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화산논검 편] 10화. 사랑을 버린 검
사랑을 버린 검
독고진이 청아를 살해한 일 년 후.
사실을 알게 된 독고영은 충격에 몸져누워 버렸다.
독고진과 청아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다 그리된 것이다.
슬픔과 애통 속에 그는 마음의 병을 얻었고, 그것은 점점 깊어졌다.
그리고 그는 병을 이겨 내지 못하고 마침내 임종을 앞두게 되었다.
독고영
“현아… 내가 죄가 많다. 나 또한 독고구검에 대한 집착으로 아들과 청아를 모두 잃고 말았구나…”
그의 한이 맺힌 듯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류현
“스승님, 어찌 그것이 스승님의 잘못이겠습니까. 너무 슬퍼 마십시오.”
류현은 슬픈 눈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독고영
“아들 놈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다오. 본디 성품은 나쁘지 않았다. 다 내 욕심이 그놈을 이리 만든 것이다…”
독고영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불 틈에서 작은 책 한 권을 꺼내 류현에게 내밀었다.
류현
“이것은 무엇입니까?”
독고영
“이것은 독고구검의 숨겨진 열 번째 장이다. 시조님 이외에는 누구도 통달하지 못했다 들었다. 나 또한 풀지 못했다. 하지만 너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부디 이 비밀을 풀어, 독고구검이 후대에 이어지게 하여라.”
류현은 무겁게 책을 받았다.
며칠 뒤, 독고영은 마지막 순간까지 “진아… 진아…”를 외치다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아들이 아닌 류현의 손에 의해 장례가 치러졌다.
최고의 검술가인 독고영은 마음에 한을 품고 허망하게 생을 마쳤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각자의 사랑이 달랐을 뿐이다.
류현은 독고구검의 마지막 계승자가 됐고, 다시 배움을 향한 무림 유람을 떠났다.
현재 화산정.
검은 갓과 검은 도포, 그리고 검은 검을 든 사나이가 흰 머리를 휘날리며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발걸음이 땅을 밟을 때마다 화산정의 공기가 뒤틀렸다.
류현
“내 손님이다.”
류현의 짧은 말에 모두가 침을 삼켰다.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사내.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흘러나오며 그 존재만으로 엄청난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
검은 검객
“화산정에서 류현과의 대결이라… 승부를 보기에 안성맞춤인 장소군.”
검은 옷의 사내가 웃자, 갑자기 사화가 온몸을 떨며 설염 뒤로 숨었다.
사화
“무서워… 그때 그 아저씨야… 저 아저씨 무서워… 아악…”
사화가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하자, 설염은 그녀를 안고 진정시켰다.
그러나 사화는 숨이 끊어지듯 기절해 버렸다.
검은 검객
“네가 우리 가문에 오지만 않았더라면 나에게 비극은 없었다.”
류현
“독고진. 스승님은 죽는 날까지 널 찾다 돌아가셨다. 이 비극은 네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다.”
류현의 말에 독고진은 미소를 띄었다.
독고진
“네가 없었다면 내 집착도 없었다.”
독고진은 검은빛이 도는 장검을 뽑아 들었다.
독고진
“마왕님께서 말씀하셨다. 마계의 위협이 되는 무대륙의 고수들이 모두 여기 모일 테니 처치하고 오라고… 류현, 너와의 승부도 기대한다 하셨다.”
독고진의 눈에 검은 살기가 흘렀다.
독고진
“지금까지 나는 너를 한 번도 넘어선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의 무심은 더 깊고 견고해졌다. 나의 모든 불행의 불씨였던 너를 오늘은 꺾을 것이다. 각오해라, 류현…”
류현도 조용히 검을 뽑았다.
두 사람의 검은 같은 하늘 아래를 향했지만, 향하는 것은 전혀 달랐다.
한 사람은 잃어 버린 것을 증명하려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지키고 있는 것을 놓지 않으려 했다.
두 사람의 기세가 맞부딪치자, 마당을 메운 제자들과 수장들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촥! 쨍!
