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49. 누..누구..
최고의 호스트.
49.
와 버렸다, 강남에.
택시를 타고 강남역까지 직행한 우리는 쿄보문고 사잇길 이면 도로에 들어왔다.
삐잇 삐삐잇 삐삐 삐삐잇-
그러자, 우릴 반긴다는 듯 휘황찬란하게 켜져 있는 네온사인들이 보였고.
클럽에서 흘러나오는 소음들까지 더해져 주변이 쿵쿵 울리는 게, 순간 귀가 먹먹해졌다.
“어때. 죽이지 않냐?”
이제야 살아 숨 쉬는 것 같다는 표정의 형님.
뭐가 죽인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이제 목요일인데도 사람 많은 거. 그거 하난 기가 막혔다.
“여긴 뭐 이렇게 시끄럽대요..?”
“얌마, 강남 임마. 강남역 메인 골목인데 당연한 거 아니냐?.”
“…….”
거 참. 처음 와 볼 수도 있지. 더럽게 뭐라 하네.
처음 와보는 공간에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니.
여기도 헐벗은 여자, 저기도 헐벗은 여자.
… 이럴 거면 회식 때, 차라리 란제리 말고 여길 왔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었다.
“야! 저기 봐봐. 쟤네가 너 쳐다본다.”
“에..?”
내 귀에 소곤소곤 속삭이는 형님.
그의 말에 고개를 돌리니…
“야..! 뭐 해..! 쳐다보면 어떡해. 조용히 뒤도는 척. 몰래 봐야지.”
‘…….시발롬이..’
“아 예..”
…어딘가 맘엔 안 들었지만,
뭐.. 나보다 적어도 많이 놀아봤을 테니.
뭐든 낫겠지.
“그럼 어떻게 해요..?”
“넌 뭐 할거 없어. 그냥 이 상황을 즐기라고~”
어딘가 의기양양한 형님의 목소리에,
‘길거리에서 뭘 즐기라는 거야..’
곧 그가 가리키는 고갯짓에 따라 시선을 돌리자.
“허…”
수많은 사람들이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예쁜 여자, 잘생긴 남자, 클럽가드. 아르바이트생.
심지어 오징어 횟집에서 헌팅당하던 여자까지.
‘근데 왜 쳐다보는 건데..?’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도 이 정돈 아닌 것 같은데.
스읍… 강남에 인재가 없나?
“야! 가자.”
“예? 어딜가요?”
“…클럽 온 거잖아 우리.”
“아..”
그렇게 형님을 따라 걷길 잠시.
머지않아 한 클럽 입구에 멈춰 선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누군데요?”
“있어봐. 그냥 막 들어가는 게 아니야. 어~ 여보세요?”
“……”
“어. 우리 입구야. 빨리 나와 봐.”
몇 마디 하시더니 뚝 끊어버린 형님.
내가 뭔가 싶어 빤히 쳐다보니, 그는 말없이 담배 한 대를 건네며 불을 붙였다.
……일단 폈다.
공짜로 주니까.
칙칙 후우우우
“그래서 형님. 여기서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 거예요?”
“좀만 있어 금방 나올 거야.”
딱히 믿음은 안 가지만.. 우선 지켜보기로 했다.
“여긴.. 누구?”
..!
순간, 내 뒤에서 스윽 하고 나타난 의문의 남자.
내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형님이랑 아는 사이인지 둘은 반갑게 인사했다.
“어~ 아는 동생. 잘생겼지?”
“어. 존나 잘생기긴 했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근데 왜 이렇게 숫기가 없어? 수원 사람이야?”
“그게 뭔 상관이야. 어차피 안에 들어가면 프리패슨대.”
“그렇긴 해. 흐흐.”
날 보며 실실 웃는 둘.
‘프리패스?’
이내 담배를 다 피웠는지, 남자는 우릴 클럽 안으로 입장시키기 시작했다.
둠 둣 둣둠둠 둣둠-
클럽 지하로 내려는 길.
남자는 입구에 서 있는 직원에게 우리 둘을 가리키며.
“둘.”
이라고 시크하게 읊조렸고, 순간 직원은 내 손을 잡아 도장을 찍어줬다.
“지워지면 안 돼요.”
