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47화:세력 영역 개편
47화
소집 명령이 있던 다음날.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지금 건축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강석현과 같이 숙소 건물의 설계를 하고 있었다.
물론 설계라고 하기에는 내가 아이디어를 내고 강석현은 그걸 받아적고 있는 것 뿐이지만.
"그럼 말씀하신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오케이…. 그렇게 하면 될 것 같네."
숙소의 기본적인 구조는 2인 1실, 총 7층으로 된 숙소를 지을 예정이다.
하나의 층에 최대 40명을 수용할 수 있게 설계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일단은 부엌과 화장실을 각 층에 하나씩만 배치해 공간 소모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샤워실은 1층에 하나만 크게 설치하고 시간에 따라 사용 성별을 구분 짓는 방법으로 공간을 최적화하기로 했다.
배급소의 위치도 숙소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어떤 공용 시설이 필요할지 모르니 1층은 공용 시설을 두고 최대한 공간을 남겨둘 생각이다.
그렇게 총 2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의 설계를 맡겨놓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그들의 일터를 꾸릴 계획을 이소연과 같이 짜볼 생각이다.
"작업장도 숙소 근처에 설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편이 효율이 좋을 것 같기도 하구요."
"숙소를 공원에 세울 생각이었는데 그럼 옆 상가 건물의 벽을 없애고 거기를 작업장으로 개조할까?"
"그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오빠 능력이 영역 내의 벽이나 천장, 바닥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했으니 그 방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그 방법도 만능은 아니야. 말그대로 편집만 가능할 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안 되더라."
사실 영역이 세력 경계까지 확장되었을 때 벽을 세우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벽을 세우는 건 불가능했다.
"그럼 숙소가 완성되면 공원 옆 상가에 작업장을 새로 마련하는 걸로 하자."
"숙소 완공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설계도가 완성되는 순간부터 시작하면 2주 안쪽으로 걸리지 않을까? 저 큰 벽도 세우는데 한달이 안 걸렸으니까."
"그럼 지금 작업장은 놔두고 그 상가에 추가적으로 설치하는 걸로 해요. 나중에 숙소가 지어지면 그때 지금 작업장을 폐쇄하고 옮기죠."
"그게 맞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숙소로 옮기고 각성자들과 기술자들을 수용할 것이다.
그 편이 인력 관리에도 좋을테니까.
"너도 이제 좀 많이 바빠지겠네."
"하… 그러게 말이에요."
지금까지는 해봐야 60여명을 관리하면 됐고 그마저도 40명 정도는 장감독님이 관리해주고 있으니 크게 신경쓸 일이 없었는데 이제 그 수가 확 늘었으니까.
"숫자 계산만 했으면 좋겠는데…. 사람들 감정 싸움하는 것까지 들어줘야하니 열받아서 아주…."
이소연이 맡은 역할은 총괄 인력 관리다.
원래는 마일리지 계산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인력을 총괄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소연의 고생길이 훤히 열리게 되었다.
각성한 능력을 사용하며 빠르게 업무를 마쳐서 할 일이 없다며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원래 일이 없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면 일이 많아지는 게 국룰이지.'
사람이 모이면 처음에는 트러블이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만이 쌓이기 마련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염치는 있는지 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불만이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튀기 시작한 거다.
"참… 어차피 얘기 들어보면 다 거기서 거긴데 말이에요…. 누가 잘못했니 뭐했니…. 말 들어보면 그냥 기분이 나빠서 좀 말이 날카롭게 나와서 그랬다 이건데 그걸 가지고 왜 나한테 와서…."
"참나, 고등학생들도 아니고 뭘 그렇게 일러바치냐."
"오히려 걔네들이 더 얌전해요. 운동하는 애들이라서 엄청 까불거릴 줄 알았는데 장영준 감독님이 잘 지휘해서 그런가 저보면 먼저 고개 숙여서 인사하고…. 처음에는 어색하기까지 했다니까요."
"아 그래? 너한테까지 하는구나? 나이차이 나봤자 한두살 차이일텐데 말이야."
"감독님이 시켰다나봐요. 한살차이든 뭐든 연장자라고."
캬, 감독님이 애들을 완전 잡아놨나보네.
보통 이런 거 시켜도 몇놈만 하고 안 보는 곳에서는 쉬쉬하는데.
'뭐, 애초에 멀쩡한 녀석들이니 내가 받았지.'
팀 막내의 누나가 몹쓸 짓을 당해 자살을 했고 그 일이 처벌이 되지 않았을 때 한 복수.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혈기왕성한 고등학생들이 열이 받아서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것에 대한 책임을 단 한명도 회피하지 않고 다같이 추방이라는 벌을 받은 건 또 다른 이야기다.
그것 하나만 봐도 장영준 감독님이 애들을 책임감있는 학생들로 잘 키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도 그런 이야기들로 어느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40명이나 되는 각성자를 받아들인 거다.
