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season1. 112. 이별, 그리고 자유(4)
season 1
112. 이별, 그리고 자유(4)
이윤지 PD는 얼른 표정을 고치고는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오늘 아침에 PD 회의 있었는데, 네 얘기가 나왔어. 다들 너 팀 활동 못 하게 된 걸 아쉬워해.”
“말씀드렸다시피, 어쩔 수 없었어요. 다음에 또 기회 있겠죠.”
“그래. 그런 마음으로 버텨. 너 정도 감각이면 충분히 대박 난다.”
함께 프로그램 아이디어 회의를 하던 PD는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한 학교 선배였다.
그래서 특히 더 기찬에게 애정을 보였다.
그런 선배의 응원을 받으며, 가만히 지난밤을 떠올렸다.
‘이윤지. 머지않은 미래에 케이블 방송이 생기면 최대 수혜자가 되는 스타 PD. 넌 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다.’
150cm가 조금 넘는 작은 키에 몸에는 살집이 넉넉한 서른 살 싱글이다.
방송국 PD답게 옷차림은 거의 야전 수준이었고, 머리도 긴 단발을 질끈 묶어 새 꼬랑지 같은 꽁지머리를 하고 종일 돌아다녔다.
안 그래도 어려 보이는 얼굴에 차림까지 그렇다 보니 술집에서는 항상 신분증 확인이 일상이었다.
나이 30에 아직도 고딩 취급을 받을 정도로 동안이라는 의미였다.
생김새도 귀엽고 깜찍한 인상이었다.
그런 그녀를 몇 번 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진이가 떠올랐다.
키가 비슷해서만은 아니었다.
‘예진이가 나이 먹으면 딱 이 여자처럼 될 것 같단 말이지.’
물론 두 사람 사이에는 결정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학력 차이 때문인지 지적인 매력의 유무 정도는 분명히 느껴졌다.
그리고 그 차이가 꼬질꼬질하게 하고 다니는데도 여자로 느껴지는 묘한 매력을 만들고 있었다.
“아, 어제는….”
기찬이 막 전날 일에 대해 말을 꺼내려고 할 때, 이윤지가 황급히 인사를 마무리했다.
“야, 나 호출이다. 갈게. 다음에 또 봐.”
의사처럼 항상 호출을 달고 사는 PD들이다.
현장에서 급히 부른 모양이었다.
기찬은 뛰는 건지 걷는 건지, 애매하게 종종 달리고 있는 아담한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일부러 피한 건가.’
* * *
두 사람은 전날 저녁 함께 술을 마셨다.
기찬이 방송국 PD들 회식에 불려 나간 것이다.
처음에는 다른 방송국 일행들도 함께였는데, 하나씩 사라져 결국 두 사람만 새벽 늦게까지 남았다.
그녀는 술에 취해도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취한 상태를 알기 어려웠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기찬에게 잘생겼다며, 몸 좋다며,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혀 꼬임도 없고 너무 멀쩡한 모습에 기찬은 민망해하며 고맙다고, PD님도 귀엽다고 맞장구쳐주었다.
그런데 그 귀엽다는 말에 이윤지가 갑자기 훅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주 찰나에 입술이 닿았다.
기찬은 순간 고민했다.
이걸 어떻게 받아넘길까.
혀를 넣으면 저항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찬의 판단은 빨랐다.
‘천천히.’
그녀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아 천천히 떼어냈다.
그리고 농담처럼 상황을 가볍게 넘겼다.
“PD님, 취했나 봐요.”
“…….”
그녀가 무안할까 봐 배려한 건데, 가만 보니 정말 취한 상태라는 걸 그제야 알게 됐다.
‘아, 취해도 티 나지 않는 유형이구나.’
기찬은 그녀를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줬다.
찾아간 그녀의 집은 여의도 인근의 작은 빌라였다.
집에 들어서서 슥 살펴보니 그녀 혼자 자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피디님. 집이에요. 편히 자요.”
“으응.”
업고 있던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그녀가 기찬의 목에 매달렸다.
그러고는 젖을 찾는 강아지처럼 기찬의 입술을 더듬었다.
기찬은 잠깐 망설이다가 이번엔 키스를 받아들였다.
‘취중.’
취했었다고 하면 다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술집과 달리 지금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다 괜찮다.
츕.
쯔업.
끈적한 침이 엉겨 붙으며 금방 키스의 농도가 짙어졌다.
아무리 취중이라도 섹스는 가능하다.
본능의 영역이니까.
그래서 기찬은 그녀가 기억하든 못 하든 관계없이 하던 대로 기술을 부렸다.
하읏!
젖꼭지를 살짝 괴롭힌 것뿐인데 바로 반응이 왔다.
‘민감하네.’
기찬은 그녀의 옷을 벗겨가며 그런 정보들을 머리에 담았다.
그리고 서로 알몸이 됐을 때, 특별히 뭘 더 한 게 없는 데도 이윤지는 절정에 치달았다.
아앗! 하으응!
두 다리를 쭉 뻗고 몸을 잘게 떨더니 힘을 꽉 준 발가락에 쥐가 났다.
“아! 아아!”
기찬은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핥다 말고 기가 차서 잠시 그 황당한 모습을 가만히 지켜만 볼 뿐이었다.
