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1화 알약
“하… 헤어지자. 이제 그만할래”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다.
왜냐고? 모르겠다.
그저 나이 드신 할머니 수레 끄는 걸 도와드렸을 뿐인데…
30분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건우는 오랜만에 여자 친구 지희와 데이트를 하러 나왔다.
건우는 학교를 다니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고 지희는 임용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너무 바빠서 마지막으로 본 지 한 달이 넘은 것 같다. 오랜만에 데이트라고 지희는 한껏 꾸미고 나왔다.
원피스를 입었지만 수험생이 이 정도면 꾸민거지. 오랜만에 파스타도 먹고 카페도 가니 정말로 데이트하는 기분이다.
“건우야, 아까 파스타 어땠어?”
“음, 로제 파스타 되게 괜찮더라. 나중에 또 가자.”
“그래 그러자. 난 리조또가 괜찮더…………라. 어디가?”
“저기 수레 끄시는 할머니 힘들어 보이셔서 도와드리려고. 좀만 기다려 지희야!”
“하… 맨날 저래”
“지희야, 기다렸어?”
“알면 왜 나 두고 가?”
“아니 할머니 힘들어 보이니 그렇지”
“그래서 내가 말하는데 끊고, 기다려 줄 수 있냐 묻지도 않고 그렇게 갔다 오는 건 괜찮은 거고?
한두 번도 아니고, 맨날 그런 식이잖아. 똑같은 말 여러 번하는 것도 지쳐. 나 무시하는 거야?
왜 맨날 다른 사람들한테는 친절하면서 나한텐 일방적인 건데.
오늘 데이트 얼마나 기대했는데 기분도 망치고.”
“지희야, 진정해. 그래도 할머니 도와드린 건데 착한 일이잖아. 난 그러라고 배웠는데.”
“그래 그럼 배운 대로 살아. 나한테 잘하는 거는 안 배운거야?”
“그래도 잘하려고 하는데,,”
“그래 잘하면 뭐 해. 남들한테 친절 베푼다고 나는 안중에도 없는데. 내가 중요하긴 해?”
그렇게 30분을 얘기했던 결론이다.
“하… 헤어지자. 이제 그만할래”
“지희야…내가 미안 해”
“됐어. 이 얘기도 질린다 이젠. 그동안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니까 하고 널 만났어. 이젠 더 이상 못 할 것 같네. 누군간 너 같이 착하고 호구 같은 놈 만나주겠지. 잘 살아. 나 간다.”
“지희야…”
끝났다. 2년간의 연애가.
저기 보이는 뒷모습이 이제 마지막이겠지.
??
왜 다시 와? 가는 거 아니었나?
“야 이건우, 잘 들어. 2년 동안 사귄 정으로 말하는 거야.
누누이 말했지만, 그 이상한 안경 좀 벗고다녀. 안경만 벗으면 잘생겼는데 안경이 다 망쳐.
그리고 옷 좀 잘 입고. 멀쩡한 옷들 많은데 왜 그런 체크셔츠를 입는 거야 핏도 좀 맞춰입고. 그리고 운동 좀 해.
너 같은 멸치 좋아하는 여자 없어. 여자들이 벌크업한 몸 싫어한다는 논리로 자위질 그만하고 운동 좀 하고.
운동 좀 하고 안경 좀 벗고 하면 되게 괜찮을 텐데 대체 왜 맨날 안 꾸미는 거야
그리고 제발 아무한테나 친절하지 말고”
“응”
“나 진짜 간다”
이젠 진짜 끝이다.
하지만 건우는 몰랐다. 이 날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줄은.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헤어진 것이 실감나지 않아 헤어진 이유에 대해서 곱씹어 보는 건우였다.
그런데 웬걸. 할아버지 한 분이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했는데 신호가 바뀐 것 아닌가
부우우웅
저 멀리서 차 한대가 할아버지를 보지 못한 듯 달려온다
“저기요!!”
건우가 크게 불렀지만 할아버지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하는 수 없다. 건우는 할아버지에게 달려가 품에 안고 몸을 던져 차를 피하려 했다.
몸은 잘 던졌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건우에게 깔렸다.
분명 할아버지도 다친 것 같다. 물론 차에 치인 것보단 나을 것이다.
너무 늦은 것인지 건우도 다쳤다. 발이 차에 깔린 것이다.
“자네, 괜찮나?”
“119좀 불러 주세요”
하 너무 아프다. 괜히 뛰어들었을까
“할아버지는요?”
“지금 내 안부를 물을 땐가? 119를 부르는 중이야 좀만 기다리게”
너무 아프다. 하지만 할아버지도 절뚝 거리시는데. 연세도 있으신데 다치시면 안 되시지 않을까.
“119는 불렀네. 좀만 기다려요 학생”
119가 왔고 구급차에 실려갔다. 발목이 돌아갔다고 한다.
고생도 사서 고생이다. 입원비, 치료비 다 비쌀텐데. 할아버지는 괜찮으실까?
“야 건우! 무슨 일이야. 다쳤다며”
민수에게 전화가 왔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대학 친구다. 같은 과.
“어 입원 좀 하래. 발목이 돌아갔다고 해서 입원 좀 오래할 것 같아”
“아니 그럼 수업은?”
“빼야지. ㅋㅋㅋㅋ “
“웃을 때냐 미친놈아 그래서 왜 다쳤는데”
“어 할아버지 한 분이 차에 치이실 것 같아서,,,”
“왜 치이실 거 같아서 대신 치어드렸냐?”
