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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화 미쳐버린 딸쟁이와 학교(14)


“너도 내가 배신하려고 하는걸 어렴풋이 눈치챘으니까 먼저 선수쳐서 대장 나으리랑 이야기한거 아니야 응? 너치고는 머리를 잘굴렸어 그거 하나는 칭찬해줄게” 겉옷 소매를 뒤적거리던 대머리의 품 안에서 나온 검은색의 무전기를 보자 직감이 속삭여왔다. 당장 저걸 부수거나 빼앗지 않으면 큰일이 벌어질 거라고. 어떻게든 빨리 몸을 움직이라고. [타앙-!] “크윽….” “푸하하하 야야 동생 내가 분명 움직이지 말라고 했었잖아? 괜히 귀찮게 아까운 탄약을 낭비해버렸네~ 이제 그 좆같은 회복력도 방어력도 없어졌으니 얌전히 거기에 찌그러져있어” 한계까지 몰려있던 몸을 억지로 움직여 대머리에게 달려들기 직전, 날아온 총알이 허벅지를 관통했고 몸의 균형이 무너진 나는 그대로 흙에 얼굴을 처박았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아갈 정도의 충격에 참아왔던 신음이 새어 나왔고 그것을 듣던 대머리는 폭소를 터트렸다. “개새끼….” “말은 잘한다 병신 새끼야 서로 이용한 끝에 잡아먹힌 쪽이 개새끼인거야 알고는 있지?… 쯧 얼마나 대충 쏴 재꼈길래 남은 탄환이 한발뿐이냐? 경찰관한테 물어보니까 30발은 넘게 가지고 있다고 했었는데 이야 이거 이만저만 귀찮은게 한두가지가 아니네 탄약 구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니가 죽은다음에 할일이 늘어버렸어” 대머리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아직까지 흙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나에게 반걸음 앞까지 다가오더니 머리에 총구를 겨냥한 채 무전기의 버튼을 눌렀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아아~ 들리냐 3초안에 대답해 새끼들아> 몇몇 인원들은 무전기를 가지고 있었는지 대머리의 목소리가 운동장에 메아리치듯 울려 퍼졌다. “씨발 나를 죽이려고 아주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왔네” <예 큰형님 아주 잘 들립니다. 어떻게 되셨습니까?> 잠깐의 텀이 지난후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역한 노예의 목소리 들려왔다. 마음속의 불안감이 점차 커져가더니 나를 집어삼켰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졌다. <전부 좋게 끝났으니까 연락을 했겠지 빡대가리 새끼야 준비는 다됐냐?> <당연히 전부 끝났습니다~ 그럼 명령하신 대로 하면 되겠습니까?> <그래 말했던 대로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죽여버려 의사도 잊지 말고 아 참, 무전기 한 대는 그대로 켜놓고 해라? 들려줘야 할 상대가 있거든.> “적어도 나 하나로 끝내 이 빌어먹을 빡빡머리 새끼야…." “어엉? 지금 뭐라고 했냐? 다시 한번 말해볼래? 동생” "모든 할게 진짜 뭐든지 다한다고 개가 되라면 개가되고 죽으라면 죽을게 적어도 꼬맹이랑 의사만은 내버려 둬 나 하나로 끝내달라고…. 부탁해, 부탁합니다!” “이런 조금만더 빨리 말하지 그랬어 내가 실행하라고 한뒤에는 절대 멈추지 말라고 말했거든 이미 늦어버린 것 같은데 이거 어쩌냐? 미안하게 됐어” “씨발 죽여버릴꺼야! 죽여버릴꺼라고!!” 대머리는 나의 고함 소리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무전기를 내 바로 앞에 내려놓았다. 지직거리는 잡음 너머로 온갖 것들이 떠올랐다. 지하실에 온몸이 꽁꽁 묶인 채로 머리를 잘린 꼬맹이, 울부짖으며 강간당하는 여성, 고문을 당하는 덩치, 입에 거품을 물며 죽어가는 의사까지…. 내 얼굴이 공포에질려 점차 파랗게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던 대머리는 더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다시금 폭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하하!!! 그래 그 얼굴이 보고 싶었어. 이제야 속이 뻥 뚫리네 내가 너 같은 병신 새끼 비위를 맞추느라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동생은 우라질 동생 개새끼면 모를까” “씨발…. 당장 멈추라고 하란 말이야!” <꺄아아악!?> 익숙한 여성의 비명을 시작으로 격한 고함이나 우당탕거리는 소음이 무전기 너머에서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저리 꺼져 형님이 이걸 알면 너희는…!**#@|> <캬하하하 형님은 무슨 형님 닥치고 이거나 쳐먹어!> 그나마 여성에 의해 치유되었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으며 정신은 점차 물에 닿은 모래성처럼 서서히 무너져내렸다. 내 탓인가? 전부 내가 잘못되었나? 나 따위가 바이러스에 적응한 것 때문인 건가? 점차 격해지는 무전기 너머의 상황에 미친 듯이 빨라지던 심장박동이 한순간에 느려지며 죄책감에 휩싸였다. [당연한 거 아니야? 전부 너 때문이잖아? 