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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97화


97. “그래도 명세기 종주를 도전했으니 두 번째 잔은 그래도 건배 같은 건배는 하고 마시죠.” “좋아요.” “음... 제수씨가 한마디 해요.” “음...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저에게는 말이죠. 지섭씨에게는 좀 부족했을지 모르겠지만... 그 부분은 너무 미안 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전 머릿속에 정리도 됐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도 정했어요. 이번 종주는 제 삶의 큰 변곡점과 같은 것 같아요.” “아...” “지섭씨도 한마디 해요.” “그럴까요? 음... 제수씨가 자꾸 미안해하는데... 이번 여행에 제 개인적으로는 제수씨가 없었으면 너무 외로운 시간의 연속이었을 것 같아요. 물론 그걸 원해서 계획을 하긴 했는만, 지금 돌아보면, 혼자였다면... 하고 생각하니 좀 힘들었을 거 같았어요. 그래서 제수씨가 저에게 미안 해하는 감정을 전혀 안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 역시나 제 고민의 결론에 도달해서 큰 문제없어요.” “좋아요~ 이제 미안한 감정 안 가질게요. 한잔해요.” “오케이~ 좋아요.” 우리는 그렇게 두 번째 잔을 마셨다. “그런데 양주는 왜 산 거예요?” “아... 밤에 혼자 조금 마실려구요. 그래서 여행용으로 작은 걸 샀어요.” “아니~ 이렇게 좋은걸 혼자 마실려고 작은 걸 사다니...” “아~ 그게 그렇게 되나요?” “그럼요.” -띵똥~ 딱 맞게 치킨도 배달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정말로 먹고 마시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고, 어떤 것을 생각할 생각도 없었다. “어디 가요?” “아... 담배 피러 베란다에...” “그냥 여기서 펴요. 여기 아까 들어올 때 보니 여기 처음부터 담배 냄새나던데.” “제수씨 불편할까 봐.” “저도 하나 달라는 말이에요.” “아... 그럼 저야 좋죠.” 우리는 플라스틱 컵 속에 휴지를 넣고 물을 부어 재떨이로 하나 만든 뒤, 베란다 문을 약간 열어놓고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그래도 저번에 휴게소에서 힘든 상황에서 같이 펴준 담배와 같은 느낌은 아니어서 참 다행스럽기는 했다. 우리는 그렇게 담배를 하나 피고는 또 술에 집중했다. 며칠 동안 먹지 못한 것을 최대한 음미하겠다는 자세로 말이다. 그렇게 사 온 술을 꽤 많이 먹었고, 우리는 아주 기분이 좋은 상태가 되었다. “지섭씨 제가 할 말 있다고 했잖아요.” ‘아... 올 것이 왔다...’ “예. 그랬죠.” “그런데... 그 전에 지섭씨에게 물어보고 대답을 들어야 할 것이 있어요.” “저에게요?” “예. 지섭씨의 태도에 따라 제 결정이 달라지거든요.” “음... 벌써 무서워지는데요.” “호호홋. 무서울 것까지는... 제가 뭐 잡아먹나요?” “음... 지금 더 무섭습니다...” “풉... 아무튼 이게 술도 좀 들어갔으니 이야기할게요.” “예.” “지섭씨 저 섹파로 어떤 거 같아요?” “예? 그게 무슨 말이죠?” “아니 있는 그대로요. 섹파로써요? 별로예요?” “아니. 누구랑 섹스만 하는 사이로 만나려고 하는 거예요?” “아니~ 제 말을 못 알아 들은 것 같은데... 지섭씨 섹파로 저 어떠냐구요?” “엥~!” “그이 생각하지 말구요. 오직 저. 저만 보구요. 그러니깐... 제 얼굴이나 몸매 등을 보고서 말이죠.” “......” “이렇게 저돌적으로 바로 말하니 천하의 지섭씨도 당황하시네요. 큽.” “아니 이 상황에서 누가 당황하지 않을까요?” “저 혼자 결정했거든요. 저 지섭씨가 절 섹파 정도라도 받아주면 이혼은 안 할거고... 만약 섹파로 안 받아주면 이혼하려구요.” “예에? 그게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그이와는 이제 성적인 관계로는 회복 불가일 것 같아요. 그이에게 여자도 있는 것 같으니 말이죠. 그런데.... 저번에 저희 집에서 지섭씨가 한 말, 즉 섹스를 분리해서 생각해 보라는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래도 그건 좀 힘들 것 같아요.” “그렇죠... 그렇기는 하죠.” “예를 들어... 