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11화 이렇게 된 거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자 - 어차피 죽으면 흙이 된다 (3)


“신선 식품은 없네요.” “그러네요.” 식당에 도착하자 레이나는 창고와 냉장고를 뒤졌다. 냉장고는 텅 비어있었고, 식료품 창고에는 그나마 먹을 만한 것들이 있었다. “누군가 괜찮은 것들은 싹 쓸어간 모양이에요.” “뭐, 이런 상황이니까요. 아무래도 그랬겠죠.” 레이나는 잠시 식료품 창고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뭔가를 집어서 나에게 다가왔다. “남겨진 건 무거운 통조림 정도네요.” “떠날 때 급한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이군요. 아무리 무거워도 식량을 놓고 가다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식량이 남겨져 있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세상이 혼란에 빠지고, 언제 다시 보급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식량을 놓고 갔다고? 분명 식량을 놓고 갈 수밖에 없는 급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갑자기 대군의 감염자라도 들이닥쳤던 걸까?’ 나는 이미 황량하게 변해버린 식당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딱히 크게 어질러진 모습은 또 없어서 그런 추리가 100% 옳다고 말하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일단 먹자. “아쉽네요. 재료가 있었으면 마지막으로 손수 요리라도 만들어 주는 건데.” 레이나는 아쉽다는 목소리로 통조림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받아쳤다. “요리 잘해요?” “이래 봬도 일등 신붓감이라고 불렸거든요?” “호~. 그거 의외네요.” 나는 짐짓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자 레이나는 입술을 비쭉거리며 내 장난기에 지지 않고 장난을 이어갔다. “우락부락한 군인이라고 요리를 못 할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설마요. 오히려 군인들이 요리에 능한 경우가 더 많죠. 취사병도 있고, 야전에서는 직접 식사를 챙겨야 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그걸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그런 표정을 지어요?” “그것과 별개로 레이나가 요리를 잘한다는 게 의외라는 겁니다.” [찰-싹-!] “아-얏! 하하하~.” 그녀는 나의 장난에 ‘등짝 스매싱’을 날렸다. 그녀의 손바닥이 우렁찬 소리를 내면서 내 등을 후리고 지나갔다. “애인이 생기면 맛있는 음식을 잔뜩 해줄 생각이었다고요. 그래서 비번일 때 틈틈이 여러 가지 요리를 배워 놨었죠. 그런데 그것도 이제 다 소용이 없네요. 곧 있으면 저승행이니...” 그녀는 처량한 자신의 처지가 떠올랐는지 금세 침울해하는 것이었다. 나는 레이나의 어깨와 팔을 다독이며 자리에 앉았다. “일단 배부터 채웁시다.” “네.” 내 목소리에 그녀는 간신히 힘을 내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는 어딘가 쓸쓸함이 가득 담긴 손길로 천천히 통조림의 뚜껑을 열었다. [그그그으-윽-! 땅~~!!] 쇠가 비틀리는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통조림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좋은 향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몇 개의 통조림을 더 열고는 레이나는 힘차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잠시 지켜보다가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녀의 말대로 이것이 최후의 만찬이었다. 적어도 내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다. ‘아, 맞다!! 일단 확인부터 해야 하지. 쩝~~. 배고픈데.’ 몰려오는 허기에 음식을 그대로 입에 밀어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난 곧 손을 멈추고 예전에 배웠던 원칙을 떠올렸다. [[모르는 음식물을 접했을 때는 일단 확인부터 해라.]] 이 음식물들이 노른에게는 훌륭한 영양원일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서 온 나에게도 좋은 영양원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냄새와 색감으로 판단하건대 특별한 위험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100% 지구인에게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초콜릿은 인간에게 훌륭한 기호식품이지만, 강아지들에게는 독이 되는 것처럼. 대상에 따라 그 안전도가 달라지는 것이 음식물이었다. 어떤 생물은 독이 들어있는 것을 태연히 먹기도 하고, 어떤 생물은 평범한 물을 마시고도 그대로 죽기도 한다. 따라서 식품을 접했을 때는 그 독성 여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생존에 가장 중요한 철칙 중의 하나였다. 이미 다 죽어가는 마당이었지만, 이 순간에도 내 몸에 새겨진 습관과 원칙들은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도 괴로워하면서 죽기는 싫으니까.’ 나는 그렇게 자신을 달래며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레이나 개봉한 통조림의 음식물들을 조금씩 떠서 내 손등에 올렸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뭐 하는 거예요?” 눈앞의 음식을 먹기는커녕 손등에 바르는 것을 목격한 레이나가 물었다. “음식물의 독성을 검사하는 겁니다.” “네? 독성이라니요?” “전 지구인이니까요. 노른과 다르게 못 먹는 음식이 있을지도 몰라서요.” “아~~.” 비로소 내 행동을 이해한 레이나는 얕은 탄성을 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신중하시네요.” “식중독으로 괴로워하면서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전설에 따르면 이세계에서 온 사람들의 식성이 딱히 유별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노른과 같은 음식을 먹었다고 하니까요. 아마 괜찮을 겁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10분이 지났음에도 손등에 딱히 어떤 자극도 느껴지지 않았다. 피부가 부풀어 오르거나, 가려움증이 느껴지거나, 감각이 이상해지는 느낌은 없었다. 일단 안전하다는 소리인데. ‘조금씩...’ 나는 아주 적은 양을 떠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목구멍으로 조심스럽게 넘겼다. 이어서 일부는 혀 밑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아주 미량의 음식물을 위로 흘려보냈고, 민감한 속살에도 음식물을 접촉했다. ‘음~~. 맛도 좋고, 괜찮은 거 같다.’ 또 그렇게 10분의 시간을 보냈다. 어떤 변화도 없는 것을 보니 일단 먹을 수 있는 듯했다. 나는 신중한 자세를 풀고는 레이나에게 손가락으로 ‘O.K사인’을 만들어 보였다. 그러자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던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며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는 손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식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적극적으로 식사를 할 때까지 기다려준 모양이었다. 