“…….”
“맞네.”
“넌 뭐 하는데”
“그게 중요하냐? 지금 보러간다. 병실 어디라고?”
“xx 병원. 419호”
“야 임마”
민수가 왔다.
“선물은 없냐? 병문안 선물 보통 가져오잖아”
“너 선물 받으려고 다친 거냐?”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미친놈도 아니고”
“미친놈 맞지 대신 차에 치어드리는 미친놈.
아 그나저나 그 할아버지 아까 병실 찾다가 간호사분께 들은 건데 같은 병원이라메?
할아버지는 1인실이라던데 왜 넌 6인실에 있냐”
“할아버지는 1인실이래?”
“그렇다네 나중에 봬러가 봐.”
“성함은?”
“최영철? 이었나 하튼 그런 이름이었어.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
“오키 나중에 한 번 찾아봄.”
“부모님은 아시냐?”
“글쎄? 보호자니까 아실 수도? 근데 굳이 먼저 알릴 생각은 없어.”
“왜 부담돼서?”
“그런 거지”
“그래 나 간다.”
“그래 잘 가라”
“아 맞다 근데 여기 간호사분들 왤케 예쁘신 분들이 많냐?”
“그래? 난 몰랐네”
“입원해서 그동안 뭐 했냐. 친해져서 소개 좀 해 줘라.”
“확씨 꺼져 이제.”
“ㅋㅋㅋㅋ 빠이여”
이튿날
“환자분 상태 좀 체크할게요. 어제보다 특별히 아픈 곳 있나요?”
“없습니다.”
간호사가 되게 예쁘다.
민수 말이 맞다.
이런 분들이 여럿 있길래 그런 말을 한 거겠지?
하얀 간호사복에 몸매는 가려졌지만 가슴도 좀 봉긋해 보인다. 저 정도면 가슴도 큰 편이지 않을까.
골반도 커 보이고.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약간 들어간 웨이브, 귀여운 눈에 오뚝한 코. 기 세 보이는 얼굴에 그렇지 않은 미소.
특히 수수한 화장이 잘 어울리는 부분이 이목을 끈다.
한선희 간호사
가슴에 그렇게 이름이 적혀 있다.
“혹시 불편한 일이 생기면 저 불러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이 시간에 와서 체크할 겁니다. 알고 계세요.”
그럼 매일 본다는 거겠지?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건우는 괜히 민수가 바람을 잡아놔서 궁금하지도 않던 게 궁금해졌다.
산책도 좀 하러 밖에 나가 보았다. 병원에 입원해서 가장 좋은 것은 예쁜 간호사가 많다.
담당 간호사분도 예쁘던데, 나가면서 볼 때 프론트에 계신 분도 흠칫 놀랄 정도로 예뻤다.
근데 좀 돌아다녀보니 대부분이 예쁘고 몸매도 좋다. 젋고 몸매 좋은 분들이 되게 많은 병원이다.
하긴 입원해서 기분도 안 좋은데 눈이라도 즐거워야지. 앞으로 자주 산책해야겠다.
다시 병실로 들어가려는데 이것도 우연인지. 문 바로 앞에 할아버지가 계신다.
“안녕하세요.”
“어어 자네, 몸은 어떤가?”
“저는 괜찮습니다.”
“뭘 깁스까지 해 놓고 괜찮다냐. 어젠 고마웠네. 그래서 음.. 잠만 기다려 봐요. 줄게 있었는데 이 가방 안에서 꺼내야 해.”
“어떤 걸요??”
“잠만 기다려 봐 이게 어딨냐. 어어어 여깄네. 자, 어제 고맙다는 의미로 주는 선물이네.”
“이게 뭐예요? 알약처럼 생겼는데”
“맞네. 아마 오히려 자네가 나를 고마워하지 않을까 싶은 약이지.”
“어디 좋은 약인데요?”
“허허 그건 비밀이지. 확실한 건 효능이 정말 엄청나다는 것이지.”
다시 병실
간호사가 정말 예쁘다. 자주오면 좋을 것 같다.
맨날 누워 있느라 심심한데 친해지면 좋을 것 같기도하고. 하도 심심해서 별생각이 다 든다 이제는.
“환자분 아까 자리에 안 계시던데 자주 돌아다니시면 발목에 안 좋아요.”
“네 알겠습니다. 간호사님.”
“약도 항생제에 염증약이니까 잘 챙겨드세요.”
아 맞다 알약. 할아버지가 주신 약도 있었는데
건우는 아까 받은 알약을 다시 꺼내 보았다.
이게 뭐라고 자기를 고마워할 거라는 거지? 수상한데 먹어도 되는 것일라나.
알약을 쳐다만 본지 한 시간이 넘은 것 같다.
그래도 그래 봤자 알약인데, 나름 생명의 은인인데 안 좋은 것을 줬을까. 그냥 먹어보자.
건우는 이때까지 전혀 몰랐다.
이 알약이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을 줄은.
[등장인물 프로필]
지희
본명 : 강지희
건우의 여자친구. 아니 전여자친구
키는 작은 편, 몸매는 좋은 편이다.
현재 23살, 임용시험을 준비 중이다.
건우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통통한 편이었고, 예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다이어트를 하고 쌍수를 하며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건우와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는데, 서로 잘 맞았고 건우의 성격이 좋다보니 사귀게 되었다.
하지만 건우가 너무 모범생 같고 자신보다 타인에게 신경쓰는 모습에 점점 질리게 되어 헤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