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화 아침
머리가 그대로 침대로 내동댕이쳐지기 직전, 마치 시간이 정지한듯 괴기하게 멈춰선 여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침과 쿠퍼액으로 엉망진창으로 번들거리는 얼굴 이였음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미소를 고정시킨 채 나를 올려다보는 그 모습이 마치 생기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 매장의 마네킹과도 비슷해보였기에 내가 품었던 욕정이 차갑게 내려앉으며 주먹에는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끄윽...”
“이제...아프지 않지?”
내가 지금도 아파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여성은 싱긋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크게 벌렸다. 얼른 다시 자지를 집어넣으라는 듯 자신의 식욕을 억눌러 달라는 듯 그녀는 그렇게 필사적으로 나에게 매달렸다.
“지랄 하지마!!”
방금까지의 내가 이성을 잃고 사람고기를 씹던 입속으로 지채없이 성기를 집어넣었 다는 것을 깊게 후회하며 그대로 여성의 얼굴에 마침내 주먹을 제대로 꽂아넣었다. 퍼억 하는 경쾌한 소리와는 반대로 아무런 아픔도,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지 여성은 그저 웃을뿐이었다.
“건..강하...네”
나는 마치 어린 아이가 공포에 질린 것처럼 그저 막무가내로 여성의 얼굴을 내려찍었다. 쩌억 쩌억 누구에게서 나는지 모를 소음. 여성은 반항하지 않았지만 여성의 몸은 내 주먹으로 상처하나 제대로 입힐수 없었다.
“끄으읍..”
내손가락이 부러져 나가는게 느껴졌으나 나는 멈추지않았다. 손가락이 전부 갈려나가도 팔목이 부러져도 나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이 녀석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었으니까. 나를 찾아올 꼬맹이가 눈치챌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이 엿같은 여성에게 복수를 하기위해서 그리고...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좋으니 꼬맹이의 감정에 파문이 생기기를 바라며 쉼없이 손을 움직였다.
...
그렇게 수십 어쩌면 수백번의 주먹질 끝에 진물과 피가 섞인 역한 액체가 내 몸에서 부터 잔뜩 흘러나와 온방으로 흩어졌고 그 역한 냄새가 여성의 식욕을 자극했는지 끈적거리는 여성의 얼굴은 이미 침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내가 할수있는건 아무것도없었다. 의미없는 반항이었다.
사냥을 위해 내가 건강해지기만 하다면 아무런 상관도 없다 건가? 아니면 내 주먹이 피할 가치도 없다는 건가? 빌어먹을...빌어먹을
“허억...허억”
더 이상 팔을 들어 올릴 힘조차 남지 않아 몸을 무너뜨리자. 분노인지 착란인지 모를 감정으로 억눌려있던 열기와 고통이 단번에 튀어 올라왔다. 하! 참으로 한심한 남자가 아닌가. 이성을 성욕에 집어 먹혀 여성의 형체로 된 미지의 무언가에 홀리다니...아마 죽어서도 꼬맹이한테 제대로 얼굴을 들어 올리지 못하겠지.
“지...친거야?”
“좆...까”
옅은 숨을 몰아쉬며 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네 울퉁부퉁 보기흉하게 꺾여있는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여성은 차분히 자신이 맞은 얼굴을 매만져보다 급격하게 정색하더니 내 곁으로 다가왔다.
“더...건강..하게 해줄게”
여성은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졌다. 식욕 때문인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있는 모습과 꼴에 인간이었던 시절의 기억이 남아있어 섹스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싶어 혼탁한 의식 사이로 비웃음이 튀어나왔다. 이년은 절대 인간이 아니다.
“건강하게 해준다고,,? 엿같은 소리말고 당장 저리 꺼져버려 그냥 내버려 두라고”
“알...아 위에 올라...허리 흔들면 남자..건강해져”
뚝뚝 끊기는 여성의 목소리가 한층 더 흐릿하게 들려와 의식을 혼탁하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하반신에서는 차가운 얼음이라도 가져다 된 것처럼 묘하게 서늘해졌다.
“으..음 아읏”
여성의 신음 소리와 함께 거대한 가슴 두덩이가 눈앞에서 출렁거리며 물결을 이루자 차갑고 뜨겁다는 상반되는 감각이 나를 미칠 듯이 몰아세웠으나 점차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나를 끊임없이 몰아세워 정신줄을 놓게 만들려고했던 엿 같은 블루베리 냄새도 어느 순간부터 나지 않았다.
나를 흥분시키려던 출렁거리는 거대한 가슴과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여성의 얼굴도 시야가 흐릿해져 더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퍼억 퍼억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어 떡방아를 찢는 소리도, 여성의 고용이 같은 신음도... 시야가 어두워지는 것처럼 점차 멀어져간다. 몸의 주도권이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양도되는 것처럼 서서히...서서히 의식이 한층 더 깊고 깊게 내려앉아 심연 과도 같은 어둠 속으로 내려앉았다.
