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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11화 - 영애는 퀘스트를 부르고~ -


"이 시기에 금지된 숲에 들어간 사람이 있었다니...정말 놀랐답니다~." "그렇죠...하하..." 현재 나는 병사들이 호위하는 마차에 탑승한 체로 숲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유진 님이 아니었으며 구해 온 약초를 가져가지 못했을 거에요~" "해야 할 일을 한 거죠..." 내가 타고 있는 마차 안에는 백작가의 영애, 그녀의 호위 기사,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서 서로 마주 앉은 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호호, 정말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원래 이 구역까지 몬스터가 내려오는 일은 없는데, 운이 없지 뭐에요." 내가 구해 준 그녀 백작가의 영애 에스텔 그레이스는 상당한 수다쟁이였다. 그녀는 자기 웃음을 가리기 위해 조용히 손에 입을 모았지만, [출렁, 출렁] 입을 가릴 때마다 살짝 요동치는 가슴은 전혀 가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더욱 민망한 점은, "흠...흠..."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가슴 쪽으로 시선이 향할 때마다! 그녀의 옆에 있던 여기사 맬리사의 헛기침이 들려왔다는 점이었다. [풉, 저 경멸의 눈빛!! 이미 변태로 낙인 찍혔겠네요!] 억울하다고 이건 남자라면 불가항력이라고!!! "아 그리고 소개를 깜빡했네요. 이분은 저희 영지로 파견된 기사, 맬리사 경이에요." 검은 머리를 묶어 올리고, 가벼운 경갑을 착용한 그녀도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그녀는 나의 시선이 영애의 가슴으로 향할 때마다 경멸의 표정을 짓긴 했지만, 손을 내밀며 인사를 청했다. "맬리사입니다.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짝짝짝, 반갑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1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니, 울창한 숲은 사라지고 드넓은 대평야가 나타났다. 아직은 녹색빛이 돌고 있는 평야를 신기하게 바라보자, 그녀는 그런 나를 웃으며 조용히 웃었다. "유진 님, 이곳부터가 에스텔 백작가의 영지입니다." "대단히 넓군요..." 그곳에는 작물을 기르는 농부들은 뙤약볕 밑에서도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일까? 백작가의 마차와 병사들이 지나가자 이곳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평화로워 보이는 곳이군요." "호호, 감사합니다." 그녀는 그 말에 기쁜듯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 세계의 대륙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계급이 존재해요.] 이 말은 키리나의 집에서 대륙에 관해 공부하면서 들은 이야기였다. 지금 내가 향하는 에스탈 영지는 전체 대륙 중 서쪽에 위치한 '제국 연합'속한 영지였고, '제국'의 계급 체계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대공작, 공작] - 과거 왕국 시절의 왕족 출신이며 그 영지를 이어받은 자. 혹은 황좌의 계승자. [후작] - 복수 개 이상의 영지를 다스리며, 영지 내의 모든 권리를 취득한 자. [백작] - 단일 영지를 다스리며, 영지 내의 모든 권리를 취득한 자. [자작, 남작] - 황제 직속의 영지 '황제령'을 다스리는 귀족, 보통 세습되지만 황제의 명령으로 교체 가능함. 특히 이곳 '에스텔 백작령'은 웬만한 후작 가문보다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 땅의 주인인 에스텔 백작은 실제 정계에서도 상당한 정치적 입지를 가지는 귀족이었다. "영지가 '금지된 숲' 옆인 게 단점이자 장점이 되었지요~" 이곳은 금지된 숲에서사는 몬스터들이 가끔 출몰해 골치를 앓는 곳이었지만 몬스터의 피와 가죽은 귀한 재료로 사용되었고 다양한 의뢰들을 해결하는 용병과 사냥꾼, 희귀한 재료를 수집하는 마법사와 연금술사들로 백작령은 항상 많은 사람으로 붐비었다. 그렇게 마차로 대평야를 지나자 사람들이 주거하는 거대한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고, [우와...대단한 크기네요] 목걸이 너머로는 실제 인간의 도시를 처음 보는 미령의 감탄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저 멀리 수문장들이 문을 지키고 있는 게 보였다.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영애 님 일행을 통과시키도록!" "예 대장님!" 마차 안의 영애를 확인하자, 영지를 보호하는 수문장들은 별다른 검문 없이 우리를 내부로 들여보내 줬고, 이내 우리가 들어선 백작령은 말 그대로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저희 영지에요! 활기차 보이죠?" [출렁, 출렁] 그녀는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펴보았고, 이내 나에게로 맬리사의 눈빛이 쏘아졌다. [찌릿] 알았어요. 안 본다구요. 그렇게 대로를 지난 마차는, 영지의 중앙쯤에 도착하자 멈추어 섰고, 그 앞에는 말 그대로 으리으리한 대저택이 위치해 있었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아가씨." "그레이엄, 고마워~" 저택에 도착하니 집사와 메이드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미 저택 앞에 도열해 있었다. 