검과 검이 부딪치는 순간 쇳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어 올랐다.
그러나 누구도 그 둘의 궤적을 보지 못했다.
검은 허공을 찢고 공기를 뒤틀며 몇십 합을 오갔다.
보는 이들의 눈에는 단지 눈부신 섬광과 폭발음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지켜보는 모두는 상상을 초월하는 대결에 눈을 떼지 못했다.
유영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유영이 손에 땀을 쥐며 중얼거렸다.
설염
“공격하는 독고진도 대단하지만 그걸 받아 내는 류현님은 이미 인간의 능력을 초월했어.”
그때,
불꽃이 튀고 강철이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두 검은 서로를 걸고 멈췄다.
독고진
“날 실망시키지 않는군, 류현. 천 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어.”
류현
“독고진, 너도 실력이 늘었군. 하지만 나도 물러설 생각은 없다.”
두 사람은 동시에 힘을 풀며 검을 떼어냈다.
순간 주변 공기는 가라앉았지만, 그 긴장은 오히려 더 짙어졌다.
독고진
“독고구검의 근본은 무심. 너는 저 여자들을 마음에 품고 있는 한 나를 이길 수 없다.”
류현
“나는 내가 품은 여자를 버리는 너 같은 어리석은 짓은 안 한다. 내가 죽더라도 그녀들을 지킨다. 그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류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독고진
“아직도 사랑 타령이라니. 너는 이미 나에게 졌다. 네 생명을 받아가마.”
그 순간,
독고진의 몸과 검에 검은 마기가 흘렀다.
공간이 일순간 일그러지며 어두워졌다.
화산정 마당은 점점 암흑으로 잠식당하더니 칠흑 같은 어둠에 갇혔다.
독고진
“그럼 독고구검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지.”
“무심흑검!”
찰나의 순간.
불과 일 초도 안 되는 사이에 독고진은 류현의 뒤에 서 있었다.
그는 승리를 확신한 듯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검을 내렸다.
독고진
“이것이 독고구검이다. 아무것도 없는 검의 공간… 무(無)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류현. 후후후…”
순간, 류현의 어깨와 팔, 무릎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그는 거친 숨과 함께 피를 토해내며 무릎을 꿇었다.
독고진
“이제 긴 원한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군. 죽어라, 류현!”
독고진의 검이 류현의 가슴을 깊게 관통했다.
순간 류현의 심장에서 터져 나온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류현은 얼굴을 찡그리다 검은 피덩어리를 토하며 앞으로 쓰러졌다.
“류현님… 류현님이 쓰러지다니…”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류현에게 달려가는 여인들.
그녀들은 류현을 안으며 오열했다.
그때 검은 공간이 걷히고 현실로 돌아왔다.
독고진은 천천히 여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독고진
“이제 류현은 없다. 너희에게 선택권을 주겠다. 여기서 내 검에 죽든지, 아니면 마왕님의 노리개로 살든지… 죽는 것보다 노리개가 낫지 않겠나? 후후후…”
오열하던 여인들 중 서린이 일어나며 소리쳤다.
서린
“우리는 노리개로 살 생각이 없다! 마왕의 노리개로 살 바엔 차라리 류현님의 뒤를 따르겠다!”
여인들은 눈물을 머금고 일어나 무기를 들었다.
그 눈빛에는 패배를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가 서려 있었다.
독고진
“여자들이란 어리석군. 하지만 어차피 굴복하게 될 것이다.”
독고진의 눈빛이 싸늘하게 번뜩였다.
독고진
“아람과 바빌론은 이미 마왕님께 충성을 맹세했다. 바빌론에 마계 부대가 들어서면 동쪽의 바빌론과 서쪽의 마계 본진이 동시에 밀고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아틀란타는 무너진다. 그리고 마왕군은 아람국을 발판 삼아 무대륙으로 진격할 것이다. 너희의 마지막 희망, 류현은 이미 쓰러졌다. 그냥 포기해라!”
독고진은 검을 다시 들어 올렸다.
