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불편한 관음
-29화-불편한 관음
“어서 오세요.”
나는 젊은 여직원이 인사를 가볍게 받고 곧바로 뒤쪽에 있는 매니저를 향해 걸어갔다.
매니저는 나를 보고 잠시 놀랐다가 특유의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다른 급한 볼 일이 있어서 약속 시간에 못 봤어.”
“...네.”
사과를 할까 하다 오히려 반말을 하며 강하게 나갔다.
연애하는 사이도 아니고, 매니저는 날 주인님으로 모시며 구멍을 대주는 여잔데 기어오르게 할 순 없었다.
그리고 최면의 효과를 체크하기 위해서도 비위를 너무 맞추어 주면 안 될 것 같았다.
“이따 퇴근하고, 요 옆에 X라자 호텔 10XX호로 와. 나 거기서 묵고 있으니까. 오늘은 거기서 서비스 해줘.”
매니저는 대답하지 않았다.
역시나 서운함? 삐짐? 자존심 상함? 뭐 그런 게 있는 걸까.
이 년도 어지간히 자존심 쌜 거 같은데 그럴 만 하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으니까 꼭 와.”
나는 매니저의 대답을 듣지 않고 그대로 매장을 나갔다.
매니저는 굳은 얼굴로 빳빳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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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호텔로 가려다 도둑년의 보짓물로 더렵혀진 와이셔츠가 떠올랐다. 옷들을 좀 사고 가기로 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기본 감색 정장만 주구장창 입는 것도 잘나가는 사업가에 어울리지 않고, 내가 나름 BJ이면서 배우이기도 한데 품위 유지비는 기본 경비로 사용해야 했다.
‘그래. 이제 걸어 다니는 밴처기업인데, 폼이 나야지.’
곧바로 백화점 명품 매장들을 돌아다니며 여분의 와이셔츠 3장과 티셔츠 2장, 넥타이 3개. 그리고 회색 스트라이프 정장과 베이지색 캐주얼 정장, 마지막으로 구두 두 켤레와 캐주얼 신발까지 구입했다.
일주일 전 VVIP 카드를 받은 상태에서 다시 천만 원 가량의 명품 구매를 하자, 매장 직원들은 나를 왕처럼 극진히 모셨다.
요즘으로 치면 재벌가를 응대할 때 이런 모습일까 싶었다. 직원들이 하도 허리를 굽혀 새우인줄 알았다.ㅋ
‘크으~ 역시 돈의 맛은 여자 맛 못지않다니까.ㅋ’
앞으로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팍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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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을 차리면 들어갈 돈이 많겠다고 생각하다가, 직원도 뽑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
처음에 사무실을 차리려고 한 건 단순히 ‘가오’ 때문이었다. 새로운 여자들을 만나서 꼬실 때 명함도 있어야겠고, 명함에 사무실 주소도 있어야겠고, 사무실을 보여줘야 할 상황이나 미팅이 있을 수도 있는데 가오가 빠지면 안 되겠다 생각한 것이다.
‘딱 그 정도였지, 내가 하는 사업이 합법적 테두리 안에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진짜 뉴투브 사업처럼 콘텐츠 편집, 마케팅, 영업 등을 담당할 직원이 필요하진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사무실 유지 관리할 경리와 내 스타일 관리할 스타일리스트 정도는 필요할 거 같았다.
사무실에 손님들 데리고 왔을 때 아무도 없는 것 보다는 상주 인력이 있어야 보기도 좋고, 그건 나에게 중요한 가오와 연결되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 이제 버는 수입도 꽤 되는 데, 그 정도 투자는 해야지. 매번 내가 이렇게 직접 쇼핑하러 다니는 시간이 더 아까워. 그 시간에 떡을 한 번 더 치지. 그게 더 돈이 되는 거다.’
이래서 스타들이 개인 매니지먼트 업체를 꾸리는 구나 싶었다. 스타에겐 시간이 돈이니까.
‘잠깐!’
직원 고용이라. 이걸 다음 방송 콘텐츠로 쓸 수도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매일 내 사무실을 지키고, 내 품위와 스타일을 유지 시켜주는 직원. 이쁘고 말 잘 듣는 직원에게 모닝커피 대신,
‘실장님, 모닝 섹스 한 번 부탁해요~’
이렇게 말하면 치마 걷고 팬티 내리고 다리 벌려주는 직원을 상상한 것이다.
