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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화 0화 - 어느 찐따의 자전적 회고


나는 자기객관화가 아주 잘되어 있다. 가끔 정신병이 도지긴 하지만. …음. 나는, ‘찐따’다. 스물다섯인 지금, 부끄럽지만 연락하는 친구도 없고 당연히 여자친구도 없다. 고등학교 졸업 후 마땅히 일도 안 해봤다. 뭘 해야 할지 시도조차 안 했고, 그래서 이 나이 먹도록 방구석에만 박혀 지내고 있다. 요즘 말로 ‘백수 돼지 찐따’. 줄여서, ‘백돼찐’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어떻게 살아가고 있냐고? 훗.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거든.(‘훗’도 좀 찐따 모먼트려나…) 내가 스물이 되자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대격변으로 천연자원이 없던 나라도 게이트 너머의 자원으로 풍족해질 수 있을 정도. 천연자원 불모지인 대한민국이 그 대표격이었는데, 처지가 비슷한 나라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했다. 똑똑하고 강한 각성자가 많아서 그렇다더라. 그들의 노력으로 나는 방구석에서 매달 100만 원 정도 나오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먹으며 근근이 살아갈 수 있었다. 자원도 풍부해졌을뿐더러 대한민국은 손꼽히는 저출산 국가니 이런 식으로라도 인구를 부양하려는 계획이겠지. 사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게 학창 시절 당했던 폭력의 영향이 크긴 했지만, 그것 때문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돈을 정말 많이 벌어서 아주 이쁜 여자와 연애하고, 또 결혼하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성욕이 무척 강했으니까. 물론 지금도 강하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의 자위. 하지만 이건 최솟값. 최대 서른 번까지도 해봤다. 이렇게나 성욕이 강함에도 이 빌어먹을 무기력함은 내게 동기를 유발해주지 않았다. 자위 때문인가? 그래서 그런지 그 어떤 것도 흥미가 오래가지 못했다. …뭐, 이것도 그저 나의 문제를 어떻게든 외부의 요인으로 돌리려는 내 역겨운 방어기제다. 실은 나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내가 그저 역겨울 뿐이다. …라는 생각마저 하면서도 지금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 자신이……. ‘……후.’ 정말, 답 없는 인생. 대격변은 일어났고 세상은 변했다. 그런데도 나는 변하지 않았다. 나는 ‘도태’되었다. 여전히 방구석에 틀어박혀 컴퓨터로 인터넷 세상이나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니까. ‘..?’ 그렇게 인터넷 세상을 돌아다니던 와중, 눈에 띄는 무언가가 날 자극했다. ‘속보’ 딱지가 붙어있는 기사. 헤드라인이 아주 자극적이었다. [속보] 대한민국… 드디어 미국, 중국의 뒤를 잇는 초강대국이 되다…! …이런 제목을 어떻게 참아. 한국인이라면 기사의 제목만 보고도 반사적으로 도파민을 분비했을 터. 왜인지 살짝 달뜬 마음을 진정시키며 검지로 마우스를 클릭했다. 달깍…. [―저번 달부터 공략을 시작했던 ‘김수환 길드’가 한 달여 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던전에서 무사히 빠져나오며 세계 10대 난難던전 중 하나인 ‘기이한 붉은 행성’ 던전의 클리어를 공언하였습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미국, 중국의 뒤를 잇는 세계에서 3번째로 ‘기이한 붉은 행성’ 던전을 클리어한 국가로 기록되며, 특수 자원인 ‘차원석’ 보유국으로써 발돋움하는…….] ……씨발. 현실을 잊기 위해 국뽕 한사바리 들이켜나 싶었지만 되려 기분이 더욱 비참해졌다. 나와는 정반대의 삶을 사는 자들의 위대한 행보가 나를 위축시킨다. 난 아직도 이런데 저들은 앞을 향해 꾸준히 나아갔다. 난 이런데… 난 아직도 이런……! ‘씨팔… 씨팔!!!’ 무언가를 배설해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분노로 잔뜩 상기된 물건이 나를 대변해준다. 얼른 자위하라고, 얼른 자신을 위로하라고! 얼른 배설하라고…!!! 마침 북마크에 저장해 놓은 사이트 하나가 눈에 확 띈다. 그 사이트를 홀린 듯이 누른다. 달깍!! 그러자 나체의 걸레들로 도배된 자극적인 섬네일이 조막만 한 동공으로 빨려 들어온다. ―이윽고, - 둥… 두탁! 둥―, 둥, 탁! 경쾌한 드럼 소리가 내 행동이 옳았다는 듯 축하해주며, - ……Oh, FUCK―!♡ Fuck Me― MY LORD―!♡♡ 제발 원한다는 듯이 간절히 비는 창녀의 미천한 모습에 호응하며 내 감히 응해주겠노라는 마음으로 피스톤질을 하기 시작한다. ‘씨발, 걸레 년…!’ 저 걸레 년은 저런 병신 같은 남자들한테 박혀도 좋아하는구나. 그렇다면 저것들보단 나은 나라면 더 좋아하겠구나. 이제야 조금씩 만족감이 차오른다. ‘씨발…! 씨발……!!’ 하질 않아서 그렇지, 내가 행동만 한다면 저런 창녀 수십 명쯤은……. ‘…후욱. …후욱.’ 후… 정말이지, 나는 자기객관화가 아주 잘되어 있는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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