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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화 꼬맹이는?


어두웠던 시야가 차차 정상으로 돌아오며 회색빛의 어두운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몇분 혹은 몇 시간이 지난 건지 목이 심하게 말랐고 격렬한 성행위로 인해 땀으로 푹 절여져 있던 몸은 어느샌가 차갑게 식어 지하공간이 무척이나 쌀쌀하게 느껴졌다. “...쿨럭 쿨럭 지랄 몸상태가 이상하잖아 왜이렇게 어지러운거야” 작게 욕설을 내지르며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키려던 도중, 아직까지 나와 성기가 연결된 채 쇠사슬에 묶여있던 꼬맹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탁하고 공허한 눈동자, 자지 끝부분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한기….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보이는 꼬맹이의 창백한 모습. 멍했던 정신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 “역시는 역신가 뭐가 백신이냐 개 같은 새끼가” 일으키려던 몸을 다시 드러누워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아냈다. 꼬맹이의 앞이라고 억지로 미소 짓던 얼굴의 가면이 떨어져 나갔기에 절망감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후우...푸하하하 그래 이런 개 같은 세상 좆 까라 그러라지” 한참 동안 천장을 올려다보며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아내던 나는 마침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워 꼬맹이를 결박시켜놓았던 쇠사슬을 풀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 꼬맹아 백신이 효과가 없더라도 끝까지 함께해줄 테니까. 바뀌는 건 없어 앞으로도 배불리 밥을 먹고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거야. 뭐, 그전에 너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낸 새끼들을 죽여버리긴 해야겠지만 너도 좋지?”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의 꼬맹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생활하자.’ ‘꼬맹이를 물리도록 내버려 두었던 그 연놈들을 찾아 잘게 썰어버리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꼬맹이에게 밥으로 던져 주면서 둘이서 여행을 떠나자.’ 상념 덩어리들이 어지럽게 내 주위를 떠다녀 생각이 쉽게 정리되지 않아 내 손이 점차 떨려왔다. “자, 잠깐만요!!” 겨우겨우 쇠사슬의 한쪽이 벗겨지려던 순간, 누군가가 나를 덮쳐 그대로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입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녹슨 쇠 맛에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졌고 살의를 담아 고개 돌리자 뜻밖에도 나를 밀친 듯한 여성이 고른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뭐야, 이번엔 너냐? 왜 계속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거야” “아, 아무리 굶줄였어도 시체랑 하려고 하다니... 정신차리세요 감염될 거라고요?! 차, 차라리 제가 해드릴게요!!” 허겁지겁 옷을 벗으며 여성이 내 허리 위로 올라탔다. 자위라고 하고 있었는지 이미 축축한 팬티의 감촉…. 평소 같았다면 헤벌쭉한 얼굴로 여성을 받아들여 약간이나마 떨리는 가슴이 진정됐을 법한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이미 끝냈으니까 내려와” “...네?!” “전부 했다고 백신인지 뭔지 엿같은 미약을 섞어서 아주 질펀하게 한판” 옷을 반쯤 벗은 채 굳어져 버린 여성, 어쩐지 이대로 내버려두면 무척이나 피곤해질 분위기였다. “...” “말해줄테니까 내위에서 비켜 내말 안 들려?! 비키라니까?!” 어지간히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것인지 멍한 표정 그대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여성의 모습에 나는 하는 수 없이 그녀를 밀쳐내려했다. “...살쪗냐 왜 이렇게 무거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성을 밀어내려던 힘이 모자라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진짜 겨우 한발 찍 싸버리고 온몸에 힘이 빠지다니 어디 가서 쪽팔려서 말도 못 하겠네 “오, 오히려 빠졌다고요?! 이런 세상에 어떻게 살이 쪄요!” 살이 쪘냐는 말이 그렇게나 충격적이었는지 그제야 대답하는 여성은 슬픈 표정으로 슬그머니 올라타고 있던 육중한 몸을 옆으로 치워주었다. “...그것보다 어디 아프거나 하시진 않아요? 자, 자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아프다거나 열이 난다거나” “그런 거 없고 오히려 존나게 추워 빌어먹을 히터를 틀던가해야지... 