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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화 휴식(1)


“콜록, 콜록 뭔데 이렇게 먼지가 많이 나는 거야 빌어먹을” “그...아아” 시야를 방해하는 먼지들 때문에 메마른 기침을 토해내며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치워내자 그 아래 갇혀있던 깡마른 좀비 한 마리가 이쪽을 향해 손을 뻗어왔다. “너네들은 힘들지도 않냐? 이렇게 케케묵은 건물 잔해에 깔려서 몇 달이나 갇혀있었는데 뭐가 어떻게 되면 이렇게 변하는건지...” 이미 건물 잔해로 짓이겨진 배에서부터 내장이 전부 쏟아져나와 썩을대로 썩어버렸음에도 식욕이 마르지 않은 건지 먹을 것을 찾아 필사적으로 팔을 허우적거리는 좀비의 모습을 보며 문뜩 이 녀석들이 어째서 굶어 죽지 않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백신을 바르기 전 꼬맹이도 그렇게 이 녀석도 그렇게 인육을 먹지 않은 녀석들은 눈에 띄게 쇠약해졌었는데, 어느 정도 사람을 먹지 않으면 기력을 전부 잃고 썩어 없어져 버리는 게 아닐까? 나는 잠시 그 좀비의 눈동자를 가만히 마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희망적인 관측일뿐이다. 이미 몇 달이 지났음에도 끊이지 않고 좀비들이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설령 생각대로 이 녀석들이 언젠가 전부 썩어 없어져 버린다고 하더라도 이미 인류는 멸망했고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상념을 털어버리며 그대로 발을 높이 들어올려... [콰직] “야 내가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러면 어떻게 하냐? 사람뻘줌하게” “...멍하니 있길래 위험해 보였어.” 내 옆에서 서서 멍하니 나를 관찰하던 꼬맹이가 내가 움직이기 직전에 허공에 팔을 휘적거리던 좀비의 머리를 산산이 으깨 끈적한 피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한 치의 망설임도. 자비심도 느껴지지 않는 그저 벌레를 잡는 듯 단호한 움직임. 한동안 좀비였던 녀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에 헛웃음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이상한 생각하지 마” “안 했어” “....거짓말” 이제는 누가 주인이고 성 노예인지 모를 관계가 되어버린 나는 자신의 신세에 한탄하며 좀비의 시체 옆에 있던 찌그러진 철제 트렁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고생을 하면서 겨우겨우 잔해들을 치운 건데 뭔가 굉장한게 들어 있었으면 좋겠네... 기대감과 함께 철컥하는 둔탁한 소리로 열린 상자 안에는 이제막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법한 체구의 미라 한 구와 과자나 통조림 등이 잔뜩 들어있었다. 건물이 무너지기 전에 여기로 들어가 몇일은 생존한 것 같은데 아쉽게 됐네... 차라리 건물에 깔려 즉사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으엑” “야 아무리 그래도 으엑이라니 방금 좀비머리를 자비없이 터트린걸 잊어버린 건 아니지? 질척거리는 뇌가 사방으로 튀는 것 보다는 훨씬 보기 좋은거 알지?” 처음 아파트를 나서기 전에 내가 기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준것을 기억하는지 의도적으로 과한 리엑션을 보여주는 꼬맹이에게 딴지를 걸고는 미라의 다리를 잡아 옆으로 대충 던져버린 후 챙겨온 가방 안에 가득 쌓여있는 과자나 통조림 등을 쑤셔 넣었다. 대변이나 소변 자국이 조금 묻어있긴 했지만 이 정도면 오늘은 완전히 대박난거겠지. “...주인 누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 수많은 음식에 눈이 돌아가 정신없이 물건들을 가방 안에 쑤셔 넣던 나를 꼬맹이가 제지하더니 어느 한 방향을 가리켰다. 어쩐지 운이 너무 좋다 싶더니... 잔해를 치우는 소리를 듣고 뒤늦게 몰려오는 좀비들인가? 아니면 사람? “오케이 오늘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자 이 정도면 며칠은 먹겠다야” 나는 채 다 담지 못한 물건을 잠깐 바라보다 미련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생을 좀 하긴 했어도 고작 몇 일치 식량 때문에 사람이나 좀비에 얽히는 건 절대 좋지 않으니 어쩔수 없었다. “...차라리 싸우는 게..” “어제도 말했잖아 아직 안돼” 나는 가방을 둘러메며 칭얼거리는 꼬맹이에게 주의를 주고는 뒤를 밟히지 않게 조심하며 아파트로 달아났다. ◆ “오늘도 고맙다 꼬맹이 덕분에 살았어” 건물 밑에 깔렸던 트렁크를 발견한 것도 꼬맹이였고 방금 사람의 접근을 눈치챈 것도 꼬맹이였기에 나는 감사함을 한가득 담아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응” 고양이처럼 얌전히 내 손길을 받아들이는 꼬맹이는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감은 채 내 손의 감촉을 느꼈고 나는 그런 꼬맹이의 모습에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설령 오늘도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이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대성공이네” “....