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있는 거야?] 나를 배신했던, 혹은 내가 배신했던 모든사람 들이 나를 둘러싼 채 경멸어린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이런 늦어버렸네? 전부 죽었겠는걸?] [자지가 작으면 마음도 작은 법이지 그러니까 네 여자 친구가 그렇게 된 거 아니겠어?] [넌 야구 말고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것마저 내팽개쳐 버리다니…. 차리리 죽지 그래?] 나는 그 모든 시선을 피하고자 벌레처럼 몸을 웅크렸다. 싫다 도망치고 싶다. 죽고 싶다. 꼬맹이를 보고 싶다. 모든 부정적인 생각들에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싫어…. 싫다고 그만해 저리 꺼져 하하…. 하하하” “이야 의사 새끼가 정신이 위태롭다나 어쩐다나 그렇게 말을 해대긴 했는데 고작 이 정도로 망가진 거야? 이건 재미없는데...” 머리채가 붙잡혀 억지로 고개를 들어 올리자, 대머리가 비참하게 일그러진 나의 얼굴을 보더니 비웃음을 지어 보이며 권총을 이마에 가져가 댔다. “하아~ 지옥에서 그 꼬맹이가 보지를 벌리면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이만 보내줄 게 재미있었지? 이 세상에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잖아” 철컥, 뜨거운 열기가 이마에서 느껴졌지만 나는 그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했던 걸까? 어떻게 살아야만 했던걸까? [타앙-!] 권총에 들어있던 마지막 탄환이 나에게 발사되는 소리를 끝으로 나는 의문에 대한 그 어떠한 해답도 알지 못한채로 의식을 잃었다. ◆ [주인님 여기에요 여기~] 익숙한 뒤태가 보였다. 작고 여리며 지켜주어야만 할... 강렬한 빛을 내뿜는 연약한 뒤태가. 나는 그 뒤태를 향해 전력으로 달려 나갔다. “기다려줘 나를 버리지 말아줘 꼬맹아!!” [에헤헤~ 제가 주인님을 버릴리가 없잖아요?] 거대한 공간 안에서 기이할 정도로 작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으며 천천히 꼬맹이를 끌어안자 편안한 기분이 온몸에 퍼졌다. “이 세상에 너밖에 없어 너뿐이야.” [저도요 주인님 주인님 뿐이에요] ... 꼬맹이를 꽉 끌어안으며 안정감을 되찾던 것도 잠시,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자 품 안에 있던 꼬맹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꼬맹아? 꼬맹아 어디간거야!!” 나는 갑작스럽게 사라진 꼬맹이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질척거리는 피가 사방에 깔려있는 어두운 공간 안에는 그저 거무튀튀한 형체의 무언가가 잔뜩 늘어서 있을 뿐이었다. [너는 그저 패배자일 뿐이잖아 너를 사랑하는 사람 따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거 사실 알고 있는 거지? 꼬맹이 라는건 그저 환영일 뿐이야 정신 차려] [그러니까 부모님도 너를 포기한 거잖아? 너 같은 정신병자를 누가 좋아하겠어] “닥쳐! 닥치라고 꼬맹이 어디 있는 거야!! 대답해!” 나는 내 앞을 가로막는 검은 형체들을 뚫어내며 꼬맹이를 찾아 앞으로 전진했다. [죽어! 그냥 죽어버려!] [여기서 꺼지라고!] “꼬맹아 대답해...제발” [있지 주인님 어째서 나를 그렇게 사랑하는 건지 물어봐도 되요?] 점점 불어는 피와 전진할수록 기아급수적으로 늘어가는 검은 형체들에 몸이 절반이상 파묻혀가는 와중 자그마한 꼬맹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방안에만 박혀있던 나를 일으켜줬으니까. 너만은... 너만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으니까 이 엿같은 세상에 유일한 내편이니까!!” [그럼 어째서 나를 지켜주지 않은 거에요?] 내정신을 좁먹어가던 검은 형체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내앞에는 여전히 돌아서있는 꼬맹이가 눈에들어왔다. “나는...나는 너를 지키기 주기 위해서 희생 하려했던거야” 내가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자 꼬맹이가 천천히 뒤를 돌아 나를 마주보았다. 썩어들어가는 얼굴에 구더기가 기어다니는 처참한 몰꼴,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지켜주세요 사랑해주세요 저를...저를 받아드려주세요] “...알았어” 그럼에도 나는 꼬맹이에게 다가갔다. 시체가 썩는 역한냄새를 풍기는 꼬맹이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러나왔다. 저건 웃는걸까 우는걸까? [...영원히 함께에요] 콰직, 내가 그랬던것처럼 꼬맹이가 내몸에 이빨을 박아넣어 물어뜯었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끝없는 고양감이 몸에 차오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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