이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기에 나는 그저 묵묵히 내 상황을 받아들였다.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이 꿈이었던 것처럼. 모든 것들이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나를 괴롭히던 야구부 부원들도 여자친구도 고독한 방안에 갇혀있던 나를 벌레처럼 바라보던 가족들도 대머리도 범죄자도 괴물도 전부 없었던 것처럼....
[콰직]
영원과도 같은 고통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이 나를 감싸 안았을 때 문뜩 옅은 통증과 고기를 씹는듯한 소음이 머리통에서 울리면서 무언가가 내 다리를 붙잡아 어둠속에서 끄집어내는게 느껴졌다.
◆
“콜록 콜록...아아 빌어먹을 좋은 꿈이었던 것 같은데..”
입안에서 묘하게 비릿한 맛이 난다는 생각과 함께 눈이 뜨였다. 오늘로 며칠째였더라? 3일째였던가? 2일째였던가? 어쩌면 일주일이 흘렀을 수도 있으려나...
멍한 정신으로 여기서 맞는 몇 번째 아침인지 생각하며 여유롭게 하품을 토해내자 옆에서 나를 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
고장난 마네킹처럼 어색한 움직임으로 고개를 돌리자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온몸이 기름칠이라도 한 것인지 번들거리는 모습.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며 어제 있었던 모든 일들이 떠올랐다. 죽어가던 나를 웃는얼굴로 건강하게 해주겠다며 강간을 하던 여성의 모습과 거대한 가슴... 아아 그래 내가 기절하는 사이에도 나를 개처럼 따먹고 있었던 거겠지.
“나한테 무슨 약이라도 먹인 거냐?”
“...아..니”
그렇게 한참 서로 노려보던 와중 나는 이상하게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몸상태를 뒤늦게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먼저 입을 열었다. 몸이 아프지 않았다. 아니, 괴물에게 팔을 뜯어먹히기 전보다 상태가 훨씬 좋아 날아갈 것만 같았다. 두통도, 심지어는 없어진 팔부분에서 느껴지던 환상 통도 느껴지지 않는 그저 평범하고 좋은 아침처럼.
“그러냐...그렇겠지 네년이 나한테 좋은 일을 할 리가 없지”
여성은 내 말에 몸을 움츠렸다가 무언가를 떨쳐내려는 것처럼 고개를 가로젓고는 몸을 일으켰다. 쿵쿵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여성의 음부에서 주룩 주룩 쉴 틈 없이 흘러나오는 정액이 내가 의식을 잃은 동안 얼마나 격하게 성행위를 했는지 싫어도 알 수 있게 해주어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그나마 성욕이 우선시 되어 산채로 뜯어 먹히지는 않았으니 좋아해야하는 것이 맞는 거겠지.
“밥..먹어.건강...해져야해”
자신의 하반신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하게 내뱉은 여성의 말이 끝나자 마자 쿵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이제는 익숙해진 거대한 팔 하나가 들어와 무언가를 놓고는 빠르게 사라졌다. 내가 먹었던 군용 전투식량. 저 괴물은 멀리서라도 여성의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아니면 밖에서 정사를 지켜보며 자위라도 하고 있었거나...
“....”
내가 멍청한 생각을 하는 동안 여성은 나를 내버려둔 채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잠깐 돌아본 것 같기는 했으나 어찌 됐건 혼자 방에 남게 된 나는 닫혀있는 방문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식량을 들어 올렸다.
“....약이라도 먹인 게 아니라면 도대체 내가 어떻게 살아있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항생제는커녕 작은 진통제조차 없었고 내 몸은 이미 죽기 직전이었다는걸 지금이라면 알 수 있었다. 사라진 왼팔 부분에서 흘러내리던 점액질은 이제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어제 여성을 내리치며 부러졌던 팔과 손가락들은 이미 제자리를 찾은 지 오래였다는 듯 흉터하나 없이 깔끔했다.
마술이라도 부린건가? 상황을보면 정말 자고일어난 정도의 시간밖에 흐리지않은 것 같은데 그 짧은 시간안에 위독했던 내몸이 회복되다니.... 진짜 몸을 섞는 것으로 몸상태가 좋아진다면 카사노바 같은 사람들은 진작에 불노불사라도 되어있었을태고....
[꼬르르륵]
“미치겠군 이와중에도 배가 고프다니....나도참 낙천적이네 빌어먹을”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생각을 거듭해봐도 내가 살아난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에 머리를 긁적거리다 이계속해서 울리는 배에성원에 못이겨 한숨을 내쉬며 전투식량을 입에 집어넣었다. 여전히 맛있다고밖에 생각되지않는 식량이 내가 지금 살아있다고 속삭이는 듯 했다.
“꼬맹이는 잘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