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평화주의자와 강요당한 합체
제6화. 평화주의자와 강요당한 합체
“...찾았다.”
지옥이었다.
소선이라는 피곤함의 구렁텅이에서 간신히 탈출했더니, 골목 입구에는 피곤함의 끝판왕이 서 있었다.
청성파의 장로, 청허(淸虛). 모든 피곤한 일의 시작, 그를 색마로 몰았던 바로 그 위선자 중 제일 윗대가리처럼 보였던 말코 도사였다.
“허허... 마도(魔道)의 싹이, 감히 내 제자의 방에서 나오다니.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느니라.”
청허 장로의 음흉한 미소가, 불타는 천무진의 시야 속에서 아른거렸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소선의 방을 두드린 것도, 소선이 그를 공범으로 만들도록 유도한 것도, 전부 이 늙은이의 설계였을지도 모른다.
'아...'
천무진의 뇌리가, 양기 폭주의 열기 속에서도 차갑게 식었다.
'피곤하다...'
정말로, 피곤한 놈들이었다.
정파 놈들은, 스승의 말대로,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피곤하게 일을 처리하는 집단이었다.
“네놈이... 어찌 여기에...”
천무진은 끓어오르는 숨을 간신히 내뱉었다.
그의 몸은 임계점이었다.
소선과의 밀착으로 인해, 천양신체는 합체라는 피곤한 짓 외에는 답이 없는 상태였다.
“허억... 헉.”
그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았다.
몸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골목 안의 싸늘한 공기와 만나 기묘한 안개를 만들었다.
“허허허... 꼴이 말이 아니구나.”
청허 장로가 자비로운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네놈의 그 요사스러운 천양신체가... 드디어 임계점에 달한 모양이다.”
“알고... 있었나.”
“물론이다. 이 늙은이는, 네놈 같은 마의 싹을 30년 동안 추적해왔느니라.”
장로가 거들먹거리며 말을 이었다.
“네놈의 스승, 그 마도의 잔당이 기어코 너에게 천양신체를 물려주었더군. 쯧쯧... 그것이 얼마나 평화롭지 못한 저주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평화롭지 못한 건 네놈인데.’
천무진은 속으로 욕설을 삼켰다.
그는 지금, 이 피곤한 늙은이와 복잡한 대화를 나눌 기력이 없었다.
그저 평화롭게 죽고 싶었다.
“자.”
장로가 그의 턱을 발로 툭, 찼다.
“선택지를 주마. 이대로 평화롭게 터져 죽겠느냐, 아니면... 이 늙은이의 자비를 받아들이겠느냐.”
“무슨... 꿍꿍이냐.”
“허허... 마도의 싹이라기엔, 지나치게 평화를 바라는구나. 그 점이 아주 흥미로워.”
청허 장로는 천무진의 평화주의 성향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었다.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던 게 사실인 모양이다.
“나는 확인을 해야겠다.”
장로가 말했다.
“네놈이 과연, 네놈의 스승처럼 구제 불능의 마(魔)인지... 아니면, 그저 평화를 바라는 불쌍한 짐승인지.”
“뭐라는... 거야...” 천무진의 의식이 흐려졌다. 양기가 뇌를 태우고 있었다.
“자, 따라오너라.”
장로가 그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천무진은 저항할 힘도 없었다.
피곤하게도, 그는 정파 놈에게 질질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장로는 그를 객잔의 가장 구석진 방, 창고로 개조한 듯한 비밀스러운 방으로 끌고 갔다.
그곳은, 장로가 이 시험을 위해 미리 준비해둔, 양기 증폭 진법이 설치된 방이었다.
방 안의 공기는, 양기를 자극하는 뜨거운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쿠콰콰콰콰-!
천무진의 천양신체가, 방 안의 진법에 반응해 마지막 남은 이성마저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허억! 커헉!”
그는 무릎을 꿇고 피를 토했다.
“이... 이... 늙은이가...!”
“허허. 이제야 마의 본성이 좀 나오는 게냐.” 장로가 비웃으며 방 안쪽을 가리켰다.
“자, 저기... 네놈을 위한 시험대가 있느니라.”
천무진이 고개를 들었다.
방 안쪽, 침상 위에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이 객잔의 기녀인 듯했다.
그녀는 얇은 비단옷 차림으로, 겁에 질린 채 침상 구석에 묶여 있었다.
아마도 장로가 이 시험을 위해 피곤하게도 따로 준비한 모양이었다.
“이... 이게... 무슨...”
천무진은 경악했다.
“시험이다.”
장로가 평화로운 미소로 말했다.
“네놈의 천양신체는 음기를 갈망하지. 저 여자는, 이 마을에서 가장 음기가 강한 그릇이다. 이름은... 매향이라고 하더구나.”
“미친... 놈”
“자, 선택해라.”
장로가 검을 뽑아, 천무진의 목에 겨누었다.
“네놈이 만약... 네놈의 마성을 이기지 못하고 저 여자를 덮친다면... 이 늙은이는 정의의 이름으로, 네놈과 저 더럽혀진 계집을 함께 벨 것이다.”
'...'
“만약... 네놈이 끝까지 평화를 부르짖으며 마성을 이겨낸다면...”
장로가 음흉하게 웃었다.
