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32. 진격의 강시연 (3)
“나 언니가 그렇게 아픈 것은 처음 봤어요.”
“나는 뭐 사람이 아니니? 아플 때도 있고 그런 거지.”
“예능 촬영 때문이죠?”
“응?”
“안 하면 모르지만 하기로 한 이상 언니 성격에 대충 할리가 없잖아요. 훈련한다고 갑자기 무리해서 그래요. 앞으론 적당히 몸 사리면서 해요.”
“뭐, 그거야...”
무심코 대꾸하려다 말고 강시연이 멈칫했다.
그동안 강시연은 오하영을 어떻게 유혹할까 하는 고민을 했었다.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작이 중요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처럼 오하영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던져주어야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미 그 이유는 만들어져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바보같이.’
지난 며칠 동안 강호로 인해 지독한 몸살과 통증을 겪으며 생각이 많아졌던 강시연이다. 특히, 질 내부에 상처가 생겨 덧나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특히 소변을 볼 때마다 너무 아픈 나머지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하는 지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섹스를 할 때마다 피로가 누적되어 몸살이 오고 질에 상처를 입어 소변을 볼 때마다 긷고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면, 결국 사람인 이상 본능적으로 섹스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강시연은 그것이 두려웠다.
오하영이 백마 탄 왕자를 꿈꾸어 온 것처럼, 강시연이 평생을 두고 기다려 왔던 남자가 바로 강호였다.
변강쇠의 화신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지치지 않는 체력과, 싸고 또 싸도 죽기는커녕 더욱 강력해지는 정력의 소유자.
세상에 절대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남자를 비로소 만나게 되었는데,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하복부에서 고통이 전해올 때마다 결심은 더욱 단단해졌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오하영부터 설득하고 유혹해서 강호의 남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굳어졌다.
‘느긋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어. 하루라도 빨리 방법을 강구해야 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방금 기가막힌 계획과 방법이 떠올라 버리고 말았다.
“무리한 건 맞지만 그게 훈련 때문은 아니야.”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훈련 때문에 몸살이 온 거 아니에요?”
오히영이 알기로 최근에 강시연이 무리할 마한 일은 야구 예능 때문에 훈련을 한 것 외에는 없다. 그런데 무리한 것은 맞는데 훈련 때문은 아니라고 하니 당연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몸살은 몸살인데, 그게 좀 특별한 몸살이었거든. 병원을 가면 안 된다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이야.”
강시연의 말에 오히려 의문이 깊어진다.
몸살이면 다같은 몸살이지 특별한 몸살이라니.
게다가 병원에 가기도 뭐한 몸살이라는 것은 또 무슨 말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아이 참, 이런 말해도 될라나 모르겠네. 그게 말이야, 실은.”
그러면서 슬쩍 상체를 숙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강호씨랑 너무 많이 해서 그래.”
이어진 말에 오하영은 선뜻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껌뻑였다.
“마... 많이 해서요?”
“응! 너무 많이 해서 무리를 하는 바람에 몸살이 심하게 온 거야.”
너무 많이 해서 몸살이 왔다는 말을 오하영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시연과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온 오하영이었다.
“마... 많이 했다는 게.. 설마...”
“이제 이해했니? 맞아. 강호씨랑 섹스를 너무 많이 해서, 그래서 몸살이 온 거야.”
연예계라는 곳이 끼가 많은 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온갖 이런 저런 사람들이 판을 치는 곳이다.
개중에는 오하영처럼 순진한 이들도 있지만 대게는 넘쳐나는 끼를 주체할 수 없다 보니 문란한 생활을 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흔히 끼라고 할 때, 연예에 대한 재능이나 소질을 이르는 말로 통용되는데, 달리 말하면 술과 가무에 재능이 있다는 의미로도 통용된다.
연예인의 사주와 창녀의 사주가 한 끗 차이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온갖 소문들이 판을 치게 되는데, 간혹 섹스를 거칠게 해서 아팠다거나, 섹스를 너무 많이 해서 피곤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지만, 섹스를 너무 많이 해서 근육통에 몸살이 와서 며칠 동안 앓아 누웠다는 식으로 말을 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저번에 강호씨 집에서 잤을 때도 그래서 널 부른 거잖아. 너무 많이 해서 운전할 기력도 없을 정도로 쑤시고 아파서 말이야. 근데 이번에 또 무리를 해 버렸거든. 그래서 근육통에 몸살에 움직일 기운도 없었다니까.”
“그... 그게 그런다고 몸... 살이 와요? 열이 그렇게 오르고 끙끙 앓을 정도로요?”
“내 말이. 근데 그게 다가 아니야.”
그러면서 강시연이 슬쩍 상체를 숙이고 카페의 홀 쪽을 살피는 모습에 오하영도 분위기에 휨쓸려 저도 모르게 귀를 쫑긋 했다.
