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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 출발(2)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는데 제발 아서라 나랑 꼬맹이 두 명이서 살아가기도 존나게 벅차서 쓰러질 지경이니까” “저기 잠깐..!” 더 이상 할 말은 없었기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잡고있던 핸들을 돌려 전속력으로 학교를 빠져나와 게이의 설명과 함께 지도에서 보았던 상가를 찾아 오토바이를 몰기 시작했다. 사서도 이 정도로 정이 떨어지게 행동했으니 더는 우리를 귀찮게 할 일도, 얽히려고 할 일도 없겠지... “...주인” “어 갑자기 왜 불러?” 묘한 허탈감에 묵묵히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고 있자 꼬맹이가 내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는 거야? 잠깐 멈출까? 쉬었다 갈래?” “...멈추지마 따라잡힐 거야” 어지간하면 오토바이에 타고있을때는 말을 잘 하지 않던 꼬맹이의 묘한 행동에 혹시 가득 실은 짐 때문인 건가 싶어 당황하며 오토바이를 새우려 하자. 꼬맹이가 어딘지 모르게 불쾌한 티를 내며 내 품에 얼굴을 묻었다. “누가 따라온다는...!? 미치겠군 결국 억지로라도 따라오겠다 그건가?” 오토바이의 백미러를 사용해 슬쩍 뒤를 돌아보자 가시처럼 뾰족하게 새운 철판들을 덕지덕지 이어 붙인 괴상하게 생긴 트럭 하나가 전속력으로 우리의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보이는 경찰관과 사서... 그들의 얼굴에 무언가 결연한 표정이 지어져있어 무슨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나를 따라올 생각인 듯 보였기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핸들을 강하게 돌렸다. [부르르르릉!] 방금보다 더한 소음을 토해내면서 오토바이의 속도계가 한계까지 올라갈 정도로 빠른 속력으로 거리를 질주해 나가기 시작했다. 끽해봐야 개조한 트럭이었기에 이 속도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녀석들을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선택이었지만 이 선택이 최악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캬아아악!” [콰앙!] 평소 지나가지 않던 거리에 들어서자 수백의 좀비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에 치여 벽에 처박힌 좀비한 마리를 시작으로 하늘에서 수많은 뼛조각이 내가 지나온 장소에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야 꼬맹아 근처에 이 새끼들 있는 거 몰랐던 거야?” “...미안해 주인 몰랐어” 여전히 내 품에 안긴 채로 작게 사과를 하는 꼬맹이 말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시멘트 바닥이 움푹 파여 들어가는 가공할만한 위력의 뼛조각, 아마 이 조각들이 살짝 스치기라도 한다면 지금의 내 몸은 종잇조각처럼 갈가리 찢겨 바닥을 나뒹굴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핸들을 꺾어 골목길로 들어갔다. “미치겠군” 골목길을 나아간 지 얼마 가지 않아 눈에 들어오는 널브러진 수많은 시체가 그대로 방치되어 썩어가는 쓰레기장 같은 모양새의 길목, 그나마 다행히도 여기까지는 뼛조각이 날아들지 않는 듯했기에 나는 잠시 오토바이를 멈춰 새웠다. 이대로 돌진한다면 타이어에 시체의 뼈나, 장기, 치즈처럼 굳어진 썩은 피와 살점 같은 이물질들이 가득 끼어 들어가 어디에 부딪혀 죽어버릴 것이 눈에 훤히 보였으며 그렇다고 천천히 오토바이를 끌면서 전진한다 해도 뒤에 따라오는 좀비들이 금세 우리를 따라잡을 것이었다. “아깝긴 해도 오토바이를 여기에 버려두고 앞으로...” “그...아아” 내가 한숨을 내쉬면서 꼬맹이를 바라보자 길목에 널브러진 시체들 중 몇몇은 아직 살아있는 것인지 좀비 특유의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파악!] 내가 막 쇠파이프를 꺼내 녀석의 머리를 후려치려던 순간 그보다 한발 앞서 꼬맹이가 튀어 나가 주먹을 휘둘러 머리를 짓이겨버렸다. “...조심해” “아직 한 마리 정도는 문제없거든요?” 썩어버린 시체의 머리가 토마토처럼 벽면에 흩뿌려졌고 손에 묻은 피를 가볍게 털어낸 꼬맹이가 살짝 웃음을 띄워 보였기에 긴장이 풀린 나 또한 실없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앞뒤로 가득 찼어. 싸울 수밖에 없어 주인” “그러냐 거참 좋네 씨발...”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짐 사이에 끼어있던 권총을 주머니에 넣고는 들고 있던 쇠파이프로 뻐근한 어깨를 두드렸다. 야구를 했을 때 이런 감각을 느끼면 무언가 불행한 일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러려나? “몇 마리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까지 몰려있는걸 상대하는 건 처음이니까 조심해라?” “...응” 짜증나는 징크스가 떠올라 꼬맹이에게 한마디하자 건성으로 되돌아온 대답을 시작으로 우리가 왔던 골목길에서 수많은 좀비가 내달려오는 게 보였다. 