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미쳐버린 딸쟁이와 학교 (9)
“하! 너희들이 대장을 못 잡으면 우린 뒤질 때까지 쫓겨 다녀야 할거다. 잡히면 그대로 고문 및 처형이겠지 이 안건은 내가 반대다. 다음은?”
“미안하지만 생각한건 세 번째가 마지막이었어. 이 중에서 골... 아! 아니다 첫 번째는 내가 싫으니 싸우거나 협상대로 갈 길 간다 중에서 골라줬으면 좋는데?”
“이봐 아저씨 협상이 아니라 협박 같은데 내 기분탓은 아니지?”
“그건 받아드리기 나름인 것 같은데 자칭 지식인 양반? 나는 협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경찰관의 말이 끝나자 앞으로 나왔던 약탈자는 자신을 바라보고있던 동료들을 돌아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무기를 땅바닥에 던져버렸다. 뭐지? 뭔가 제스처가 나왔나?
“차라리 이렇게 하지 갈 사람은 가고 싸울 사람은 싸우는 걸로, 참고로 난 빠질 거야 여기서 목숨을 잃고 싶지 않거든 아직 따먹지 못한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누구 좋아하라고 여기서 죽어?”
“그것도 괜찮네! 마음대로 하도록 해 무기를 바닥에 버렸다면 절대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
“좋아 세 번째 안건으로 타결이다! 그럼 그쪽 사람 들중 그 불사신 형씨말고 다른 한 사람을 이쪽으로 넘겨줘, 이쪽에도 보험이 하나 있어야 다른 형님들도 마음편히 항복을 하지 않겠어?”
“유리한 건 이쪽이야 항복할 거라면 닥치고 옆으로 빠져”
“아니 이봐 당신 말대로 협상한거잖...!”
[타앙!]
“죽일 거였으면 진작 죽였어 못 믿겠으면 그대로 다시 무기를 들고 덤벼서 니 친구들하고 같이 나자빠지던가. 우리도 시간이 없어서 급해 빨리 선택해”
경찰관은 약탈자가 바닥에 내려놓은 무기를 권총으로 맞혔고 탄이 튀는 소리와 함께 무기가 저 멀리 날아가자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 오케이 알았다고 알았어 쯧, 참대단한 협상가 나셨네”
“좋게 받아드리지 지식인 형씨”
“난 항복할게 들었지 형님들? 난 살아서 나갈 거야 멍청하게 그러지 말고 잘 선택해 죽지도 아파하지도 않는 괴물과 동료들이 앞을 지키고 권총으로 사격까지 한다고? 활이라도 제대로 쏠 수 있는 사람이 살아 남아있었으면 모를까 전부 죽어버린 마당이니 승산은 제로에 가까워 알고있지?”
“말했던 대로 항복한 새끼들은 옆으로 빠져 한 번에 보내줄게, 형씨 이렇게 해도 괜찮지?”
“마음대로 해”
쓰대 없는 말을 한다면 애써 잡은 교섭의 주도권이 넘어갈까 싶어 대충 고개를 끄덕거리자 경찰관 또한 고개를 끄덕거리며 약탈자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 우리 대장의 허락도 떨어졌으니 또 항복하고 싶은 사람?”
“진짜로 보내주는 거겠지?”
“세상이 이런 좆같게 변하기전 경찰이었던 사람으로서 확실하게 약속한다. 믿어달라고 밖에 말할 수 없어”
경찰관이 웃음을 머금은 듯한 목소리로 외치자 약탈자 몇몇이 황급히 손에 쥐고 있던 무기들을 바닥에 내던지며 옆으로 빠지기 시작했고, 이내 무리 전체에 공포가 전염된 듯 끝까지 싸울 듯이 보이던 이들마저 전부 무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뭐야 뭐야 설마 전원 항복인 거야? 으하하하 이거 대장이 보고 있었으면 전부 모가지를 비틀어 버리라고 하셨을 것 같은데?”
“... 배신한 새끼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빌어먹을 근육 고릴라 년아?”
“이야 아직도 기운이 넘치네~ 좋아 좋아 그럼 전부 무기를 내려놓았겠다... 시작해볼까?!”
무엇을 시작한다는 것일까? 의문을 가지고 여성에게 시선을 돌리려던 찰라, 여성은 화염병을 던지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도끼를 양손에 쥔 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비무장 상태인 약탈자들을 향해 돌진했다.
“자, 잠깐 약속이랑 다르잖아 무사히 보내주겠다며!! 이년 좀 말려봐! 이봐 경찰관!!”
“그만해 멈추라고!”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한사람의 목이 휘두른 도끼에 의해 단숨에 찢겨지듯 떨어져 나가자 약탈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재각기 흩어지기 시작했다.
몇몇은 던져버린 무기를 다시 집기 위해 무기가 모여있는 곳을 향해, 어떤 이는 맨손으로라도 덤비려는 듯 이쪽을 향해, 또 다른 이는 자신만은 살아남겠다고 외치며 개구멍을 향해 혼비백산 움직여 혼란을 가중시켰다.
“씨발, 씨발!!”
[탕-! 타당!]
“거짓말을 치다니... 죽어서도 너를...!”
경찰관도 여성의 돌발행동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지식인을 자청한 약탈자를 조준한 뒤 권총을 격발했고 나 또한 내려두었던 해머를 들어 올려 단검을 손에쥔 약탈자의 머리를 깨부쉈다.
