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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화 26. 라그놀 부락 (1)


그 날, 강시연은 고통을 호소하는 음부를 대신해서 새롭게 개통한 항문으로 강호와 또 다시 몇 번이고 섹스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쾌감보다 고통이 컸지만 섹스가 이어지면서 어느새 고통은 사라지고 쾌감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하지만 예상한대로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섹스는 몸에 상당한 부담을 몰고 왔다. 몇 번 하지도 않았는데 체력이 금방 바닥나기 시작했고, 온 몸이 쿡쿡 쑤시듯이 욱신거리기 시작한 탓에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결국 두 사람은 다음을 기약하며 서로 껴안은 채로 눈을 붙였다. 어중간한 시간이다 보니 차라리 한 숨 자고 늦은 밤에 집을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저녁 알람에 맞추어 깨어난 강시연은 부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부여잡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 “윽! 아파서 제대로 앉지도 못하겠어요.” “미... 미안해요.” 옷을 주섬 주섬 주워 입던 강시연이 침대에 걸터앉다 말고 그렇게 말하자 강호가 축 늘어진 어깨로 사과를 했다. “강호씨가 사과할 일이 아니에요. 내가 자제를 했어야 했는데...” “그건 저 역시...” 걱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강호의 모습에 강시연이 괜찮다는 대답 대신 입맞춤을 했다. “다음엔 우리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해 봐요.” “어떻게요?” “생각해 봐야죠. 하여간 오늘처럼은 안 돼요. 만날 때마다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저 진짜 죽어요.” 그 말에 강호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근데 이렇게 나가도 되겠어요?” “그래서 하영이 불렀잖아요.” “하영씨는...” “아, 걔는 제가 이러고 다니는 거 다 알아요.” 이러고 다닌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 지 강호도 이제는 짐작한다. “아까 최병철 PD님 한테 촬영은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촬영 분량이 며칠 늦어질지도 모른다고 전화해 두었어요.” “그래도 되요?” “어차피 개인 훈련하는 장면을 찍는 셀프캠 같은 개념이라서 다음 주까지 분량만 채워서 넘겨주면 되요. 그래서 훈련 일정도 우리 맘대로 정하는 거고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강시연의 핸드폰이 울린다. 오하영이다. “하영이니? 그래, 금방 내려갈게.” 짧은 통화를 하고는 금방 전화를 끊은 강시연이 강호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기 무섭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입술이 하나가 되었다. 서로의 혀와 혀가 얽혀 들었고 강시연의 입에서 뜨거운 숨결이 전해 온다. “하아! 돌아가기 싫은데...” 그렇게 말 했지만 강시연도 여기서 하룻밤을 더 보내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연락할게요.” 잠시 강호의 귓불을 핥으며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고는 아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빌라 밖까지 배웅하려고 하자 강시연이 고개를 저었다. “괜히 남들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어요.” 그녀의 입장을 이해하기에 강호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관문을 열고는 강호에게 빌린 모자를 푹 눌러쓴 채로 복도를 살폈다. 이상 없다는 것을 확인한 강시연이 뒤를 돌아보며 살짝 윙크를 한다. 강호가 어정쩡한 자세로 손을 흔들자 풋! 하고 웃고는 그대로 밖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집을 나서자 한 순간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적막감이 찾아왔다. 겨우 하루를 같이 보내었을 뿐인데, 그녀의 빈 자리가 생각보다 더 크게 느껴지며 허탈한 감정이 밀려온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아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한바탕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꿈이 아니라면 말이 되지 않는다. 손을 쥐었다 폈다 하자 뽀얀 엉덩이의 매끈하고 탱탱한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이 감각이 선명한 것을 보면 역시 꿈은 아니다. 강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강시연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지만,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관계가 되어 버리고 보니 현실 감각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누나 생각이 떠오르자 얼굴에 피어올랐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아, 진짜. 누나 얼굴 어떻게 보지.’ 강호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누나와 눈이 마주치던 순간이 떠오르는 것 만으로도 눈앞이 노랗게 변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미치겠네!” 벌떡 일어나 방안을 왔다 갔다 하다가 괜히 냉장고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결과는 정해져 있다. 평생 누나를 안 보고 살 자신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언제고 누나와는 마주할 수밖에 없다. 결국 마음을 굳힌 강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비장한 얼굴로 집을 나섰다. **** 강호가 막 집을 나서던 그때, 서미진은 퇴근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카페의 빈 테이블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중이었다. 