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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24화 - 하림의 계획 [1]


축축한 습기와 눈부심 때문에 스쿠프의 운전석에서 눈을 떴다. 앞 유리와 창밖은 강촌의 짙은 안개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아침볕이 산란하여 눈꺼풀이 욱신거릴 지경이었다. 수연과 새벽까지 대화를 나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이 든 것 같은데, 수연이 있던 자리엔 그녀가 덮었던 외투만이 곱게 개어져 있었다. 창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 뭉쳐 떨어진다. “아직 자나?” 현모의 목소리였다. “아냐, 일어났어. 지금 몇 시야?” “여덟 시.” 스쿠프의 옆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끄으응...” “정말 여기서 잤나.” “찌뿌둥하네... 흐아암~” “의자가 불편했을 낀데... 왜 사서 고생이고.” 현모는 내가 어젯밤 수연과 함께였단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애들도 일어났어?” “아직 잔다. 연선이랑 과대가 아침 준비하는 것 같더라.” “넌 왜 일찍 일어났는데?” “슬슬 출발해야지. 차 막히잖아.” “출발? 서울로?” “차 많으면 긴장이 돼서...” “언제 출발할 건데?” “대충 씻고 와 기다릴게.” “알았어.” 민박집의 마당엔 꼭지가 두 개 달린 수돗가가 설치되어 있었고, “대영, 잘 잤어?” “어젯밤 못 봤는데 어디서 나타난 거야?” 연선누나와 명옥, 그리고 몇 명의 동기들이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술 먹기 싫어서 차에서 잤어요.” “에구, 그렇지않아도 해장국 끓이는 중이야. 잠깐 기다려.” “누나가요? 직접?” “내가 해장국 전문이잖아.” “워우... 사양합니다.” 난 고개를 저으며 손사래를 친다. “니들 아침에 해장국 먹는 사이였어?” 쌀을 안치던 명옥이 연선누나와 나를 번갈아 쳐다본다. 뭔가 아는 의미심장한 눈초리였다. “야, 시끄럽고, 콩나물이나 마저 다듬어.” 난 연선누나가 손잡이 달린 수동펌프에서 받아준 물로 간단히 세수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수연은 마당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 방에 잠들어 있는 동기들은 외투나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워, 연선누나와 명옥에게 수연의 행방을 물으려는 순간 현모가 나타나 재촉한다. “퍼뜩 가자. 벌써 차 몰린다.” 간밤의 추억을 뒤로하고 나는 어쩔 수 없이 현모와 서울로 출발했다. “니 어제 누구랑 있었냐?” “알고 있었어?” “대충.” 그럼 눈치껏 도와줄 일이지. “수연이랑 잠깐 차에 있었지.” “애는 참해 보이더만.” “뭐래. 신경꺼.” “그런데, 왜 하필 수연이야?” “수연이가 왜?” “뭐랄까 좀 우울하잖아? 말도 너무 없고...” “너나 잘하세요.” “난 네가 밝은 여자 만났으면 좋겠다.” “거 운전이나 잘합시다.” 다행히 현모는 운전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고, 더는 자세히 묻지 않았다. 우린 렌터카 회사가 있는 연남동까지 와서 차를 반납하고 기사식당 거리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다. “너 운전 많이 늘었다.” “크크.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 “여기서 헤어지자.” “왜? 기숙사 안 들어가?” “만날 사람이 있어?” “누굴? 왜?” 난 일요일 하림 아버님의 병문안을 약속했었다. “있어.” “너 요즘 수상하다.” * * * 연남동 퀸스빌라 가동 301호. 하림의 집에 도착한 것은 정오가 다된 시간이었다. 철문 앞에서 만난 경비아저씨는 가볍게 눈인사로 아는 척할 뿐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집안은 새로 청소를 마친 것처럼 빛이 났다. 베란다 문이 살짝 열린 거로 보아 병원에서 밤을 새운 하림이 아침에 다녀간 모양이다. 소파에 누워 잠깐 눈을 붙였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집 전화가 울린다. 