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season1. 103. 대학가요제(1)
season 1
103. 대학가요제(1)
기찬이 나가고 대표실에서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게 불편했는지, 김하익이 참지 못하고 마침 궁금했던 걸 물었다.
“그, 기찬군, 명함이라니?”
김선주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남의 회사 일에 지나친 관심은 삼가라는 나름대로 의미를 담은 침묵이었다.
하지만 김하익에게 그 정도 상식적인 매너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기찬이 여기 명함이 왜 필요한데? 아니, 직함이라도 있기는 해?”
대꾸를 하지 않으면 다른 쪽으로 시비를 걸어올 것 같아 마지못해 대답해 주었다.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고, 자기도 명함 하나 파달라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이사 직함으로.”
그 대답에 김하익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뭐? 이사? 여기 소속 가수, 뭐 그런 거 아녔어? 아니, 그리고 그런 걸 파달란다고 그렇게 쉽게 파줘?”
김선주는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흐음.
이 새끼, 자꾸 선 넘네? 하는 마음이었지만, 괜히 더 말 섞고 싶지 않아 그냥 대답해 주었다.
“회사 지분을 40%나 가지고 있는데, 이사라고 해도 문제 될 건 없겠더라고요.”
“아... 음.”
틀린 말이 아니기에, 김하익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괜히 지분을 넘겼나 하는 마음이 들며 혼자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내 수족으로 만들려고 넘긴 건데, 이거 더럽게 찜찜하네.’
김하익이 보기에 기찬은 머리가 비상했다.
단지 그가 서울대생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배짱도 보통이 아니고, 무엇보다 트랜드 흐름을 읽는 능력이나 가치를 볼 줄 아는 눈이 있어.’
진심으로 그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
그래서 자기 오른팔로 만들고 싶었다.
아직 스물한 살.
잘 키우면 평생 든든할 것 같아 그에게 통 크게 투자한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후회만 커져갔다.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스타 레코드 지분 40%가 어쩌면 그에게 날개가 되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씨발, 그럼 나가린데.’
혼자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인상을 썼다 폈다 하고 있자, 김선주가 무심한 듯 물었다.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그러고 보니, 그때까지 용건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하익은 그녀의 말이 고깝게 듣지는 않았다.
“왜 이래? 우리가 뭐 꼭 일 있어야 보는 사이였어?”
근심을 털어내려는 듯 억지로 활짝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건조한 무관심이었다.
“채무자와 채권자가 일 외에 다른 이유로 보면 안 되지 않나?”
김선주는 뼈 있는 말을 짧게 흘리고는 핸드백을 들었다.
“오후에 일정 있어서 나가 봐야 해요. 김 사장님은 더 놀다 가셔도 되고요. 그럼, 다음에 봬요.”
“뭐? 약속이 있어?”
“제 스케줄까지 일일이 다 보고 드려야 해요?”
“......”
김하익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선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표실을 나갔다.
“그러게, 다음부터는 연락이라도 좀 하고 오세요.”
김하익은 김선주가 사라진 문을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하!
“이런 씨발 년이, 돈 빌릴 땐 설설 기더니. 그래, 내가 그동안 너무 신사적으로 대해줬지?”
칵, 퉤!
그는 바닥에 침을 탁 뱉고 거칠게 문을 열고 나갔다.
* * *
1994년인 지금은 미래와 달리 방송국은 세 개 뿐이었고, 전부 여의도에 있던 때다.
기찬은 재영과 함께 MBC 방송국에서 예선을 치렀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가볍게 1차 예선을 통과했다.
결과를 받아 나오면서 아직도 떨린다는 재영이 기찬에게 말했다.
“와 나 아직도 떨려. 어떻게 한 건지 기억도 나지 않아.”
“하나도 안 떨고 잘하던데 왜.”
“그래 보였어? 나 엄청 떨었는데.”
그러더니 기찬을 가만히 보다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인간미 없기는. 넌 정말 요만큼도 안 떨더라.”
그 표정이며 말투가 귀여워서 기찬이 픽 웃었다.
“전문가의 도움까지 받았잖아. 난 하나도 걱정 안 했어.”
“그 전문가의 도움 너만 받았니? 나도 받았는데?!”
둘이 알콩달콩 투닥 대며 예선 심사 장소를 빠져나오던 때, 누군가 황급히 다가와 붙잡아 세웠다.
“저기요! 잠깐만요!”
누군가 소리치니 자연히 돌아봤고,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걸 보며 재영이 작게 중얼거렸다.
“우리 말하는 건가?”
재영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기찬은 기억했다.
‘예심 총괄하던 FD네’
어쩐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것 같았다.
“성기찬씨, 김재영씨, 맞으시죠?”
전력 질주라도 한 것처럼 숨을 몰아쉬던 남자가 두 사람 이름을 확인하고 용건을 말했다.
“PD님이 두 분 잠깐 보자고 해서요.”
“저희를요? 혹시, 결과가 잘못 된 건가요?”
재영이 화들짝 놀랐다.
탈락인데 합격으로 잘못 전달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 모양이다.
“아, 그런 건 아니고요.”
기찬이 나섰다.
“네. 가 보죠.”
“......”
재영은 선뜻 따르는 기찬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가볍게 안심시켰다.
“어쩐지 나쁜 일은 아닐 것 같은데. 가서 들어 보면 알겠지.”