◆
또다시 시작된 난전, 아니 단순한 학살극은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큰 어려움없이 금세 끝이 났기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는 있는 거냐? 협상을 했던걸 그 눈으로 똑똑히 봤잖아 저들은 나를 믿고 무기까지 전부 버렸다고!”
“에헤이 그렇게 화내면 머리아파 경찰관 아저씨.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금세 되돌아와서 우리 뒤를 노렸을 녀석들이야 반드시 해야만 했던 일이라고”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안다고 하는 거야?!”
경찰은 어지간히 화가 났는지 언성을 높이며 여성의 멱살을 잡아 올렸지만, 여성은 그걸 단숨에 뿌리치며 도끼를 겨누었다.
“잊지 마 경찰관 아저씨 나도 이 새끼들 동료였어! 이 새끼들 심리는 싫어도 잘 알고 있단말이야 항복하는 와중에도 마음속으로 우리를 얕잡아 보고 있었어!!”
“빌어먹을...”
“우리가 먼저 하지 않았으면 죽는 건 우리였어 경찰관 아저씨 그렇게 마음 쓰지 말고 그냥 벌레를 청소했다고 생각해, 으하하하”
“형 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으신거죠?”
여성의 말에 아무런 반론도 하지 못한 채 낙심한 듯 자리에 무릎을 꿇고 바닥을 내려치는 경찰관을 담배를 태우며 애써 외면하고 있자 게이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내 몸을 살피려 했다.
“뭐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수십번은 더 죽었을 상처들이지만 말이야... 내 몸이 정상이 아닌 거 너도 알고 있잖아? 나는 걱정할 필요는 없어.”
“완전 치트잖아요! 굉장해요. 형!”
걱정스러운 게이의 표정에 나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상처 부위를 가리켰다. 살이 제멋대로 꿈틀거리며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치유되어가는 상처들... 그것을 본 게이가 두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씨발 이딴 괴물 같은 몸뚱이가 뭐가 굉장하다는 건지...”
나는 아직까지도 이런 몸뚱이가 굉장하다는 듯 내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게이의 머리를 밀어내며 한숨을 내쉰 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이러스 치료제가 완성된다면 꼬맹이는 이런 나를 보고 뭐라고 말할까?
“형이 선봉이 아니였다면 저희는 전부 죽었을 거예요, 괴물은커녕 오히려 영웅이죠”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고맙다고 말해줄게 게이주제에 꽤 좋은 말이었어”
“하하 게이주제에는 뭔가요 뭐, 아직 전부 끝난게 아니니까 마음놓고 살았다고 기뻐할 수는 없지만 말이에요. 이번엔 그 새끼들 대장의 뒤통수를 때리러 가야 하는데 이번에도 잘 부탁드릴게요 영웅형”
간신히 살아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싸움판으로 끌려가야 한다는 사실에 게이의 반짝거리던 눈동자가 약간 탁하게 물들어 갔다.
“노예하고 저 미친 여성을 제외한 내부 협력자들이 전부 죽어버려서 아슬아슬하긴 해도 일단 대머리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고 있는 거잖냐? 그 새끼 고집 때문에 억지로 여기로 침투시킨 것 같긴 하지만 질 생각은 없어 보였어.”
“그러네요. 분명 대머리의 생각대로 되어가고 있을 거예요. 협력해야 할 두 그룹에 잘못된 정보를 준 것 때문에 따라온 노예가 죽고 협력자들 대부분이 의미 없이 죽었지만 말이에요”
“에헤이 예쁘장한 언니 말이 너무 심하네~ 의미 없이 죽은 건 아니지? 그 새끼들이 기습해준 덕분에 활을 제대로 다룰수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죽은 거잖아? 아 혹시 그걸로는 모자랐다고 하는거야?”
“모자른건 아니에요 단지 목숨을 잃었다는게 안타깝다고 생각할뿐. 그것보다 저 남자라고 계속 말했는데요?”
“에헤이 이렇게 반반하게 생긴 언니가 어떻게 남자라는거야? 벗어서 한번 보여주면 믿어주겠지만~아! 차라리 여기서 한발 빼고갈래? 몸상태보니까 다음번에는 못버틸 것 같은데 최후의 섹스로다가 격렬하게 빼줄게”
“하,할 리가 없잖아 미친 걸래년아!”
“쳇 성욕이 많긴해도 걸레는 아닌데 말이야”
나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죽어버린 약탈자의 시체에 대충 던진 뒤 기지개를 켰다. 정신도 아직은 멀쩡하게 느껴졌고 피로감이 상당했지만, 몸 상태는 최상의 상태였다. 오랜만에 본 꼬맹이의 환영이 아슬아슬하게 정신을 몰아붙인 거겠지.
나는 잠시 숨을 고르듯 제각기 바닥에 앉아있는 일행들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경찰관, 게이, 그리고 그 파트너는 여기서 잠깐 쉬고 있어.”
“예?! 저희도 갈 겁니다!”
“그 몸으로 따라와봤자 금방 뒤져 나랑 여자둘이서 갈거다.”
척 봐도 엉망진창으로 망가져 있는 그들의 몸을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이자 게이는 고민에 빠진 듯 심각하게 얼굴이 일그러뜨리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