‘ㅋ진짜 그렇게만 되면 섹스 시트콤이 따로 없겠네.ㅋ’
매일 아침 헬스 대신 가벼운 섹스로 건강관리를 하고, 그 섹스가 방송 콘텐츠가 되어서 사무실 유지비와 직원 월급도 버는 낙원 같은 사무실이 떠올랐다.
시트콤보다 판타지에 가까운 상황이지만,
‘이미 초특급 판타지 인생, 그런 사무실이 되지 말란 법도 없지.ㅋ’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졌다. 빨리 직원 면접을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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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와 시간을 확인했다.
‘6시 반. 백화점 영업시간이 8시까지니까. 대충 정리하고 넘어 오는 시간 생각하면... 2~3시간 남았네.’
이렇게 마냥 매니저를 기다리는 게 맞나 싶었다.
아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걸 사과하고 좀 달래주기도 하면서 호텔로 부를 걸 그랬나, 아니면 확실히 호텔로 오도록 최면이라도 더 걸어 놓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냐. 처음에 걸었던 최면 효과를 봐야지. 그렇게 화가 나는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 호텔로 오는 거면 최면이 꽤 강하게 남아 있다는 거잖아.’
일주일전에 걸어 놓은 최면. 매니저가 가지고 있는 나와의 격정적인 섹스에 대한 기억. 그것이 그녀의 불쾌감을 상쇄하기를 바랐다.
룸서비스를 불러 더러워진 와이셔츠 세탁을 맡기고, 와인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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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주문한 와인을 혼자 반 병 정도 비웠다.
인터넷으로 다시 확인 한 백화점 영업 종료 시간은 8시. 백화점과 호텔까지의 거리는 시간으로 길게 잡아 봐야 30분.
매니저가 오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ㅆㅂ. 최면이 깨진 건가...’
최면이 깨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골치가 아팠다.
가장 걸리는 것은 청담동 스폰녀였다. 최면이 풀리고 나서 자신이 강간을 당한 거라 생각해 버리면 문제가 커질 거 같았다.
‘최면이 생각보다 약하네... 제기랄. 플랫폼 놈들 이러면서 후원금 50%를 때가는 거야!’
괜히 플랫폼에 화를 냈다. 애초에 최면 스킬이 강했으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스킬 효과는 스킬 레벨에 따라 차이가 발생합니다.]
갑자기 뜬 상태창 메시지가 변명처럼 느껴졌다.
‘스킬에도 레벨이 있는 걸 이제 와서 말해주면 무슨 소용이냐고!’
[BJ가 묻지 않은 걸 답할 의무는 계약 약관에 없습니다.]
성질나게 하는 플랫폼인 줄은 잘 알았지만 얄밉기로도 최강이다.
으. 열 받지만 지금 상황에서 플랫폼을 탓해봐야 무슨 소용이랴.
‘그래도 청담동 스폰녀한테는 최면도 쌔게 걸었고, 흔적도 최대한 지우고 나왔으니까. 괜찮겠지. 위장도 확실히 했고.’
일단 청담이네 갈 때 입었던 옷은 다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뭐든지 확실하게 하는 게 좋았다.
성질이 뻗쳐서 와인을 연거푸 들이켰다.
그동안 너무 겁도 없이 달려 나갔나.
‘그래. 앞으론 더 범죄로 빌미가 잡힐 짓은 절대 하지 말자. 능력만 믿고 설쳤다가 ㅈ되는 수가 있어.’
무턱대고 섹스를 하려 하는 것이 자극적인 방송은 될 수 있을 진 몰라도 자칫 나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었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잠깐의 실수로 이 모든 행운을 날려 버릴 수 없었다.
달리 생각하면 매니저를 통해 중요한 걸 확인한 거다.
‘청담이는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다시 마주쳐서 최면을 걸자. 몇 번이라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어.’
그렇게 하면 좀 더 안전해 질 거다.
그래. 지금 이렇게 스킬의 한계를 확인 한 것이 다행이다.
매니저에게는 확실히 최면을 약하게 걸기도 했고, 매니저의 성향과 최면의 방식이 잘 맞지 않았을 것도 같았다.