“걷지도 못할 정도로 거기가 퉁퉁 부어서 지금도 오줌 눌 때마다 거기가 아파 죽을 것 같다니까.”
처음엔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이어진 말에 오하영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보지 말이야. 한 번 하기 시작하면 몇 시간을 쉬지도 않고 짐승처럼 박아 대는 바람에 거기가 퉁퉁 부었거든, 이게 말이 되니? 너무 박아서 보지가 퉁퉁 붓다 못해 근육통에 몸살까지 온다는 게?”
그렇게 물어봐야 경험조차 없는 오하영이 대답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순간 오하영의 머릿속으로 두 사람이 알몸으로 뒤엉켜 거칠게 박아대는 상상을 하다 얼굴을 붉혔다.
남자 경험이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녀의 성관계에 대해서 모를 정도로 완전한 숙맥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상상력이 더욱 강하게 찾아올 때도 있는 법이다.
지금의 오하영이 그랬다.
강시연의 말에 의해 자극받은 상상력은 그녀의 말이 이어질 수록 조금씩 살을 부풀려 나가며 오하영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강호씨 말이야. 이 인간이 정말 짐승이라니까. 아니, 짐승이라는 말로도 부족해. 너도 알지? 내가 남자 경험이 많은 거. 근데 이런 인간은 내 인생에서도 정말로 처음이란 말이야. 그냥 괴물이야 괴물.”
대놓고 강호를 언급하면서 하는 말에 오하영이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을 했다.
강시연에게 음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최근에 와서는 그 수위가 점점 올라가고 있던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만나는 남자의 잠자리 능력이라거나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강호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언급을 하자 오하영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강호에 대한 언급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강호씨 말이야. 그 사람 물건이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아? 나도 그런 괴물 같은 물건은 처음이라니까. 이게 그냥 팔뚝 만 한 데, 그런 물건을 가진 사람이 정력도 변강쇠 저리 가라인데다가 기술까지 삼박자가 아주 그냥. 어우야!”
너무나 노골적인 말에 오하영이 당황한 목소리로 주변을 힐끔거리며 그녀를 말렸다.
“어... 언니.”
“뭐? 왜?” 궁금하다며?“
“제가 언제요?”
“방금 그랬잖아. 그걸 한다고 몸살이 오냐고 물었잖아.”
태연하게 대꾸하는 강시연의 모습에 오하영이 발끈했다.
대체 그 말을 어떻게 하면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단 말인가.
“그 말이 그게 궁금하다는 의미가 아니잖아요.”
“얘 봐. 얼마나 많이 하면 몸살이 오냐며? 너 남자 경험 있어? 없지? 없으면 말을 하지 마. 이게 단순히 물건이 크거나 많이 한다고 해서 몸살이 오는 게 아니란 말이야. 나라고 물건이 큰 남자 경험이 없었겠니? 많이 해 본적 없었겠어?”
항상 이런 식이다.
분명 궤변이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인데 뭔가 대꾸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 버리고 만다.
게다가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그녀의 화술에 휘말려 어느새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지금처럼 말이다.
“하여간 알았어요. 그래서 아파 죽을 정도로 몸살이 왔다는 거잖아요. 아니에요?”
“그렇지. 후우우우우우!”
대답을 하며 강시연이 돌연 걱정 가득한 얼굴로 길게 한 숨을 내쉬자 오하영이 눈썹을 꿈틀했다.
강시연의 저 표정.
내가 왜 이러는 건지 궁금하지?
어서 물어봐? 물어 봐줘?
누가 연기자 아니랄까봐 길게 한 숨을 내쉴 때의 눈빛과 동작 하나 만으로도 사람의 호기심을 잔뜩 유발시키는 저 행동에 번번이 넘어갔던 오하영이다.
당연히 넘어가면 안 된다.
그런데 이야기의 중심에 강호가 있다.
멧돼지 사건을 겪고 이상한 꿈까지 꾸게 되면서 오하영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호에 대한 관심과 마음이 급속도로 커져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꿈을 처음 꾸었던 그 순간에는 마치 운명의 남자가 드디어 나타났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고, 지금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그 남자가 하필이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장 친하게 지내는 강시연의 남자였다.
당연히 이런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억누를 수가 없었고, 억누르려 할수록 오히려 그를 향한 마음은 급격하게 커져만 갔다.
오늘 저녁 약속을 기다리던 시간이 너무나 더디게 느껴진 것도 그 때문이고, 평소에는 입지도 않던 옷차림을 하고 집을 나선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약속 장소로 오는 동안에도 강호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고, 카페에 들어서서 강시연의 얼굴을 보기 무섭게 그녀에 대한 질투와 부러움의 감정이 솟구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