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평화주의자와 피곤한 오해
제7화. 평화주의자와 피곤한 오해
그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망했다. 진짜로 피곤하게 죽겠네.'
이것이 그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허허.”
장로가 관람을 마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은 자비가 아닌,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마(魔)도 되지 못하고, 사람도 되지 못했구나.”
장로가 실패작을 보는 듯한 눈으로 천무진을 내려다보았다.
“해독조차 제대로 못 하는 반푼이라니. 네놈의 스승이 알면 통탄할 노릇이다.”
장로가 검을 치켜들었다.
“시험은 끝났다. 정의를 실현할 시간이다.”
피곤한 칼날이, 양기 폭주와 기혈 역류로 죽어가는 천무진의 목을 향해... 천천히, 그리고 자비롭게 내려오고 있었다.
‘아.’
시야가 흐려졌다.
청허 장로의 검이, 양기 폭주와 기혈 역류로 만신창이가 된 천무진의 목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드디어.’
아이러니하게도, 천무진은 평화를 느꼈다.
그래, 죽는 거였다.
죽으면 이 지긋지긋한 양기 폭주라는 피곤한 체질도 끝이다.
정파니 마도니 하는 복잡한 놈들과 엮일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다행이다...
합체라는 피곤한 짓을... 안 해도 되잖아.
그는 해독 실패가 고통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평화주의자로서의 신념을 지켰다는 것에 만족했다.
복잡하게 사느니, 평화롭게 죽는 게 낫지.
그는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장로의 검이 그의 목덜미를 베기 직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쾅~!
“찾았다! 이놈이다!”
“장로님! 여기 계셨...”
방문이, 그야말로 박살이 났다.
먼지와 함께 굴러 들어온 것은, 광장에서부터 천무진의 평화를 방해했던, 바로 그 청성파 제자들이었다.
“!”
장로의 검이, 천무진의 목 위, 1치(寸) 앞에서 멈췄다.
“!”
천무진의 감겼던 눈이, 평화롭지 못한 소음에 다시 떠졌다.
“!”
방 안에 있던 모두의 시간이, 피곤하게도, 멈춰버렸다.
문을 부수고 쳐들어온 청성파 제자들.
그들은 눈앞의 광경을 이해해야 했다.
그들의 정파적인 뇌가, 이 복잡한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본 것은 다음과 같았다.
자신들이 쫓던 변태 색마(천무진)가, 피를 토한 채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고 있다.
자신들이 존경하는 청성파 장로(청허)가, 그 색마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다.
그리고... 침상 위에는, 처음 보는 여인(매향)이... 얇은 비단옷은 갈가리 찢겨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묶여 있으며,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울고 있다.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는 붉은 잇자국이 선명했다.
“...”
정적이 흘렀다. 제자들의 머릿속에서, 이 세 가지 피곤한 정보가 정파적인 논리에 따라 조합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선이 천무진에게서 매향의 처참한 몰골로, 그리고 다시 장로에게로 이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신념에 부합하는 가장 정의로운 결론에 도달했다.
“장, 장로님!”
제자 중 하나가, 경악과 존경이 뒤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설마... 이 짐승 같은 놈이...!”
“뭐?”
장로가 피곤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자신의 완벽한 계획이 방해받은 것에 대한 짜증이 치밀어 오르던 참이었다.
“이놈이... 이 가련한 기녀를 겁탈하려던 것을... 장로님께서 혈혈단신으로 막아내신 것이군요!”
'......'
장로의 자비로운 미소가, 처음으로 굳었다.
이건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시험장이 순식간에 정의 구현의 현장으로 둔갑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었다.
“이, 이런...!”
“과연 장로님이십니다! 이 더러운 놈을 처단하기 위해 직접 정의를 구현하고 계셨던 것이군요!”
제자들의 눈이 존경심으로 불타올랐다.
그들에게 장로는 흠결 없는 정의의 화신이었고, 눈앞의 상황은 그 신념을 더욱 공고히 하는 증거였다.
'......'
천무진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이 기가 막힌 코미디를 직관해야 했다.
거봐.
그의 평화주의 뇌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 결론을 내렸다.
'정파 놈들이라니까...'
그들은, 지들 스승이 강요한 19금 시험 현장을 덮쳐놓고는... 그걸, 색마를 저지하는 정의로운 스승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심지어 저 기녀가 묶여 있는 것조차, 색마가 저지른 변태적인 행위의 일부라고 굳게 믿는 눈치였다.
피곤하다... 정말로 피곤한 놈들이다... 그는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목구멍에서는 "커헉"하는 피 끓는 소리만 새어 나왔다.
장로의 얼굴색이 시시각각 변했다.
자비로운 백색에서 분노의 적색으로, 다시 당황의 청색으로. 이 피곤한 오해를, 이 정의로운 제자들 앞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사실... 내가 이놈을 시험하기 위해 양기 진법을 깔고, 이 기녀를 강제로 묶어두고, 합체를 강요했다... "
...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은 정파가 아니라 마도의 방식이었다.
그의 명예가, 청성파의 위신이 달린 문제였다.