매니저는 딱 봐도 종속적인 성향보다 지배적인 성향이 강한 여자였다. M보다는 S성향을 강해 보였던 것이다.
그런 여자를 상대로 하녀처럼 굴종하는 최면을 건 것이 최면의 효과를 약하게 하지 않았을까 추정해 볼 수 있었다.
‘아직 최면의 효과를 단정하기에 표본이 부족해. 매니저 하나만 가지고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플랫폼이 BJ의 추리에 탄복합니다.]
‘네 인정 따위 바라지 않아!’
이 자식, 자꾸 성질을 건든다.
[플랫폼이 상심한 BJ를 위해 방송 환경 개선을 실행합니다.]
‘오잉? 그건 또 무슨 소리야?’
[BJ에게 성적인 이벤트가 발생할 확률이 25% 증가합니다.]
성적인 이벤트가 발생할 확률 증가?
지금은 무슨 변화일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느낌 상 나쁠 거 같지는 않았다.
‘진짜 방송 환경이 개선 됐는지는 두고 보겠어. 또 실망 시키면 나도 가만있지 않아. 음... 확! 재계약 요청 할 거야!’
[BJ에 대한 플랫폼의 신뢰도가 하락하였습니다.]
‘끙... 알았다. 알았어.’
일단은 내가 참는다. 갑님이 갑질하는 데 을이 참아야지. 어쩌겠어.
시간은 어느덧 9시 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정말 매니저는 오지 않을 거 같았다.
이런 식으로 쓰리섬 방송을 포기하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호텔 바에 가보기로 했다.
기분도 꿀꿀하고, 모든 스킬을 동원해서 라도 쓰리섬을 할 여자를 꼬셔봐야겠다.
밤낚시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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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버X리 회색 스트라이프 정장을 멋지게 차려 입고 호텔 라운지바로 갔다.
바 전체를 빠르게 스캐닝했다.
바에 앉은 손님이 없었고, 테이블에 대 여섯 팀이 보였다.
비즈니스 미팅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앉아 있는 자리 하나, 나머지는 모두 커플이었다.
‘흠. 어장에 물고기가 별로 없네.’
바에 앉았다.
“주문 도와드릴까요?”
여자 바텐더가 건넨 메뉴를 살폈다.
이미 와인을 한 병 가까이 마셔 취기가 있는 상태였다.
알콜도수가 낮은 것 중 가장 비싼 칵테일을 골라 주문했다.
당연하지만 바텐더 역시 스캔을 마쳤다.
바텐더는 동여맨 머리에 각 잡힌 유니폼을 단단히 차려 입은 모습이 꽤나 방어적으로 보였다. 뭐. 얼굴은 깔끔하고 반반한데, 바텐더 일을 사무적으로 보는 직장인과 같은 인상에 그닥 흥미가 끌리지 않았다.
‘정~ 상대가 없으면 한 번 먹을 수도 있지만. 일단은 패쓰!’
다시 한 번 천천히 바를 둘러보는데 테이블에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깐! 저거 혹시...’
비즈니스 미팅이라 생각했던 남자 둘, 며칠 전 내가 최면을 걸었던 교수와 벤X 딜러인 거 같았다.
시선을 들키지 않으려 신경 쓰며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폈다. 확실했다.
‘맙소사. 저 둘이 만나는 걸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이야!’
저 교수에게는 남자에게 묶이고, 아날을 공격당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최면을 걸었었다.
저 딜러에겐 남자 아날에 삽입을 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최면을 걸었었다.
저 둘에게 최면을 걸 당시에는 그저 응징을 할 생각으로 한 것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욕망의 N극과 S극을 만들어 놓은 꼴이었다.
그 N극과 S극이 서로를 잡아끌며 운명의 만남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천생 연분을 만들어 놨구만.’
저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을지 몹시 궁금했다.
[성좌님들이 최면을 건 남자 둘의 상황을 궁금해 합니다.]
나는 손짓으로 바텐더를 불렀다.
팁 5만원을 건네며 말했다.
“저 쪽으로 자리 옮길게요. 그리고 음악 소리 좀 줄여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내가 창조한 게이들의 옆 테이블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