
“아. 접니다.”
“아!”
사장님이다. 난 황급히 문을 열었다.
“아이고. 아직 주무셨어요?”
“아...예 그게 어제 좀.”
“무리하셨구나.”
“예. 그렇게 되었네요.”
“과장님. 오늘부터 공사하려고 하는데요. 그게... 일단 따라와 보시죠.”
그렇게 말하곤 그는 집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화장실로 향했다.
“과장님이 말한 게 공사가 제법 복잡할 거 같습니다. 뭐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구요. 또 저에게 매우 어려운 공사라는 엄살을 피우는 것도 아닙니다.”
“예.”
“다만, 절차가 있다 보니 화장실을 쓸 수가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거의 한 4일 이상은 화장실을 못 써요. 괜찮으시겠어요?”
“어쩔 수 없죠. 화장실은 제가 어떻게 해결하겠습니다.”
“아... 그 문제가 제일 큰 거 였는데, 다행입니다.”
“아... 제가 화장실 쓰는 문제가 제일 큰 문제였다구요?”
“예. 나머지는 저희 기술에 맞춰 하는 거라. 별문제 없거든요. 쉽게 이야기해서 시간만 흐르면 되는 거. 뭐 그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그는 프로의 느낌이 철철 흘러 넘쳤다.
“일단 공사는 화장실에 있는 것을 전부 뜯어낼겁니다. 그리고 벽을 조금 파서 배관 위치도 바꿔야 하구요. 변기 위치를 안 바꿔서 그건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 쪽 방향에 세로, 가로는 동일하게 000cm, 높이는 000cm로 욕조를 만들건데, 쉽게 이야기해서 대중탕 같이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방수검사는...”
그는 내 화장실에 대해서 공사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런데 난 그 설명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공사를 하는 건 사장님이 할 일이다.
난 내 요구사항을 다 말했고, 사장님은 그걸 다 반영했다.
각자 맡은 것만 잘하면 된다.
“아시겠죠?”
“예.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일정은 거의 일주일은 족히 들 겁니다. 방수시험평가 시간도 있어서요.”
“그러니깐 사장님 말씀은 일주일은 다른 곳 화장실을 써야 한다는 거죠?”
“쉽게 이야기하면 그렇죠. 변기를 살려서 맨 끝에 할 수도 있는데..”
“아닙니다. 그냥 해주세요.”
어차피 상가 건물에 화장실이 있고, 어차피 씻는 것은 헬스장에서 씻어도 되는 부분이라 내 처지에서 공사기간을 늘여야 할 만큼 크게 신경 쓸 것이 없었다.
“오오... 과장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훨씬 쉽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런데... 저희 자재 옮기고 하면 시간이 좀 걸리니 그동안 화장실 쓰세요.”
“아... 그래도 되겠습니까?”
“예. 과장님 다 쓰시고 나면 공사 바로 시작하지요.”
나는 쫓기듯 화장실로 들어가 용변을 보고 몸을 씻었다.
난 몸을 씻으며 밑집 여자가 왜 오질 않았는지에 대해서 궁금했다.
절대로 그냥 지나칠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난 화장실을 사용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어차피 첫날에서 둘째 날까지는 집안에 있지를 못한다.
미리 관리실에 통보를 해서 전파는 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도 집에 있질 못할 정도일 것이다.
난 어딘가로 나가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했다.
집에는 귀중품도 그리 없다.
인감도장이나 통장, 반지 등은 작은 가방에 보관하고 있어서, 내가 가지고 나가서 차에 보관하면 된다.
난 그렇게 생각한 대로 짐을 챙기면서 휴대폰을 봤다.
역시나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어제 무리한 거 같아서 일부러 안 깨웠어. 기다리려다가 화장실 공사 업자가 오기라도 하면 곤란할 것 같아서 그냥 나왔어. 오늘 못 가도 되니 너무 신경 쓰지마. 그래도 혹시 갈 수 있으면 전화줘.
난 그녀에게 바로 전화했다.
-여보세요?
-일어났어?
-응. 화장실 공사 업체 사장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풉... 그게 뭐야~ 아까 당신 집에 갔는데. 방에 술 냄새가 약간 나길래 일부러 안 깨웠어.
