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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화 짧은 이별?


영락없이 좀비로 보이는 꼬맹이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밖으로 걸어 나오자 깜짝놀라 다급히 무기를 쥐어진 게이때문에 약간의 소란이 일어나긴 했지만, 여성의 빠른 설명과 대처로 어찌어찌 나와 꼬맹이는 무사히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끝마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직 말도 못하고 피부색도 여전히 파란색인걸 보면 완전히 치료된 건 아닌 모양이네요?” 여성이 미리 준비해둔 꼬맹이의 옷을 입힌뒤 수건으로 머리를 말려주던 도중 욕실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있던 게이가 나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용히 안으로 들어와 입을 열었다. “아무런 희망도 없었던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뇌를 했는지 너는 알지도 못할 거다. 진짜 이 정도로 호전해 준 것도 감지덕지라고…. 쯧, 조금만 발을 잘못 디뎠다면 의사가 마지막으로 쓴 편지까지 의심해서 묻어준 시체를 다시 끄집어내 좀비 밥으로 던져줄 뻔했어” “자신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기는 편지가 형을 괴롭히기 위해서 쓴 거라니 피해망상 수준으로 너무 비약적이잖아요!” “어쩔 수 없잖냐? 한참 전에 닳아 없어진 정신상태였으니까. 네가 내 입장이 되어봐 제일 소중한 사람은 처음으로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해서 좀비로 변했지 나를 도와주려는 줄 알았던 사람은 그저 나를 이용만 해먹을 생각이었어 심지어 지금 내 몸 상태도 괴물이나 다름없었잖아? 권총을 머리에 정통으로 맞고도 멀쩡하고 팔에서 칼까지 꺼낸다고 이게 무슨 사람이야”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들이 슬쩍 새어 나오자 게이가 움찔거리더니 약간이나마 이해해준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그렇네요. 많이 힘들었겠어요” “심지어 나는 심각한 정신질환도 앓고 있단 말이야 이 정도는 용서해주라고?” 장난스러운 웃음을 터트리며 말끔하게 정리되어 좋은 냄새를 풍기는 꼬맹이의 머리카락을 잡아 냄새를 맡았다. 감염되기 전에 맡았던 향긋한 냄새. 그0렇게나 그립고 그리웠던 꼬맹이의 체취... 지금까지의 고생 전부를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아으…. 아아” “미안 함부로 만져서 기분나빳어?” 간지럼을 느낀 걸까? 알 수 없는 신음을 토해내는 꼬맹이의 모습에 게이가 긴장했는지 크게 침을 삼켰다. “야 이해는 하는데 나는 물려도 좋으니까 제발 건들지 말아 주라 너한테는 절대 피해가 안 가게 할 테니까” “네? 아, 아니에요. 형이 그런 얼굴로 웃는 건 처음 본 것 같아서 약간 놀랐달까...” “....뭐래 나 원래 잘 웃어 상황이 상황이라 그랬지. 밥이나 먹자고” 어색한 표정으로 변명을 내뱉으려는 게이의 어깨를 두드려준 뒤 나는 꼬맹이 손을 잡고 거실로 향했고 멈칫거리던 게이 또한 나를 따라나섰다. “저, 저기 그…. 축하해야 할 것 같아서 기합 좀 넣어봤는데 어떠세요..?” “이야 나랑 꼬맹이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에 이걸 혼자 다했다고?!” 갈비, 잡체 따끈한 쌀밥같은 손이 많이가는 음식 부터 집에 굴러다니던 통조림만으로 만들었다고 도저희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식탁 가득 차려져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토해내자 게이가 헛기침을 했다. “저도 도왔거든요?” “그래그래, 고맙다 새끼야! 사서 양 너도 고생했어.” 퍽 게이의 등을 손으로 때려주고는 여성에게 고개를 얕게 숙여 감사를 표했다. “사, 사서 양이요?” “우리 처음 만났던 장소가 도서관이기도 했고 난 원래 사람마다 제각기 어울리는 별명을 부처두고 기억하거든” “형 때문에 저는 게이가 됐다고 그건좀 고쳐주세요...” “그러게 누가 게이같이 생기래...아! 그렇다고 이름으로 불러달라는 강요는 하지말아주라 난 이편이 제법 마음이 편해서 좋거든” “그, 그런가요...” 뭔가 아쉽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여성을 뒤로하고 꼬맹이를 식탁에 앉힌 나는 식탁에 차려진 음식에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이는 꼬맹이의 얼굴과 음식을 번갈아 바라보다 여성을 불렀다. “으음, 아직까진 꼬맹이에겐 조리된 음식은 무리인 것처럼 보여서 그런데 생고기 같은 건 없어?” “그, 게이씨가 아이스박스에 들어있던 고기를 좀 찾았는데 그걸로 괜찮을까요?” “아아 일단 그거라도 가지고 와줄래 없으면 대충 내 팔이라도 잘라서 내주지 뭐” “바, 바로 가져올 테니까 그런 짓 하지 마세요!!” 