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17. 혹시 우리아이는 천재가 아닐까?
#17. 혹시 우리아이는 천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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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드디어 헌터 아카데미 편입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첫날은 이론 시험이라 부담이 없다.
계획은 이렇다.
시험 장소에 간다.
확실히 정답을 아는 문제만 일단 푼다.
모르는 것은 같이 시험치는 학생 중 공부를 제일 잘하게 생긴 놈 하나를 골라 회귀능력을 이용하여 베낀다.
풀이과정을 평가하는 문제도 비중이 꽤 되는 만큼 적당히 고쳐서 의심을 피한다.
끝
필기시험 합격기준은 실기점수와 관계없이 평균 60점 이하는 무조건 탈락이다.
솔직히 내 실력으로만 60점은 넘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큰 걱정이 없다.
문제는 실기인데.
아직도 고민 중이다.
헌터 아카데미는 헌터가 되려는 새싹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러면 뭔가 배움을 나누고 MT를 다니고 소개팅을 하고 그런 즐거운 학교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나?
헌터 아카데미는 소위 각성자들 중 엘리트만 모아 놓은 곳이다.
그리고 그 엘리트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곳이기도 하다.
자식을 통한 대기업간의 이권다툼도 심하고, 빽 없는 놈이 조금이라도 두각을 나타내려는 것 같다?
그런 조짐이 보이면 바로 신고식에 들어간다.
뭐라 그랬더라. 팔대천황? 무슨 삼황오제? 뭐 그딴 새끼들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각성자 비율이 남자보다 여자쪽이 확실히 높아지면서 여자들간에 남자를 두고 싸우는 싸움도 잦다고 한다.
뭐 학생증으로 싸대기를 날리고 이를 맞은 쪽은 결투에 응해야 된대나 뭐래나.
아무튼 학교에 갔으면 학생들이 공부를 해야지.
어린노무 쇄키들이 벌써부터 어른들 나쁜 짓 하는 거 흉내나 내면서 참 말세다.
헬조선 식 스파르타 춘추전국시대 일진 학교 그것이 헌터 아카데미인 것이다.
한나라의 마지막 승상이자 최초의 위왕 조맹덕도 헬조선에 오면 혀를 내두르고 심산유곡에 박혀 나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초반부터 잘난 척 해봐야 모난 돌이 정맞는다고 견제가 오지게 들어올 것이다.
회귀능력이 있지만 내 능력은 늦었다고 생각되면 진짜로 늦은 거다.
인지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내 능력 밖의 공격은 회귀고 뭐고 그냥 죽음이다.
그렇다고 적당히 숨어서 기회를 노리기엔 옛 말에 참을 인 세 번이면 호구라 그랬다.
좋다. 적정선으로 누가 좆 같이 굴어도 딱 한번만 참아주자.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아래 층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 내려가 보았다.
"아들~♡ 나왔어~~~!!엄마 보고 싶었찌?"
엄마가 인지하기도 힘든 빛의 속도로 달려와 끌어안는 바람에 내 얼굴은 두 개의 가슴에 협착되어 버렸다.
"켁!!"
풍요로운 맘마통에 부상강도는 낮았지만, 깜짝 놀랐다.
"으규으규, 우리 아들~ 밥은 먹었니?"
"…네. 엄마 오랜만, 아버지는?"
"내일 퇴원하실꺼야. 내일이 시험인데, 아침 밥이라도 해 먹여야 되지 않겠니?"
"그러다 배탈 나면 어쩌려고. 그냥 사 먹는 게 나을텐데."
"뭐라고? 내가 잘못 들었나?"
찌릿 째릿
켁! 이 느낌은 엄마의 몸에 마력이 둘러지는 소리다.
평소에는 사랑이 넘치는 맘마통이 마력이 둘러지고 나면 그냥 동그란 돌덩이가 되는 것이다.
각성 전이었으면 모를까, 지금은 음양신선공때문에 조심해야 된다.
잘못해서 엄마한테 영향이 가버리면... 상상하지도 말자.
세이브로드신공으로 그냥 고맙다고 하니, 빙긋 웃어준다.
역시 이게 트루엔딩 선택지였다.
"아 참. 엄마 잘 왔다. 제 실력 좀 봐줄래요?"
"무슨 실력?"
"실기 시험 때 뭘로 할지 고민 중이라."
"그냥 특수 능력으로 특수계로 가는 게 어떠니? 얌전히 지내다 졸업만 해. 취업은 걱정은 하지 말고."
특수 능력이 없는 각성자들은 보통 강화계로 넘어가 전위를 맡는다.
