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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화 감금


“그래서... 도대체 여긴 어디인 거야?” 극심하게 정신을 갉아먹어오는 고통을 최대한 잊기 위해 아무도 듣지 않을 혼잣말을 내뱉으며 어두컴컴한 주변을 둘러보자. 내가 의식을 잃었던 쇼핑몰의 내부가 아닌 작은 방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빛이 들어올 수 있는 작은 창문 하나없는, 그저 침대하나 덩그러니 놓여진 고독한 방안. 대머리와 함께 습격했던 중고차판매장의 숨겨진 방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 구역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방안에 가득했던 고깃덩어리나 피가 가득 들어차있던 통들. 묶여있는 좀비와 꼬맹이의 환영. 그리고 수많은 시체들.... 조금만 더 있으면 그 모든 것들이 이 적막한 방안의 풍경과 뒤섞일 것만 같았기에 나는 그 즉시 눈을 감은 채 깊게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다. “하...씨발” 독한 담배 연기와 함께 역겨운 환상을 입 밖으로 토해내자마자 떨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꼬맹이가 보고 싶어졌기에 쓴웃음이 튀어나왔다. “쿨럭 쿨럭...그래 그나마 깨어나자마자 그년 얼굴이 안보인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철컥] 말이 씨가 된다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것일까? 겨우 안 좋은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운 뒤 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닫혀있던 철문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도중 문이 큰소리와 함께 열리더니 여성이 방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일...어 났네” 내가 무언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말을 내 뱉은 여성은 꼬맹이와 똑같은 핏빛의 붉은 눈동자로 내 몸을 훑더니 이내 웃음을 터티리며 뾰족한 이빨이 가득 들어찬 입을 크게 벌렸고, 내 머릿속에 여성이 내 손가락을 뜯어먹었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콸콸 쏟아지던 피가 멈추긴 했으나, 여기서 몸을 더 뜯어 먹힌다면 죽을것이 분명했기에 생존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해야... [주인...] 꼬맹이가 떠오르자 고민의 순간은 짧아졌다. 나는 남은 손가락으로 주먹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똑같이 죽는다면 반항이라도 한번 해볼 생각으로 천천히 다가오던 그녀를 향해 엉성하게 주먹을 휘둘렀고.... 내 주먹이 닫기 직전 여성의 모습이 증발이라도 한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뭐...하는 거야..? 얌전히..먹힌다고 했어” 내 바로 오른쪽에서 나타난 여성이 순수한 의문이 섞인 목소리로 속삭이자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또 다시 보지 못했다. 어떻게 움직였는지. 무엇을 했는지. 만약 이 여자가 나를 죽이려고 했다면... 나는 공포를 억누르며 주먹을 다시 한 번 휘둘렀지만 여성이 금세 내 등 뒤로 이동해 나를 꽉 끌어안아 움직임을 봉쇄했고 탄탄한 여성의 복근과 여성 가슴 특유의 말랑한 감촉이 아직은 내 머리통이 몸에 잘 달라붙어 있다고 작게 알려주었다. “......빌어먹을 누가 순순히 잡혀먹힐 것 같냐?!” “그...래?” 내가 얼굴을 구기며 소리를 지르자 여성은 그저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짧게 수긍했다. 내가 반항을 하던 하지 않던 정말 아무것도 상관없다는 듯한 여유로운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까지 나올 것 같았다. “장난 하는 거냐?” “아니..? 맛보기,... 맛보기 할꺼야” 얼어붙을것만 같은 차가운 온기가 느껴지며 여성의 입술이 내 목덜미 근처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 다시 한 번 주먹을 내지르고 싶었으나 여성에게 붙잡힌 내 몸은 그저 부드러운 시체의 몸 안에 안겨 굳어있을 뿐이었고 머릿속으로는 쇼핑몰에서 보았던 뜯긴 남성의 무리 통이 날아오던 장면이 수없이 반복되었다. “떨어져!!” 나는 단말마와도 같은 비명을지르며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아 엄습할 통증을 기다렸다.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을 그 엿같은 고통을.... [할짝] “읏...” 여성이 분명 내 목덜미를 물고 있다는 감각은 느껴젔으나 상상했던 끔찍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연인이 장난스럽게 목에 키스자국을 남기려는 것 같은 야릇한 쾌감만이 느껴질뿐. “너 지금 뭐 하는 거냐?” “맛...보기 역시...맛있어” 숨조차 쉬지 않고 내 목덜미에 얼굴을 들이박아 핥아오던 여성이 활짝 웃으며 내 얼굴을 억지로 돌려 자신을 마주 보게 만들었다. 만약 평범한 세상이었다면 장난기가 많고 활발해 보이는 여성의 외모였으나 그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퇴폐적인 분위기와 생기 하나 보이지 않은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래도...