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미쳐버린 딸쟁이와 학교 (12)
[타앙-!]
분명 코앞에 있는 대장의 머리를 정확하게 조준했음에도 불구하고 총알은 엉뚱하게도 대장의 뒤편에 서 있던 한 녀석의 가슴을 꿰뚫었다.
“...어...라?”
어이없게 대장 대신 권총에 맞은 녀석은 자기 몸을 꿰뚫은 탄환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구멍이 뚫린 부분을 바라보다 피를 내뿜으며 허무하게 절명했고, 쓰러지는 동료를 돌아보던 대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런 유일한 기회였는데 안타깝게 됐네”
남은 탄환은 총 2발, 총구가 휘어져 있는 건지 아니면 다른 부품에 이상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총알 또한 정확하게 표적을 향해 날아가지 않는 상황. 강렬한 불안감이 나를 뒤덮었다.
대머리의 부하들에게 당했을 때처럼 제압당한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실험? 아니면 고기를 무한이 공급하는 가축? 꼬맹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게이와 덩치 그리고 여성은? 의사의 백신은?
“(괜찮아 몸이 전만큼 단단하진 않지만, 몸이 존나게 빨리 회복되니까. 천천히. 천천히 하면 내가 이길 수 있어)”
제멋대로 빠르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숨을 고른 뒤 다시 한번 대장의 머리를 조준해 방아쇠를 당기려던 순간, 불안감으로 인해 몇초정도 느려진 판단으로 인해 대장은 내가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팔목에 단검을 쑤셔 넣어 비틀었다.
“끄윽”
방아쇠를 어떻게든 당기려 애써봐도 팔목의 힘줄이 잘렸는지 쥐고 있던 권총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몸이 괴상하긴 해도 사람하고 싸우는 방법은 아직 잘 모르나 보네”
대장은 다리를 움직여 바닥에 떨어지려던 권총을 걷어차 저 멀리 날려버린 후 비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순간에 들고 있던 무기를 두 가지나 빼앗겼다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남은 삼단봉을 움켜잡은 나는 대장을 노려보았다.
“몸의 성능이 좋으면 뭐 해 사용할 줄은 모르는데. 뭐, 나중에 천천히 알려주면 되겠지...!”
“지랄하지 말고 이거나 처먹어!”
젖 먹던 힘을 다해 삼단봉을 휘두르려 하자 대장은 그것마저 읽어냈는지 단검을 교차해 묘기에 가까운 손놀림으로 삼단봉이 제대로 힘을 받기 전에 허공에서 막아 버렸다. 몸의 움직임? 아니면 시선? 뭘 어떻게 해야 내 움직임을 예측한 듯이 반박자 빠르게 행동하는 거지?
[콰드드득!]
지금 생각할 틈 따위는 없었다. 나는 삼단봉에서 전달된 충격에 의해 아려오는 팔에 억지로 힘을 더실어 대장을 찍어 눌렀다.
“오오...! 뭐야 힘은 또 오지게 강하잖아!”
단검의 날이 부서지는 소음이 일어나며 대장의 팔이 뒤로 꺾여 몸통이 드러났고 나는 겨우 생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다급히 발길질을 날렸지만... 어째선지 허공을 차는 듯한 가벼운 느낌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야…. 갈비뼈 하나둘은 기본으로 나간 것 같은데? 굉장하네! 피했는데 이 정도 위력이라니 정통으로 맞았으면 즉사였겠어?”
다행히 충격을 받긴 받았는지 꽤 멀리 날아가 쓰러진 대장이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몸을 일으켰다.
“진짜 좋네! 대머리 새끼가 말했던 대로 ‘사용하기’ 좋은 사람을 찾아냈잖아? 너를 보고 이번 습격을 진행한 게 확실해 음음”
“말했잖아 대장 나으리 내 뒤에 괴물 같은 녀석이 있으니까 순순히 항복하라고 뒤편에 있던 녀석들도 아마 다 죽었을걸? 어때 지금이라도...”
“그 수를 상대하고도 힘이 넘치다니 그래그래 니말대로 진짜 괴물이네 푸흡”
“태평 하다고 해야 하나 남에게 관심이 없다고 해야 하나”
지금까지 상처가난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치료되어가는 모습을 전부 봤음에도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 어이없었기에 한마디 해주자 대장은 코웃음을 쳤다.
“나는 남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너정도라면 다르겠지만…!”
입에서 토해낸 피를 대충 닦아낸 대장은 날이 부러진 단검들을 내던졌다. 바람을 가르는 살벌한 소리를 내는 두 개의 단검들이 마치 커브를 하는 야구공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정확하게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나는 회복된 손까지 더해 삼단봉을 양손에 쥐어 잡고는 그대로 휘둘러 날아오던 단검들을 전부 쳐내 대장 쪽으로 되돌려 보냈다.
“동체시력은 진짜 끝내주게 좋은데?!”
내가 간단하게 자신이 던진 단검들을 쳐내자 대장은 기분이 좋은지 기괴한 웃음과 함께 소리를 질렀다.
“헛소리는 집어 치우고 들어와 이 빌어먹을 씹새끼야”
대장은 그 말에 자신 앞에 놓인 내 슬레지해머를 들어 올려 어깨에 걸친 채 몸을 퉁퉁 튕기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다시 간다!”
