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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어두운 밤


어째선지 엄청나게 흥분해 있던 꼬맹이가 지쳐 나가떨어질 정도로 엉망진창 섹스에 어울려 준 끝에 어느덧 밤이 깊어져 이름 모를 벌레 소리와 문밖에서 들리는 희미한 코 고는 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성욕이 강해진 건지 체력이 강해진 건지. 이러다 나중에는 내가 먼저 나가떨어지겠네.” 평소라면 기절하듯 잠이든 꼬맹이를 꽉 끌어안은 채 나 또한 잠자리에 들었겠지만, 오늘은 유달리 잠이 오지 않았기에 침대 끝에 걸터앉아 담배를 한 대 입에 물었다. 달콤한 섹스가 끝난 뒤에 즐기는 독한 담배 연기가 뼛속 깊이까지 스며들자 이제서야 그 살아있는 시체들과 변종 그리고 뇌가 득실거리던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실감이 들었기에 그 행복감을 즐기며 멍하니 창밖에 떠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꼬맹이가 뇌근처로 왔을 때 회복되었던 모습이나, 끝에는 자신을 먹으려던 뇌를 역으로 잡아먹은 것을 보건데 꼬맹이의 회복에는 혹시 뇌가 필요한 건 아닐까?’ 갑작스럽게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의문. 나는 또다시 그 의문을 빠르게 밀어내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듯 내 머리는 제멋대로 다른 의문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럼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뇌를 찾아 꼬맹이한테 먹여야 하나? 하지만 더 약해진 내 몸으로 그게 가능한가?’ ‘꼬맹이가 결정할 때나 즐거워 보일 때 눈이 빨간색으로 변하던데, 내가 총에 맞아 살아났을 때 겪었던 것과 같은 건가? 그럼, 감정이 격해지거나 흥분했을 때마다 꼬맹이는 점점 강해지는 건가?’ ‘그럼…. 그럼, 나중에 꼬맹이가 완전히 나았을 때, 나보다 강해졌을 때 내가 꼬맹이 옆에 있어도 되는 건가?’ “씨발…. 내가 좀 약해졌다고 꼬맹이가 나를 버리지 않아 조금 힘들어질 뿐이야 진정해” 지금까지 불안감과 위화감을 억지로 밀어낸 벌이라도 받는 것처럼 스쳐 지나가듯 떠올랐던 의문 하나가 이내 꼬리에 꼬리를 물고서 계속해서 이어져 머리를 가득 채워 억지로 초조함을 불러일으켰다. 언제나 이랬다 약간의 행복감을 느낄 때면 아무런 전조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머리를 가득 채우는 지긋지긋한 나의 목소리들. 과거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도, 약물도, 그 어느 것도 내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 그저 모든 의문에 답이 정해지거나, 지나가는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며 버텨내야 할뿐, ‘우릴 버린 개 같은 연놈들이랑 군대는 어떻게 됐을까?’ ‘나를 버린 채 방치한 부모님은?’ ‘대학으로 가버린 여자친구와 야구부 부원들은?’ 나를 짓뭉갤 듯 끝없이 떠오르는 의문들을 뿌리치려 머리를 강하게 흔들어 보았지만 막무가내로 떠오르는 의문들은 멈추기는커녕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갔다. “...이런밤은 싫었는데 말이야” 방금까지 즐거웠던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지며 이번에도 그저 묵묵히 시간이 흘러 아침이 찾아오기를 바래야 할 것 같아 한숨을 내쉬자 등 뒤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 너머로 문뜩 차가운 손길이 느껴졌다. “...으음” “미안 시끄러웠지?” 나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건지 온몸에 정액을 덕지덕지 묻은채 나를 끌어안으려는 꼬맹이의 움직임이 그대로 느껴져 굳은 얼굴로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그대로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푸핫 이젠 하다 하다 꿈꾸면서까지 나를 찾는 거냐?” 내 등을 잘근잘근 씹으며 무방비하게 침을 질질 흘리는 꼬맹이, 아마 잠꼬대를 하며 무의식적으로 나를 찾는 것 같았다. “.......넌 언제나 나를 지탱해 주려고 하는구나” 나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정도로 곤히 잠들어버린 꼬맹이의 맹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후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가만있어봤자 또 약해질 대로 약해져 우중충한 생각만 하다 주저앉을 뿐. 야구를 했을 때처럼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약해진 만큼 몸을 움직여서 강해지면 되잖아…. 그래 그러면 되는 거야” 이제는 나도 이런 감정에 휘둘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조금이라도 달라져야 했다. 