그이는 여자들과 시간을 보내고 새벽이나 이튿날에 들어오는데... 난 들어온 남편을 남편으로만 봐라? 그게 쉽게 안 돼요.” “아니 철우가 그렇게 정신 나간 짓까지는 안 하겠죠. 설마...” “지금도 그러고 있어요.” “예?” “지금도 그러고 있다구요. 거의 새벽에 들어와요. 분명 회사에서는 먼저 퇴근해서 나갔는데... 새벽에 들어오죠. 그게 가끔이 아니라... 당연하다는 듯 거의 매일 말이죠.” “아...” 철우...이 새끼... 이렇게 중요한 말은 쏙 빼고 말하다니... “그런데 제가 섹스를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아... 그런 건 안 되죠. 나쁜 새끼.” “큭큭큭. 저번엔 편들더니.” “아... 그게 정도가 있죠. 그 정도일 줄은 몰랐죠.” “그래서요. 지섭씨에게 그런 부탁을 드린 거예요. 다른 남자... 휴... 다른 남자는 싫거든요. 새로운 남자를 만날 방법도 없고, 그렇다고 이상한 곳에서 만나는 남자는 처음부터 신뢰도 안 되고...” “그렇기는 하죠... 또 제수씨 부자라는 거 알면... 휴...” “그렇죠. 그래서 지섭씨가 저 좀 받아주면 안 되요? 그냥 섹파라고 해도 전 괜찮거든요.” “......” “제가 여자로서 매력은 좀 떨어지죠... 그래도...” “아... 아닙니다. 그 부분은 분명히 말하는데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전 섹파로 만나는 게 싫다는 겁니다.” “예?” “제수씨 같은 여자를 섹스만 한다... 그건 제수씨 가치를 너무 낮게 보는 것 같아서요. 제가 뭐 별거라고...” “그럼 섹파 정도면 오케이 인가요?” “그러니깐... 제가 오케이 안 하면 이혼하겠다... 이거죠?” “예... 차라리 이혼하고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휴...” “......” “그런데... 전 섹파는 싫습니다.” “예?” “제수씨 같은 완벽한 여자를 섹파로 유지한다는 건 그건 정말 아닌 거 같아요.” “아... 너무 듣기는 좋네요. 그런데 결국 거절한다는 말씀이시잖아요.” “음... 예. 섹파는 거절이에요.” “휴... 어쩔 수 없죠. 저도 무리하게 말해서 너무 미안 해요.”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데?”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저한테요.” “예?” “저녁에 아마 철우의 그런 모습을 보면 괴로울 테니... 그때는 저한테 오세요. 같이 있어드릴게요.” “같이만 있어 주신다구요?” “같이만 있겠어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저 덮치는 거 잘하시잖아요.” “어멋! 그런 걸 이렇게 대놓고...” “큽... 이제 와서 빼는 척 하시기는... 큭큭큭 아무튼 힘들 때는 언제든 연락해요. 그럼 그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을 때는 같이 있을게요. 특히 저녁에는 말이죠.” “아...” “제수씨 같은 멋진 여자를 단순히 섹스만 하는 사이로 지낸다는 건 정말 아닌 거 같아요. 그래서 제수씨와 섹파로는 못 지내겠다고 한 것이구요. 저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고, 제수씨도 힘든 시간을 보내는 처지에서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 너,너무 고마워요.” “아닙니다. 제가 복에 겨운 놈이죠. 이거 뭐... 친구 놈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래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아... 지금 저 너무 기뻐요. 솔직히 섹스만 하는 사이만 되어 주신다고 해도 좋았을 건데... 제가 생각한 거 이상인 관계가 되어 주신다고 하니... 너무 고마워요.” 그녀는 뜻밖의 반응에 너무 감동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제가... 제가 엄청 잘할게요. 심지어 남편에게 하는 거 보다 더 잘할게요.” “그건 아니죠. 철우보다 저한테 더 잘한다는 건 안 되죠. 철우와 가정을 유지하려고 제가 필요한 건데... 그건 주객이 전도된 거죠.” “아... 그래도 제 마음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안 됩니다. 그 마음 완전히 바꾸세요. 전 제수씨를 받아주는 조건이 있습니다. 