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온천 여행 _ 2화
온천 여행 _ 2화
나는 분명 같이 설명을 듣고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멍하니 그녀의 뒤를 따랐고, 모든 게 새로운 내용인 것처럼 반응했다.
“선배! 여기가 가족탕이라고, 동행인끼리만 들어갈 수 있는 데래요!”
“오오…!”
“여기는 대욕탕이라고 남탕, 여탕이 나뉘어 있대요!”
“오오!!! 대박이야!!”
나는 각 탕 입구에 걸려있는 사진을 보며 정말 일본에 여행을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노천탕!”
“오오오오오!!! 진짜 일본 같아!”
“노천탕은 가족탕이라서 시간제한이 있긴 한데, 마침 비어있는 거 같은데요?”
“좋다! 여기부터 가보자!”
“네!”
우리는 벌써 여자의 몸이 익숙해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노천탕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보니 습기 가득한 증기가 벌써부터 온몸을 감싸고, 한편으로는 옷을 벗어 담아둘 수 있는 바구니와 화장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옷을 벗어서 곱게 개어두고는 곧바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탕이 있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뒤늦게 따라온 지수의 손에 하얀색 수건이 두 개 들려 있었고, 그중 하나를 내게 내밀며 말했다.
“일본에서는 머리카락이 물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게 예의에요!”
“그래?”
그녀는 언제 준비해 온 건지 머리 끈을 사용해 내 머리를 위로 질끈 묶어줬고, 자기 머리도 묶은 다음 수건을 접기 시작했다.
“수건은 왜?”
“선배는 일본 애니메이션도 안 봤어요?”
“어… 잘 안 보긴 했는데”
“원래 온천 들어갈 때 머리에 수건 하나씩 얹고 있잖아요!”
“그거 원숭이가 머리에 수건 얹어둔 건 본 적 있어!”
“네… 왜 그런 걸 본지는 모르겠지만 똑같은 거예요…”
나는 이상한 눈초리로 보고 있는 그녀를 뒤로한 채 곧바로 탕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평범한 목욕탕과는 사뭇 다른 냄새가 올라오고, 울퉁불퉁한 돌덩이들로 만들어진 탕에 기분마저도 다르게 느껴졌다.
“흐아아…”
나는 이미 몸을 전부 담그고 돌멩이에 머리를 기대어 두고는 천장이 없는 하늘을 바라봤다.
지수는 뒤늦게 머리에 수건을 하나 얹고는 탕에 들어오며 내게 다가와 머리에 수건을 얹어주며 말했다.
“정말 말도 안 들으시네요”
“헤헤”
그녀도 나를 따라 옆에 앉고는 뻥 뚫린 하늘을 올려다봤다.
“여기는 별도 많이 보이네요?”
“그러게”
“저는 원래 목욕탕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런 건 좋은 거 같아요”
“그러게~”
그렇게 우리는 한참이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노천탕을 만끽했다.
이미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물이 졸졸거리며 흐르는 소리만 들려올 뿐 사방이 너무나도 조용했다.
그러던 중 정적을 깨며 우리가 있는 노천탕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어? 선배! 누가 들어오나 봐요!”
“여기 가족탕이라고 하지 않았어?”
“네! 맞아요! 우리끼리만 사용하는 건데…?”
“그럼 우리가 너무 오래 있던 건가? 직원 아닐까?”
“아… 나가라고 알려주려고 오는 걸까요?”
“그런가 보지…”
나와 지수는 직원이 우리를 부르기 전까지 최대한 노천탕을 누리고 싶은 마음에 머리만 내어두고 몸을 탕에 집어넣으며 또 한 번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정말 순식간에 무언가가 우리 머리 위를 날아 마치 수영장에 뛰어드는 것처럼 탕에 입수해 버렸다.
우리가 그 정체를 차마 확인하기도 전에 세 명의 사람이 연달아 추가로 뛰어들며, 탕의 물이 사방으로 튀어댔다.
“아! 뭐야!”
얼굴만 내놓고 있던 나는 누군지도 모를 그 사람들 때문에 얼굴까지 물이 전부 튀어버려 간신히 눈을 비비며 그들에게 소리쳤다.
그렇게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그들과 우리는 서로의 정체를 확인하고 동시에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내 눈에 들어온 건 또래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 네 명이었고, 그들은 우리가 탕 안에 있다는 걸 몰랐던 건지 눈을 마주치고는 같이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지수는 생각보다 평온한 표정으로 그들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고, 나는 나름 여성스러운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오며 손으로 몸을 가려댔다.
“뭐…뭐야!!”
그러자 그 남자들도 저마다 자기의 중요한 부위를 가려대며 말을 이었다.
“이…입욕 중 팻말이 없어서…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입욕 중 팻말…?”
