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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화 41. 자극이 너무 심해 (2)


사람들의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백구와 이사를 나눈 다혜가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카운터 옆의 미니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했다. “오늘도 사람들이 많네요.” 그렇게 말하며 다혜가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산마루 카페는 아주 넓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작은 가게는 아니다. 사거리의 코너를 끼고 있는 카페의 내부에는 10개의 테이블이 있고, 카운터 좌측의 벽면으로 일자형 좌석과 미니 테이블들이 별도로 놓여 있다. 그리고 카운터 뒤쪽으로 구석진 자리에 소파 형식의 테이블 하나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데, 최근 그 테이블은 서미진이 항시 비워두고 있는 편이었다. 강호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어 버린 강시연이 카페를 자주 찾고 있다 보니 일부러 비워두고 있는 것인데, 서미진의 입장에서는 테이블이 하나 비어 매출에 손해를 입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강시연과 강호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산물이기도 했다. 그렇게 비워져 있는 안쪽 자리를 제외 하고는 모든 테이블이 손님들로 가득 찬 상태였다. “손님들 반이 무슨 블로거라거나 미튜버라는 사람들이야. 백구 보러 온 사람들.” “그래요? 하긴. 지금 미튜브 최고 인기 스타가 백구긴 하니까요. 백구 참교육 영상이 벌써 오백만 찍은 거 아세요? 게다가 백구 관련한 영상이 올라오기만 하면 며칠 사이에 일이십만은 기본이에요. 기본.” “백구가 정말로 그렇게 유명하니?” “장난 아니에요.” 백구가 유명하다는 것을 최근 손님들을 보면서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미튜브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서미진으로서는 백구의 인기를 제대로 심감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금 백구는 미튜브를 비롯해서 애견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화제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핏불테리어 참교육 영상이 올라간 지 겨우 일주일 만에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벌써 500만을 돌파했는데, 이는 동물과 관련된 영상들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오르는 것을 감안해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게다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조회수가 오르는 속도가 줄어들기는 커녕 계속해서 탄력을 받고 있는 중이었는데, 백구 영상이 한국을 넘어 미국이나 유럽 등지로까지 소문이 난 탓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에는 1가구 1반려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관련 문화가 정착되어 왔다. 자연히 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고, 그런 곳에 백구의 영상이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하자 잠시 주춤하던 조회수가 다시금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최신 유행이나 트렌드에 매우 민감한 미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이 이를 놓칠 리가 없고, 너도 나도 백구 영상을 찍어 올리면서 열심히 백구 코인을 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백구의 영상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것이, 보통의 개와는 너무나 다른 백구만의 특이한 행동 때문이었다. 사람의 말을 알아 듣기라도 하는 듯한 행동 그자체로도 신기했지만,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은 확실히 여타의 개와 구분되는 점이었다. 오죽했으면 인터넷에서는 백구를 세계 명견 대회에 출전시켜 보라거나, ‘세상에 이런 일도’에 내보내 보라는 말들이 속출했다. 그렇게 백구로 인해 반려견과 관련한 커뮤니티들이 시끌시끌했는데 다혜 생각에는 하루아침에 식을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혜가 카메라들을 들고 백구를 촬영하고 있는 몇 몇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백구가 음식을 얻어먹고 이리저리 포즈도 취해주는 모습에 사람들이 웃음을 지으며 정말 똑똑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 모습에 다혜가 내심 고소를 머금었다. ‘쯧쯧! 지금 백구한테 된통 당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우리 백구는 그냥 똑똑한 수준이 아니라고.’ TV를 보면 간혹 사람의 말을 알아 듣는 것처럼 행동하는 반려견들이 나오곤 하는데, 실제로 말을 알아드는 것이 아니라 반복 숙달을 통한 훈련의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백구는 다르다. 단순히 반복 훈련을 통해 조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의 말을 알아 듣고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한다. 지금 사람들이 보고 있는 백구의 모습은 그저 새 발의 피에 불과할 뿐이다. 백구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다면 그때에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찌 돌변할까 생각하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차라리 내가 직접 백구를 찍어서 미튜브에 올려 볼까?‘ 무심코 떠올린 생각.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취미삼아 해 볼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미튜브 채널 개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다혜였지만, 이때만 해도 그녀는 알 수가 없었다. 별 생각 없이 만들게 될 채널 하나로 인해 향후 전 세계에 어떤 파급효과가 불어 닥치게 될 지를. **** 백구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며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이었지만, 강호와는 딱히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마녀들의 두 번째 방송이 전파를 타며 서강호라는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기는 했지만 아직 인기라는 것을 체감할 수준은 되지 못했고, 첫 출연료가 입금 되면서 바닥을 보이던 자금이 한 숨을 돌리게 되었다는 것도 관심 밖의 일이었다. 드디어 열흘이 지났다. 오하영을 유혹하고 타락시키기 위한 계획의 과정에서 강시연이 선포했던 ‘열흘 간 보지 임시 휴업’ 기간이 비로소 끝이 난 것이다. 겨우 열흘일 뿐이었고,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성욕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이기는 해도 참고자 하면 못 참을 시간도 아니다. 문제는 강호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이다. 