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25. 색다른 첫 경험 (2)
“그리고 내 말은 이제 당신은 나 같은 여자가 아니면 웬만한 여자는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에요.”
그녀의 말에 강호가 인상을 쓰다 말고 강시연이 듣기 좋은 말을 해준다.
“뭐. 그럼 당신하고만 하면 되죠.”
말을 하고도 스스로 오글거렸던 것인지,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에 강시연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로 알면 알 수록 귀여운 사람이네. 하지만 귀여운건 귀여운 거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남자는 자신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 분명했다.
오늘 하루야 어떻게 견디었다고 하지만 섹스를 할 때마다 이런 식이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몸이 망가져 버릴 게 틀림없다.
‘방법을 강구해야 해.’
그런 생각을 하다 말고 강시연이 돌연 한 숨을 내쉬었다.
“왜요?”
“아니, 침대가 너무 난장판이잖아요. 앞으로 당신하고 할 때마다 이런 꼴이 될 걸 생각하니 한숨만 나와서요.”
그녀에 말에 강호도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확실히 두 사람이 뒹군 침대는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었다.
섹스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이전처럼 분수쇼를 벌이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꽤 많은 양을 쌌다.
여기에 강호가 그녀의 몸에 쏟아낸 정액이 흘러나와 침대 시트 곳곳을 더럽히고 있었다.
“여기서 자려면 일단 침대보부터 갈아야 해요. 있죠?”
“있기야 한데, 여기서 자려고요?”
“그럼 지금 이 시간에 어딜 가요. 새벽 3시가 넘었는데. 그리고 지금은 저 움직일 기운도 없어요.”
그 말에 시계를 보니 확실히 3시를 넘긴 지 한 참이나 지난 상태다.
어제 저녁때 화장실에서 처음 정사를 한 것이 저녁 7시 무렵이었으니, 중간에 잠시 쉬었던 걸 감안하면 거의 7시간을 쉬지도 않고 섹스만 했다는 이야기다.
“미쳤네.”
“그걸 이제야 깨달았어요? 얼른 일어나요. 침대보 갈고 샤워도 다시 해요.”
“이번에도 같이 해요?”
“이번엔 조용히 샤워만 한다고 약속하면요.”
그 말에 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온갖 분비물이 가득한 침대보와 이불을 걷어 내고는 새 침대 시트를 깐 두 사람이 욕실로 향했다.
잠시 후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샤워가 시작되는 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물소리에 섞여 두 사람의 신음 소리가 문틈을 뚫고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이번에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
눈을 뜬 강시연은 자신의 옆에 누워 있는 강호를 발견하고는 복잡 미묘한 심경으로 바라보았다.
지금껏 남자와 관계를 맺어 오는 동안 강시연은 한 침대에서 섹스를 할 지언정, 절대로 한 침대에서 잠을 같이 잔 적은 없었다.
[침대에서는 오직 섹스만.]
그것은 남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강시연에게 남겨진 일종의 마지노선과도 같은 규칙이었다.
비록 스스로의 욕구와 욕망을 이기지 못해 남자를 침대로 끌어들이고 질퍽한 섹스를 벌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육체적인 본능에 의한 것일 뿐이었다.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잔다는 것은 그 이상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강시연은 자신에게는 그런 사치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자신의 사생활을 문란하다거나 창피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세상까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남녀에게 과거가 있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연인사이에 과거를 물어보는 것은 불문율로 취급받았고, 수많은 연인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숨기고 있는 실정이기도 했다..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강시연은 과거 있는 여자였다. 그것도 쉽게 용납될 수 없을 정도의 과거를 지닌 여자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주제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꿈꾸는 것은 지독히도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에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었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침대에서는 섹스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제 그와 뜨거운 밤을 보내고 그의 옆에 누워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고 말았다.
스스로 정하고, 지난 10여 년 간 철저하게 지켜온 규칙을 그렇게 깨어버리고 만 것이다.
당연히 강시연으로서는 심경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남자가 이제 내 남자야.’
사랑 따위의 감정은 아니다.
오랫동안 꿈꾸어 온 남자를 드디어 만난 것 뿐이다.
유일하게 자신을 만족 시켜 준 남자.
그것이면 족하다.
잠시 옆에 누운 채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남자다운 인상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트렌드처럼 예쁘장하게 잘생겼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얼굴이다.
그런데 밤새 그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그의 아래에서 흐느끼며 처음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누군가와 하나가 되었다는 감정을 느껴 보았기 때문일까.
바로 눈앞에서 잠들이 있는 강호의 얼굴이 더없이 늠름해 보이고 더 없이 잘생겨 보인다.
잠시 강호의 얼굴을 말없이 응시하며 바라보던 강시연이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일어났다.