외간남자가 수화기를 들었다간 하림이 난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멈추지 않고 울리던 전화벨 소리가 끊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난 하림의 전화란 사실을 직감했다. “...여보세요.” “대영씨?” “네... 원장님.” 수화기 너머 그녀의 소리 없이 웃는 표정이 느껴졌다. “언제 왔어요?” “따로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허락도 없이 집에 들어와 죄송합니다.” “허락이라니... 무슨 소리예요. 피곤하진 않고요?” “괜찮습니다.” “나 30분 뒤 도착하는데...” “네. 알겠습니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빌라 입구로 나가자 그녀가 벌써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응. 안녕.” 검은색 레토나 밴에서 내린 그녀는 멋쩍고 부끄럽게 인사를 건넨다. “운전하기 어렵지 않으세요?” “100호 캔버스까지 실으려면 어쩔 수 없죠. 내차 처음 봤어?” “네.” “훗, 대영이 만나니까 너무 좋다.” 난 긴장해있었다. “왜 그렇게 굳어있어?” “조금 긴장이 되네요.”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의 병문안이라니. 더구나 원장님의 남자친구로 그분을 속여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바로 병원으로 가야겠죠?” “일단 타요.” 하림은 익숙한 솜씨로 부드럽게 출발했다. “대영씨...?” “네. 말씀하세요.” “난 지금 대영씨 모습도 너무 좋긴한데...” 그녀가 어렵게 말을 꺼내는 걸로 보아 지나치게 수수한 내 옷차림이 신경 쓰이나 보다. 같은 옷을 3일째 입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살짝 격식 차린 차림으로 바꿔입을수 있을까? 기분 나쁘면 말해요. 난 대영씨 의견에 따를 거야.” “아닙니다. 전혀요.” 우리가 학원원장과 강사였던 동안에도 그녀는 배려심이 깊은 여자였지만, 지금 내 위주로 맞추려는 태도는 지나친 감이 있었다. “그 정도는 요구하실 수 있다고 봐요.” “아냐, 자기가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우린 신촌사거리 그랜드 백화점에 들렀다. “우리 여기서 연습해봐요.” “연습이요?” “연인처럼 이름 부르는 연습.” “네. 알겠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그녀는 내게 다짐을 받았다. “지금부터 연습해보라고.” 귀엣말로 속삭인다. “아... 알았어. 하림아.” “치잇, 자긴 너무 젊어 보여서 내가 속상해.” 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하림은 팔짱을 끼고 나를 이끌었다. 남성복 매장의 젊은 여직원이 밝은 얼굴로 아는척을 한다. “아~ 오전에 오셨던 분.” “네! 맞아요.” 하림은 이미 오전에 이곳을 둘러본 모양이다. “말씀드렸던 그대로 다시 보여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오전에 여기 왔었어...요?” “네, 대영씨가 피곤할 것 같아 미리 몇 가지 골라뒀어요.” 점원이 긴 팔 티셔츠와 자켓, 바지 몇 벌씩을 가져왔다. “남자분 옷 태가 좋으셔서... 다 잘 맞겠네요.” “모직 재킷이랑 체크 남방, 카키 바지 먼저 입어볼게요.” 점원이 안내해준 탈의실로 들어가려는데 하림이 따라 들어온다. “여길 들어오면 어떡해요!” 난 속삭이듯 소리쳤다. “잊었어요? 우리 연인인 거?” “그래도 이렇게...” “도와주려고 온 거에요.” 하림은 내가 벗어놓은 옷을 개어놓고 재킷을 펼쳐주었다. “한 치수 커야 할까요?” “아냐. 그냥 입을게...요.” “자기 입을 때 불편해 보였는데.” “괜찮다고...요.” “그래요 그럼.” “어머, 남자친구분이 엄청 동안이세요...” 그동안 우리 사이가 내심 궁금했던 여직원은 비슷한 또래의 연인으로 확신한 것 같다. 아마도 하림이 내게 사용한 존칭 때문이었을 것이다. “계산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옷 입느라 힘든데 잠시 쉬고 있어요.” 점원과 함께 계산을 마치고 온 하림은 금액이 보이지 않도록 영수증을 접어 지갑에 넣었다. 난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에게 속삭였다. “비싼 옷들 같은데 너무 과한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면 섭섭해요. 아직 살 것도 남아 있는데...” “그럼 월급에서 제해주세요.” “월급 말고 오늘 아르바이트비에서 뺀다고요” “흠...” 그녀는 1층 구두매장도 다녀간 모양이다. 