강시연이 ‘보지 임시 휴업’을 선포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강호에게는 열흘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북쪽 구역에 대한 탐사를 펼칠 시간적 여유가 생긴 셈이라 할 수 있었다. 지난 열흘 동안 강호는 게란트에서 두 달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북쪽 구역에 대한 탐사를 마칠 수 있었다. 물론, 세세하게 모든 지형을 살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북쪽 산맥으로 진출하기 위한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을 확보한 것만으로도 이번 탐사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생물군을 발견하기도 했고, 다른 곳에선 보지 못했던 몇 종류의 짐승과 몬스터를 발견하기도 했다. 개 중에는 일 년 가까이 게란트에서 지낸 강호조차도 처음으로 접하는 끔직한 괴물들 마저 있었는데, 덕분에 메인 퀘스트를 위해 북쪽 산맥으로 진출하는 것에 더욱 신중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북쪽 구역을 돌아다니는 동안 모든 스텟들이 한두 개씩 올랐고, 은신과 정찰 스킬의 레벨도 하나씩 오르며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렇게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게란트를 오가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강호였지만, 그 만큼 부쩍 쌓여만 가는 성욕은 강호에게는 작은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자위로 급한 불을 끄기는 하지만 여자의 살 내음을 맡으며 격렬한 정사를 벌인 후, 여자의 몸 안에 진득하게 성욕을 배출하며 얻는 쾌감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오히려 자위를 하면 할수록 제대로 만족하지 못한 육체로 인해 성욕은 더욱 확실하게 차근차근 쌓여만 갔다. 여기에 지난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북쪽 구역을 탐험하면서 심신이 잔뜩 긴장을 한 것도 성욕을 폭발적으로 자극시키는 데 크게 한 몫을 했다. 게란트의 숲을 돌아다닐 때만큼은 잡생각을 할 여유 따위가 없으니 성욕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육체적으로 성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탐험하는 동안 잔뜩 긴장한 정신과 육체는 외부의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긴장감이 지구로 돌아와 한 순간에 풀어지게 되면, 그동안 쌓였던 성욕이 일시에 폭발하듯이 찾아와 버린다. 과거 전장에서 죽음의 공포를 매일같이 마주하며 살던 병사들이 성적인 욕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굳이 전쟁터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이들 중에서도 이러한 죽음의 공포와 매일 마주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뱃사람이다. 뱃사람과 관련하여 떠도는 수많은 루머들 중의 하나가 바로 벌어들인 돈을 술과 여자로 흥청망청 탕진해 버린다는 식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먼 대양을 오랫동안 항해하며 조업을 하는 원양어선의 경우,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바다만 바라보고 산다는 이야기와 같다. 무엇보다 원양어선을 탄다는 것 자체가 여자들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보니 대부분의 선원들은 남자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수개월 이상 땀 냄새 풀풀 풍기는 남자들과 망망대해의 바다 위에 고립되어 생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스트레스를 요구한다. 하물며 악취와도 같은 비린내가 풍기는 갑판 위에서 물고기들의 생피를 뒤집어쓰면서 일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감히 일반인들이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군대에 입대에서 사회와 격리되어 생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스트레스다. 마지막으로 바다라는 거대한 존재가 주는 자연재해 수준의 위험요소까지 더해지면 그 스트레스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배의 시설이나 복지가 좋아진 지금도 원양어선에서는 목숨을 잃는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그러한 사고가 출항하는 배마다 한두 건씩 무조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말은 언제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매일같이 마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극에 이르면 선상에서 싸움이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사방이 흉기로 가득한 어선이다 보니 칼부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법적으로 선원의 모든 기록이 남고 상해가 발생하면 철저하게 조사를 하기에 살인사건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항상 법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배 위에서 싸움이 나서 누군가 죽어도 바다에 던져 버리면 그만이었고, 조업 중에 사고로 죽었다고 하며 입을 맞추어 버리면 밝혀낼 방법이 없다. 과거 뱃사람들끼리는 서로 눈을 함부로 노려보지 말라는 말이 나온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런 사소한 행동이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여 칼부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항시 죽음의 공포와 마주하는 뱃사람이다 보니 이들이 뭍에 오르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이 바로 술집이었고 사창가였다. 특히, 여자를 안으며 오랫동안 풀지 못한 회포를 마음껏 풀게 되는데, 이는 언제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여자의 살 내음을 맡으면서 희석시키는 것이다. 강호의 현재 상태가 어찌 보면 이와 비슷했다. 게란트라는 곳은 그 자체로 죽음과 관련하여 직면하는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으로 큰 곳이다. 특히, 전투를 치를 때마다 피를 보고 상대의 숨통을 끊는 것은 예사다. 그런 상황에서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제대로 성욕을 풀지도 못한 채로 북쪽 구역을 돌아다녔으니 강호가 느끼고 있는 성적인 욕구가 더욱 강렬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연히 게란트에서 지구로 넘어오기 무섭게 바로 강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약속한 열흘이 지난 시점이었기에 강호의 머릿속에는 강시연과 질펀한 정사를 벌인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했고, 그녀의 알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발기한 자지가 터질 것처럼 불끈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런 강호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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