아직 부족해...부족해” 여성이 중얼거리며 자신의 손가락으로 내 목덜미를 그었다. 분명 손톱이었음에도 날카로운 칼날에 썰린 것처럼 간단하게 배인 목덜미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여성은 기쁜 듯이 다시금 내 목에 얼굴을 파묻어 피를 탐닉했다. 숨소리 하나하나 이 여성에게 속박된 것처럼 숨조차 제대로 내쉴수 없었다. 그저 빨리 이 악몽이 끝나기를 바라며 속으로 생각할 뿐... “하아...하아” 한참을 내 목을 핥던 여성이 마침내 내 목덜미에서 떨어져 나와 입을 닦았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 된 것처럼 방금 보다 얼굴이 한껏 상기되어있는 것과는 반대로 나는 계속해서 피를 빨린 여파로 현기증을 느끼며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또...자는..거야?”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거냐고 쏘아붙일 힘도 없어 나는 그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의식이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차라리 지금 죽는다면 온몸이 산채로 뜯어먹히는 고통은 느끼지 않아도 되는 거겠지.... “으음..그렇.구나...잘..자” 작은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파란 생머리가 내 얼굴 덮었고 분명 사람을 뜯어먹는 변종이었음에도 어째선지 피 냄새나 썩은 고기냄새가 아닌 달콤한 블루베리향기가 나는걸까 하는 의문을 끝으로 나는 의식의 끈을 놓쳐버렸다. ◆ 정신을 잃기 직전 보았던 낯익은 천장이 보이며 흐릿했던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빌어먹을 하루에 몇 번이나 정신을 잃어버리는 거야” “으...음...” 내가 욕설을 내뱉으며 비틀비틀 몸을 일으키려던 도중 옆에서 작은 인기척이 느껴졌기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자, 나를 꼭 끌어안은채 아무생각 없이 잠을 자고있는 여성이 보였다. 마치 백신을 맞은 꼬맹이처럼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의 외모를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던 나는 황급히 머리를 저으며 정신을 차린 뒤 조심스럽게 잡혀있는 몸을 빼내기 시작했다. “(깨지 마라...제발 깨지마..)” 내가 흘렸던 땀 때문에 끈적거리는 살과 살이 마주치는 감촉과 여성이 내뱉는 신음 등이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크게 느껴졌지만, 인고의 시간 끝에 마침내 여성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던 나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맛있는건 아껴먹는다. 뭐 그런 건가?” 몸 상태도 여성이 내가 잠든 사이에 어디를 몰래 뜯어먹은 것은 아닌지 약간의 빈혈 기운만이 느껴질 뿐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이정도 몸 상태라면 여기서 충분히 도망칠 수는 있을터 였다. 있을 터 였지만... “변종 주제에 잠도 잘자네” 나는, 내가 없어졌음에도 깨닫지 못한 채 몸을 둥글게 말아 잠을 자는 여성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몸에서 칼날을 끄집어내려 했다. 지금이라면 이년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크읍..” 온몸의 근육들이 비틀리는 감각에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억지로 삼켰지만 아쉽게도 내 몸은 무기로 쓸만한 무언가 하나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했다. 피가 모자라서인지. 아니면 내 몸에 남아있던 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해 여성이 깨어나기라도 한다면 정말 말짱 도루묵이었기에 나는 조용히 살의를 억누르며 열려있던 문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변종 여자가 있는 이곳보다는 훨씬 낫겠지. 일단 여기서 빠져 나가서 몸부터 치료한 다음에 꼬맹이를.... “키...에엑” 행복한 상상을 하며 방밖으로 발걸음을 내딛자마자 익숙한 울음소리와 함께 커다란 형체의 무언가가 앞길을 막아섰다. “너...” 3개의입 통로를 가득매울 거대한 몸 거미같이 죽죽 늘어난 팔다리. 분명 꼬맹이가 죽여 좀비의 먹이로 주었을 괴물. 그 괴물이 침을 뚝뚝 흘리면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어떻게 살아있는 거냐?” “키에엑!!” 커다란 비명과 함께 3개의 입구멍이 내 눈앞에서 벌어지며 압도적인 절망감으로 마음속의 의지가 뭉텅이로 잘려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차라리 한번에 죽...” “안돼... 그건 내 꺼야” 잠들어있던 여성의 목소리가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자 괴물은 나를 집어삼키려는 움직임을 멈추더니 어느새 내 앞으로 움직인 여성에게 고개를 숙였다. 꼬맹이가 잠시 이 녀석의 움직임을 불완전하게 멈췄을 때 와는 달리, 순전히 자신의 의지로 멈춘 것만 같은 자연스러운 움직임. “끼...익” “그래..도 안돼” 마치 괴물이 자신의 애완동물이라도 된다는 듯 훈육하는 여성과 강아지처럼 그녀의 손짓에 애교를 부리는 괴물.... 저놈이 진짜 내 손을 뜯어먹었던 녀석이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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