여자들은 이를 악물며 죽음을 각오했다.
그 순간…
류현
“네 얘기는 잘 들었다. 나는 내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이다. 내 것을 건드는 자는 죽음뿐이다.”
피투성이가 된 류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며 땅을 적셨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류현님!”
모두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류현
“독고진! 너처럼 사랑하는 여자를 버리고 검에 집착하는 자는 진정한 사랑을 모른다. 그것이 너와 나의 다른 점이다.”
독고진
“류… 류현… 네가 아직 살아 있다니…”
독고진의 눈이 흔들렸다.
류현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그의 검 끝이 붉은빛을 띠더니 점점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류현
“이제 내 공격을 받을 차례다… 독고진.”
독고진을 바라보는 류현의 눈에는 사랑을 모르는 자에 대한 연민이 서려 있었다.
이제 독고구검의 진정한 승부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 승부는 검의 강함이 아니라 사랑을 버린 자와 지킨 자의 싸움이었다.
[Bonus Track]
만성기록총감 외전
류현과 여인들의 인연
1. 개요
본 기록은 류현(柳玄)의 현시점(화산논검 직후) 하렘 관계를 요약한 것이다.
무대륙과 아틀란티스의 여인들을 중심으로, 각자의 포지션, 관계 요약, 상태, 특징을 분석한다.
이 관계도는 단순한 남녀 간 애정이 아니다.
천 년 인연, 치유, 집착, 헌신, 깨달음이 복합적으로 얽힌 감정의 구조물이다.
류현의 무심함은 여인들의 감정을 거부하는 태도가 아니라,
각자의 상처와 욕망을 비추는 거울로 작용했다.
그 결과 사랑은 억눌리지 않고 오히려 증폭되었다.
2. 아틀란타 여인들
레이나
포지션: 아틀란타 제국 여왕
관계 요약:
류현을 “나라를 맡겨도 되는 남자”로 받아들인 뒤,
“마음마저 맡겨도 되는 남자”로 인식하게 된 인물.
상사병의 극점에서 구원받은 이후, 그의 곁을 떠날 생각이 없다.
상태:
여왕 모드(위엄) ↔ 여자 모드(애정) 상시 전환 중.
상사병 잔재로 간헐적 감정 폭주 발생.
특징:
정치와 사랑이 교차하는 인물.
류현에 대한 집착은 개인적 감정을 넘어 제국 안정성과 직결된다.
만약 류현이 사라진다면, 레이나 개인의 붕괴는 곧 제국의 동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에이나
포지션: 궁정기사단 단장
관계 요약:
검으로 증명하는 사랑.
류현의 강함과 책임감에 매료되어, 그의 곁에서 “지키는 역할”을 선택했다.
상태:
감정 표현은 절제되어 있으나 결단은 가장 빠른 편.
류현 곁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특징:
보호 본능의 화신.
사랑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는 타입.
질투보다는 실질적인 방패 역할을 수행한다.
비이나
포지션: 성전기사단장
관계 요약:
신보다 먼저 마음이 움직인 사례.
류현을 통해 신앙과 사랑의 경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태:
신앙과 감정 사이에서 줄타기 중.
현재는 감정이 우세하나, 내적 혼란은 지속 중.
특징:
신앙 vs 사랑 갈등의 상징.
류현의 치유는 그녀의 “믿음”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향후 마계대전에서 신성 무공의 핵심 전력이 될 가능성 높음.
시이나
포지션: 엔젤리스 총독
관계 요약:
사랑을 본능으로 받아들이는 인물.
류현을 “오빠”로 부르며 가장 직설적이고 자유로운 애정 표현을 보인다.
상태:
말과 태도는 가볍지만, 책임은 무겁게 짊어진다.
정치적 판단력 또한 빠르게 성장 중.
특징:
자유분방함의 대명사.
사랑을 즐기는 타입으로 코믹 요소를 담당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
샤샤
포지션: 성녀
관계 요약:
신과 남자 사이에서 균형 잡기에 실패한 인물.
