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16.변화
진서가 나오고 곧바로 나온 것 같은데 진서는 이미 한참을 멀리 가 있었다.
"야, 잠깐 기다려."
진서는 내 소리치듯 외친 말이 들렸을 것이 분명함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더군다나 보폭도 나보다 훨씬 커서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갔다.
붙잡기 위해선 뛰어야 했다.
그런데 뛸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여자의 몸은 뛰는데 익숙지 않다.
더군다나 지금은 팔로 가슴을 대충 부여잡았지만 브래지어를 입지도 않은 가슴은 멋대로 움직여서 떨어질 듯 아프고, 아까 일 때문인지 찬 공기 탓인지 모르겠지만, 딱딱해진 유두는 저금만 뛰어도 쓸리면서 따갑다.
그렇게 숨을 헐떡일 때까지 뛰어서 간신히 진서를 붙잡았다.
2년 동안 몸 하나 꼼짝 안 한 저질 체력이었다.
겨울 아침의 차가운 공기가 폐 안을 난도질 하듯 들어온다.
그 탓에 입을 열어도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대신 진서가 먼저 입을 열어주었다.
"너 뭐 하자는 건데? 키스방 다니다 보니 젓탱이 만져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냐?"
길거리에서 남들 시선 따윈 아랑곳 하지 않은 듯 큰 목소리였다.
나는 당황하여 진서의 입을 틀어막았다.
"야, 너무 목소리가 커."
나는 반대로 목소리를 줄이라는 듯 속삭이듯 말을 했지만, 진서는 그럴 생각 이 없어 보였다.
진서는 내 손을 치우고는 다시 큰 소리로 소리치듯 말했다.
"뭐, 밖에 나오니 이제 부끄러움이란 게 좀 생기냐?"
그의 말에 나도 화가 치밀었다.
"부끄러움? 부끄러움을 아는 놈이 어제 그런 식으로 행동했냐?"
노래방에서도 그렇고 수민이 자취방에서도... 발정난 개 마냥 주변에 친구들이 있어도 마음대로 해놓고는 어이가 없었다.
"그건, 그것도 네가 자꾸 헤프게 구니깐…."
"한번은 그렇다 쳐도 두 번째는 뭔데, 친구들에게 소문내고 싶었냐? 왜 발정 난 개처럼 다 있는 곳에서 해대는데?"
내 말에 진서는 뭔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말을 했다.
"그런데, 두 번째? 노래방 말하는 거라면 미안하긴 한데, 네가 언제나 사용하라면서? 아무도 안 묻더니만."
나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진서의 말에 순간 차가운 기운이 척추를 타고 흐르는 듯한 서늘함을 느꼈다.
혹시, 어젯밤에 몸을 섞은 게 진서가 아니었나? 확실히 진서인 걸 보지는 못했다. 진서일 거라 추측만 한 거지. 그럼 누구지?
앞에서 진서가 뭐라고 말을 계속했지만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젯밤에 상대가 누구인지에 대한 불안 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 때 택시가 눈 앞에 섰다.
진서가 나가면서 바로 불렀던 택시였다.
"일단 집에 가서 이야기해."
진서는 내 손목을 끌고 택시에 태웠다.
집에가는 동안 진서는 입을 꾹 닫고 있었고, 나 또한 택시기사가 신경쓰였기에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 진서는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첫번째는 노래방일 거고, 두 번째가 뭔 소리야? "
사실대로 말 할 수는 없었다.
"처음 집에서 하고 잘 안돼서 두 번째 노래방에서 했잖아. 그걸 말한다는 게 잘못 말했어.."
나는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 생각했던 거짓말로 둘러대었다.
진서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더 캐묻지는 않았다.
왠지 모를 미안함이 진서에게 들었다. 그리고 이 미안한 감정을 갚으면서도 대화 주제를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진서야, 가슴 만질래?"
나는 트레이닝 복을 풀고 젖가슴을 드러냈다. 그리고 효과는 확실했다.
*******
그 후 며칠간은 진서는 내 몸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심심하면 와서 내 몸 여기저기를 만지고 빨아달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미안한 게 있었기에 되도록 그의 요구에 응해주었다.
하지만 친구놈의 고추를 입에 대는 것은 여전히 생리적인 거부감이 느껴졌다.
그 탓에 펠라치오도 잘 못 했기 때문에 그에게 해주는 것은 거의 손으로 였다. 그리고 그 탓인지 어느 순간부터 진서는 첫날 방에서처럼 흥분을 하지 않았다.
점차 빈도가 줄어들었고 진서는 괜찮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고민이었다.
나는 진서의 성욕을 풀어줄 의무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고심 끝에 지선이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잘 지내세요?"
[어, 연우야 나야 잘 지내지 어쩐 일이야?]
"잠깐 시간 되세요?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언제 볼래?]
나는 그녀와 약속을 잡고는 약속장소에 갔다.
카페 안에서 먼저 커피를 시켜놓고 앉아 있는 누나가 보였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자 환한 미소로 쾌활하게 반겨주었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만둔 뒤로 얼마나 기뻤는지 알아? 혹시나 다시 다니겠다. 소리 할까 봐 일부러 전화도 안 했어."
"저는 언니랑 헤어져서 얼마나 슬펐는데요."
"나도 슬펐지, 그런데 어쩐 일이야? 다시 다니고 싶단 소리 같은 건 아니지?"
"네, 그건 아니고 혹시 언니 단골 중에 진서라는 애 아세요?"
