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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35.대학교


진서가 골라준 블라우스에 테니스 스커트는 사실 샀을 때 빼고 처음 입어보는 옷들이었다. 하루종일 밥,섹스,게임,집안일 만 하느라 하루를 다보내는 삶이었기에 이런 외출복을 입을 일도 없없을 뿐더러, 진서의 손에 이끌려 옷들을 살 때 진서가 마음에 들어 결제해 준 옷들이라 진서 취향의 옷들, 너무 여성스러운 옷들이었기에 내 스타일은 아니었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막상 입고 나오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 이 스커트는 너무 통기성이 좋다. 선선한 봄의 차가운 바람이 가랑이를 스치는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입지 않은 것 처럼 느껴져, 이거 사실 팬티차림으로 나간거나 다름없는거아니야?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늘거리면서 바람에도 잘 움직여 조금만 바람이 분다면 뒤집어져 팬티가 보일까 걱정이 됬다. 아, 혹시 진서가 쓴 글씨는 팬티로도 다 가려졌을까? 여자의 팬티는 면적이 별로 안 넓다. 혹시 글씨가 삐져나왔을까? 혹시나 누가 보게 된다면... 화장실에 가서 글씨가 가려졌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지금 바삐가도 지각을 안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기에... 나는 치마가 안 넘어가게 의식하며 발걸음을 재촉해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은 출퇴근 시간은 지나서 한적했다. 다행히 자리가 있었고 그 자리에 낑겨 앉았다.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앉으니 옆 사람의 허벅지에 쓸려 살짝 스커트가 밀려 올라갔다. 나는 앉고 나서 뒤늦게 눈치채고 스커트를 붙잡았다. 이런 짧은 스커트는 너무 불편하다. 보기에는 예뻤지만 방심을 하다가는 손 쉽게 못 볼 꼴을 보여주고 말 것 같았다. 내 맞은편의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 대학교의 과잠이다. 입은 거는 신입생 정도로 보이는 애인데 생각보다 훤칠하다. 고딩 때부터 피부관리를 잘 했는지 여드름 자국 없는 생각보다 멀쩡한 얼굴, 키도 꽤 큰 듯했다. 그는 내 시선이 닿자 황급히 내 눈을 피했다. 아까 스커트가 올라갔을 때 본 모양이었다. 순간 기분이 나빠지려 했지만 수줍게 구는 그 행동에 뭔가 괜찮아졌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냥 무신경하게 오나홀 쓰듯 나를 대하는 남자(진서)만 보다가 저런 식으로 반응하는 남자를 보니 신선했다. 내가 원래 남자인 것을 아는 내친구들, 아니면 키스방에서 만난 남자들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그 남자는 나와 같은 역에 내릴 때 까지 계속 내 쪽을 힐끔거렸다. 그는 안 들켰다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의외로 이런 시선은 알아차리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닮는 것도 아니니 무시하자는 쪽이 맞겠지. 지하철에서 내리자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했다. 하지만 고장. 늦은 나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나는 황급히 계단을 향해 뛰었다. 마음이 조급했다. 다행히 진서가 구두를 신어라는 소리는 안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계단을 2칸씩 다리를 벌려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치마를 입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나는 황급히 손으로 치마의 뒷부분을 붙잡았다. 혹시나 이 모습을 보였을까 싶어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 내 앞에 앉아있던 남학생이다. 보였겠지? 보였을 거다.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그 남자애의 탓은 아니다. 그 남자애도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 나서 계단으로 왔을 것이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이번에는 한 칸씩 계단을 오르려고 했다. "저, 저기요..." 설마 날 부르는 건가? 뒤를 힐끔거려 쳐다보니 날 부른게 맞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네?" "저.... 혹시 저 이런 적은 처음인데...." 설마 그건가? "혹시 인스타 아이디 좀 알 수 있을까요....?" 설마 그거였다. 이상한 기분이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뛴다. 어떻게 대답할지 순간 망설였다. 당연히 연락처를 줄 생각은 없었다. 단지 어떻게 거절을 할까 망설인 거다. "아, 제가 인스타를 안해서요...." "그렇다면 혹시 번호...." "죄송합니다. 저, 수업이 늦어서.... 빨리 가야해서요. 먼저 가볼게요." 지금 가슴이 떨리는 것은 놀랐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남자를 내버려두고 황급히 계단을 뛰어가듯 올라갔다. 이번에는 치마를 붙잡고 한 칸씩 말이다. 그러면서 머릿속엔 급한 마음에 의식에서 멀어져 있던 내 팬티 안이 생각이 났다. 이걸 보여주면 저 남자는 뭔 생각을 할까? 더군다나 내가 남자였던 것을 알면 또 어떤 표정을 지을까? ********* 나는 강의실 앞에 서서 호흡을 골랐다. 다행히 서두른 탓인지 한 3분 정도 늦지 않게 도착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전공필수과목이라 나와 같이 휴학을 한 복학생들로 가득할게 뻔했다. 강의실 문을 열자 안을 가득 채운 시끄러운 젊음의 소리가 들렸다. 