류현을 통해 사랑과 욕망을 자각했다.
상태:
받는 것보다 주는 데 익숙한 헌신형.
“신보다 먼저” 류현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특징:
순결의 상징이 무너지는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여정.
류현의 치유는 그녀의 신앙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3. 무대륙 여인들
북개 – 서린
포지션: 개방 방주
관계 요약:
정실 선언 담당.
류현을 처음 만난 이후 일관되게 “책임”으로 사랑을 정의한다.
상태:
강직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은근한 츤데레.
본처 논쟁의 핵심 인물.
특징:
의리와 헌신의 화신.
질투조차 배짱으로 표현한다.
북개 – 소희
포지션: 타구봉 제1수제자
관계 요약:
스승·희망·연인 사이에서 감정 정리가 가장 늦은 인물.
본인만 감정을 자각하지 못 하는 케이스.
상태:
콤플렉스와 투정, 귀여움이 혼재.
끝까지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남아 있다.
특징:
귀여움의 상징.
사랑을 “증명”하려 드는 타입으로 코믹 요소 담당.
동사 – 유영
포지션: 도화도 도주
관계 요약:
동급이기에 더 아픈 관계.
류현을 “내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상태:
질투와 자부심 공존.
감정 기복이 큰 편.
특징:
매혹의 상징.
사랑을 소유로 표현하지만 이는 지배욕이 아니라
잃을 수 없다는 공포에서 비롯된 집착이다.
동사 – 채림
포지션: 도화도 수제자
관계 요약:
구원 서사의 핵심.
류현에게 구원받은 이후, 충성과 사랑이 동시에 형성되었다.
상태:
구원 이후 헌신 상태 유지.
특징:
강인함의 화신.
사랑을 보호와 실천으로 보여 준다.
남제 – 현정
포지션: 화엄사 법사
관계 요약:
깨달음을 거쳐 감정에 입문한 인물.
류현을 통해 사랑을 새로운 깨달음으로 인식하게 된다.
상태:
파계승과 수행자의 경계에서 줄타기 중.
특징:
자비의 상징.
사랑을 깨달음으로 승화시키는 타입.
남제 – 유심
포지션: 화엄사 수제자
관계 요약:
감정 정리가 항상 늦다.
류현을 통해 파계와 성장을 동시에 경험.
상태:
깨달음 이후 헌신 단계.
특징:
순수함의 화신.
사랑을 배움으로 받아들인다.
서독 – 설염
포지션: 일월신사 교주
관계 요약:
천 년짜리 감정 채권자.
애증과 순리를 동시에 품고 류현 곁을 지킨다.
상태:
본처 주장 상시 유지.
“순서” 논리에 집착.
특징:
애증의 화신.
사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서독 – 사화
포지션: 일월신사 수제자
관계 요약:
트라우마 치유 이후 강한 애착 형성.
상태:
보호 대상에 대한 유아적 애착 단계.
특징:
연약함과 애교의 상징.
정신적으로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음.
4. 총평
류현의 하렘은 단순한 애정 관계가 아니다.
각 여인은 트라우마, 집착, 헌신, 깨달음을 통해 류현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의 무심함은 이 모든 감정을 포용하는 그릇 역할을 한다.
아틀란타 여인들은 정치·신앙·보호의 상징이며,
무대륙 여인들은 무림과 사랑의 상징으로 균형을 이룬다.
패자와 승자의 구분 없이,
모두가 “류현의 아내”라는 유대로 묶여 가고 있다.
그 유대는 소유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였다.
하지만 류현은 오늘도 한숨을 쉬며 중얼거린다.
“검만 들었는데 왜 이렇게 일이 커졌지.”
주변은 웃으며 답한다.
“이미 책임은 시작됐어요.”
이 관계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마계대전이 다가올 수록 더 많은 인연이 추가될 것이다.
만성기록총감은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한다.
본부인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류현의 검 끝에는, 그들의 사랑이 걸려 있다.
그리고 진짜 승자는—
“아내들 때문에 골치 아프군…”
– 류현, 화산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