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8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동아리실에서 또 강제로 당한 뒤 집으로 돌아와, 피임약만 먹고 종일 잠만 잤던 것 같다.
끔찍했던 어제의 기억을 잊고 싶었기 때문이다.
잊고 싶어도, 자꾸 떠오르는 생생한 어제의 기억.
거침없이 행해지는 일방적인 폭력과, 계속된 그의 강압적인 섹스.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당하기만 하는 내가 너무 비참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에게 연락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더 잔혹했다.
스마트폰 잠금화면에 남아있는 부재중 전화 수십 통과 메시지.
그것들은 내가 했던 기도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듯, 잔인하게 내 마음을 짓밟아 버렸다.
[야 또 전화 안 받지?]
[일부러 씹냐? 뒤질래?]
[자냐? 눈 뜨는 대로 전화해라]
[대체 몇 시간을 쳐 자는 거야?]
[일어나면 바로 전화해라 진짜 죽인다]
그에게 온 메시지.
아픈 머리가 더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쉰 뒤, 스마트폰에 저장된 그의 연락처를 검색해 통화를 걸었다.
짧음 수신음이 지나고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씨발년이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냐?"
"아으.. 그게.. 지, 지금.. 일어났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일 뿐인데도, 그의 목소리만 들으면 몸이 굳어버렸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대체 잠을 얼마나 쳐 자는 거야?"
"죄, 죄송.. 해요.."
"왜 학교 안 왔어."
"그, 그게.. 몸이.. 안 좋아서.."
"지금 집 근처니까 현관 비밀번호 불러."
그가 오고 있다는 말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아, 아.. 그게.."
"야, 빨리 말해라? 두 번 말 안 한다."
"오, 오늘은.. 그냥.. 쉬게 해주시면.. 안.."
그의 싸늘한 표정이 수화기 너머로 보이는 듯했다.
"하.. 넌 뒤졌어."
"아..! 아..!! 아, 아니에요!! 마, 마마..! 말할게요!!"
이미 끊어져 버린 전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나는 왜 또 머뭇거리다 그를 자극한 걸까.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순간에 잘못된 선택으로 또 그를 화나게 해버렸다.
혼란스럽다.
그러다 생각난 단 하나의 결론.
도망.
이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망설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급한 마음에 신발도 신지 않고 현관문을 열었다.
불편한 몸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신발도 안 신고 어디 가냐?"
"히익..!!"
문 앞에 나타난 박시후를 보니 온몸이 얼어붙었다.
내 모습을 한참이나 위아래로 훑어 보는 박시후.
생각이 정리 된 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급히 나가려는 꼬라지 보니까 도망치려고 작정한 거 같은데. 미쳤냐?"
"아, 아아..! 그, 그게..!!"
무섭게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집으로 뒷걸음질 쳤다.
문을 닫으며 그가 들어온다.
"니는 진짜 안 되겠다."
"아아..!!!"
나는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대로 그에게 끌려 들어가 일방적인 폭력을 당했다.
잘못했다고 울고불고 애원해도 박시후의 무자비한 폭력은 멈출 줄 몰랐고, 너무 맞아서 울음조차 내뱉을 힘이 없어질 때까지 그의 폭력은 계속되었다.
"앉아."
"으읏.. 흐윽.."
앉을 힘조차 없었다.
그에게 맞은 따귀로 인해, 입 안이 터져버린 듯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오른쪽 귀에선 이명까지 들릴 정도였다.
"엄살 부리지 마라. 일어서."
"으흐으.. 흐윽.. 자, 잘모해서요.."
온 힘을 쥐어짜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용서해달라고, 잘못했다고, 다신 안 그러겠다고 한참을 빌었던 것 같다.
"아, 짜증 나네. 꺼져."
"흐윽..?"
[퍼억-!!]
가슴팍에 날아드는 그의 발길질.
급소에 맞은 건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허읏..! 콜록..!!"
"병신같은 년이 말을 안 쳐들어."
