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화 39. 백구, 유명세를 떨치다! (5)
핏불테리어는 세계 5대 맹견에 속하는 사나운 품종의 개로서, 애초에 이 견종이 세상에 탄생하게 된 배경도 바로 투견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무렵, 영국에서 투견의 재미를 위해 힘과 지구력이 강한 품종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테리어와 불독을 교배하여 태어난 종인데, 애초에 교배 목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우 사나우며 절대로 아무나 키울 수 있는 개가 아니다.
로트와일러처럼 일단 한 번 물면 죽을 때까지 절대로 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많은 개량과 함께 현재는 반려견으로서도 많이 키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재된 흉포한 본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였다.
실제로 핏불테리어가 사람을 공격하여 사망케 이르게 한 사건은 매 년마다 쉬지도 않고 들려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에는 개가 인간을 공격한 사례 중의 80퍼센트가 핏불테리어라는 통계마저 있을 정도다.
핏불테리어가 진짜 무서운 이유는 조금 전까지 친근하게 굴면서 얼굴을 핥다가도, 어떠한 외부의 자극이나 공격적인 징후도 없이 갑자기 돌변해서 주인의 얼굴을 물어뜯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흉포성으로 인해 대한민국에서도 동물보호법에 의해 핏불테리어는 입마개와 목줄 없이는 집 밖으로 산책을 시키지 못하도록 제정되어 있기 까지 했다.
문제는, 동물보호법으로 분명하게 명시가 되어 있음에도 일부 견주들은 ‘우리 아이는 물지 않아요!’라는 헛소리를 지껄이며 법을 무시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핏불테리어와 같은 맹견을 기르는 이들 중에서 극히 일부는 그릇된 가치관에 의해 기르는 경우가 없잖아 있다는 것도 문제다.
대형견 혹은 맹견을 길러야 자신의 남자다운 용맹함을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는 부류인데, 이런 생각으로 맹견을 기르는 이들은 대체적으로 우월감이나 허세에 젖어 으스대는 경향이 강한 인간들이다.
그런 이들은 자신을 과시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핏불테리어와 같은 견종이 얼마나 무섭고 기르기 힘든 견종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지금 핏불테리어 두 마리와 함께 다가오는 남자도 그런 부류의 남자였다.
운동으로 만들어진 듯 근육으로 가득한 덩치의 남자는 대형견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덩치가 큰 핏불테리어 두 마리를 앞세운 상태였다.
당연히 남자의 얼굴에는 이유 모를 자부심이 가득했고 어깨에도 잔뜩 힘이 들어간 것이 한 눈에 척 보기에도 허세로 가득 찬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핏불테리어는 투견의 용도로 만들어진 사나운 견종이다. 이 말은 성격이 불같다는 이야기며 한 순간에 기분이 돌변해서 이유 없이 날뛰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남자는 핏불테리어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도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핏불테리어라는 견종에 대해 사전 지식을 제대로 접하지 않은 것인지, 그도 아니면 우리 아이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는 맹목적인 믿음이라도 있는 것인지 입마개 착용을 시키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돌연 카페를 십 여 미터 남겨둔 거리에서 핏불테리어가 갑자기 광분을 하며 날뛰기 시작하자 당황한 남자가 어떻게든 진정 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핏 보기에도 몸무게가 40Kg은 훌쩍 넘어 보이는 핏불테리어들이다. 그런 놈들이 광분해서 날뛰자 아무리 힘이 좋은 사람이라도 결코 이겨낼 수가 없다.
결국 목줄을 끊고 자유로워진 두 마리의 핏불테리어가 카페 앞에 서 있던 다혜와 두 여성을 향해 입을 쩍 벌린 채로 달려 들었다.
[꺄아아아악!]
두 마리의 핏불테리어 중에서 앞에선 개가 허공으로 껑충 뛰어 오르며 한 여성의 팔을 물어 뜯으려는 순간, 백구가 자리를 박차고 번개처럼 튀어나가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동시에 뒤에서 달려들던 놈의 공격을 스텝을 밟으며 피하고는 오히려 놈의 다리를 물어 뜯는 것이 아닌가.
[깨깽! 깽!]
고통에 가득한 핏불테리어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급박하게 공격한 까닭에 핏불테리어의 부상은 깊지 않았고, 그것이 오히려 투견용으로 만들어진 핏불테리어의 흉포함을 자극 시켰다.
[크르르르릉!]
도로면 한 가운데에서 덩치가 큰 두 마리의 핏불테리어와, 한눈에 척 보기에도 덩치가 반 정도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백구와의 대치가 이루어졌다.
여기서 백구의 똑똑한 머리가 빛을 발했다.
백구는 생각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눈앞의 두 놈은 지금 이성을 잃고 흥분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한 눈에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동안 게란트에서 치렀던 전투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이런 식으로 이성을 잃게 되면 시야가 좁아지게 되고 눈앞에 보이는 것만 공격하기 십상이다.