응?” “아니 아무것도 그냥 귀엽다 싶어서” “...헤헤” 나는 꼬맹이의 말랑거리를 볼을 살짝 꼬집어준 뒤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힘이 강해지면서 피부도 좋아지는 것 같은데 기분탓인가? “...오늘도 하는 거야?” 아쉽다는 듯 멀어지는 내손을 맞잡는 꼬맹이의 온기에 나또한 마음이 흔들려 계속 가만히 있고 싶었지만 오늘 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안 하면 불안하거든” “...내가있는데..” 무언가 말하는 꼬맹이의 뒷말을 의도적으로 못 들은 척하며 나는 몸을 한번 풀고는 터벅터벅 옥상으로 향했다. .... “야 꼬맹이 아무리 생각해도 굉장히 잘 만들지 않았냐?” 옥상에 도착해 바닥에 널부러져있던 목검을 기세 좋게 들어 올려 멋지게 자세를 취해 보였지만, 꼬맹이는 그런 나를 죽은 동태눈으로 보고는 시선을 돌려버렸다. “...주인은 멋지지만...지금은 잘 모르겠어” “잘 모르겠다니 너무하네 내가 얼마나 고생고생해서 만든 것인지 알잖아?” 우리가 집을 비웠을 때 살았던 녀석들이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건지 처참하게 부서진 화단과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아 썩어가는 식물들, 터져버린 물탱크 그리고 의미 모를 잡동사니들이 널브러져 개판을 쳐놓은 상태였기에 남아있던 물자들로 어떻게든 보수를 시도해 봤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한채 시간만 낭비했고 더욱이 슬슬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씨앗을 심기에도 시기가 좋지 않아 몇일 동안 골머리를 썩다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었다. ‘차라리 여기에 운동장을 만들어볼까?’ 나는 그렇게 불현듯 떠오른 그 작은 아이디어 하나를 지침 삼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나무로 직접 만든 몽둥이나, 목검 그리고 썩은 식물들로 대충 엮어 만든 허수아비 벽돌로 만든 아령 등등 결국 피를 토해내는 모든 노력 끝에는 누구에게 보여도 남부럽지 않은 장소로... “...빈약해” 내가 망상 빠져들려는 순간, 꼬맹이가 등뒤에서 내 심장을 찔러버렸다. “빈약하다니 너 그런 말은 어디서..” “...냄새나” 딱딱하게 뒤를 돌아보자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해서 독설들을 내뱉는 꼬맹이. “화,화단 거름을 전부 퍼내서 옆에 대충 쌓아둬서 그런 거 알잖아 겨울이 지나면 저것들도 쓸모가 있을거라니까?” “....시간낭비” “....시간이 남아도니까 만든 거라고 했던 나 자신이 싫어지려 그러네...” 꼬맹이의 말 몇 마디에 예쁘게만 보였던 장소가 단번에 쓰레기장으로 변모해버렸다. 사랑이 이렇게 무섭다니까... 꼬맹이가 흰색을 보고 검은색으로 말해도 믿어버릴 것 같아. “그래도 안전한 장소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게 어디냐? 마침 집에 검도 입문 서적이 있기도 했고...전에 살던 녀석들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별에 별거가 다있었잖아? 리더십책에, 재봉, 요리, 목공, 농사...” 나는 들어 올렸던 목검(나뭇가지)을 바닥으로 던져버리고는 칼을 끄집에내 새워둔 볏짚으로 만든 허수아비에게 휘둘렀다. 중간마다 야구를 했던 버릇 때문에 교본에 나온 움직임을 취하기가 쉽지 않아 주춤거리긴 했지만, 전보다는 확연하게 자세가 좋아지고 있는게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허억....허억” 뭐, 내 자세가 좋아지는 만큼. 아니 그보다 더욱더 체력이 나빠지고 있는 게 실감이 되긴 해서 미쳐버릴 것도 같지만 차라리 이렇게라도 몸을 움직이는게 좋을때도 있었다. 그 차가운 단도가 내 목을 찌르는 꿈을 꾼다던가, 좀비에게 물어뜯기는 환영을 본다던가 이것저것.... “....야 꼬맹이 넌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지?” 나는 목검을 휘두르면서도 꼬맹이가 잘 있는지 몇 번이나 뒤를 돌아 확인했고 그 순간마다 눈이 마주쳤던 꼬맹이는 착실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내가 불안해 한다는걸 전부 알고있다는 것처럼 언제나 언제나... “...죽기전까지” “그래 죽기전까지. 죽기전까지 우린 함께야” 꼬맹이는 요즘 저말에 빠져있다. 죽기전까지... 만약 우리중 누군가가 죽으면 다른 한쪽은 정상적으로 살아갈수있을까? 파각하고 갑작스럽게 손아귀에 힘이들어가 끄집어낸 칼에 금이가더니 부숴져 흩어졌다. “푸핫 봤냐 꼬맹아? 아직 힘만큼은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다니까 다른게 문제라서 그렇지” “....응 주인은 굉장해” 내 기분을 맞춰준 꼬맹이가 뒤에서 나를 꼭 끌어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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