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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who am I? I am 백진기! (1)


‘진이 빠지면 갑자기 잠에 빠지기도 한다는데. 내가 그럴 줄은...’ 나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낯선 침대, 낯선 천장, 그리고 뭔가 정돈된 분위기의 방. 그렇다. 나는 어제 윤미나와 데이트를 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깊어지자 우리는 모텔로 왔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애는 어디에 있는 거야?’ 정신이 맑아지고, 시야가 또렷해졌다. 나는 몸을 일으켜서 윤미나를 찾았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방안에 나 혼자만 있는 것처럼. ‘뭐지?’ 나는 몸을 일으켜서 방을 둘러봤다. 어디에도 그녀는 없었다. ‘어디를 간 거야?’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어제는 즐거웠어. 곤히 자는 거 같아서 안 깨우고 먼저 간다. 나중에 보자.] 덜렁 떠오르는 톡에 나는 맥이 풀려 버렸다. 허~. 참! 인정머리 없는 년 같으니. 기다렸다가 같이 나가면 어디 덧나나? 이제 연인인데. 나는 조금 서운한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주위를 좀 더 둘러봤다. 화장대 겸 탁자로 쓰이는 곳에 작은 쪽지도 놓여있었다. 적혀있는 내용은 톡에 쓰여 있는 내용과 같았다. 자신은 먼저 씻고 간다는 내용이었다. ‘일단 씻자.’ 나는 천천히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따뜻한 물을 틀고 몸을 씻었다. 머리와 어깨를 지나 몸을 스치며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가 상쾌했다. ‘같이 씻으면 좋잖아. 아침에 일어난 김에 모닝섹스를 하는 것도 좋고.’ 씻으면서도 못내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보통 이렇게 바로 가버리나? 볼일 다 봤다는 것처럼? 우리 이제 연인 아니야? 그런데 뭐 이래? 속상한 마음에 속으로 몇 번이고 불만스러운 투정이 튀어나왔다. ‘흐흐, 뭐 이제는 계속할 수 있을 테니까. 다음에는 욕실에서 해봐야지.’ 귀두와 음경 그리고 고환을 문지를 때 즈음에는 묘한 달성감과 음심도 솟아났다. 어제의 감각이 되살아나며 가슴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어제는 진짜 좋았지. 자위도 좋지만, 진짜 여자의 몸이 그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 나도 모르게 손은 어느새 음경을 움켜쥐고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가볍게 발기를 하기 시작했던 나의 존슨은 어느새 단단한 창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단단한 창을 부여잡고 어제의 감각을 되새기며 앞뒤로 흔들었다. 어제 그렇게 해댔으면서도 어느새 다시 그 감각을 갈구하며 자위를 한 것이다. [뷰-뷰퓻-!! 찌-이익-!! 찍-!!] “하-읏!! 허-읍-!!” 그녀와 맞닿았던 생살의 감촉을 상상하며 자위했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훨씬 기분이 좋았고, 쾌감도 강하게 느껴졌다. 나는 금세 절정에 이르며 시원하게 사정했다. 나의 정액은 평소보다 강하게 뿜어졌고, 멀리 뻗어나갔다. 그렇다고 경박하게 아무 데나 사정을 해댄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 배수구를 겨냥하여 사정했고, 사정이 끝난 후에는 샤워기의 물줄기로 깨끗하게 흘려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음란한 샤워를 마치고 나도 모텔을 빠져나왔다. ‘나도 이제야 제대로 된 불금을 보내봤네.’ 모텔을 나서서 지하철로 향하는 길에 슬쩍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녀와 보냈던 뜨거운 밤은 흐르고 흘러서 한가로운 주말 오전이 되어 있었다. 토요일. 누구는 일하고, 누구는 쉬는 날. 하지만 어쨌든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날. 휴일은 아마 그런 날이 아닐까 싶다. 시간도 슬쩍 확인했다. 오전 11시 45분. 아직 정오는 아닌 애매한 시간. 그 시간에 나는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누구에게는 매우 이른 퇴근이 되겠지만, 나에게는 매우 늦은 귀가다. ‘집에 가면 또 아버지가 잔소리를 늘어놓겠지.’ 집에 가서 꼬장꼬장한 교관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어찌하랴? 그 사람이 나를 키워준 사람이고, 나에게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알려준 사람이며, 인륜으로는 끊을 수 없는 천륜으로 이어진 사람인 것을. 게다가 결정적으로 나에게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는 분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다음 생에는 내가 꼭 우리 아버지의 아빠로 태어날 거야.’ 그렇게 실현 불가능한 복수를 꿈꾸며 나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띠로릭-! 찰-칵-!] 지문과 비밀번호까지 써서 열어야 하는 문을 열었다. 안에는 어머니의 사뿐거리는 발걸음과 밝은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가라앉은 공기와 거의 느낄 수 없는 희미한 인기척만 있을 뿐이었다. 역시 그 분만 계시는 모양이었다. “...이제 오냐?” “...계셨어요?” “...흠.” 아버지는 소파에 앉은 채로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무심한 듯이 나에게 말을 거셨다. 하지만 아버지 성격에 정말로 무심했다면 말도 걸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내 행동이 신경은 쓰인다는 소리다. “...진기야.” “...네.” “주말 오전에는 이 아비와 훈련하기로 하지 않았니?” “...네.” “이런 식으로 자꾸 약속을 안 지키면 네 녀석의 등록금이나 용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겠구나.” “...죄송합니다.” “...됐다. 오후에 체력훈련은 꼭 하고.” “...네.” 나에게 짤막한 잔소리를 늘어놓고 다시 책에 열중하는 남자. 그의 이름은 백광현. 나의 아버지였다. 167cm의 작은 키에 고작 65kg 정도의 체격이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아우라는 만만치 않았다. 마치 고대의 무장들이나 뿜어낼 듯한 기이한 투기가 항상 그의 곁에 머물렀다. 그러면서도 가까이 접근하기 전에는 그 느낌조차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했다. 강렬한 열기를 품고 있으면서도 그 기운을 쉽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남자. 그게 백광현이라는 사람이었고, 나의 아버지였다. ‘이 나이가 돼서 겨우 감을 잡은 거지만, 아버지 직업은 분명 평범한 건 아닐 거야.’ 