분이 풀리지 않은 그는, 나를 한 번 더 걷어차고는 그대로 소파로가 누웠다.
"잘 거니까 깨우지 마라."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 안 해?"
"하아.. 학.. 콜록..!! 네.."
고통에 목소리 조차 쉽게 나오지 않았다.
"혹시라도 도망갈 생각 하지 마라. 그땐 진짜 뒤져."
"흡.. 끄흐윽.. 네.. 죄, 죄송.. 해요.."
일어설 힘조차 없는 몸 상태.
앉은 상태에서 몸을 끌어 방으로 이동했다.
오른쪽 팔조차 말을 듣지 않는다.
그의 무자비한 폭력에 온몸이 욱신거렸다.
"흑, 흐으.. 흐으으으.."
참기 힘든 고통에 입을 틀어막고 흐느껴 울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
뺨은 퉁퉁 붓고 입술은 터져 피가 흘렀으며, 온몸엔 멍 자국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니 금방이라도 울음보가 터질 것 같았지만 참아야 했다.
내 울음소리에 그가 잠에서 깨면 지금보다 더 한 고통이 있을 테니까.
가까스로 손을 뻗어, 침대에 놓인 이불로 몸을 덮었다.
"흣, 흐으으.. 흐끕..!"
박시후라는 지옥 구렁텅이에 빠져버린 내가,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흐느꼈다.
한참을 울었던 나는, 울다 지쳐 바닥에서 잠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아픔은 내게 유일한 휴식인 잠조차 편하게 들지 못하게 했다.
"아흐윽..!!"
미친듯이 욱신거리는 몸.
참기 힘든 통증에 눈이 떠지고, 고통에 절여진 신음이 흘러나왔다.
"읏, 아파아.."
침대를 짚고 일어서, 절뚝거리며 방에서 나왔다.
거실로 나가보니 팔짱을 끼고 소파에 누워 잠든 박시후.
그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게 조용히 화장실로 들어갔다.
변기에 앉자,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볼일을 본 뒤 물을 내렸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잠에서 깬 그가 나를 불렀다.
"야, 차수연. 내가 잠 깨우면 죽여버린다고 했지."
"아으으.. 죄, 죄송해요.. 소변이.. 급해서.."
"튀어와."
"으으.."
아픈 몸을 끌고 박시후에게 다가갔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내 팔을 잡아당겨 억지로 소파에 앉혔다.
"아흣.."
"왜 자꾸 말을 안 들어. 어?"
그와 눈이 마주치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흡, 흐으윽.. 자, 잘못했어요.. 때리지마요.."
"됐고, 이거 봐봐."
그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한 동영상을 틀었다.
그 동영상에 비친 풍경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어느 방 안.
커다란 침대 위에 남녀가 서로 몸을 섞으며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으으.. 이, 이걸 왜.."
"자세히 봐봐."
그가 동영상의 볼륨을 높이자, 사랑을 나누던 남녀의 풍경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앗, 아흣..!! 시러엇!! 그만해!! 아흑..! 미친새끼야!!!]
[재롱부리는 거야? 귀여운데?]
남자에게 깔려 저항도 못 한 채, 일방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여자.
남자는 필사적으로 얼굴을 가린 여자의 손을 붙잡아 올렸다.
영상에 비치는 익숙한 모습.
어제 본 박시후의 친구와 미진이였다.
미진이는 엉망진창인 얼굴로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를 질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를 성폭행했다.
계속된 일방적인 성폭행에 미진이는 점차 지쳐갔고, 울음을 터뜨리며 그에게 애원했다.
[잘못했어..! 아흑.. 제발 용서해 줘..!]
[그러니까 처음 보는 남자를 좋다고 따라오면 안 되지~ 아, 슬슬 올라온다..!]
[흐아앙..! 부탁이야..! 더, 더 이상.. 안에만 싸지 말아줘..!! 오늘 위험한 날이란 말이야..!]