"그리고 걔네들은 요즘 아주 살판 났지?"
"네, 근무 시간이 반토막이 났다면서 요즘은 놀거리 찾고 있던데요?"
"그래?"
나중에 시간 남으면 놀 곳이라도 하나 만들어줄까.
pc방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공이라도 찰 곳 하나 있으면 아주 신나게 놀 걸요?"
"아주 나중에 땅이 남아돌 때가 되면 야구장도 지어주겠다고 해.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오빠, 그런 공수표 막 남발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진짜 해줄거야."
나는 그렇게 소연이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면서 개편안의 구상을 완료했다.
"이건 네가 정리해서 나한테 줘. 그럼 내가 주민들한테 말해줄게."
"네, 알겠어요."
하, 이제 좀 숨 좀 돌릴 수 있겠네.
물론 숨 좀 돌릴 수 있겠다는 것도 오늘의 이야기.
내일도 기술자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이 일할 장소에 대해서 상담을 해봐야한다.
그 내용에 따라 앞으로 내가 쉴 수 있을지 없을지가 정해진다.
하, 제발 별 일 없었으면.
***
"흐아아…."
오늘도 기술직들과 작업에 대한 상담을 하느라 시간이 다 지나갔다.
최근에 들어온 기술직 3명은 한팀으로 묶기로 했다.
다행히 이 근처에 차량 정비소가 하나 있어서 따로 건물을 짓지 않아도 일할 장소는 즉시 마련이 되었다.
근처에서 비교적 멀쩡한 차량을 하나 구해서 정비를 시키면 될 것 같다.
용접도 그 과정에서 필요할 것 같고 목공은 숙소에 들어갈 테이블이나 서랍장을 지금부터 만들어달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침대는 애초에 지을 때 시멘트로 침대 놓을 곳을 높게 채워놓으면 돼서 굳이 만들 필요는 없는데…."
다른 가구들은 그런 방식으로 퉁칠 수 없어서 직접 만들어달라고 해야한다.
서랍 150개, 옷장 80개, 테이블 10개를 2~3주 안에 만드는 게 혹시 가능하긴 하냐고 물었더니 그걸 어떻게 혼자 하냐고 경악하던 그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자재 공급부터 생각해야하긴 하지."
이번에 세력으로 인정 받으면서 받은 3,000,000P.
나는 이걸로 채집 로봇 다섯 대를 구매해 뒷산과 공사장으로 보내서 건설 자재와 나무를 수급해오라고 명령을 내려놓았다.
덕분에 건설 로봇은 건설의 역할만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숙소의 건설이 덕분에 더 빨라질 수 있을 거다.
"그러면 이제 문제가 하나 남았는데…."
이제 가장 큰 문제는 수원의 확보.
원래는 사람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가끔 내리는 비로 충분히 충당이 가능했는데 사람의 수가 많아진 이상 그 방법만으로는 힘들어보인다.
이젠 가을이라 그런지 비도 많이 안 내려서 안 그래도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사실 방법은 생각해놓은 게 하나 있다.
다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내 영역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방법.
저번에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던 것처럼 밖으로 나가야한다.
다만 그때와 달리 훨씬 더 멀리 나가야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이 근방에 호수 공원이 하나 있지.'
그것도 꽤나 큰.
지금 당장도 물이 부족한 건 아니니 장기적인 플랜으로 보고 있어야겠다.
고작 몇분 걸어서 도착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니까.
적어도 차로 1시간은 가야 있는 거리인데 걸어서 가면 얼마나 걸리겠는가.
게다가 몬스터의 습격을 받을 것까지 생각하면 훨씬 오래 걸리겠지.
"이제 대충 끝났지?"
스스로 되짚어보니 이제 강석현이 설계도를 가지고 올 때까지 할 게 없다.
숙소 건축에 스케줄이 전부 맞춰져있으니까.
그럼 할 건 단 한가지 밖에 없다.
띠딩-딩~
익숙한 컴퓨터 부팅음이 들리자 나는 바로 마우스를 잡고 게임이 깔려있는 폴더로 들어갔다.
"간만에 못했던 게임 몰아서 해야지."
어차피 이제 난 시킬 일만 남았고 바쁜 건 일을 할 사람들이다.
나는 시간이 잘 녹는 걸로 유명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켜려고 마우스를 올렸다가 왠지 모르게 질린다는 느낌을 받고 다른 게임으로 노선을 틀었다.
"아, 간만에 이 게임해볼까."
내가 지금 켠 게임의 이름은 아메리카 프로 바스켓볼 2025.
시리즈의 평가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가끔 적당히 즐기기에는 좋은 게임이다.
나는 건강 유지의 효과로 체력이 조금씩 회복되는 걸 느끼면서 게임기에 몸을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