그걸 제수씨가 깬다면 저도 제수씨를 더 이상 보지 않을 생각이거든요.” “조건이요?” “예. 제가 제수씨를 받아들이겠다는 건... 철우와 정말 좋은 부부 관계로 남아 있고, 그걸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것이 전제입니다. 만약, 저로 인해서 좋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지 않거나, 유지를 한다고 해도 쇼윈도 부부처럼 살아간다면... 전 제수씨를 다시는 만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 “생각해 보세요. 만약 제수씨가 절 너무 사랑하고 저도 너무 사랑해서 제수씨가 철우와 헤어지고 저에게 온다고 했을 때 정말 우리가 행복할까요? 전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전 그쪽 부부가 진정으로 좋은 부부가 되었으면 하거든요. 그리고 예전에 제가 한 말도 제 지금 결정에 영향을 줬구요.” “예전에 한 말?” “제가 제수씨 집에서 했던 말. 제수씨에게 철우와 섹스만을 제외하고 생각해 보라는 말.” “아... 기억나요.” “그래요. 그겁니다. 지금은 제수씨도 철우와 섹스만을 제외하고 좋은 부부가 되었으면 좋겠고, 나중에는 서로가 섹스 부분에서 비슷하게 잘못을 했으니 그 부분까지도 서로 용서하고 서로 섹스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와 같은 결정을 한 것이구요.” “예...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 “물론 제수씨가 남편보다 저에게 잘해주고 저만 사랑해준다면 저야 좋죠. 제수씨든 철우든 부부가 어떻게 되든 간에 저만을 위해준다면 전 좋죠. 하지만 그건 어떤 목적도 의미도 없는 육체적인 관계일 뿐이잖아요. 서로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단순히 불륜?, 아니면 친구 마누라 뺏기? 뭐 그런 관계가 되어 버리는 거죠.” “풉~ 친구 마누라 뺏기.” “뭔가 야설처럼 들리는데, 아무튼, 그런 관계는 제가 원하지 않아요. 아내로 인하여 가슴 아픈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거죠.” “아... 예...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죄송해요.” “뭐... 우리 지금 하는 말을 누가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것 같기는 해요. 불륜을 잘 포장하는 말로밖에 안 들리기도 하구요. 그치만, 세상의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 하더라고 적어도 내 스스로에겐 부끄럽지 않고 싶어서 하는 말이에요.” “예... 하긴 주변에서는 아무도 그런 걸 이해하지는 않겠죠. 그런데...” “그런데?” “지섭씨 말대로 우리가 스스로에게 떳떳하면 되지 않을까요?” “음...” “그러니깐 스와핑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는 이해하지 못하고 손가락질 하더라도, 그 부부는 서로 권태기를 극복하고 서로 지극히 사랑한다고 하면 그건 어쩌면 그 부부에게는 좋은걸잖아요.” “음... 제가 말하고 싶은 것과 같은 말 같네요. 동의합니다.” “그러니까요.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결국 생을 마감할 때 스와핑을 긍정적으로 즐긴 부부보다 더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맞아요. 지섭씨 말 이해했어요. 그이를 남편으로써 평생을 사랑하면서 살아갈게요. 그리고 우리도 나이를 먹을 거고, 섹스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날이 오겠죠. 그때는 지섭씨와 저의 관계는 끝난다고 생각할게요.” “음... 아마 그 전에 끝나지 않을까요? 그때까지 철우 놈이 정신을 못 차리면 안 되죠.” “아니요. 그전까지는 제가 정신을 못 차릴 수도 있어요.” “아놔... 그건 또 무슨...” “저도 우리 관계, 즉 지섭씨와 제 관계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예.” “전 아무 남자와 자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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