내가 볼 땐 고기방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평범한 특수 능력을 가진 각성자들 중에도 드물게 강화계로 가는 경우가 있다.
치열하고 혹독한 전위들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힘들겠지만.
엄마는 그걸 걱정하고 있는거다.
"일단 보고 판단해."
엄마와 함께 지하에 있는 수련장으로 내려갔다.
오랜만에 보는 엄마의 전투 복장이다. 몸에 쫙 달라붙는 검은색 슈트.
마치 여자 스파이 요원은 보는 듯하다.
"허구한 날 샌드백 부셔 먹을 때 설마설마 했는데…"
"그럼 레이디 퍼스트."
"후훗. 고맙기도 해라."
빠직 빠직
엄마의 특수능력은 마력을 전기성질로 변환시켜 말초신경에 자극을 줘 민첩과 반응 속도가 비약적으로 높힌다.
약간 게임으로 치면 돚거 느낌이다. 쌍 단검을 들어야 국룰인데, 주 무기는 숏소드다.
"그럼 오랜만에 몸 좀 풀어 볼까~"
슉-!
전력을 다해서 돌진한다면 눈으로 쫒기 힘들겠지만, 얼추 막을만 했다.
'머리'
머리부터 노리고 온다.
'돚거답다고 해야되나, 급소부터 노리네.'
팔에 마력을 집중해 막음과 동시에 발차기.
퍽-!
마력이 부딪히며 특유의 충돌음이 울려 펴진다.
목표는 디딤발이 되는 상대의 왼다리다.
그 곳을 노릴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엄마의 왼 다리가 가슴까지 슬쩍 들리더니 내 다리가 도착할 때 쯤 내리 찍는다.
날아간 화살에는 눈이 없다고 했던가, 이미 몸체의 회전을 더 해 힘껏 날린 발차기를 도중에 회수할 순 없었다.
상대 왼 다리의 타격 예상 장소 주변 바닥을 향해 대충 다리를 꽂으며 무게 중심이 바뀐다.
중심이 되는 반대편 다리를 길게 휘둘러 회축으로 타격한다면 간지가 살았겠지만, 무려 A급 헌터다.
그런 큰 동작은 무조건 파훼 된다고 봐야 한다.
하체에 남아있던 회전력에 상체의 회전력을 더 해 소위 원인치 펀치를 비어있던 옆구리에 박았다.
빠직 빠직
찰나의 순간 엄마와 눈이 마주쳤는데 싱긋 눈 웃음이 돌아왔다.
'뭐지?'
촉감은 있었다.
옆구리에 히트되었다고 확신이 드는 순간, 엄마의 회피 속도와 내 주먹이 날아가는 속도가 일치했는지 반탄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새 내 손목이 엄마의 두 손에 의해 단단히 잡힌 상태다.
마치 평균대 위를 도는 기계체조 선수같이 내 팔을 평균대 삼아 물구나무 서서 사람을 반대로 접으면 저렇게 될까 싶은 각도로 두 다리가 남은 팔과 몸통을 감쌋다.
'큭, 그래플링은 자신없는데.'
졸지에 평균대가 되었던 내 팔을 죄는 완력이 풀리는 감각이 돌아온다.
엄마가 두 팔을 벌린 채 상체를 들고 있다.
'빈틈인가.'
왼팔과 몸통은 두 다리에 꽁꽁 묶여 행동 불가.
다리는 내 몸통에 붙어있는 엄마를 공격할 수단이 못 된다.
지금도 개 불리하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짧았지만 수십 번 시간을 돌려 체크 메이트의 순간을 피해서 그나마 최선의 선택 만을 골라 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오른팔 한 짝으로 이걸 떼어내야 되는데...아마도 여기서 해답을 못 찾으면 끝이겠지.
'에라, 시부레 모르겠따. 필살기 시전!! 짬이 있는데 알아서 잘 피하겠지. '
음양신선공을 극한으로 운용한다.
회음을 강타하여 휘도는 마력을 나한 기공의 운용으로 전신의 마력회로에 돌리는 기존의 방법은 철회다.
더 빠르고 더 강력한 방법이 필요해서 개발했다.
회음에서 기해를 통해 요양관,명문,중추로 마력을 보냈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음양신선공의 운용법이다.
여기서 미려관과 협척관을 통해 전정,백회로 향해야 올바른 운기법이지만, 현재 삼관 중 일관 만 뚫은 상태.
근처의 심장으로 마력을 우회시켜 혈류에 마력을 태웠다.
본디 혈관으로 내기를 돌리는 것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약동하는 심장을 타고 몸 전체로 흐르는 피의 흐름을 원동력으로 혈도가 아닌 마력회로를 통해 마력을 인도했다.