"진서? 모르겠는데 다 이름을 외우고 있진 않아서."
나는 휴대폰을 꺼내 진서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 이 애? 어 알고 있어 요즘에 도통 안 오던데? 누구야?"
"친구에요. 저번에 언니 대타로 들어갔다가 이 애한테 들켰거든요."
그러자 지선이 누나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녀는 걱정되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괜찮아? 혹시 저놈이 너 소문 내고 다니고 그런 거야?"
"아, 아니에요. 그런 애 그런 건 아니고 혹시 이 애한테 서비스 해줄 때 어떤 식으로 해줬는지 궁금해서요."
내 말에 어두웠던 지선이 누나의 표정이 풀어지며 짓궂은 미소를 띠었다.
"아하, 내 손님 낚아 채 간 게 너구나? 남자친구?"
"그런 건 아닌데….. 비슷하긴 해요. 그냥 취향을 알고 싶어서요."
내 애매모호한 말에 그녀는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그런 곳에서 일했다고 쉽게 보고 너 가지고 노는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남자친구라고 할걸 그랬다.
"뭔 관계인데? 섹파 같은 거야?"
"아직 섹스는 안 했는데….."
나는 그녀의 말에 말끝을 흐렸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내 말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래서 결국 이 애를 잠자리에서 유혹하고 싶다는 거야?"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요즘, 얘가 그, 그게 잘 안 서더라고요. 혹시나 내가 매력이 없나 해서….. 이 애가 발기부전이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잘 섰었는데 어느 순간 그렇더라고요."
내 말에 그녀가 웃음을 짓자 나는 황급히 잘못을 깨닫고 사족을 덧붙였다.
"그러니깐, 어떨 때는 잘 서고 어떨 때는 잘 안 선단 거지?"
"네….."
그녀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이야기했다.
"아 걔가 조금 특이하긴 했었던거 같아. 내가 어디서 일했고 어떤 손님들 받았었는지 계속 물어보긴 했었거든."
"그럼 어떤 이야기 해주셨었어요?"
"이전의 손님들 이야기해 주긴 했지, 안마방이나 룸살롱이나 여기저기서 특이한 손님들은 많았으니깐. 아, 걔 약간 NTR 취향인 거 아닐까?"
"네? NTR이요?"
나는 그녀의 말에 침을 꼴깍 삼켰다. 정말인가? 하긴 걔가 흥분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손님 중에 내가 어떤 손님들 받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이는 없거든. 아니면 약간 야한 여자를 좋아한다거나."
"그…. 그럼 어디까지 서비스해 주셨어요? 걔한테?"
"서비스? 아, 걔랑은 마치고 애프터도 했으니 아마 해달라는 거 다 해줬을걸?"
"다라면?"
"기본적으로 질내삽입이나 리밍이나…."
"리밍이요? 리밍이 뭐예요?"
내 말에 그녀는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대 딸도 쳐주면서 항문 핥아주는 거, 똥까시라고도 하고."
귀가 확 빨개진다. 그런 것도 해준다고?
"안마방 가면 기본으로 해주는 거야, 남자들 중 싫어하는 사람 없더라. 깨끗한 스타일이면 혀도 집어넣어서 해주지, 이렇게."
그녀는 혀를 길게 빼서 뱀처럼 웨이브를 탔다. 나는 왜 진서가 이 누나에게 빠져서 돈을 꼬라박았는지 알았다. 이 누나는 나랑 상대가 안 되게 너무 야했다.
"아, 그리고 항문 섹스도 해주긴 해, 잘 안 해주려고 하긴 하는데, 적당히 하면... 뭐, 나야 개발되어 있으니깐."
이렇게 이쁜 누나가 그렇게 천박하게 항문을 벌린다는 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커피를 마셨다.
"왜? 걔한테 해주게?"
그녀의 말에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해줄 수 있을까?
"하려면 항문섹스는 먼저 확실히 개발한 다음에 해, 그래야 안 아파. 난 처음에 무턱대고 돈 다발 들이미니깐 허락하긴 했는데, 그 후, 며칠 간 제대로 걷지도 못했어. 항문 젤은 지용성 쓰고 수용성은 너무 금방 마르더라. 그리고 기구같은거는...."
지선누나는 엄청 자세하게 그리고 전문가처럼 말을 했다.
아 정말 해본거구나....
그녀의 말을 들을 수록 어쩐지 내 항문이 의식되며 힘이 들어갔다.
나는 왠지 목이 타서 앞의 커피를 말없이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 웃기 시작했다.
"장난이야 장난, 너 왜 이렇게 귀여워? 얼굴 벌게진 거 봐."
나는 입을 내밀고 그녀를 쏘아봤다. 그럼 그렇지 그녀가 그런 것 까지 해줬을 리 없었다.
"아 놀리지 말아요. 그럼 그렇지, 언니가 그런 거 할 리가 없지."
"응? 해본 건 사실인데?"
나는 그녀의 말에 멈칫했다.
"장난이라면서요? 어디까지 사실이에요?"
"해봤다 한 건 다 사실이야, 그냥 그걸로 너 골려 먹는 게 장난이지."
서큐버스란게 실존하면 이 누나일 것만 같았다.
"순진해서 아무튼 남자한테 이것저것 다 주지 마, 너무 다 주면 남자는 당연하게 생각해. 하나 주면 대신 뭐든 하나 받아. 선물이든 마음이든 돈이든."
그녀는 짐을 챙겨 일어나면서 덧붙였다.
"그리고 오늘 너도 나 불러낸 값 지불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