작은 농담에 허겁지겁 밖으로 나가는 여성을 잠깐 지켜보다 나 또한 무척이나 배가 고팠기에 꼬맹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먼저 수저를 들어 따뜻한 쌀밥과 장조림을 입에 집어 넣었다. 한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맛있고 따뜻한 밥을 할 수 있다니 은근 굉장한 사람이네... “형, 이거 받으세요”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오는 고급스러운 와인병을 단숨에 낚아채자 게이가 휘파람을 불었다. “손이 아파서 꽤 거리가 떨어진곳으로 던져졌는데 잘도 잡으셨네요” “뭐 그렇지 말했잖아 내 몸도 정상은 아니라고” 뿌득하고 손에서 칼날을 꺼내 술병의 윗부분을 깔끔하게 절단해 내용물을 입안에 쏟아붓자 달콤한 과일 향기가 입안을 가득 메웠다. “맛있네. 쓴맛이 전혀 없어... 여태까지 먹었던 술중에 이게 가장 최고인것 같은데?” “그 대머리가 꽁꽁숨겨뒀던것중 하나니까요 이것 말고도 무기나 유용한 물품들이 있을지도 모르죠. 저도 우연히 발견한 거예요” “그러냐...맥주나 간간히 주던새끼가 이런건 언제 꽁쳐둔거래” 술을 들이키며 꼬맹이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 듯 만지작거리자 꼬맹이가 귀찮다는 듯 몸을 움직였다. 아직 정상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지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워 보여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여 머리를 쓰다듬게 되었다. “굉장하네 손이 멋대로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버렸어” “푸핫! 뭔가 지금까지랑은 엄청 많이 다르네요 형은 언제나 뚱한 얼굴로 딱딱하게 사실 줄 알았는데” 게이 또한 술을 꺼내 입에 쏟아부으며 말을 이었다. “말했잖아 나도 마음이 한계였어 지금은 겨우 숨을 돌릴 틈이 있는 거기도하고 꼬맹이의 상태가 좋아졌으니까 마음이 풀어진거지... 내일이되면 다시 뚱한 얼굴로 돌아갈 거니까 적응 안 되도 오늘만 참아 푸하하” “저는 차라리 이대로면 좋겠는데요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잖아요. 히히” “지랄 친해지긴 뭘 친해져” 우리는 술을 들이켜며 시답지 않은 말들을 계속 주고받았다. 내가 전직 야구부의 에이스였다던가, 게이가 자신은 절대 게이가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중간중간 나만을 유심히 지켜보던 꼬맹이가 지루했는지 영문 모를 울음소리를 냈지만, 우리의 대화는 여성이 돌아오기 전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다. “저, 저기 겨우 찾긴 했는데 이걸로 괜찮을까요?! 저, 그 밖에 나가서 다른 시체라도 구해오는 편이...” “아까 그건 농담이니까 걱정하지마라 안 먹으면 밖으로 나가서 시체 하나 가져오면 그만이니까” 여성이 건넨 팩을 뜯어 꼬맹이의 입에 넣어주자 다행스럽게도 꼬맹이는 아무런 거부반응 없이 내가 입에 넣어준 고기 조각을 우물우물 씹어 삼켰다. 여전히 감정이 없는 얼굴이었지만, 어째선지 고기를 씹는 꼬맹이의 얼굴이 웃는 것처럼 보여 내 얼굴에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걸쳐졌다. “다행이네, 팔을 자를 필요는 없었어 푸하하” “그,그런 농담 하지 말아주세요 무섭다구요?!” “형이말하면 진짜 농담 같지가 않다니까요” ◆ 식사 시간은 고요하게 흘러갔다. 여성까지 합세하여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별거 아닌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을 터트리는, 정말로 평범한 식사 시간. “얼마 만에 이렇게 웃고 떠들었는지 모르겠네” “...그러게요 형” 여성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그대로 곯아떨어졌고 꼬맹이는 식탁에 앉은 채 멍하니 촛불을 보고 있었기에 나와 게이만이 술을 홀짝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제 여기서 볼일은 전부 끝난 것 같은데 학교로 가시는게 어때요?” “...” 별거 아닌 일이라는 듯 말하는 게이의 표정은 진중하기 그지없었기에 웃어넘기며 다른 화제로 전환하려던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쥐었다. “나는 돌연변이야. 언제 이성을 잃고 사람을 뜯어먹을지 몰라 꼬맹이도 마찬가지 그저 식욕을 억제만 해주는 건지 차차 약을 바를수록 상태가 호전되는 건지 계속 지켜봐야 해” “그건 학교에서 충분히..!” “난 여기 남을 거... 아니 아니다 그냥 다른 곳에 거점을 잡고 생활하는게 좋을것 같아 며칠은 떠돌아다닐지도 모르지…. 염병 팔에 힘이 안들어가서 담배도 제대로 못쥐겠네 푸하하하 백신인지 미약인지 내몸에도 영향이 끼친게 분명하네 좋은 징조야" “그럼 더더욱 저랑같이..!” “푸후...위험하잖냐 겨우 근처에 정신병자들 전부 제거됬는데 이상한 새끼가 그룹에 끼어봤자 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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