사실 어제는 유달리 저녁 장사가 바빠 강시연에 대해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보통은 야간 매니저에게 가게를 맡기고 퇴근을 하는 편이지만, 바쁜 날이면 카페에 남아 늦게까지 가게를 돕고는 하는데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그러다 장사를 마칠 즈음이 되어 강시연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지만 시간도 늦고 강호도 딱히 별다른 말이 없어서, 무사히 안정을 취하고 돌아갔다고만 생각했다. 평소처럼 일찍 출근을 하고 장사 준비를 마친 잠시 짬을 내어 강호의 집으로 향했다. 냉장고도 좀 정리하고 밥도 좀 챙겨줄 생각이었지만 주 목적은 강시연과 어떻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서였다. 그리고 평소처럼 문을 열고 안으로 막 들어서던 참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그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두 사람이 식탁에서 알몸인 상태로 뒤엉켜 있는 모습에 처음에는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겅시연이 자신의 동생과 그런 짓을 하고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리보고 저리보아도 하얀 엉덩이를 드러낸 채로 식탁에 엎드려 있는 여자는 강시연이 분명했고, 그 뒤에서 알몸인 상태로 강시연의 엉덩이를 붙잡고 선 남자는 동생인 강호가 분명했다. 두 사람이 틀림없다는 것을 자각하기 무섭게 지금 어떤 상황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머릿속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다. 강호의 집을 어떻게 빠져 나온 것인지도 몰랐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멍한 정신으로 장사를 하다 보니 평소에는 하지 않던 실수들도 남발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온갖 잡다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 든 생각은 강호가 혹시나 그녀를 강제로 어떻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혈육의 입장에서 동생을 믿고 있는 미진이었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강호도 혈기왕성한 남자일 뿐이다. 게다가 상대는 평범한 사람도 아니고 강시연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 여배우이자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스타 중의 스타인 강시연. 들리는 말에 의하면 드라마 회당 출연료만 억대에 달하고 당장 광고를 찍으면 출연료로 10억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배우였다. 마음만 먹으면 1년에 100억 정도는 우습게 벌 수 있는 여자가 바로 강시연인 것이다. 동생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런 여자가 평범하기 그지없는 동생과 눈이 맞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자연히 강호가 나쁜 마음을 먹고 그녀를 어떻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강제로 어떻게 하고 있는 분위기는 절대로 아니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놀란 얼굴이기는 했지만, 홍조가 가득하던 강시연의 얼굴에는 열락의 꽃이 활짝 피어 있었고, 잠시 마주쳤던 눈빛에는 기이한 쾌락의 열기로 가득했다. 게다가 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강호를 부르려던 그 순간에 들려왔던 그녀의 목소리는 강제로 당하고 있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강호씨! 더 세게...] 중간에 눈이 마주치며 뒷말을 삼키기는 했지만 굳이 어렵게 짐작할 필요도 없는 말이었다. 자신이 최근 남편과 잠자리를 하면서 입에 달고 있는 말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더 세게 박아달라는 말. 물론, 그녀의 뒤에 서서 마치 강시연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모습의 강호를 떠올리자면 일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지만, 미진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그렇게 상념이 깊어지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고 장사도 마무리 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손님들도 다 빠져나가고 야간 매니저도 퇴근을 한 카페에 홀로 앉아 강호의 빌라를 바라보고 있을 즈음 차량 한 대가 정차하는 것이 보였다. 얼마 후 빌라 안에서 웬 여성 하나가 잰 걸음으로 나와서는 차에 올라타더니 곧바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미진은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차량에 올라탄 여성이 강시연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본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왜 지금 이 시간에 강호의 빌라를 나서는 것인지도 대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아침에 그렇게 들켜 놓고서도 두 사람은 하루 종일 방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었다는 이야기인데, 무엇을 하며 보내었을지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러자 이제는 정말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을까. 대체 강시연과는 정말로 무슨 관계인 것일까. 그런 의문을 품으며 테이블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빌라에서 강호가 나와 카페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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