거, 참. 미안하게~~. “맛있네요.” “저희 신단의 배급은 맛있기로 유명하니까요. 분명 진기 씨의 입에도 잘 맞을 거라고 확신해요.” 레이나와 나는 바쁘게 손을 놀리며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녀가 가져온 통조림의 양이 절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그것들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만큼 우리는 허기져 있었고, 동시에 마음이 공허했다. 격렬하게 움직여서 몸이 지친 것은 물론이고, 허무한 죽음을 앞두고 있으니 말이다. “애인에게 요리해주는 것 말고 다른 소원은 없어요?” “네?” “혹시 못 이룬 꿈이나 목표가 있나 해서요.”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떠오르는 게 많네요. 남들처럼 물건도 많이 사고, 여행도 많이 다녀보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왜 그렇게 답답하게 일에만 치여서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동병상련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의 말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나도 막상 죽음을 앞두고 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일단 너무 훈련과 공부에만 몰두했던 것이 아까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 시간이었으면 내가 얼마나 즐거운 일을 많이 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훈련과 공부였다고는 하지만, 나는 지나치게 앞만 보며 달려왔던 측면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은 나에게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었다. 어떤 현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무 일만 하는 사람은 바보가 된다. 그렇다고 노는 인생이 최고도 아니다. 그런 사람도 결국은 바보가 되니까.]] 얼핏 듣기에는 이도 저도 아닌 헛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구는 뭐든지 [과함을 경계하고 적당한 선을 지키라]는 중용의 의미를 담고 있는 명언이었다. 그리고 그 명언이 지금의 나에게는 뼈에 사무쳤다. 아버지의 훈련을 따르면서, 윤미나의 요구를 따르면서도 내 인생을 어느 정도 즐겼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저 ‘미래’를 준비하느라 ‘현재의 나’를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다. 덕분에 진한 아쉬움에 몸서리를 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나에게 다음 생이 주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제대로 즐기면서 살아볼 것이다. ‘어라? 그런데 레이나가 왜 저러지?’ 그렇게 뭔가 알 수 없는 깨달음을 얻었을 때였다. 내 눈에 이상한 광경이 들어왔다. 맛있게 식사를 하던 레이나가 갑자기 몸을 비틀며 얼굴을 붉히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굉장히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내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왜요?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어요.” “...아니에요.” “표정이 아닌 게 아닌데요? 왜 그래요? 말해 봐요.” “...갑자기 이상한 게 떠올라서요.” 그녀는 몸을 가볍게 떨면서 연신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다. 뭐지? 어디 몸이라도 불편한 건가?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뭔가 이상하다. 이상하게 야릇한 분위기가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요?” “아까 아쉬운 게 뭐냐고 했잖아요?” “그랬죠.” “제일 아쉬운 게 떠올랐는데 말하기가...” 그녀의 얼굴에 붉은빛이 더욱더 진해졌다. 그리고 그녀의 몸짓은 더욱더 야릇해졌고, 그녀의 표정은 더욱더 묘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그녀는 연신 손으로 자신의 중앙을 눌러대고 있었다. ‘혹시?’ 짐작이 가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게 맞을까? 정말 그녀가 떠올린 게 그것일까? 나는 슬쩍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이제 호흡마저 거칠어진 상태였다. “지...진기 씨. 이...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네. 듣고 있습니다.” “아까 아쉬운 게 뭐냐고 물으셨죠?” “그랬죠.” “제일 아쉬운 게 떠올랐어요.” “그게 뭐죠?” “서...성..행...위....” 레이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단어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내 안색을 살피는 것이었다. 나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성욕이 가장 강해진다고 합니다. 전혀 이상한 거 아니에요.” “그...그렇죠?” “네. 저도 아까 세면장에서 자위했는걸요.” “어머, 진기 씨도요? 저도 했어요!” 그녀는 뭐가 그렇게 반가운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는 곧 부끄러워졌는지 고개를 숙였다. ‘정말 귀여운 사람이다.’ 나는 성욕과 부끄러움에 몸을 뒤틀고 있는 레이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진...진기 씨?” “입술이 참 부드럽네요.” 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살며시 만졌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은 내 손가락에 퉁겨지며 그대로 탄력이 넘치는 진동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스-르륵-.] 이어서 나는 그녀의 어깨와 허리에 팔을 감았다. 그리고 진지한 눈길로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레이나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나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흥분과 기대가 섞인 눈빛으로 내 눈동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레이나...” “진기 씨...” “지구에는 이런 속담이 있어요. ‘아끼다가 똥 된다’라고.” “무슨 뜻이죠?” “모든 건 적절한 시기가 있는 법이다. 그 시기를 놓치면 쓸모가 없어진다는 소리죠.” “...” “어차피 우리는 곧 죽잖아요.” “...네.” “죽으면 그저 흙이 되는 게 사람의 육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 아끼지 말고 쓰죠.” 내 말뜻을 이해한 레이나는 수줍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고 입술을 앞으로 내밀었다.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