우린 그녀가 골라둔 여러 개의 구두를 신어봤고, 고무가 아닌 가죽 소재로 밑창이 이루어진 갈색 신사화를 구매했다. “아마 처음이라 발바닥이 아플 거예요. 보조 깔창을 덧대긴 했지만 그래도...” “바닥이 미끄러워진 것 빼곤 괜찮습니다.” “마음에 들어요?” “네.” 우린 쇼핑을 끝내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원장님, 잠시만요.” “네?” “아까 제대로 못 한 얘기가 있어요.” “무슨...” 하림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오늘 일로 자존심 상해하지 않을게요. 원장님은 성공한 분이고 나이도 많으시니까요. 그런데 공짜로 받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오늘 알바비서 뺀다고...” “오늘 저는 알바나온 게 아니에요.” “대영씨...” “좋아하는 사람의 부탁을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주고 있어요.” “......” “그러니 알바비나 사례비 같은 말은 꺼내지 마세요. 정말 상처받을지 몰라요.” “미안해요. 미처 그런 생각은 못 했네요...” “원장님은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사려 깊은 분이세요. 그러니까 그만 배려해주셔도 괜찮아요.” “고마워요. 대영씨. 그렇게 말해줘요.” “저도 감사해요. 옷 잘 입겠습니다.” 난 쇼핑백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레토나의 트렁크를 열었다. “대영씨가 트렁크에 올라가 바닥 정리 좀 해줄래요?” 그런데 내가 트렁크에 오르자마자 그녀도 함께 올라타며 뒷문을 닫아버린다. 하림의 짧은 치마 사이로 하얀 허벅지가 보였다. “뭐 하는 짓이에요?” “대영씨가 너무 이뻐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여긴... 쇼핑백도 차 밖에 있는데...” 하림은 내게 가볍게 입을 맞춘다. 달다. 그녀의 입술은 달콤했다. “흐음...” 다리를 쭉 펴고 간신히 앉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었고, 운전석과 트렁크는 철제 격벽으로 분리되어있었다. 우린 어정쩡히 구부린 자세로 키스를 나눴고, 나도 모르게 그녀를 바닥에 눕히며 젖가슴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하앗!” 그녀는 흠칫 놀랐다. 서로의 타액과 몸을 나눈 사이였음에도 잠시 잊은 것이다. “풉!” 하림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만할까... 젖가슴에서 떼려던 손을 하림이 다시 잡았다. “난 대영씨가 만져주면 좋아요. 그러니 미안해하지도 말고 주저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지손가락으로 하림의 가슴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얇은 브래지어 위로 단단하게 선 젖꼭지가 느껴진다. “하아... 벗기고 싶어.” 그녀의 몸이 다시 건너와 내게 입을 맞춘다. 난 하림의 허리 뒤쪽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말랑한 살집과 긴장한 기립근이 느껴진다. 하림을 끌어당겨 품속에 안고 그녀가 즐겨 입는 블라우스를 위로 밀어 올렸다. “내가... 벗을까...?” “아니, 싫어.” 브래지어와 블라우스를 머리 위로 벗겨내자 하림의 하얗고 커다란 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 “이뻐. 젖꼭지가 분홍색이야.” “이그! 정말!” 하림은 손바닥으로 내 가슴을 가볍게 밀치며 때렸고, 난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손을 넣어 팬티 근처를 더듬었다. 촉촉한 습기가 느껴진다. 우린 끈적한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이따 집에서...안될까...” “싫어.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난 지금 그녀를 괴롭히고 싶었다.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팬티를 길게 간지럽히자, 외음부와 클리토리스의 자리가 회색에서 짙은 쥐색으로 변했다. 하림은 너무 쉽게 젖어 들었다. “하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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