[그래? 그 말 들으니까 더 흥분되는데? 찐하게 질 속에 한 발 갈게?]
[아, 안된다고 했..! 아으읏?!]
꺼지는 화면.
박시후가 내게 말했다.
"차수연. 넌 윤미진 이 씨발년을 어떻게 하면 좋겠어?"
"그, 그러지마요..!! 왜, 왜 미진이까지..!"
"야, 이년이 저번에 나한테 뭐라 했는지 알아? 니네 집 알려주는 조건으로 이 영상 지워 달라는 거였어."
저번에 그들의 대화로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미진이 역시 그들에게 약점이 잡혀 있었다는 걸.
그러나 애써 모른척했던 사실을 그가 억지로 내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근데, 이 씨발년이 지 친구도 팔아먹고, 감히 잠수까지 타네?"
그녀에게 배신감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그, 그래도.. 그러지 마요.. 부탁이에요.."
"야, 정신 차려. 너 얘한테 팔린 거야. 이딴 게 친구냐?"
"내.. 하나뿐인 친구에요.. 그러니까 그러지 말아요.."
진심이 통한걸까, 그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알겠다고 답해주었다.
"흐음.. 뭐 알았어. 애초에 내 목적은 너니까."
갑자기 날 끌어안아 소파에 눕는 박시후.
그리고 그는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수연이, 착하네."
"우으.."
계속된 손길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릿결을 귀 뒤쪽으로 넘기는 그의 손길에서 조차, 날 해코지하지 않을까 하는 무서움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근데 왜 이렇게 말을 안들을까?"
"으.. 잘.. 들을게요.."
"맞은데는 어때. 괜찮아?"
"아, 아프훕?!"
갑작스런 키스.
놀란 나는 벗어나려 했지만, 그는 내 머리를 당겨 도망치지 못하게 고정시켰다.
"츕.. 하움, 츄릅.."
박시후의 혀가 내 입 속을 휘저을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에 어깨가 들썩거렸다.
그에게 맞아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입 속.
그러나, 그의 혀는 그런 것 따윈 일절 신경 쓰지 않고 내 입 안을 마구 휘저었다.
"츄릅.. 후아.. 아우움.."
뜨거운 그의 숨결과 타액이 계속해서 흘러들어왔다.
휘감기는 서로의 혀.
그는 자신의 침을 내 입 속으로 계속 밀어 넣었고, 그의 타액은 내 것과 뒤섞여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츕.. 하아.. 하아.. 이제.. 그, 그만..! 하웁?!"
멈추지 않는 입맞춤.
그는 멈추지 않고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계속 혀를 섞었다.
수십 분이나 계속된 그의 진한 키스에 몸이 조금씩 반응하는 것 같았다.
폭력적이고 강압적이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상하게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에 몸이 점차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위험하고 오싹한 느낌.
몸이 달아오르며 다리 사이가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
이 위험한 느낌을 해소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안겨 있는 그의 품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와 적극적으로 키스를 하려 하자, 그는 갑자기 하던 키스를 멈추고 말했다.
"후우.. 이제 자자. 아침에 일어나면 병원 부터 가자."
"하아.. 하아.."
날 쓰다듬던 그의 손이 내 머리 뒤쪽으로 들어와 팔베개를 해주었다.
쓰다듬을 당하며 키스만 수십 분을 하고 끝나버린 상황.
달아올라 버린 몸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억지로 허벅지에 힘을 주어 다리를 모아도 충족되지 않은 무언가가 내 그곳을 뜨겁게 만들었다.
"우읏.. 저, 저기이.."
"왜. 내일 얘기해. 졸리다."
말할 수 없었다.
그에게 안아달라고 하는 순간, 더 이상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아, 아니에요.."
"얼른 자."
어느새 잠에 든 박시후.
나는 그의 품에 안겨 달아오른 몸을 어떻게든 참아 보려 했다.