철이 들 무렵에 겨우 감을 잡은 것이 이것이었다. 나의 아버지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어렸을 때는 그저 어디서 힘이나 좀 쓰는 조폭이나 무술 사범인 줄 알았다. 집에 드나드는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 가끔 거액의 돈이나 선물을 가지고 찾아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범주도 아득히 넘어서는 존재라는 것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대학을 들어가고, 다양한 지식과 사람을 접하면서 겨우 어렴풋이 아버지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빠, 아빠는 왜 회사에 안 나가?’ ‘응?’ ‘옆집 명희도 그렇고, 건너 동에 사는 상수도 그렇게 말하던데? 제대로 된 아빠는 회사에 나가는 거라고. 근데 아빠는 주로 집에 있잖아. 그게 이상해서...’ ‘이 아빠가 일하지 않을수록 이 나라와 세상에 좋은 거란다.’ ‘응?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나중에 알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와 나눴던 대화다. 그리고 이제는 그 대화의 뜻을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아버지는 분명 내가 상상하기 힘든 일을 하고 계시겠지. 평범한 조폭이나 무술 사범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만화가, 카피라이터, 소설가, 서예가, 시인, 프리랜서처럼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에 조금도 바쁜 기색이 없었으니까. 그저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고 익히거나 사람들과 은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다였다. 하루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어머니와 나도 들어갈 수 없는 비밀스러운 밀실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곤 하셨다. ‘무슨 [비밀요원]같은 거겠지.’ 굵어진 내 머리가 내린 가장 합리적인 답은 이것이었다. 거의 혼자서 시간을 보내면서도 교류하는 사람은 제법 많았고, 이따금 사라졌다가 어딘지 슬픈 표정으로 돌아오시는 것이 나의 아버지였다. 이것이 아니면 설명할 길이 달리 없었다. 그리고 내가 12살이 넘었을 무렵부터 시작된 괴상한 교육들을 생각하면 더욱더 이 추리에 힘이 실렸다. “그러면 전 방에서 좀 쉴게요.” “진기야.” “네?” “네 몸에서 모텔에서 쓰는 샤워용품 냄새가 나는구나. 여자와 시간을 보낸 거니?” “!!!” 내 몸에서 풍기는 희미한 냄새로 나의 행적을 가늠하신 것이었다. 무슨 사냥개도 아니고! 코가 왜 이렇게 좋아? 하지만 아버지의 평소 능력을 생각하면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 여기서는 솔직하게 말하자. “...네. 뭐.” “그렇구나. 우리 아들이 드디어 여자를 알게 되었군.” 아버지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곧 그 미소는 사라졌다. 아버지는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느냐는 듯한 얼굴로 다시 책에 열중하기 시작하셨다. “너무 휘둘리지는 말아라.” “네?” “성욕에 휘둘리지 말라는 소리다. 모든 쾌락과 욕망은 필연적으로 사람을 타락시킨다.” “...네.” 아버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를 힘이 실려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아버지와 대화하면 항상 진이 빠진다니까.’ 방에 들어오자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아버지가 불편하거나 싫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하기 편하고 유쾌한 느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아무것도 모르던 철없는 시절에는 달려가서 품에 안기곤 했었다. 하지만 철이 들고, 아버지의 독특한 능력들과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느끼면서부터는 왠지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버지가 불편해졌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게 아니었다. 아버지에 대해서 알게 될수록 그저 아버지가 두렵고, 불편해지는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분명 나는 어머니를 더 닮은 거겠지.’ 나는 옷을 벗고 거울을 응시했다. 근육질의 단련된 미남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 거울에 비친 사람은 나였다. 178cm의 키에 68kg. 약간은 마른 느낌을 풍기는 근육질의 남성. 그것이 바로 나 백진기였다. ‘평소에 아버지는 근육량을 좀 더 키우라고 하시지만, 나는 지금이 딱 좋아.’ 아버지는 나의 이 늘씬한 체형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셨다. 적어도 체중을 75kg까지는 올려야 최고의 신체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잔소리를 하셨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120kg이 넘는 격투기선수나 씨름선수에게도 밀린 적이 없는 신체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굳이 근육량을 더 붙여야겠다는 필요성 자체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마음먹고 격투기선수가 되면 세계챔피언이라도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참으로 멋쩍은 일이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소리도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 의해서 반강제적으로 주입된 수많은 특수교육은 나를 인간의 경지에서 아득히 벗어난 존재로 만들었으니까. 나는 감히 자신을 스르로 ‘초인’이라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 내가 아버지를 앞에 두면 몸이 떨릴 정도니까. 저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고, 이 세상에 어느 정도나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걸까?’ 아버지를 떠올리니 뭔가 다시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아버지를 빼놓고 이야기하기에는 그의 존재는 너무 거대했다. ‘내가 사물을 분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였어. 아버지의 교육은 참...’ 나는 점점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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