야 내가 지하실로 들어간 지 얼마나 지났어?” “하, 하루 정도요 아침밥도 안 드신 것 같아서 혹시 무슨 문제가 있나 게이 씨가 보고 오라고 했거든요” “뭐, 하루?! 씨발 한발 찍쌋다고 온종일 기절해 있었다니 어디사는 조류냐 나는” “...진짜 하신 거예요?” 아직도 내가 말하는 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구별할 수 없다는 불신이 가득한 여성의 모습에 나는 벅벅 뒤통수를 긁적거리다 한숨을 내쉬면서 여성에게 손짓해 가까이 불렀다. “진짜 했다니까? 감염되든 안 되든 자지가 떨어져 나가던 그렇지 않던 이제는 상관없어졌어 그 엿같은 약물은 백신은커녕 미약이었다고” “미,미약이라니...” “손에 올려놓기 만해도 정신이 나가버릴만큼 커다란 쾌감이 주더라 그 새끼가 감쪽같이 나를 속인 거야 죽기 직전에 그런 편지까지 쓰다니 어지간히 내가 마음에 안 들었나 보더라” “아, 아니 하지만 죽는 순간까지 그런 편지를 쓸 리가...” “진짜라고 쯧, 처음에는 그 개 같은 연놈들, 그 이후는 좆같은 대머리 새끼, 마지막은 의사냐? 많이 불행하지 않아?” 이러다가 인간 불신이라도 걸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속기만 하는 인생이었다. 야구부에서 여자친구를 빼앗겼을 때. 딱 그때부터 계속... “...적어도 대머리는 복수하셨잖아요” “뭐, 그렇지, 의사는 뒤졌고 연놈들은 어디로 내뺐는지 모르겠고 전 여자친구는 어디 있는지도 몰라” “저, 전 여자 친구…. 여자친구 있어셨어요?” “말실수야 말실수 무시해 나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거든.” 툭 하고 여성의 머리에 손을 얹어 쓰다듬었다. “헤, 헤헤” “걱정해서 나를 말려주려고 한 거랑, 내가 굶줄였다고 생각해서 물을 빼주려고 한 건 고마운데 더는 괜한 참견이야 난 나가서 꼬맹이랑 둘이 살 거다. 더 이상 여기 있을 의미도 없고 사람이랑 얽히는 것도 지긋지긋해졌어” “가, 갑자기요?!” “이런 상황이 되고 나서야 냉정해진 거지 정신은 어지럽기 그지없지만 하하 네가 말했던 대로 꼬맹이랑 섹스까지 했으니 내 몸에 항체가 있긴 해도 감염될지도 모르는 거잖아? 어쩌면 나도 완전히 이성을 잃어서 변종같은게 될지도 푸하하” “재, 재미없어요…. 그런 농담 만약 당신이 변해버린다면 손도 못 쓰고 전부 죽을 거예요” 예전의 꼬맹이를 만지는 것만 같은 따뜻한 감촉의 여성의 머리에서 겨우겨우 손을 때어낸 나는 뒤를 돌아 옷을 대충 쟁여 입고 꼬맹이의 쇠사슬을 마저 풀어냈다. “말려도 난 나갈거야 그냥 아무도 없는 곳에서 꼬맹이랑 둘이 지낼 거다.” “...저도 같이가게 해주세요” “...달려들지도 모르니까 떨어져 있어 적어도 너랑 게이는 꼬맹이에게 먹이로 던져 줄 생각은 없어” “괜찮아요…. 지켜주실 거잖아요” “뭘 믿고 그런 말을 아무 고민 없이 하는 거냐. 쯧” 의도적으로 대답을 회피하며 내보내려고까지 했는데 여전히 나를 굳게 믿고 있는 듯한 마음에 들지 않는 여성의 얼굴.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꼬맹이의 쇠사슬을 전부 풀어냈다. “저, 저기 그래도 재갈은 물려주는 편이 서로에게...?” “꼬맹아...?”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없던 꼬맹이가 쇠사슬이 벗겨지자마자 천천히 팔을 들어 올리더니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재갈을 막무가내로 벗겨 내려 하고 있었다. 어린 침펜치와도 같은 엉성하기 그지없는 움직임이었을 뿐이지만 그저 식욕에만 정신이 팔려있던 지금까지와는 확실하게 다른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나와 여성은 얼빠진 얼굴로 멍하니 꼬맹이를 지켜보게 되었다. “...” 찌지직, 천으로 되어있던 재갈이 뜯겨나가는 소리를 끝으로 속박에서부터 자유로워진 꼬맹이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했지만, 달려들 것 같은 느낌은 없었다. 그저 우리를 관찰하듯 멍하니 지켜볼뿐 마치 병아리가 알에서 막 깨어나는 듯한 왠지 모를 두근거림에 심장박동이 거세졌다. “.....” “효과가 있던건가...?” “자, 잠깐 위험하다니까요!” 그 멍청한 미약이 정말 백신처럼 바이러스를 없애기라도 한 건가? 나는 떨리는 몸으로 꼬맹이를 끌어안았다. “사랑해…. 사랑해 절대로 다시는 잃지않을거야” 여전히 차가워 시체같은 체온과 더불어 미약이 늘러붙어 끈적거리기까지해 충분히 불쾌감을 주는 감촉이었음에도 나는 신경조차 쓰지않았다. “...아아으아아” 내 말을 이해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웅얼웅얼 입을 벌려 무언가 말을 하려는 꼬맹이, 겉보기에는 다를 게 없었는데 안쪽에서는 비약적인 효과가 있었던 걸까? 왠지 모르게 의사에게 미안해지며 폭주하려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완벽하게 되돌리는건 무리라고 했었지... 염병 그럼 적어도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알려달라고 빌어먹을 의사새끼야! 푸하하하” “저,저기 일단 몸부터 씻기는게 어떠세요!” “아아 밖에 나가서 물좀 대워주라 게이한태 부탁하면 될거야” 눈물이 맽어있는 눈을 살짝 닦아내며 나는 여성앞에서 처음으로 구김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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