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미쳐버린 딸쟁이와 탈출
한 시간 정도의 질퍽한 섹스 끝에 내위에서 허리를 흔들다 탈진한 듯 기절해버린 여성을 잠시동안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나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보면 볼수록 어디가 꼬맹이랑 닮았는지 알 수가 없네... 완전히 다른 인간인데 말이야)”
굳이 말하자면 여성은 꼬맹이보다는 나와 더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사람의 온기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있다는 점이라거나, 섹스에 엄청나게 굶주려 있다는 점이라거나... 특히 혼자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싫다는 점이 무척이나 나와 닮아있어 혐오감마저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 푸흐 빌어먹게도 아주 토악질이 올라오는 상황이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보는 듯한 좆같은 감각에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다가 여성의 보지에서 자지를 뽑아낸뒤 옆에 뒹굴고 있던 이불을 여성에게 대충 덮어주었다.
“아응...더..더해..”
“진짜 엄청 밝히네 꼬맹이가 나를 상대해주던 기분이 이런건가?”
여성의 잠꼬대에 나는 곧장 겉옷을 챙겨입고 몸을 일으켰다. 산책이라도 해야 이 좆같은 감정이 가라앉을 것 같았다.
“(...순찰이라도 돌면서 시간을 보낼까)”
◆
복잡한 마음에 담배를 주구장창 피우면서 좀비들이 두드리고 있는 철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어느덧 창문을 통해 따뜻한 햇볕이 들어왔다.
“(아침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려나 아니면 불행하다고 생각해야 하려나)”
하다못해 헬리콥터나 다른 생존자들이 지나갔더라면 좀비들의 시선이 분산되어 편하게 탈출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기에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꼬맹이가 좀비에게 물렸을 때 신은 이미 나를 버렸다. 그런 행운이 나에게 따를 리 없지.
“앗! 저기, 어제는 죄, 죄송했어요 많이 히,힘드셨죠?!”
마음속으로 나를 버린 신에 대한 원망하며 마지막으로 손에 남아있던 돛대를 바닥에 비벼 꺼버리자, 타이밍 좋게 깊게 잠이 들어있던 여성이 달려와 내 앞에 섰다. 잠깐 그것보다 왜 알몸으로 달려온거야? 지금 유혹하고 있는 건가 이거?
“...저기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는 건 좋은데 지금부터 한판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옷을 좀 입는 게 어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는지 헉헉거리며 헐벗은 몸으로 고개를 숙여 풍만한 가슴의 탄력을 보여주는 여성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축복받은 공간에 짱박혀 있지 않았다면 분명 이런 얼빠진 여성은 바깥에서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좀비 밥이 되어버렸을 게 분명해 보였다.
“(뭐, 몸매는 좋으니 운이좋다면 육변기로 살아남았겠지.)”
“앗...”
내 타박에 그제야 자신이 알몸이라는 것을 눈치챘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다급히 몸을 웅크려 중요 부이를 가리는 여성, 할 거 다해놓고 이제 와서 창피하다는 건가? 꼬맹이도 그렇게 여성이란 생물은 알다가도 모르겠네
“그, 그게 사라져 버리신 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포,폭주해 버린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하아...됐고 그상태로는 대화도 제대로 못할 것 같은데 그렇게 창피하면 이거라도 입고 있던지 ”
내가 걸치고 있던 겉옷을 벗어 여성에게 건네주자 여성은 잠시 옷을 내려다보며 고민하는 듯했지만, 선택에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지못해 옷을 입었다.
“에헤헤... 옷이 헐렁 헐렁하네요”
“옷도 입지 않고 뛰어다녔던 걸 눈치조차 채지 못하다니 얼마나 얼빵한거야...? 너를 옆에서 보고 있으면 진짜 버리고 도망치고 싶어지는 거 알고는 있어?”
“...”
자기혐오와도 같은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자 여성이 충격받은 듯 비틀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버리지 말라는 강아지 같은 얼굴에 솟아올랐던 혐오감을 꾹꾹 눌러 담아 마음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혔다.
“...장난이니까 울 것 같은 표정 하지 마”
나와 이 여성은 전부 똑같지는 않았다. 그저... 그저 이 빌어먹게 답답한 성격이 비슷할 뿐 나의 자기혐오에 상관없는 여성까지 끌어들여선 안 된다.
“그, 그런 장난 치지 말아 주세요.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요?”
드물게도 화를 내고있는 여성은 토라진 듯 볼을 부풀리며 나에게 달려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내가 꼬맹이를 통해 이 병신같은 세상에서 이성을 유지하려 했듯이 이 여성 또한 나를 버팀목으로 쓰려는 것뿐이겠지.
“그래그래 알고 있어 만약 내가 너를 버리고 도망친다면 너는 곧장 자살하려고 할거잖아? 뒷맛이 역해서 나는 그런짓 못해”
꼬맹이가 나를 버리려 한다면 나 또한 그랬을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대답하자, 여성은 아무런 말 없이 내 배에 얼굴을 밀착한 채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내 몸의 냄새를 잔뜩 들이마셨다.