“크흠!”
장로가 헛기침을 했다.
그는 재빨리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시험을 망친 제자들에게 화가 났다.
“네... 네놈들은... 어찌!”
“장로님! 염려 마십시오!”
“이 색마 놈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제자들은 정의감에 불타올라, 칼을 뽑아 들고 천무진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멈춰라!”
장로가 다급하게 외쳤다.
이 실패작은, 자신의 시험을 망친 마도의 싹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단해야 직성이 풀릴 터였다.
다른 놈에게 공을 넘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 피곤한 아수라장의 핵심 피해자. 침상 위에 묶여 있던 매향이, 이 정파 놈들의 쇼를 보고 있다가...
“흐... 흐어어엉...!”
극도의 공포와 수치심, 그리고 살았다는 안도감이 뒤섞인 울음을 터트렸다.
“!”
제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매향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찢어진 옷을 부여잡고, 서럽게 울고 있었다.
매향은 본능적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저기 칼을 든 놈들이 자신을 구해줄 동아줄이다.
그리고 저 늙은 영감이 그들의 우두머리다.
“저, 저놈이... 저 짐승 같은 놈이...!”
매향이,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위협이 되었던 천무진을 손가락질했다.
“그리고... 저, 저 영감님(장로)이...!”
“!”
장로의 심장이 피곤하게 내려앉았다.
이 계집이 설마 진실을 폭로하려는 것인가.
“저 영감님이... 저를... 구해주시려...!”
매향은 정치를 아는 여자였다.
이 방에서 가장 강한 장로에게 정의의 명분을 실어주어야, 자신도 피해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장로가 관람하며 훈수를 둔 것은 피곤하니까 잊어버리기로 했다.)
“오오!”
“역시 장로님이셨어!”
제자들의 정의로운 오해는, 피해자의 증언으로 인해 확신이 되었다.
“이... 이놈!”
제자들이 다시 천무진에게 달려들었다.
“멈추라니까! 이 피곤한 놈들아!”
장로가 포효했다.
자신의 시험을 망치고,
자신의 정의를 오해한 제자들에게 분노가 폭발했다.
그는 정의로운 제자들을 향해 검을 휘둘러 그들의 접근을 막았다.
“이놈은... 내 손으로...!”
“장로님! 왜 저희를 막으십니까!”
“설마... 저놈의 마공에 당하신 겁니까...!”
제자들은 이제 장로가 마공에 당해 이성을 잃었다고까지 오해하기 시작했다.
혼란이 가중되었다.
'아.'
천무진은, 이 피곤한 혼돈의 한복판에서, 기회를 보았다.
평화로운 죽음은 물 건너갔다.
그렇다면... 평화로운 탈출이라도 해야 했다.
그의 천양신체는 기혈 역류로 망가졌지만, 양기 폭주의 열기는 아직 남아있었다.
시험에서 실패하며 받아들인 매향의 음기 한 조각이, 이 혼돈 속에서 기적적으로, 그의 청심공과 뒤엉켜... 도망칠 힘, 딱 그만큼의 평화로운 기력을 만들어냈다.
'지금이다!'
장로가 피곤하게도 제자들과 정의 논쟁을 벌이는 사이.
“이놈은 마다! 너희가 상대할 수준이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장로님! 저희도 정의를 위해...!”
천무진은, 바닥에 튄 자신의 피를 한 움큼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 피를, 장로와 제자들을 향해, 힘껏 뿌렸다!
“...!”
“이, 이게 무슨...!”
뜨거운 양기의 피가, 제자들의 시야를 가렸다.
“놓쳤다!”
장로가 경악했지만, 늦었다.
천무진은, 그 틈을 타, 방 구석의 창문을 향해... 평화를 향해,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몸을 날렸다.
와장창-!
창문이 박살 났다.
그의 몸이,
끌려왔던 그 창고 방에서,
다시 객잔 골목으로 떨어졌다.
“커헉...!”
그는 볏짚 더미 위로 떨어졌다.
소선의 처소에서 뛰어내렸을 때와, 똑같은 장소였다.
'피곤하게도... 원점이네.'
“거기 서라!”
“마도의 싹을 놓치지 마라!”
장로와 제자들의 피곤한 고함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도망쳐야... 한다.평화를 위해서. '
천무진은 기혈 역류의 고통과 양기 폭주의 열기 속에서, 비틀거리며 골목을 내달렸다.
피곤한 놈들을 피해서, 가장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그는 피를 흘리며, 객잔을 벗어나, 마을의 가장 어둡고 후미진 폐가의 담벼락을 넘었다.
그가 담을 넘자마자, 다리의 힘이 풀렸다.
털썩.
그는 폐가의 마구간으로 보이는 곳, 지푸라기 더미 속으로 쓰러졌다.
“커... 헉...”
시야가... 완전히... 까맣게 변했다.
양기 폭주도... 기혈 역류도... 정파 놈들의 피곤한 추격 소리도... 모든 것이 멀어졌다.
'아. ...드디어... 평화... ...다.... '
그의 의식이,
평화로운 심연 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