그러곤, 마차에서 내린 난 이곳에서 이들과 서둘러 헤어지기로 결정했다. '함께 있으면 귀찮은 일이 꼬일게 분명하다!' 왜냐구? 판타지의 법칙상, 우연히 귀족을 구해주면(특히 귀엽고 아름다운 영애를 구해주면) 열에 열은 또 다른 서브 퀘스트가 발생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도대체 팔굽혀펴기 한 번도 안 해봤을 거 같은 영애가 저 위험한 숲으로 직접 약초를 찾으러 간다는 말인가? 뭔가 가문 내에 사건이 시작되고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출렁, 출렁] 귀여운 거유(?) 귀족 영애와의 로맨스를 꿈꾼다면면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만, 이제까지 숲속을 해매이던 난 일단 휴식하고 싶었다. '일단은 쉬자...' 그리하여 난 마차에서 내리자 마자 그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여기까지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여기서 이만......" 하지만 내 말이 끝나기도 전 백작 영애는 나의 손을 양손으로 붙잡으며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어머나, 유진 님... 이렇게 빨리요? 천천히 이야기하려 했는데...소녀의 부탁이 있는데 들어 주실수 있나요?" 그녀가 팔을 잡자, 그녀의 가슴이 오므라들며 큰 가슴이 더욱 부각이 되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녀의 가슴이 아닌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푸른 하늘을 닮은 머리카락과 그와 비슷한 푸른 눈동자, 키리나가 마치 새끼 여우 같은 귀여움이였다면, 그녀는 동그란 눈동자를 가진 강아지같이 나를 쳐다보았다. '아 귀엽다...' 이게 아니지, 정신 차려랏! 이놈의 판타지 세계. 어째서 예상 그대로 흐르는 것이냐! "그게...제가...할 일이..." "흐흑...그렇군요..제가 구해 준 분께...너무 염치가 없었네요..흐흑.." 내가 거절하자 시무룩하게 표정이 변한 그녀는 갑자기 소매로 눈을 가렸고, 이내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나가던 영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기 쑥덕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호기심이 가득했던 그 시선은 울고 있는 그레이스의 모습에 점점 쌍심지가 켜지기 시작했고, '저저 썩을 놈, 우리 영애 님을 울리다니.' '어디서 저런 게 온 거야. 아주 사달을 내버릴까!' '이따가 어디 구석진 곳으로 데려가 혼줄을 내줍시다!' '저 x 자식이 아주 오장 육부를 xxx..." 조용히 별의별 욕이 다 들려오고 있었다. 아...억울해... 이곳을 아스텔 백작가는 다른 영지에 비해 영지민들의 지지가 엄청난 곳이었다. 특히 영애 그레이스는 그 외모와 성격으로 자라날 때부터 영지 사람들에게 자랑이었고, 현재에 와서는 보호와 충성의 대상이었다. 그런 그녀가 내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니... 영지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제 살기마저 느껴졌다. '안 되겠다...이대로 이곳을 떠났다가는 이곳에서 돌아다니는 내내 고생할 거 같다.' 내가 원래는 남의 눈치를 안 보고 사는데... 이곳에서는 자꾸 눈치를 보게 되네. "흠흠, 할 일이 있지만...... 어찌 레이디의 부탁을 거절하겠습니까. 어떤 일인가요." "헤헷, 정말요! 일단 저택으로 들어가요 유진님!" 그레이스는 기쁜듯 팔짱을 껴왔다. 그러자 팔로 그녀의 풍만하지만 탄력 있는 가슴이 느껴졌다. '아, 가슴...미치겠다...너무...가까워...' 그렇게 나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커다란 저택 안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미령은 어이가 없었다.. [......저것 좀 봐......]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얼굴엔 눈물 자국 하나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엔 조그마한 안약같은 병이 들려 있었고,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그 점을 캐치한 미령은 홀로 작게 읊조렸다. [저거 아주 요물이잖아... 개짜증 나!] 그렇게 나에게 백작령에서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고 있었다... *** [그날 밤, 에스탈 영지의 또 다른 대저택] 평범한 이는 출입조차 불가한 이 저택의 지하실에 한 여성이 앉아 있었다. "휴우...일을 맡길 사람이 하나 없군." 어둠에 가려져 있지만, 그녀의 몸짓은 우아했고 분노에 가득 차 보였다. "죄송합니다." 그러자 그녀의 방 한 켠에 있는 그림자가 움직이더니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림자는 감히 그녀를 쳐다보지 못하고, 땅바닥에 이마가 닿을 만큼 엎드린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엔 이유가 뭐지? 이 정도면 준비가 차고 넘쳤을 텐데?" 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출하기 위해 그녀는 부단히 노력했다. 영애가 자연스럽게 영지를 빠져나가도록 유도 했고, 그에 맞춰 초월한 고블린과 그 무리가 그녀를 덥치도록 했다. 심지어, 병사들과 기사들이 힘을 쓰지 못하도록 음식에 약을 타는 것과 같은 치밀함을 준비했다. 그러한 수고를 생각하니, 그녀의 표정은 더욱 표독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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