“뭐, 어차피 양기 폭주로 터져 죽겠지. 어느 쪽이든, 정의는 실현되는 셈이다. 허허허.”
이것이 정파가 말하는 정의였다.
위선과 광기로 가득 찬, 지독하게 피곤한 논리였다. 정파는, 그에게 19금을 강요하고 있었다.
“자... 어찌하겠느냐, 마도의 싹아.”
장로가 검을 거두고, 방구석에 앉아 그를 관람할 자세를 취했다.
“크... 크아아아...”
천무진은 괴로웠다. 이성이 말하고 있었다.
'평화! 저건 피곤한 짓이야! 엮이면 안 돼!'
하지만, 천양신체가 울부짖고 있었다.
'음기! 저것이 음기다! 저것을 취하지 않으면... 죽는다!'
그의 평화주의 철학과 생존 본능이, 정파라는 피곤한 심판 앞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화르르르르르르륵-!
양기 증폭 진법이, 그의 양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이성이... 끊어졌다.
“크어어어!”
그는 더 이상 천무진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음기를 갈망하는 짐승이었다.
그의 새빨간 눈이, 침상 위의 매향을 향했다.
“히익!” 매향이 비명을 질렀다.
“오호...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게냐.”
장로가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천무진이 네 발로 기어가듯, 침상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머릿속은 평화가 아닌, 생존이라는 두 글자만 남아 있었다.
'살아야... 한다!'
그는 그대로 침상 위의 매향을 덮쳤다.
“꺄아악!”
천무진은 짐승처럼 그녀의 얇은 비단옷을 찢어발겼다.
“읍! 읍!”
매향이 저항하려 했지만, 양기 폭주 상태인 천무진의 힘을 당해낼 순 없었다.
그의 불덩이 같은 손이 그녀의 하얀 살결을 훑었다.
뜨거운 열기가 그녀의 몸으로 스며들자, 매향의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음기가 가장 강한 곳을 찾아,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거칠게 빨아들였다.
하지만, 천무진의 이성 한 조각이, 이 피곤한 상황을 이상하게 비틀고 있었다.
'아... 젠장...!'
그는 본능적으로 합체를 시도하면서도, 평화주의자로서의 짜증이 폭발하고 있었다.
'이거... 왜 이렇게 복잡해!'
그는 첫 경험이었다.
합체라는 피곤한 짓을 해본 적이 없었다.
스승은 합체하라고만 했지, 어떻게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의 본능이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그의 양기의 상징이 그녀의 음기의 입구를 찾아 헤맸다.
'아니... 이게 아닌가? 왜... 구멍이... 젠장! 피곤하게 시리!'
그는 짐승처럼 헐떡이면서도, 평화롭지 못한 이 행위의 비효율성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냥... 손만 잡아도... 음기가 빨려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 무슨 복잡하고 땀나는 피곤한 짓이람!'
“허억... 헉... 젠장! 젠장!”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피곤한 이 짓을 빨리 끝내고 평화를 찾고 싶었다.
“허허... 마(魔)치고는... 꽤나 서투르구나.”
장로가 관람하며 훈수를 두었다.
“조금 더... 아래다, 이 짐승아.”
“닥쳐, 이 피곤한 늙은이야!”
천무진이 포효하며, 마침내 본능에 따라 음기의 근원을 찾아냈다.
그의 양기가 음기의 입구에 닿는 순간.
“!”
엄청난 쾌감과 함께, 음기가 빨려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 이거...!'
'피곤하지만... 시원하다!'
그가 막 피곤한 이 행위를 완수하고, 평화로운 해독을 시작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평화.’
그의 머릿속에서, 스승의 청심공(淸心功) 구결이, 그리고 평화롭게 살라던 스승의 유언이, 마지막 힘을 발휘했다.
‘아니지. 이건... 피곤한 짓이야.’
‘이건... 정파 놈들이 강요한 거야.’
그의 몸을 지배했던 본능과, 그의 영혼에 각인된 철학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쿠콰콰콰콰콰콰-!
그가 매향의 입구에서 받아들인 음기와, 그의 몸속에서 폭주하던 양기가, 청심공의 저항으로 인해... 조화되지 못하고, 역류하기 시작했다.
“어?”
“크아아아아아아악-!”
천무진은 엄청난 고통과 함께 매향의 몸에서 튕겨져 나갔다.
그는 바닥을 굴렀다.
그의 입에서, 시커먼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커... 헉...”
그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양기 폭주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음기와의 충돌로 인해, 기혈이 완전히 뒤틀려버렸다.
'망했다. 진짜로 피곤하게 죽겠네.'
이것이 그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허허.”
장로가 관람을 마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은 자비가 아닌,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마(魔)도 되지 못하고, 사람도 되지 못했구나.”
장로가 실패작을 보는 듯한 눈으로 천무진을 내려다보았다.
“해독조차 제대로 못 하는 반푼이라니. 네놈의 스승이 알면 통탄할 노릇이다.”
장로가 검을 치켜들었다.
“시험은 끝났다. 정의를 실현할 시간이다.”
피곤한 칼날이, 양기 폭주와 기혈 역류로 죽어가는 천무진의 목을 향해... 천천히, 그리고 자비롭게 내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