두 사람은 FD를 따라 조정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처음 보는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어, 미리 말한다는 게, 전달이 안 됐나 봐.”
다짜고짜 반말에 애들 대하듯한 태도에 기찬의 눈매가 살짝 매서워졌다.
하지만 이내 인상을 펴고 감정을 감췄다.
‘그래. 이 당시만 해도 다 그랬지. 어리면 무조건 애 취급.’
이해해야지 어쩔 수 없었다.
아무 데서나 담배 피우던 시절 아니던가.
“안녕하세요. 정욱 PD님.”
기찬이 공손히 인사하자 PD가 ‘이 자식 봐라?’하는 표정으로 그를 위아래로 훑어 봤다.
“날 알아?”
제 이름을 대뜸 언급해 물은 것이다.
기찬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물론이죠. 예능국 CP님을 왜 모르겠습니까.”
“......”
정욱은 할 말을 잃었다.
이름뿐만 아니라 자신이 예능국 총괄 프로듀서라는 것까지 아는 걸 보니, 방송 쪽 관계자와 관련된 게 아닐까 싶었다.
‘흐음. 성기찬. 21세. 서울대 의대. 94학번 전체 수석. 수능 만점.’
자신이 알고 있는 그의 프로필을 상기한 PD는 뒤늦게 자리를 권했다.
“일단 두 사람, 거기 앉아.”
다소곳이 소파로 가 앉은 그들에게 PD가 말했다.
“서로 바쁜데, 용건만 말할게.”
의자를 빙글 돌려 앉은 그는 기찬과 재영에게 MBC 탤런트 특채를 제안 했다.
“두 사람 다 너무 인물이 좋고, 몸도 좋고, 노래하는 거 보니까 끼도 있고, 배우 하면 딱 좋을 것 같은데.”
그 말에 재영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고, 기찬은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됐어. 재영이를 빠르게 데뷔시키려고 대학가요제에 출전한 건데, 바로 이렇게 일이 풀리네.’
게다가 연예계 진출을 제안한 게 정욱 PD다.
기찬은 그를 알고 있었다.
전생에도 너무 유명한 PD였고, 90년대를 통틀어 그만큼 많은 프로그램을 히트시킨 PD는 없었다.
이후로도 그는 방송국을 넘어 예능계의 대부로 강력한 권력을 갖는 존재가 된다.
‘결국엔 CJ미디어 사장까지 되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지.’
그런 대단한 사람 눈에 들었다는 게 너무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바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와 죄송해요. 너무 뜻밖이라, 놀라서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어요.”
기찬은 일단 벅찬 감정을 연기했다.
재영은 여전히 어벙하게 있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탤런트 특채라면, 이번 대학가요제는 출전 못 하는 건가요?”
기찬의 질문에 PD가 웃으며 대답했다.
“못하긴. 해야지. 가요제 입상 이력 있으면 배우 활동 하면서도 도움이 될 거고.”
그러면서 한마디 더 덧붙였다.
“너희 곡 들어 보니까 심상치 않던데. 입상까지 하면 좋고.”
기찬은 다시 한번 환호했다.
‘역시! 사람이 이렇게 감이 좋으니 이 바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거지.’
자기 계획에 순풍을 달아주는 구세주를 만난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제안이 더욱 반가운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10년쯤 후에 터지는 여자 연예인 성 상납 사건 때, 다 갈려 나가지만 이 사람만큼은 깨끗했다.’
그래서 그와 인연이 닿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
기찬은 잠시 멍때리고 있는 재영을 가만 바라봤다.
“......”
전생에 재영의 연예계 생활은 너덜너덜했다.
하지만 이제 그 출발점이 달라졌다.
‘그 말인즉, 넌 이제 내 캐시 카우다.’
* * *
하아, 하아, 으응.
재영의 신음을 만끽하며 기찬은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였다.
쪽. 쭙. 츱.
젖꼭지를 물고 마음껏 빨았다.
그녀의 젖꼭지는 언제 물어도 정말 최고의 무는 맛을 선사했다.
‘딱 말보로 레드 필터 사이즈야.’
매번 흥분 중에도 절로 드는 생각이었다.
기찬은 젖꼭지에서 입을 떼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고는 삽입 상태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허리를 브리지처럼 휘게 안았다.
흐응.
자극의 변화에 다시 한번 신음이 흘렀고, 기찬은 그 상태에서 풀스윙하듯 허리를 앞뒤로 크게 움직였다.
그러자 굵고 긴 자지가 보지를 뚫고 들어갔다가 핑크색 속살을 끌고 나오는 게 다 보였다.
쓰읍, 썩.
“아읏! 하앙!”
재영의 신음이 거칠어졌다.
그 소리만으로도 쾌락과 아픔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게 진짜라는 걸 알 것 같은 게, 기찬 자신도 엄청난 자극을 느끼고 있었다.
“흐음, 읍, 하아.”
섹스는 육체관계이면서도 심리적인 교감이다.
여름내 열심히 준비했던 가요제의 1차 예선 통과도 기쁜 일인데, 미래의 예능 권력자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기찬과 재영은 지금 그 기쁨의 세레머니를 펼치는 중이었다.
“하아, 기찬아! 좋아! 나 어떡해! 아응!”
절정의 교성이 재영의 방을 가득 울리는 동시에, 기찬의 삐삐가 같이 울렸다.
삐빅. 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