그러나, 쾌락이라는 것에 지배당한 기억이 있는 몸은 머리로는 통제가 되지 않았다.
'흐읏, 가려워..'
그곳이 너무 가려워 미칠 것 같았다.
박시후의 뺨을 손가락으로 찔러 보았다.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깊은 잠에 빠진 듯 고요했다.
조심히 그의 품에서 벗어나 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올라가, 벽에 기대어 앉아 다리를 벌렸다.
흠뻑 젖어버린 팬티.
그것을 벗어내자, 내 그곳과 팬티에서 가느다란 실이 이어졌다.
"하아.. 하아.."
손가락을 음부에 가져다 댔다.
"흣..?!"
마치 전기가 흐르듯, 오싹한 느낌이 몸 전체에 번져갔다.
그만둬야 하는데 손이 멋대로 움직였다.
"하아.. 읏.. 아흐으..!"
손에 쥐고 있던 젖은 팬티를 얼굴에 가까이 가져와 냄새를 맡았다.
젖은 팬티에서 풍기는 야릇한 냄새가 몸을 흥분시켜 버린다.
서투른 손으로 조금 벌어진 소음순을 쓸어내렸다.
"흐으응..! 하아..!"
호기심에 해봤던 자위는 벌써 몇 년이나 지난 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나는 분명히 그것을 하고 있었다.
"읏, 아으읏.. 흐아앙..!"
자위가 이렇게나 기분 좋은 행위인지 몰랐다.
소음순을 쓸어내리던 손가락을 조심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찔꺽..!]
"흐응?!"
느껴지는 엄청난 위화감에 손가락을 빼고 입을 틀어막았다.
"하아..! 하아..!"
야릇한 숨소리가 제어되질 않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의 물건.
커다랗고, 딱딱하며 빳빳하게 세워진 그의 것이 자꾸 떠올라 날 미치게 했다.
"아, 안되는.. 흐으읏..!"
그의 것을 생각하니, 손가락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 질 속을 파고들어, 질 벽을 마구 긁어댔다.
"아흣, 흐읏..!!"
필사적으로 새어 나오는 신음을 참았다.
[찌걱..! 찌걱..!]
채워지지 못한 무언가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조, 좀 더어..! 아흥..!"
손가락을 하나 더 넣은 순간이었다.
"하읏?!!"
갑자기 몰려온 오르가즘에 나는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음부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오는 게 느껴진다.
"흣, 아흐으.. 흐앙.."
오싹한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간다.
중독되어 버릴 것 같은 아찔하고 위험한 느낌이었다.
"하아아.."
이 흔적을 치워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몽롱해져 버린 정신.
그대로 눈이 감겨 버린다.
"야."
누군가의 목소리.
"야, 일어나."
박시후의 목소리였다.
"으읏.."
"언제까지 잘 거야."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병원 가자. 다리 아프잖아."
"아으으.. 네.. 핫?!"
시야에 들어온 손에 쥐어진 팬티.
반사적으로 그것을 가렸다.
"뭐해?"
"아, 아니에요..!"
"씻게 이리 와."
".. 네.."
손에 쥔 팬티를 이불속에 감춰두고 그를 따라 화장실로 향했다.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진 박시후.
길게 늘어진 그의 물건에 눈을 둘 곳이 없었다.
"아으.. 저.."
"뭐해? 옷 벗어."
"가, 같이..?"
"아이씨, 빨리 안 벗어?"
"아, 아으으..! 네.."
입고 있던 셔츠를 벗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어느새 욕조에 가득 차 있는 따뜻한 물.
그는 다리가 불편한 날 안고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그에게 안긴 채 따뜻한 물에서 몸을 녹인다.
"배 안고파?"
"아.. 네.."
"어제 밥은 먹었어?"
"아으.. 그게.. 대충.. 읏?!"
뒤에 있던 그가 갑자기 두 팔로 날 끌어안았다.
"이렇게 잠깐만 있다가 씻고 나가자."
"으으..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