“뭘 안돼, 얼굴만 봐도 기억하게 생겼구먼.”
같이 온 형님 손등에도 도장을 찍자.
“그.. 이름이 뭐죠?”
“아, 저 김민우인데요?”
“네. 민우 씨. 일단, 제가 테이블 하나 잡아드릴 테니까, 거기서 놀고 계시면 돼요.”
“어… 네.”
남자는 내게 설명한 뒤 형님을 불러 속닥였다.
나도 뭔 소린가 궁금하긴 했지만..
가뜩이나 시끄러워서 잘 들리지도 않는 탓에, 그냥 신경끈 채 주변을 둘러봤다.
둥둥둥둥둥-
‘여기가 진짜 클럽이구나.. 내가 갔던 곳은 완전.. 일반 술집이었네.’
입구부터 다르게 생겨선, 오가는 사람들 마저 잘생기고 예뻤다.
마치 수원 호빠가 헌팅포차라면,
여긴 강남 호빠랄까.
“이쪽으로!”
멀리서 부르는 남자의 외침.
“아.. 네!”
난 혹시라도 길을 잃을까 싶어 다급히 따라갔다.
둠둠둠- 삑 삑삑삑!-
클럽 안에 들어와 남자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녔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어느새 도착한 중앙 테이블에 날 앉혀둔 남자는, 손을 귀에 가져다 대며 외친 뒤 어딘가로 사라졌다.
‘와.. 사람 존나 많네 진짜..’
어지러운 사이키 조명들 덕에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어림 잡아도 몇 백 명은 될 것 같은 인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
여자의 팔을 붙잡고 돌아다니는 사람.
휴대폰을 들고 빈 화면만 보고 있는 사람.
‘쟤는 뭐 화장실에서 까지 헌팅을 하고 있냐.’
“어때!”
“…좋네요.”
고개를 돌리니, 쾅쾅 터지는 베이스 소리에 몸을 맡기고 있는 형님.
‘시발.. 저거 보니까 예전 생각나네..’
문득 첫 헌팅이 생각나 수치플을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울 치료를 받으면 이런 기분일까.
난 내게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삿대질 춤을 추고 있는 형님을 무시한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너무 시끄러운데..?’
헌팅포차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팡팡 터지는 음악 소리에, 삐이-. 거리며 고막이 고장 나는 기분이 들었다.
‘쟤는 뭐 하는 거야?’
저 멀리 눈에 띄는 남자가 있어 쳐다보니, 혼자 테이블에 올라간 그는 양손에 휴지를 가득 들고 있었다.
뭐 하는 건가 싶어 구경하는데…
‘미친놈인가..?’
쾅쾅 울리는 노래에 잠시 버퍼링이 걸리자, 들고 있던 휴지를 허공에 그대로 뿌려버렸다.
그렇게 하늘 위를 날아가던 휴지가 사방으로 퍼지자…
“끼얏호오오오!!-”
“우와아아악!!-”
삑- 삑삣삑- 삑삑 삑삑삑-
타이밍 맞게 커지는 노래에 맞춰 다들 소리 지르고 있었다.
정말, 미친 새끼들이 노는 곳이군.
‘저게 다 얼마야..’
혹시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허허…”
사방팔방에서 냅킨 박스를 들고 돈지랄을 하고 있었다.
저게 한통에 다..
쾅.
“왜! 저거 해보고 싶어?!”
언제 왔는지 희한하게 생긴 통에 술을 담아 온 남자.
형광 그림이 그려져 있고 안엔 얼음이 가득 차 있는 게, 마치 아이스 박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뇨.. 처음 봐서요..”
“그럼 해봐야지! 기다려 봐.”
순간, 폰을 두드리기 시작하는 남자.
필요 없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너무 큰 음악소리에 그냥 포기해 버렸다.
뭐..
돈지랄도 한 번은 해 봐야 하지 않겠나.
‘공짜니까..’
“앉아!”
이미 앉아 있는데 대뜸 앉으라는 형님.
뭔 소린가 싶어 귀를 가져다 대니.
“받으라고! 술! 받으라고!”
아아. 고막이 찢어질 뻔했다.
난 급히 얼음통에 꽂힌 잔을 들어 술을 받은 뒤 그에게도 한 잔 따라줬다.