나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아닌 평범한 육체였음에도 육중한 크기의 해머를 단검 다루듯 여유롭게 들고 달려오는 대장, 나는 한 대 정도는 기꺼이 맞아줄 생각으로 자세를 잡았다.
나는 회복되고 적은 회복되지 않는다. 속도는 따라가지 못해도 힘은 이길 수 있다. 이점을 최대한 이용하려면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천천히 하나씩 따라가면 그만이야 힘내 할수있어!!]
“닥쳐 닥쳐”
순간적으로 눈앞에 보인 걸레년의 환영에 정신이 팔린 사이 배에 격돌한 슬레지 해머의 충격이 전해져왔다. 뒤늦게 삼단봉을 휘둘러 보았지만, 대장은 몸을 뒤로 젖혀 피해낸 뒤 연이어 해머를 휘둘렀다.
“어때? 표정을 보아하니 아픔은 느끼는 것 같은데!! 좋아?! 비명이라도 질러봐!”
아무리 휘둘러도 내가 휘두르는 삼단봉은 맡지 않았고 대장이 휘두르는 슬레지 해머에 의해 가슴의 뼈들이 내부에서 조각조각 부서져 장기들을 찔러오는 감각이 그대로 느껴져 왔다. 대장의 말처럼 칠칠치 못한 비명이 나올 것 같아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솔직하게 말해 너도 감염자냐 움직임한번 요상하네 마치 내가 어떻게 움직일지 다알고 있는 것 같아”
“감염자? 풉 감염됐으면 이미 밖에 있는 좀비들처럼 뇌를 뜯어먹고 있었겠지 안 그래? 싸움에 좀 익숙할 뿐이야 괴물 양반! 누구처럼 돌연변이가 아니라고?”
미친 듯이 이어지던 해머질이 잦아들더니 장난치듯 대장은 슬레지 해머를 자기 손에 튕기며 나를 조롱했다.
“너 같은 하루살이 같은 새끼가 밖에 있는 좀비들이랑 다를 게 뭐가 있는데? 나한테는 다 똑같아보여 빌어먹을 정신병자 새끼야”
“아 그래~?”
입에서 진득한 피를 뱉어내며 도발하듯 말하자 그에 응하듯 잠시 멈추었던 해머질이 계속 이어졌다. 연이은 해머질에 팔이 기괴하게 뒤틀리고, 다리가 부러져 자세는 커녕 똑바로 서있을수 조차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관통에 소리마저 나오지 않아 대장에게 희열감을 주지 않은 것뿐이었다.
◆
“이제 말할 생각 좀 들었으면 좋겠는데? 대머리는 뒤지고 너는 꼬맹이랑 여기서 살면서 내오른팔 노릇을 하면서 마음내키는대로 사는거지. 의사의 위치만 말해주면 모든게 다 좋게 끝나지 않아?”
한참을 이어가던 해머질 너머로 들려오는 대장의 목소리에 나는 기괴하게 비틀린 팔로 가운데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좆까 꼬맹이를 고쳐주기로 약속했어 그때까지는 죽어도 안된다.”
대장의 눈동자가 낮게 가라앉더니 방금까지 보이던 열기까지도 거짓말이었다는 듯 순식간에 사그라들어 재와도 같은 칠흙빛으로 변해버렸다. 모든것이 지루하게만 보인다는 그 무감각한 눈동자가 무척이나 내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후우... 점점 봐주기 힘들어지는데 말이야. 튼튼하니 괜찮겠지? 설령 죽어도 원망하지 마라?”
어째선지 지금까지 공격하지 않던 머리에 해머가 날아들었다.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오는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나는 균형을 잃고 뒤로 나자빠졌고 대장은 그대로 내 배를 밟고 옆에 서더니 머리에 슬레지 해머를 가져다 댔다.
“꽤 힘껏 친 건데 머리가 깨지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뇌진탕으로 끝나다니 참 대단한 돌머리 나셨네”
“... 말했잖아 좆까라고”
이명이 미친 듯이 들려왔다. 두통 현기증 구토감 모든게 좆같았음에도 나는 꿋꿋하게 대장을 마주보았다.
“그래? 있지 네 머리가 부서져도 재생이 되나 궁금해졌어.”
[힘내세요]
달콤한 꼬맹이의 목소리를 이정표심이 흐려진 시야 사이로 천천히 머리를 향해 돌진해오는 해머를 붙잡아 몸을 일으켰다. 예상 밖이었다는 듯 놀란 표정의 대장, 나는 그대로 쓰러지듯 대장의 허리를 붙잡아 넘어뜨려 위에 올라탔다.
“겨우 붙잡았네! 하루살이 새끼야”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팔조차 올라가지 않았기에 나는 이빨 몇 개가 부러진 입을 열어 대장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질긴 육포를 씹는듯한 맛과 촉감, 대장의 살점이 뜯겨져나와 입안을 적셨다.
“보조무기는...언제나 가지고 다녀야지 안그래?”
뇌를 뒤흔드는 기분나쁜 소리가 들리며 불타오르는 고통이 눈에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