그 와중에 또 한 가지 정보를 습득했다.
‘몸이… 겁나게 뻣뻣하구나.’
유연성 제로.
자연히 따라붙는 생각은, 섹스 체위의 한계성이었다.
키도 작은 데다 살집도 있고, 유연성까지 심각하게 떨어진다면 즐길 수 있는 체위는 몇 개 안 된다.
‘뭐, 남자 입장에서야 박고 쑤시고 사정하면 그만이기는 하지만.’
잠깐 그런 딴생각을 하는 사이, 이윤지는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
기찬은 정말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해서 인사불성인 사람과 몸 섞어봐야 좋을 것 없다는 걸 전생의 많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터였다.
하지만 한숨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아.
기찬은 자신의 잔뜩 발기한 자시를 내려다봤다.
이미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아쉬움이 가득했다.
‘좀 짜증 나네.’
기찬은 옆으로 누워 잠든 그녀를 엎어놨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뒤에서 보고 있자니 갈라진 엉덩이골 사이로 항문과 질 입구가 보였다.
의외로 잡티 없이 뽀얗고 털도 없어 구미가 확 당겼다.
‘그래도 살결은 부드럽네. 잡티도 없고 하얘서 꼭 두부 같기는 하지만.’
나름의 감상을 하며 그녀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갈라진 엉덩이골 사이에 길고 굵은 자지를 가져다 댔다.
이미 그녀의 젖은 애액으로 미끈거렸다.
거기에 기찬의 쿠퍼액이 질펀하게 발리니 부드럽게 자지가 미끄러지며 자극을 받았다.
찌걱, 찌걱.
끈적거림과 마찰음이 어두운 방을 울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기찬은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 씹두덩 위에 정액을 질펀하게 싸질렀다.
“읏!”
혼자 자위하는 것보다 백배는 좋은 사정이었고, 기찬은 그제야 조금은 만족스럽게 옷을 입을 수 있었다.
그 후 그녀에게 묻은 것들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속옷을 입혀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벌거벗은 채로 두고 이불만 덮어주고 나왔다.
‘과연 어디까지 얼마나 기억할까?’
다음 날 만나 곤란해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났다.
* * *
텅.
철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이윤지는 가만히 눈을 떴다.
이미 어둠에 익숙해져 주위가 훤히 보였다.
그게 아니어도, 제가 사는 집 아니던가.
“휴우우.”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대자로 누웠다.
마음 같아서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만큼 가슴이 답답했다.
미친년. 아오, 미친년.
스스로를 끊임없이 책망했다.
어쩌자고 어린 남자애를, 이제 막 이쪽 연예계에 발 들인 애를!
그녀가 생각하기에,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자신이 기찬을 꼬신 것으로밖에 해석될 수 없었다.
사회적 지위로도, 방송국 PD가 신인 가수를 성희롱 한 거다.
법적으로 따져도 위계에 의한 강요 행위로 비춰질 소지가 다분했다.
물론 그렇게까지 생각할 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 기분이 그랬다.
부끄러웠다.
“술, 끊던가 해야지 정말. 하아.”
솔직히 취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말로 필름이 끊겨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이 든 건 다리에 쥐가 났을 때였다.
나체가 되어 뒹굴고 있는 자신과 잘생긴 남자를 인식했을 때, 그녀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다행히 금방 상황을 이해했다.
상대가 기찬이라는 것도 알았고, 그 와중에 그 사실이 좋았다.
동료 PD나 후배 AD면 어쩔뻔했는가.
하지만 정신이 든 이상 계속 그럴 수는 없었다.
미친 척하고 마저 즐길 수야 있었겠지만, 다음 날 그를 볼 자신이 없었다.
‘방송국에 소문나면 기찬이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다.’
그녀는 되든 안 되든 일단 잠든 척 하기로 했다.
어려서부터 그녀의 특기였다.
눈꺼풀도 안 떨리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백이면 백 다 속았다.
그 능력이 발휘될 때였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기찬도 예외없이 속아주었다.
하아아.
반복해서 한숨만 짙어져 갔다.
‘이제 어쩌지.’
이윤지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가 제 손으로 입술을 매만졌다.
혀로 입술을 훔치고는 손이 가슴을 쓰다듬었다.
기찬의 커다란 몸이 여전히 자신을 덮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손가락 사이가 젖꼭지를 쓸고 지나칠 때는 저도 모르게 헛숨을 삼켰다.
흠.
봉긋한 젖가슴을 주무르던 손이 토실한 배를 지나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갔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어 세운 두 무릎 사이를 바라봤다.
“…….”
눈을 감고 있어 볼 수는 없었지만, 기찬의 자지가 그곳에 있었다.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그게 자지였을까?”
처음에는 팔뚝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었어도 그걸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둔하지는 않았다.
그건 분명, 남성의 성기였다.
의문이 드는 중에 그녀의 손이 제 꽃잎을 가르고 들어갔다.
기찬이 핥아주던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며 그의 숨결을 되새김질했다.
하아아.
점점 몸이 달아오르며 절정으로 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럴수록, 기찬의 모습이 눈앞에 또렷해졌다.
‘성기찬. 갖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