기경팔맥을 타동한 뒤에는 필요성이 없겠지만, 임시방편으로는 훌륭하다.
나한기공의 제한된 운용을 넘어 혈액의 흐름에 따라 손가락,발가락 끝까지 내력을 자유자재로 운용이 가능하다.
엄지와 중지 두 개를 일점 삼아 전신 내력을 그러모았다.
한 팔과 몸통,다리가 제한 된 지금, 가장 주요한 타격은 권이나 장이 아니라 베기, 즉 절단(切斷)!!
마침 긋기 좋은 각도에 위치한 목을 향해 힘껏 팔을 수평으로 그었다.
빠지지직!!
"꺄악!!!"
라텔의 전매특허 섬전(閃電)
유형화 된 마력이 몸에 휘둘리며 민첩과 신체의 반응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 올린다.
큰 리스크를 지고 휘둘렀던 회심의 일격도 목에 손이 닿으려는 순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상체가 휙 하고 누워 피했다.
상체가 지나가는 길에 따라가는 머리카락 일부만 조금 끊겨 바닥에 후둑 떨어졌다.
"항복이요. 와 상대도 안되네. "
"……."
뒤로 숙였던 상체가 서서히 올라오며 쌍봉이 덩달아 오르는 모습이 마치 더블 일출을 보는 듯하다.
"한방은 먹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엄마? 피드백 좀."
엄마가 주먹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다.
그 진동은 이내 팔로 상체로 온 몸으로 이어졌다.
"왜 그래? 뭐가 잘못 됐어?"
부들부들-
"꺄아아아아아!!!!!!!!!!!!!!!!!"
"으아악!!!!"
중추신경에서 보내는 내 방어 기제는 당연히 섬전보다 빠를 리 없다.
엄마가 갑자기 두 팔을 벌려 내 얼굴을 가슴에 협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뭐..뭐야. 숨막혀."
'뭐지? 항복했는데 분명 신종 조르기 방법인가. 계속 해보자는 건가.'
"아들!!!!! 뭐야뭐야뭐야!!! 무슨 능력인 거야 대체? 특수 능력이 두 개니?"
"아니.. 그건 그대론데... 이건 내 오리지널 어빌리티."
특수 능력은 두 개, 세개 씩 가질 수 없다
정말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하나다.
오리지널 어빌리티란 특수 능력을 응용해서 자신만의 기술을 개발한 경우를 뜻한다.
나는 엄마를 매단 채로 한동안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설명이 됐지? 그렇게 위험한 건 아니야. 걱정하지마."
원상복구능력을 이용해서 혈관을 실시간 복구하고 마력 회로 대신에 혈관을 이용하여 신체를 강화하는 기술이라고 대충 둘러댔다.
일부는 맞는 이야기지만, 일부는 숨길 수 밖에 없다.
거기까지 설명하려면 회귀능력부터 밝혀야 한다.
"우리 아들♡♥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게 된 거야? 천재잖아?"
"천재는 무슨."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내 어빌리티가 아니었으면 아들이 시도했던 공격은 전부 분명 클린 히트였어."
"어빌리티는 마지막에만 쓴 거 아니야? 어쨌든 한방도 못 맞췄는걸."
엄마가 진한 미소를 띄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미리 알고 피했던 게 아니야. '신체를 위협할만한 마력이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 중추신경이 피하도록 했다'라는 느낌?."
"그럼 뭐 나름 괜찮다는 소리지? 뭐 피드백은 할만한 건 없어?"
"음…, 음…."
엄마는 본능파다.
계산을 하고 머리를 쓰는 쪽은 아버지이고.
그렇다 보니 뭔가 조리 있게 설명하기는 힘든 모양.
검지 손가락을 볼에 꽂고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며 고민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
"마력의 총 량이 부족한 거? 는 게이트에 한번도 들어간 적이 없으니 당연한 거고..딱히 모르겠는데?"
"그래? 그럼 됐어. 올라가게 이제 내려와."
아직까지도 매달려 있었다.
엄마랑 굳이 스파링을 뛴 이유는 미리 밑밥을 깔아 놨으니, 입학하고 나서 좀 떠들썩해도 그러려니 하겠지 싶어서다.
씻고 방에 올라가 일찌감치 누웠다.
잠이 들려는 찰나 아래층에서 엄마의 통화 소리가 계속해서 울린다.
선호에게는 제대로 안 들리지만, 분명 여기저기 아들 자랑에 한창 일 것이다.
아들의 성장이 어지간히 기쁜 모양. 엄마의 마음은 다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