-그냥 깨우지 그랬어.
- 아니야. 그런데 이젠 완전히 일어난 거야?
-응. 우리 어디 가기에는 너무 늦었나?
-음... 그건 아니야. 내가 당신 집에 간 뒤로 아직 1시간도 안 되었어.
-그래? 다행이다. 그럼 출발하자.
-지금 가도 돼? 몸은?
-몸? 상태 완전 좋아. 당신 알바는?
-저번에 말했잖아. 오전으로 바꿨다고...
-아. 맞다. 그럼 더 문제없겠네. 출발하자.
-그럼 우리 만나는 곳에서 만나. 20분 뒤에.
-20분 뒤? 준비 다 하고 기다리고 있었구나?
-당연하지. 꽃단장 다하고 찾아간 거였거든?
-아. 미안. 거기서 만나.
-응. 끊어
난 전화를 끊고 가방을 싸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사장님. 집 번호가 0000입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럼 공사비는 미리...”
“아닙니다. 다 하고 주세요. 제가 그 돈 당장 필요할 만큼 힘들면 안 되죠. 하하하”
“예 알겠습니다. 고생들 하세요. 아 참. 냉장고에 음료수 등은 마음대로 드세요.”
“예 감사합니다.”
난 사장님과 대화를 마치고 차로 내려왔다.
차에 타서 시동을 걸고 운전을 하려는데, 저기 앞에 날씬한 여자가 아파트 정문을 나가고 있었다.
밑집 여자였다.
긴 겉옷으로 뭘 입고 있는지는 몰라도 꽤 공들인 모습처럼 보였다.
난 그녀를 지나쳐 약속 장소로 갔다.
마치 첩보영화처럼 접선 장소로 가는 동안 우리는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풉...
불륜이 이렇게 까다로운 거였다.
“호호홋 아까 지나가는 거 봤지롱~”
“응. 나도 당신 봤어. 멀리서 먼저 봤는데도 당신인 줄 딱 알겠더라.”
“어떻게?”
“이 아파트에서 당신 만큼 날씬하고 예쁘고 스타일 좋은 여자가 또 있으려고?”
“풉... 오늘 늦었다고 아부하는 거야?”
“음... 난 진실을 말한 건데... 그 이유도 조금은 있겠지?”
“풉... 뭐야~ 아 참 공사 시작하더라?”
“응.”
“그런데 집을 막 비워놔도 돼?”
“응. 그래도 될 것 같아.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또 집에 가져갈게 없어. 그나마 귀중품들은 차 트렁크에 실었어.”
“아... 그렇구나. 귀중품. 내가 맡아줄까?”
“아니. 괜찮아. 그리고 귀중품이라고 해 봐야. 인감도장, 통장, 반지 목걸이 정도인데... 뭐 누가 훔쳐 가도 크게 타격 받을 건 없어.”
“오늘 우리 어디로 갈 거야?”
“미안한데... 아직 생각을 못 했어. 일단 시승식이니 드라이브는 좀 해야 할 것 같고...”
“그럴 줄 알고 내가 생각해 뒀지롱~”
“오오...”
“어차피 시간도 별로 없고 해서 뭐 큰 계획도 없어.”
“그래도 정말 고마운데?”
“나중에 별거 없었다고 말하지나 마.”
“알았어. 그런데 계획이 뭐야?”
“음... 일단 당신 속풀이 하러 식당으로 갈건데. 여기서 조금 먼 곳으로 알아봤어. 그리고 가는 도중에 한 곳에 들러야 하고.”
“식당가는 도중에 들러야 한다고?”
“응. 음... 차에 본처 보짓물 묻혀 놔야 하기에 그 장소를 잘 선정했지.”
“큽... 그게 뭐야~”
“왜 웃어. 난 심각한데... 후처 보짓물부터 묻혀놨잖아.”
“뭐야~ 둘이도 질투 같은 거 하는 거야?”
“당신에 대해서는 그래. 이상하게.”
“알았어. 장소 찍어 줘. 거기서 실컷 묻혀놔. 내가 이 사람 본처다라는 것을 차가 알게 말이야.”
“호호홋. 그래야지.”
그녀는 목적지를 네비에 찍었고, 난 차를 출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