감염 때문이긴 해도 애초에 이렇게 살이 뒤룩뒤룩 살이찐 몸이 여기까지 움직인 게 기적이었으니 뭐, 전보다 약간은 살이 빠지긴 했지만 내가 운동했을 적이랑 비교한다면 처참하기 그지없는 몸인 건 똑같으니까. [끼익] 꼬맹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옷을 전부 벗은 채 코를 골고 있는 범죄자가 보였다. 가랑이 주변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액체들이 흥건하게 바닥을 적시고 있는걸 보아하니 방으로 가기전 말했던 대로 우리를 보며 자위라고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기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슬쩍 비켜 지나가려 하자, 마치 귀신처럼 범죄자가 끼긱거리는 기괴한 움직임과 함께 일어나더니 단숨에 내 다리를 붙잡았다. “으음 오...빠 어디가?” “끄읍..” 흡사 공포 영화에서나 보던 범죄자의 기괴한 움직임에 더불어 때마친 스산한 밤공기가 스쳐지나가 저절로 비명이 나올 것만 같았지만, 꼬맹이가 자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가까스로 참아낸 나는 범죄자가 다리를 잡은 팔을 걷어찼다. “씨발 무슨 귀신이라도 되는 거냐?! 뭔 움직임이 관절 인형처럼 꺾이면서 돌아가!” “감옥에서 운동 좀 하다 보니 관절이 약해졌걸랑 일어날 때마다 덜렁거리는데 몰랐어? 이게 은근 유용한게 탈옥할 때...!” “씨발 감옥이 아니라 악령들이 사는 폐교에서 산 거 아니냐?” 머리를 풀어 헤친 것도 모자라 거의 반나체 상태인 범죄자는 뚜 득 거리며 목을 풀더니 나를 꽉 끌어안았다. “에이 또 말해줘야 해? 살인이랑 강도 강간 또 뭐였더라? 방화도 했든가 안 했든가~ 에헤헤 아무튼 다양한 걸 하다 감옥에 간 건 확실하니 걱정하지 마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향수라도 뿌렸는지 장미향이 물씬 풍기는 범죄자를 억지로 때어놓은 뒤 그대로 무시하며 로비로 걸어 나가자, 범죄자가 내 뒤를 따라 걸어왔다. “뭐야 그래도 이젠 새사람이라니까? 달링을 만났으니까” “지랄하지 말고 가서 잠이나 더 자는 게 어때? 기껏해야 이른 새벽인데 안피곤하냐?” “으음 그래도 오늘은 왠지 잠이 오질 않는걸? 자위도 10번은 했는데 피곤하지가 않아” “너도냐…. 염병” “에엥 오빠도 그래? 그렇게 질펀하게 꼬맹이한태 박아댔는데 강철 채력이네” “그래 그래서 운동을…. 아니 됐다” 운동이라는 말이 나오자 반짝거리면서 나에게 들러붙으려는 범죄자의 얼굴에 나는 말을 끊고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구력부터 길러야 뭔가 하든지 말든지 할 테니 러닝부터 시작해 볼까? 땀을 흘리면 그만큼 잠도 잘 올 테니 일석이조고 범죄자도 떨어뜨릴 수 있고... “헤헤 뭐야 오빠 같이 달리고 싶은 거야?” “....염병” 순간 내가 간과한 사실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내 몸이 약해져 더 이상 그렇게까지 빠르게 달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범죄자가 나와는 다르게 순수한 신체 능력으로 대머리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이었다. “네가 어떻게 범죄자 신분으로 우리 그룹에 들어왔는지 이제야 알겠네” “에이 대머리 그 새끼는 성격 그런 거 안 보고 정예로 그룹을 꾸리려고 했잖아~ 어디 보자 그 목공수 할배였나? 혼자 우리 구역 전체를 보수하는 능력자였고 배신하긴 했지만, 경찰관은 똘똘하고 권총 사격을 잘했고 그 히키코모리 기억하지? 그놈 전자기기 다루는 건 오지게 잘한다고 하던데? 한 번도 못 보긴 했지만 히힛 뭐 몇 놈은 살아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어떠려나?” “보이는 족족 죽였으니 남았어도 내 앞에는 못 나타날걸?” “흐음 그건 모르는 일이지 나도 얼마 전까진 오빠를 죽이려고 했는걸? 우리 자기 달링이 없었으면 그대로 싸웠을거야” “.... 충성심이 높다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범죄자와 함께 달리면서 주절주절 떠드는 사이 쇼핑몰을 빠져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시체처럼 누워있던 좀비 몇 마리가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그어어...” “에헷” “(씨발 사실은 이년도 이미 감염된 거 아니야? 어떻게 저런 괴물 같은 신체 능력이 다 있어?)” 내가 칼을 끄집어내자, 범죄자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머니에서 꺼낸 너클을 빠르게 착용한후 그대로 머리에 크게 한 방 날리자 썩어버린 좀비의 머리가 수박이 갈라지듯 부서져 땅에 흩뿌려졌다. “갈고닦은 주먹은 무기와 다름없다는 거지!” “그렇게 싸우다가 어느 순간 물려도 난 모른다. 백신도 꼬맹이한테 쓴 만큼 남은 게 없어. 약속도있고...” 나또한 내 앞으로 달려든 좀비의 머리를 잘라내며 비정상적인 범죄자의 신체 능력에 혀를 찼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도로를 계속해서 내달렸다. “약속?” “몰라 쪽지에 적혀있더라. 자신을 찾으러 온 군부대에 조금이라도좋으니까, 백신을 넘겨달라고” “에이 그래? 뭐 그래도 난 딱히 상관없어 싸우다가 물려서 오빠처럼 변이하기만 하면 이 세상 전부를 먹어 치울 테니까” “따라올 거면 닥치고 뛰기나 해” “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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