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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서나래 (1)


1막 서나래(1) 띠 또동 띵 똥~ 딴 따란 딴 따♬ 채 5초도 지나지 않아 알람을 끄고 부스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온몸에 근육통이 느껴졌다. “아고고… 안 쓰던 근육 좀 썼다고 허리랑 다리가 엄청 아프네…” 얼굴을 찌푸리며 침대에서 내려온 승현은 어제 일이 마치 꿈처럼 느껴져 인벤토리를 호출했다. [전설 ; 경험치 부스트 (7일) ] [수량 : 3] [정석 A] [수량 : 10] [정기 C; 189] “경험치 부스트라…” 어제 미리 썼어야 했던 걸까? 승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씻기 위해 화장실로 걸어갔다. 물론 또 다시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신중히 벽을 짚어가며 걷는 것을 잊지 않고서. 눈의 초점을 화장실 거울로 옮기면 인벤창이 투명해지고, 인벤창으로 다시 초점을 맞추면 투명도가 돌아오는 걸 신기해하며 칫솔에 치약을 짜고 입에 넣은 뒤, 경험치 부스트 아이템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사용하겠냐는 팝업창이 나타났고, O를 누르자 한번 반짝이더니 [6일 23시간 59분 59초] 라는 잔여시간을 나타내는 숫자가 아이템 위에 오버랩 됐다. “이젠 제가 없이도 잘 하시는군요.” 거울을 통해 보이는 승현의 뒤에서 니온이 나타났다. “아. 계속 여기 계셨던 거에요?” 자신이 자는 동안에도 여기에 있었냐는 질문이었다. 니온은 쿡쿡 웃더니 승현의 주위로 빙그르르 날았다. “아닙니다. 승현님 말고도 제가 관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게 아니면 본부에 가 있기도 합니다.” “그렇군요…” 짧게 자른 머리카락은 굳이 감지 않아도 됐고, 간단하게 세수와 면도를 한 승현은 옷과 근무복이 든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늘 다니던 출근길임에도 오늘은 유독 그 기분이 다르다. 승현의 눈에 편의점이 들어왔다. 아침이라 알바생 대신 편의점주 아저씨가 카운터를 보고 있다. 자연스럽게 승현은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흐응…! 으응!” 어제 몇 분동안이나 들었던 연지의 신음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것만 같다. “앗… 이러면 안 되지” 커지려는 성기를 의식한 승현은 서둘러 근무지로 이동했다. 근무지에 도착하니 마침 후원물품을 실은 화물차가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센터 본관과 창고건물 사이에 주차된 차에서 김형렬이 물품을 체크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승현은 김형렬을 포함해 마주치는 사람마다 인사를 건넸다. 기분이 태도를 만든달까. 항상 죽상으로 출근하던 승현이 모처럼 인사를 하자 직원들은 살짝 놀란 기색으로 인사를 받아주었다. “무슨 좋은 일 있어요?” 환복하기 위해 대기실로 이동하던 승현에게 나긋한 음성이 들려왔다. 서나래였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그냥.”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멋쩍었던지 서나래는 자신이 하던 일로 돌아갔다. “저기 승현씨. 영돈씨 옷 갈아입고 있거든요? 좀 있다 같이 내려와서 후원품 창고에 넣어줘요.” 물품체크를 끝낸 김형렬이 민원실로 들어오며 업무를 지시한다. 승현은 대답없이 환복을 위해 움직였다. 모처럼 기분이 좋았는데 짜증이 올라온다. “아니 왜 허리디스크 공익한테 이런 일을 시키냐고오~” 영돈이 화물차를 보자마자 불만을 터뜨렸다. 영돈을 불러 밖으로 나온 승현은 조용히 화물차로 다가선다. 거기엔 쌀과 김치, 몇 종류의 즉석식품이 빼곡히 실려 있었다. 승현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무거워 보이는 쌀포대부터 옮기기 시작했다. “쌀포대는 내가 옮길 테니까 영돈아 너는 즉석식품만 들어.” “에이 형, 그건 아니지. …김치도 내가 해볼게.” 오전부터 후원물품 하차라니.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앙상한 체구의 승현에겐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한 번에 두 포대를 옮기는 것은 무리였고, 욕심부리지 않는 대신 꾸준히 일을 해치워갔다. 몇분 뒤, “어? 아직도 이거 옮기고 있어요?” 김형렬이었다. ‘물어볼 시간에 도움이나 줄 것이지…’ 입이 댓발 나온 승현은 대꾸도 없이 쌀포대를 옮겨 나갔다. 담당 공무원이라는 녀석이 딱 선을 긋고 물품 하차 같은 일은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는 태도를 취하니 약이 오르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승현의 시야에 [근력이 상승 중입니다.] 라는 메시지가 몇 번 점멸하다가 사라졌다. ‘스탯!’ 성명 한승현 종족 인간 (몽마 혼혈) 서기 2001년 12월 5일 생 [근력 10++/41] [지구력 13/80] [민첩 14/63] [지능 20/21] [매력 4/23] [영력 20/100] [신장 1654mm] [체중 45kg] [남은 스탯 19] 어제 스탯창과 약간 달라져 있다. 20을 맞추기 위해 영력에 스탯 하나를 넣은 것 외에, 근력수치 옆에 초록색 ++가 생겨나 있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승현은 이를 악물고 나머지 물품들도 차곡차곡 창고에 쌓았다. 노력과 보상이 금세 따라오는 구조가 만들어지니 힘든 일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남은 스탯도 찍어야 하는데... 뭘 찍는게 좋으려나.” “나 불렀어?” “…아냐.” 