나는 지수를 돌아봤다.
그녀는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놓친 사람처럼 먼 산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게 있었어…?”
“같이 설명 들어 놓고 왜 저한테만 그래요!”
“네가 안내했잖아!”
“까먹었을 수도 있죠!”
그 남자들은 자신들을 앞에 두고 아무렇지 않은 듯 싸워대는 우리 둘을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티격태격하던 중 지수가 내게 물었다.
“선배! 어차피 밤이라 깜깜해서 잘 보이지도 않고, 탕도 둘이 쓰기에는 넓기도 한데 그냥 같이 쓰라고 하는 건 어때요?”
“어…?”
내가 당황하는 걸 떠나서 그 남자들도 지수의 말에 당황한 듯하며 대답했다.
“아…아니에요! 저희가 나갈게요!”
그들이 물 밖으로 걸어 나가자, 나도 모르게 그들의 가랑이 사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었고, 너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내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괘…괜찮아요”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탕을 같이 써도 된다고 허락을 해버렸고, 그건 아무래도 예상치 못하게 보게 된 그들의 소중이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분명 그렇게 섹스를 하고, 지겹도록 정액을 받아냈는데도 그만큼 타락을 했다는 뜻인지, 괜히 엉뚱한 상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조용히 수굳거리더니 내게 대답했다.
“어… 그럼… 감사합니다!”
그들은 처음 등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최대한 멀리 떨어져 옹기종기 모여 앉았고, 분명 우리를 쳐다보지 않는 척하면서 힐끔거리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는 최대한 가릴 부위는 가리면서 조심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나보다 가슴도 더 큰 지수가 가릴 생각도 없이 모든 걸 훤히 드러내고 편안하게 있으니, 그 남자들이 자꾸만 아래를 손으로 가려대는 것 같았다.
하긴 내가 남자였어도 이런 여자 두 명과 같은 탕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중 한 명은 무언가 어필이라도 하는 듯 중요한 부위들을 가리지도 않은 채 드러내고 있었으니…
그들이 이런 상황에 우리 둘을 보고 발기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잠깐의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탕에 너무 오래 있었던 나머지 살짝 현기증이 느껴진 나는 지수에게 말했다.
“우리 이제 갈까?”
지수는 나와 마찬가지로 얼굴까지 빨개져 있으면서도 나를 빤히 보며 대답했다.
“조금만 더 있다 가죠?”
“너 얼굴이 많이 상기됐는데?”
“좋아서 그래요~”
우리의 대화를 일부러 엿들은 건 아니었겠지만 자기들끼리 작전회의를 마쳤는지 한 명이 대표로 말을 걸어왔다.
“저기…”
“네?”
지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대답했다.
“두 분이서 오신 거예요?”
“네 맞아요”
“이런 걸 인연이라고 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는데, 괜찮으시면 이따가 술 한잔 하실래요?”
“좋아요”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하는 지수를 보고 물었다.
“뭐라고?”
“이따가 술 한잔 같이하자는데 괜찮지 않아요?”
나는 그들의 눈치를 보며 지수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는 말했다.
“이런 데서 만났는데, 같이 술 먹자고 하는 거면 너무 뻔한 거 아니야?”
“그렇고 그런 거 할까 봐요?”
“당연하지… 누가 봐도 혈기 왕성한 사람들인데…”
“그래서 좋다고 한 건데요?”
“어…?”
“선배는 아까도 섹스하고 온 거지만 저는 한참이나 못했단 말이에요!”
“그건 그래도…”
나는 순간 고민에 휩싸였다.
저 남자 네 명이 있는 데에 지수를 혼자 보냈다가는 그녀의 몸이 부서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녀가 걱정됐고, 내가 따라가자니 또 섹스를 하게 되면 내 몸이 부서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직 여자의 몸이 익숙하지 않은 그녀 걱정에 술까지만 같이 마시고 그런 상황이 되면 조용히 도망쳐 나올 생각을 하고는 그녀에게 대답했다.
“알겠어… 그래도 무리하면 안 되는 거야 알겠지?”
“네! 좋아요!”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그들에게 다시 말했다.
“우리는 먼저 나갈 테니까 한 시간 뒤에 로비에서 만나요!”
“네! 알겠어요!”
그렇게 우리는 머리에 올려뒀던 수건을 펼쳐 몸을 이리저리 가리고는 탕에서 빠져나왔다.
우리는 반투명한 유리 벽 뒤로 가서 몸을 닦아낸 다음 유카타를 챙겨 입고 서둘러 도망치듯 방으로 향했다.
나는 여전히 해맑게 웃고 있는 지수를 불러 세우며 물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왜요? 정말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아요?”
“짜릿해...?”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이랑...!”
“그러니까! 낯선 사람이 아니라 낯선 사람들이라서 문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