처음 보는 술병인데.. 어딘가 알록달록 하게 생긴 게 꼭 기지배 술인 것 같았다.
“이건 뭔 술이래요?”
“이거?! 걍 기본 술이야! 엑스레이…”
시발, 잘 들리지도 않는구만 하필 영어였다.
엑스레이.. 어쩌구라 하는데, 술병엔 X 자만 쓰여있었다.
눈에 띄는 핑크색 엑스머시기.
궁금함에 맛을 보자.
‘음…?’
상큼한 과일 맛이 나는 게, 역시, 기지배 술이 맞았다.
맨날 꼴든블루, 윈저, 같은 기름진 양주만 먹다 보니 이 정도면 원샷도 가능할 것 같은게..
그대로 꿀꺽꿀꺽 삼키며 술을 한 잔 더 따르자.
“야! 이거 많이 마시면 취해!”
내게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는 형님.
“…”
그 모습이 마치 손담비 움짤 같아, 난 그대로 술 잔을 들어 원샷해버렸다.
꿀꺽 꿀꺽 끄윽..
“이야~! 민우 씹 상남자네! 여기, 그레이브스도 한 병 줘라.!”
* * *
쿵쿵쿵- 둠짓둠짓둠짓둠짓-
으음.. 너무 달린 듯하다.
아직도 뱃속에서 액체가 찰랑거리는 것 같다.
주변이 굉장히 시끄럽고 몸이 쿵쿵 진동하는 게 아직 클럽인 것 같은데.
‘뭐야, 클럽에도 개새끼가 있나. 누가 내 혓바닥을…’
번쩍.
눈을 뜨자, 내 앞에 처음 보는 여자가 있었다.
“누.. 누구세요..”
“으응..? 일어났네?”
시발, 난 분명 테이블에서 뻗은 것 같은데 여긴 룸처럼 생겼다.
“여기가.. 어디예요?”
“응..? 네가 아까 들어왔잖아.”
주변을 둘러보니 2층인가..?
유리로 된 문이 사방을 막고 있고 그 아래론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여기.. 클럽 맞아요?”
“…풉. 뭐야 기억이 안 나는 거야, 안 나는 척인 거야?”
“……”
여자의 반응을 보니 내가 직접 들어온 것 같은데..
내가 여기까지 올 이유가 있…
난 문득 든 생각에 주머니를 뒤져 폰을 찾았다.
분명 통성명은 안 했지만 연락처가…
아. 다행히 카톡이 있었다.
[ㄱ-중고차0101311…]
왠지 이름이 이상하지만, 프로필 사진은 형님이 맞았다.
-형님. 어디세요?!
급히 카톡을 보낸 뒤, 난 앞에 있는 여자를 경계하며 물었다.
“저기.. 제가 진짜 기억이 안 나서 그러거든요..”
“응..? 와.. 진짜 기억이 안 난다고? 여기서 그렇게 재밌게 놀고?”
‘뭐라는 거야 시발..!’
여자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듯하다.
난 최대한 억울하다는 감정을 담아 그녀에게 말했다.
“진짜 모른다니까요. 근데, 여기 저 혼자 왔어요?”
내 말에 고개를 갸웃 거리는 여자.
근데 가만 보니..
‘예..예쁜데..?’
아깐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 여자. 성형은 좀 한 것 같지만 얼굴이 굉장히 예뻤다.
가슴도 엄청 큰데 저런 이미지가…
‘아 맞다! 강남젖탱이!!’
그래. 딱 그 강젖누나 느낌이다.
“……기억 안 나는 거 맞아?”
“…네?”
아, 이런!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그만 가슴에 시선이 고정된 것 같다.
“아.. 아니에요! 기억 안 나는 거 맞아요. 그냥.. 그게 너무 크길래 어쩔 수 없이..”
내 말에 자기 가슴을 쳐다보는 그녀.
“흐음.. 크긴 크지..”
그녀는 자기 가슴을 옷 위로 조물딱 거리더니 이내 가운데로 모으며 말했다.
“그래서. 아직도 기억 안 난다고?”
꿀꺽..
“기..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아.. 아닌가? 하하..”
“흐음…? 그럼, 기억이 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