바닥에 발을 내리고 침대의 가장자리에 걸터앉는데, 그 작은 동작을 하는 중에도 가랑이 사이에서 얼얼한 고통이 전해온다.
‘진짜 앞으로가 걱정이네.’
지금도 어제의 일이 믿기지 않는다.
지난밤에는 섹스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지만, 사실 두 남녀가 밤새 그런 식으로 섹스를 벌였다고 한다면 쉽게 믿을 사람은 없을 터였다.
그것도 평범한 이들이라면 인생 섹스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온갖 다양한 체위를 바꾸어가며 격렬한 섹스를 벌였다.
그 정도로 섹스를 나누면 사실상 남자는 발기도 어렵고, 여자도 애액이 말라붙어 섹스 자체가 고통으로 변질되는 것이 정상이다.
섹스라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힘들고 격한 운동이며, 아무리 이십대의 팔팔한 육체라고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실제로 강시연이 만났던 남자들 대부분 서너 번을 연속으로 하고 나면 발기를 해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사정을 해도 정액의 양이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거나 아예 물처럼 투명한 정액만 찔끔 싸버리기도 했다.
그래도 그 정도면 양반이다.
강시연이 아직도 멀었다면서 다시 자지를 일으켜 세우려고 하면, 이제는 아파서 도저히 못한다면서 울고 불며 통사정을 하거나, 이러다 죽을 것 같다며 도망치는 이들마저도 있을 정도였다.
강시연이 몇 개월이 지나지도 않아 계속해서 남자를 바꾸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강시연의 뜨거운 몸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은 남자들이 먼저 강시연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헤어지는 수순을 밟는다.
강시연이 그렇게 남자를 갈아치우면서도 기자들이 제대로 된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 때문이다.
남자의 자존심.
남자라면 여자를 만족 시켜 주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여자를 만족 시켜 주기는커녕 여자의 성욕을 감당하지 못해 도망쳤다고 하면 주변의 손가락질부터 받는 것이 현실이다.
[여자 하나 만족 시키지 못하고 도망친 조루 새끼.]
그런 소리를 듣느니 함구하고 모른 척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남자의 본능이자 본성이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강호의 정력이 어찌나 대단한지 그렇게 박아 대고 그렇게 사정을 했음에도 자지는 쉬이 죽지를 않았고 정력은 여전히 넘쳐 났다.
그나마 강시연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몸에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단련되어 있었기에 그렇게라도 버틴 것이지, 웬만한 여자였으면 몇 번 하지도 못하고 눈을 까뒤집고 까무러쳤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도 이런 식이면 절대로 버티지 못해.’
강시연의 걱정은 그가 다른 여자를 안는다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그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받아들이다 결국 몸이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평생 기다려온 남자를 이제야 찾았는데, 그런 식으로 몸이 망가져서 잃어버릴 수는 없다.
“하아! 내가 진짜 이런 걱정을 다 하다니.”
그렇다고 해결책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침대에 걸터앉아 강호의 얼굴을 바라보다 무심코 배를 쓰다듬었다.
지금도 뱃속이 정액으로 꽉 들어차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 질 안으로 손가락을 넣고 긁어내면 자궁 안에 있는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릴 지도 모른다.
‘그렇게 싸고도 양이 줄지를 않아. 아니, 그전에 아예 죽지를 않아.’
한 번 사정하는 양이 웬만한 남자들의 서너배는 된다. 그런 양을 열 번이 넘도록 계속해서 싸는 남자라는 것은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뜨거운 정액이 뱃속을 가득 채워 올 때의 쾌감은 다른 남자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말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었지만 이 남자는 특별했다.
절대로 잃어 버릴 수 없었다.
[꼬르륵!]
어제 라면 하나만 먹고 밤새 뒹굴었기 때문일까.
배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에 강시연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도 뱃속이 정액으로 가득 들어차서 빵빵한 느낌인데 배가 고프다고 하니 뭔가 이상했다.
‘냉장고에 뭐가 있나?’
자신이 배가 고프다면 밤새 더 격정적으로 움직이며 체력을 소모했을 강호 역시 배가 고플 것이 분명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문으로 다가서는데 걸을 때마가 가랑이가 스치면서 보지 주변과 안쪽 전체게 화끈거리듯이 아파온다.
게다가 어제와는 달리 온 몸에 근육통이라도 생긴 것처럼 저릿저릿하고 힘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식의 근육통은 당일 보다 내일이 더 심하고, 내일 보다 모레가 더 심하다.
그것을 생각하니 앞으로의 일이 또 걱정이 된다.
‘진짜 무슨 방법을 강구해야 돼.’
그런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서다 자신이 알몸이라는 것을 깨달은 강시연이 방 안에 놓인 옷장을 뒤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