쌀포대를 내려놓는 승현을 뒤따라 들어오던 영돈이었다. ‘지금처럼 잡일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는 근력에 투자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하지만 신중한 성격의 승현은 좀 더 아껴두기로 했다. * Xx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어렵지 않았다. 가끔 걸려오는 민원인들 전화에 응대하고 그 내용을 기록하고, 담당공무원이나 다른 직원에게 인계하는 것이 대부분의 일이었고, 오늘처럼 후원물품이 들어오거나, 선거철, 각종 행사에 으레 생기는 잡무를 처리하는 것이 가끔 있었다. 처음엔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것과 전화 응대가 어렵다고 느꼈지만 소집해제를 몇 주 앞둔 지금은 아무 어려움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여유시간이 생겨 자리에서 졸거나 핸드폰을 만지는 일이 잦아졌는데, 그럴 때 마다 서나래는 귀신같이 찾아와 팍 쳐서 잠을 깨우거나 원래라면 자신이 해야 할 개인업무까지 지시하고 가곤 했다. 지금도 그런 경우였다. “이게 막 뽑아 쓰고 제자리에 갖다 놓고 하다보니 서류철이 좀 뒤죽박죽 되어있거든요?” 승현이 대답없이 우두커니 캐비닛 앞에서 서나래가 하는 말을 듣고 섰다. 서나래는 그런 승현의 비협조적인 태도 따윈 관심 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항목과 연도별로 정리해주시고… 이렇게 테이프가 떨어져 있으면 다시 보강해서 붙여주시면 더 좋고.” “원래 이런거까지 제가 해야하나요?” 평소라면 간단한 일 정도는 달갑지는 않더라도 그럭저럭 들어줬을 테지만 오늘은 그러기 싫었다. “아이… 여기 사람들 지금 다 바쁘잖아요. 보니까 승현씨는 자리에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던데, 좀 도와줘요.” 승현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럼, 좀 부탁, 해요?” 서나래는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다는 듯이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매번 이런식의 패턴이긴 하지만 똑부러지게 선을 긋지 못하는 승현을 영리하게 이용해먹는 서나래의 수완이 대단했다. 어쩌면 예쁜 여자라는 것을 일종의 지위로 여겨 당연히 일을 시키는 걸지도 모른다. ‘시부랄련…’ 승현은 캐비닛을 짚고 서서 멀어져가는 서나래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오늘도 역시 공무원 답지 않게 니트재질의 민소매 상의와 약간은 긴 기장의 스커트를 스타일링했다. 마른 체구이긴 하지만 엉덩이만큼은 살집이 있어서 걸을 때마다 스커트가 팽팽하게 지그재그 주름을 그렸다. 그때였다. [퀘스트 개시!] [일일 퀘스트] [1회 정기를 흡수하기 : 0/1 ] [보상 : 정석 C 1개] [퀘스트 발생!] [서나래와 21일 안에 섹스를 하시오.] [20일 23시간 59분…] [보상 : 정석 A 10개] “뭐어?” 승현이 서나래 라는 글자에 두 눈을 떼지 못하고 황당한 표정을 짓자 어디선가 나타난 니온이 후후후 웃으며 승현의 주위를 빙그르르 돌았다. “후후후. 퀘스트의 시작입니다.” “일일 퀘스트는 알겠는데, (서나래와 섹스는 뭐에요!)” 승현이 행여나 누군가에게 들릴까 봐 서나래 부분은 소곤거리자, 니온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승현님은 충분히 해내실 거 같아서 기간제한을 붙여봤습니다.” “제가 서나래를 극혐 하고 있는데 도요?” “으음… 과연? 쥬지에 손을 얹고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승현이 움찔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서나래를 처음 마주했을 땐 예쁘장한 외모에 몇날 몇일을 설레여 하던 승현이었다. 물론 서나래에게 하인 취급을 당하며 금세 마음을 접긴 했지만. “으윽…” 승현이 대답을 못하자 니온이 말을 이었다. “보상으로 지급되는 정석은 스킬을 구매하거나 강화하는데에 사용됩니다. 그 말은? 많이 필요하다는 거죠!”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도는 니온을 보다가 승현은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내가 서나래와 섹스를 한다고?’ 물론 상상해본 적은 있다. 하지만 그건 오래전 이야기고, 최근엔 이년 저년 하며 속으로 욕하던게 전부였다. 침을 꿀꺽 삼킨 승현이 뭔가를 마음 먹은 듯 민원대에 앉아있는 서나래를 노려보았다. ‘… 스캔!’ 랭크 : A 남은 정기 : 100% 경험 인수 : 0명 호감도 : 1 “엥?” 의외였다. 경험인수가 0명? 자신이 가진 외모의 장점을 잘 알고 어울리게끔 꾸미는 데다가, 어쩐지 은은한 날 티까지 나는 서나래가 지금까지 섹스를 경험한 적 없다니…! * “서나래가 몇 살이지?” “글쎄? 스물 다섯이지 아마?” 승현의 질문을 영돈이 받았다. “왜? 결심했어? 말 까고 욕치게?” “내가 너냐…” 그럴 마음이 있었으면 진작에 하고 근무지 변경신청을 했을 것이다. 승현은 서나래가 25세가 되도록 처녀였다는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스캔 스킬은 단순히 정보만 나타내는게 아니라 대상의 처녀 유무까지도 판별 가능한 스킬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주는 묘한 안도감은 승현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뭐야! 왜 안심하는 거야 나는!’ 책상에 엎드린 채 머리를 쿵쿵 찧는 승현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영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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