오랜만의 긴장감에 가슴이 크게 뛰기 시작했고 꼬맹이 또한 긴장했는지 눈동자가 조금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좀비 한마리의 머리를 붙잡아 그대로 몸통에서 뜯어내 버렸다. “...주인한태 가까이 다가가지 마” 긴장이 아니라 적의나 뭐 의욕같은 거였던걸까? 꼬맹이의 서슬퍼런 말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그...아” 몸통에서 떨어졌음에도 식욕이 가시지 않는지 딱딱 입을 움직여 꼬맹이를 향해 역한 이빨을 드러내던 녀석은 꼬맹이의 악력에 의해 산산이 터져나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이쁘다...” 그모습을 보던 꼬맹이가 무언가를 작게 중얼거리더니 몰려오던 좀비들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고 나는 떨리는 손을 꽉 잡아 힘을 주고는 앞쪽 길목에서 소음을 듣고 도착한 좀비의 배를 걷어차 눕히힌뒤 쇠파이프로 머리를 강하게 내려찍었다. 깡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수박이 부서지듯 머리가 산산히 부서졌고 좀비는 그대로 절명해 시체로 되돌아갔다. “하! 나도 아직은 쓸만하네” 적어도 절반, 꼬맹이의 절반이라도 움직여 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쇠파이프에 묻은 피를 대충 털어버리고는 자세를 고쳐잡은후 좀비의 손을 뜯어내 휘두르는 꼬맹이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 “그....아” 움직임이 빠른 녀석들은 나를 배려하듯 꼬맹이가 먼저 달려들어 머리를 잡아 뜯어 던져버렸으며 상대적으로 굼뜬 녀석들은 내가 직접 쇠파이프를 휘둘러 한 마리씩 차분하게 머리를 부숴 침착하게 수를 줄여나갔다. “...더럽게 힘드네” 잠시 체력에 한계가온 나는 흘러내리는 땀을 딱으며 잠시 멈춰섰다. 꼬맹이의 뒤를 따라 정확히 20마리의 좀비의 머리를 날렸을 뿐인데도 온몸에서 땀이 미친 듯이 흘러내리며 숨이 차올랐지만, 척 봐도 나보다 몇 배는 더 움직인 꼬맹이는 땀을 흘리기는 커녕 어딘지 모르게 즐거워 보이는 걸음걸이로 유유히 남은 좀비들 사이를 헤집고 있었다. “(이거 내가 필요했던걸까? 뭔가 자존심이 점점 깍여나가는 기분이네...)” “캬아아악!” “...시끄러워” 꼬맹이의 주먹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좀비의 턱에 꽂히자 좀비의 목뼈가 그대로 뜯기더니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아..그아” 목의 기도가 막힌 것인지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는 좀비를 내려다보던 꼬맹이는 그대로 목을 뜯어내 손에 들더니 좀비와 눈을 마주쳤다. “가만있어” “....” 나와 섹스를 할 때나 들려주던 한껏 격양되어있는 꼬맹이의 목소리. 나는 잠시 그런 꼬맹이의 모습을 바라보더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시체 가지고 놀지 마라 그러다 병 걸려 너는 모르겠는데 같이 자는 내가 걸릴지도 모르잖냐?” “...미안해 주인” 꼬맹이는 잠시 생각하는 듯 나를 보더니 처음 그랬던 것처럼 손에 힘을 주어 손위에서 조용히 자신을 마주 보던 좀비의 머리를 터트려 시체를 흩뿌려버렸다. “...이제 힘도 나보다 좋네” 어쩌면 백신을 바르기 전의 나보다 훨씬 강해진걸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잠시 숨을 돌리고 있자, 수십 마리의 좀비를 잡을 때 흘린 소음 때문인지 금세 우리의 뒤를 따라온 트럭이 좁은 골목길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우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내달려와 코앞에서 멈춰 섰다. “하! 여기까지 따라오는 거냐? 어지간하면 그냥 돌아가지?” 나의 빈정거리는 한마디에 도로에서 보았을 때랑 비교조차 하지 못할 만큼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자동차의 문이 열리며 사서와 경찰관이 차에서 내려 나에게 다가왔다. 인상이 구겨질 때로 구겨진 경찰관과 바로 전까지도 울고 있던 건지 얼굴이 심하게 망가져 있는 사서, “저는, 저는 이제 버티는 것도 힘들고 힘들어서” 사서는 그대로 주저앉아 나에게 애원했다. 내가 꼬맹이를 찾기 전 방안에 틀어박혔을 때처럼. 누구에게 기대고 싶어서 미쳐버린... 아, 그런가? 내 존재는 사서에게 있어서 전 여자친구와 같이 된 걸까? 미련을 버릴 수 없는 그런? “하아...있지 나를 그렇게까지 따라오는 이유가 뭐야? 밖에서의 생활은 많이 힘들어 농사는커녕 안정적으로 식량을 구할수단이 없어서 매번 고생하면서 찾아다녀야지 씻으려면 마실 물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하나 백만 번은 고민하게 되어버려 내 힘을 보고 편해질 것 같아서 그러는 거라면 포기...” “크에에!” “...좀비까지 몰고 온 거냐?” “일단 사과는 나중에 할 테니까 여기서 벗어나는 건 어때 형씨” “....주인” “하아...트럭에 오토바이를 싣는 것 좀 도와줘 이 상태로는 앞으로 못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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