그 말은 자칫 주인과 친한 여자 인간과 다른 인간들을 언제 공격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별안간 일어난 소란에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이 시선이 모두 이쪽으로 쏠려 있는 상황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면 흥분한 놈들이 더욱 광분 하여 사방팔방으로 날 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기 무섭게 백구는 두 녀석과 대치를 하면서 슬금슬금 옆으로 원을 돌 듯이 크게 돌아 카페에서 멀어졌다.
자연히 두 마리의 핏불테리어의 시선과 몸이 백구를 따라 움직이며 세 여자와 카페를 등지고서 백구와 마주하는 형국이 되었다.
[크르르르르!]
날렵하지만 멋들어진 자태와 눈처럼 새하얀 털로 뒤덮인 백구와 달리 조금은 기형적일 정도로 온 몸이 근육으로 뒤덮여 있는 두 마리의 핏불테리어.
그들의 대치는 아직도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견주에 의해 깨어졌다.
“장군이! 대장! 이리 안 와!”
아마도 두 개의 이름인 모양이다. 그런데 견주가 실수를 한 것은 그 이름을 부른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잔뜩 흥분한 상태에서 자신들을 방해한 개가 눈앞에 있다. 그런데 그 개는 자신들의 덩치의 반 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그 기세가 심상치 않다 보니 두 마리의 핏불테리어는 자존심이 살짝 상한 상태였다.
흥분한 상태에서 자존심에 상처마저 입었다. 그런데 마치 자신들에게 명령을 내리듯 이름을 불러 오니 공격하라는 신호로 여겨지는 것이 당연했다.
투견을 위해 만들어진 견종이다. 그만큼 사납고 전투력도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빠르기도 하거니와 지구력도 매우 뛰어나다.
그런 놈 두 마리가 이름이 불리기 무섭게 동시에 백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덩치 큰 두 마리의 핏불테리어가 당장이라도 목을 물어 뜯어 죽일 것처럼 달려드는 것을 보면서도 백구는 침착했다.
모르는 이들은 개들의 싸움이 매우 화려하고 다채로운 기술들의 향연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보면 그들의 싸움이 거칠고 험악하기는 해도 싸움 그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처음에는 서로 마주 보면서 이빨을 드러내고 한 참을 으르렁거리며 기 싸움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개싸움은 여기서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돗개나 핏불테리어 같은 견종들은 웬만해서는 이런 식의 기 싸움에서 물러나는 법이 거의 없기에 대치는 더 오래 이어진다.
짧게는 2, 3분에서 길게는 10분 이상까지 이어지기도 하는데, 그러고서도 결판이 나지 않으면 결국 무력 충돌로 이어진다.
이때, 개들이 싸우는 방식은 굉장히 처절한 것 같으면서도 매우 단조롭다.
서로가 상체를 세워 앞발로 견제를 하면서 얼굴이나 목을 물어 뜯는다. 개에 따라 목을 집요하게 노리는 놈도 있고 지구력이 좋은 놈은 맷집으로 버티며 이곳저곳 골고루 물면서 상대가 진이 빠지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서로 위치를 빠르게 바꾸어가며 싸우기는 하지만 싸움의 양상은 앞발로 견제하고 물어 뜯는다는 패턴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싸우다 한 마리가 바닥에 드러누워 싸울 의사가 없다는 표현을 하거나 등을 돌려 도망가 버리면 싸움이 끝난다. 아니면 한 마리의 숨통이 끊어지고 나서야 끝나는 경우도 있다.
핏불테리어는 그러한 싸움의 본성에 가장 충실한 개다.
그런 개 두 마리가 흥분을 하게 되면 아무리 진돗개가 용맹하다고 해도 사실상 승부는 기울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백구는 진돗개의 모습과 비슷한 외모를 하고는 있지만 진돗개가 아니다.
게란트의 야생에서 오랜 세월 맹수와 몬스터로부터 생존을 해 온 견종으로써, 순수한 야생의 DNA를 간직한 혈통이다. 게다가 지난 수 개월 간 강호와 함께 생사를 건 전투를 경험하며 사선을 넘어 왔다.
두 마리 핏불테리어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오늘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첫 번째 놈이 달려 드는 것을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피해낸 백구가, 두 번째 놈이 입을 쩍 벌리고 목을 향해 달려드는 것을 보고는 오히려 앞으로 달려들었다.
핏불테리어도 빠르지만 순간적으로 돌진하는 백구의 모습은 섬전을 방불케 했다.
바닥을 쓸 듯이 핏불테리어 2호의 머리 밑으로 파고든 백구가 이마로 강하게 들이박았다.
[퍼억!]
[캐앵!]
핏불테리어 덩치의 반도 되지 않는 백구의 공격에 외마디 비명과 함께 힘없이 날아가 바닥에 처박히는 모습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그 순간 공격을 실패했던 핏불테리어 1호가 백구의 옆에서 목을 노리고 달려 들었다.
보통 이런 식으로 개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길게는 10분 이상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서로의 성격이 지는 걸 싫어하고 싸움에 특화되어 있다면 20분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백구는 이 싸움을 진흙탕 싸움처럼 길게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