혼자 밥을 먹기 싫은 아이들은 방학이나 휴학 중 생긴 어색함을 깨기 위해 끼리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군데군데 아는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남학생들이다. 아는 척을 하지 말아야지... 나는 그들을 알지만 그들은 나를 모르기에... 내 눈은 빈자리를 찾기위해 강의실의 구석구석을 해집었다. 하지만 옆이 빈 자리는 없었다. 이래서 학기 초에는 빨리 와야한다. 먼저 자리를 잡고 누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게 편하다. 아니라면 먼저 내가 다가가야 한다. 더군다나 성별이 바뀌면서 대학이 해준 배려 때문에 과 내에서는 나는 형식 상 편입생 신분이었기에 더욱이 이런 게 불편했다. 누구의 옆에 앉아야 할까? 저기 저 노란머리 여자애? 아무리 몸이 여자가 되었다고 한 들 여자애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다가가는 것은 뭔가 마음이 불편했다. 더군다나 저기는 이미 그룹을 이루고 있는데.... 끼워줄까? 아마 티를 내지 않아도 불편해 할 것 같았다. 그럼 저기 저 안경 낀 남자애? 못 보던 얼굴인데 쟤도 나처럼 아직 그룹이 없는 애 인것 같았다. 쟤도 편입생인가? 아니면 아직 군대를 안 간 남학생? 그렇게 여러생각을 하던 도중 내 시선은 다른 빈자리를 향했다. 저 자리가 좋다 적당히 뒤면서도 나가기 편한자리. 그 옆의 대상이 누구인지 바라보았다. 세진이었다. 맞다 세진이도 있다. 일부러 알면서도 머릿속에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세진이도 나와 같은 과였지만 복학을 안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뻔뻔히도 그 자리에 있었다. 나한테 그런 짓을 하고도 말이다. 분노가 가득 찬 내 생각과는 달리 세진이를 보자 내 몸은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내게 지르는 소리, 술에 취해 풍기던 냄새, 내 발버둥 따위는 한 손에 제압하던 두꺼운 손, 내 몸을 거칠게 찢으며 들어왔던 기억들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생생히 재생되었다. 하지만 나는 되려 겁먹은 표정을 감추고 눈에 힘을 주어 세진이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되려 세진이의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당혹감이 서려있었다.. 세진이는 황급히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가방을 싸서 황급히 강의실을 나갔다. "야, 박세진, 곧 수업인데 어디가?" 다른 남자 복학생들이 세진이를 불렀다. 하지만 세진이는 그냥 말 없이 강의실을 박차고 나갔다.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세진이의 뒷모습을 응시 한 뒤, 세진이가 있던 자리에 내 가방을 올려놓았다. '그래 그냥 자리가 난 거야. 저 새끼가 뭘 하든 나랑 상관 없는 거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계속 마음이 쓰였다. 그래도 오랜 친구였기에 내심 간만에 본 얼굴이라 반가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잘못한 강아지 마냥 낑낑거릴 것 만 같은 표정 때문이었을까? 나는 가방을 놔두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세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멀리 가서 찾을 필요도 없었다. 바로 앞에서 세진이의 컬러링 소리가 들렸다. 세진이가 있던 곳은 강의실 밖 벤치. 거기서 몸을 웅크리고 훌쩍거리고 있었다. "...야, 우냐?" 세진이는 갑자기 들린 내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것 같았다. 그는 황급히 옷깃으로 얼굴을 훔쳤다. 눈물, 콧물 다 팔에 묻었다. "수업 안들을꺼야?" "미안...." "아니 누가 미안하다 하래? 수업 안 들을꺼냐고? 왜 갑자기 울면서 쳐 뛰쳐나가는데? 누가 보면 니가 강간당한 줄 알겠다." 내가 강간이라는 말을 꺼내면 세진이가 당황할 줄 알았다. 혹시나 주위에서 그 말을 들을까 싶어 놀라 주위의 눈치를 살필 줄 알았다. 하지만 세진이는 그러지 않았다. "....미안해, 너가 복학 할 줄 몰랐다. 자퇴할께." 그의 유약한 태도에, 글썽거리는 눈망울에 마음이 약해졌다. 정말 나한테 미안하구나.... "일단 들어가, 가서 수업 듣고 이야기하자. 지금처럼 쳐 피하지 말고. 여자가 된 건 난데 왜 니가 계집애 처럼 질질짜냐? 눈물 그치고." 나는 세진이의 손을 잡고 끌었다. 그 큰 손이, 큰 덩치가 내 작은 손에 반항하지 못하고 끌려왔다. 그렇게 세진이를 이끌고 강의실로 향했다. 이미 강의실은 교수님이 들어와 출석을 부르는 중이었다. "김하은." "네!" "나은지..." [벌컥] 다행히 아직 이름이 불리기 전이었다. 하지만 늦게 들어온 탓에 이목이 집중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세진이의 손을 잡고있는 내게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황급히 세진이의 손을 놓았다. 하지만 교수님 또한 그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한창 좋을 때 인건 알겠는데 연애는 수업 끝나고 하자." 교수님의 장난기 섞인 말에 강의실에 웃음이 퍼졌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세진이도 눈치 없게 내 옆자리에 앉고 말았다. 딴 남자애들 옆에 빈자리도 많은데 굳이 이렇게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데 내 옆자리에 덜컥 앉아버리면 커플이라고 오해를 받지 않겠는가. 나는 속으로 세진이의 곰 같음을 탓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의 출석은 계속되었다. "서지우, 서지우 없나?" 아, 그러고 보니 편입하면 서 쓴 내 가명이다. 나는 급히 대답하느라 당황한 나머지 "네엑!" 혀를 씹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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