“야야 변태냐?! 냄새맡지 말고 진정됐으면 떨어져 봐 여기서 탈출할 방법을 말해줄 테니까 너도 들어야 하는거야!”
나는 여성이 충분히 진정되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고, 내 냄새를 만족할때까지 들이마신 여성은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고 내몸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잘들어 진짜로 싫지만, 내가 뒷문으로 나가서 좀비들의 시선을 끄는 미끼 역할을 할 거다”
만약 어제 감정을 전부 토해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서든 꼬맹이를 끌어안고 미끼역할을 했겠지만, 지금의 난 어느 정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였기에 담담한 표정으로 여성의 눈을 마주 보았다.
“네가 꼬맹이를 지켜야 해 내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이니까... 부탁 좀 하자”
“... 채, 책임이 막중한 직책이네요 그, 그래도 제가 쓸모 있다는 걸 보여드릴 기회일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고개를 숙여 부탁하는 모습에 여성의 의욕에 불이 붙은 것 같아 나는 다급히 손을 휘저었다.
“어젯밤 내내 생각해서 나온 작전이 이거 하나뿐이라 어쩔 수 없이 너에게 맡기는 거야 큰 기대는 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들뜨지 말고 차분하게 해”
“아, 알고 있어요. 그래도 꼬맹이분이 있는 이상 저를 버리고 가지는 않겠죠. 에헤헤...”
여성은 잠깐 주춤하긴 했지만, 꼬맹이 덕분에 자신이 버려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었는지 어색한 미소를 그려보였다.
“그렇게 생각해서 안심한다면 다행이지만 내가 바로 앞에 있을 때 만이라도 그런 걸 입 밖으로 꺼내지 말아 줬으면 좋겠는데? 약점을 이용하려는 것 같아서 불쾌하거든”
“죄, 죄송해요”
“쯧, 어쨌든 내가 밖으로 좀비들을 유인하는 사이 너는 밖에 새워져 있는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꼬맹이와 함께 나를 기다려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절대 출발하지 마 알아들었어? 절대다”
“넵! 저,절대 먼저 출발하지 않을게요”
내 말에 호응하듯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는 여성, 이렇게 믿음직 스럽지 않은 사람이 또 있을까?
“쯧... 더생각해봤자 나만 손해겠지 자 받아 밖에 오토바이 열쇠다”
들뜬 여성을 갈궈 약간이나마 진정시킨 나는 혀를 차면서 계속 작전에 관해 설명한 후 여성에게 오토바이의 열쇠를 던져주었다.
“아, 읏!!”
여성은 내가 던진 열쇠를 어떻게든 잡기 위해 몸을 날렸다가 그대로 바닥에 성대하게 넘어져 버렸다.
“혹시나 해서 다시 말하는 건데 배신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거야 내가 어떻게 해서든 찾아서 찢어 죽여버릴 거니까‘
사람의 온기에 무척이나 굶주려있는 지금 상태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구해주려는 사람을 배신할 만큼 여성의 정신상태가 건강하지 못해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나는 나에게 다짐하듯 여성에게 말을 내뱉었다.
“저, 절대 배신하지 않을게요 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무사히 돌아와 주세요”
“혼자라면 저딴 시체 덩어리들 사이에서 며칠은 버틸 수 있으니 괜한 걱정 하지 말고 오토바이나 잘챙겨”
“... 거, 거짓말이면 용서하지 않아요 절대로 절대로 무사히 돌아와 주세요”
“그래, 그래 너도 바깥에 좀비들이 전부 사라졌다고 신나서 바로 밖으로 나오지 말고 10분은 이 안에서 기다려서 동태를 살펴, 행동이 느려서 나를 뒤늦게 쫓아가려는 녀석이나, 아직 본 적 없는 변종이 명령을 내려서 바깥에 있을 수도 있으... 읍!”
걱정스럽게 고개를 돌려 여성에게 주의를 주던 도중 여성이 갑작스럽게 입을 맞춰왔다. 너무 밝히는거 아니야 이거? 나야 좋지만...꼬맹이를 볼 낯이 없잖아 바람피우는 것 같아
“... 너 말이야 진짜 이런상황에 와서도 밝히는거냐?! 지금까지 어떻게 혼전순결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야? 이런 여자친구를 한번 못따먹고 죽어버리다니 남자친구만 아쉽게 됬어”
“...그런말 하지마세요”
“...미안”
지금 꼬맹이의 얼굴을 보면 평정심이 흔들릴 것 같았기에 나와 여성은 곧장 어제보았던 묘가 잔뜩있는 뒷문으로 향했다.
...
“...다녀오세요!”
어색한 침묵 끝에 도착한 뒷문앞에선 내가 여성을 내려다보자, 여성은 밝은 목소리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꼬맹이를 잘부탁한다”
밝은 목소리였긴했지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게 느껴지는 여성의 머리를 나도모르게 쓰다듬은뒤 미련없이 높이 설치되어있는 담장을 단숨에 올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