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19금 OJT
제48화. 19금 OJT
“네. 수리 기사님의... 그 뜨거운 노동력으로요.”
나는 경악했다.
이 여자가 지금... 19금 노동으로 비용을 갚으라는 건가?
‘젠장! 나는 AS 계약 하나로도 피곤해 죽겠는데!’
갑이신 월영의 눈치를 힐끗 살폈다.
다행히 그녀는 주매화의 채무 독촉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녀는 본사의 품격을 갖춘 갑으로서,
신규 인턴이 된 소선을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어나.”
“히끅.”
소선이 울먹이며 자신을 폐기하려 했던 월영을 올려다봤다.
“너.”
월영이 나긋하지만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옥음신체라고 했지?”
“...네, 네?”
“인턴의 스펙 정도는 본사에서 파악하고 있어야겠지.”
월영이 소선의 턱을 붙잡고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
그녀는 AS 계약 갑으로서,
신규 인턴의 품질을 직접 검수하기 시작했다.
“흐음.”
월영의 시선이 소선의 평화롭지 못한 볼륨감을 훑어 내렸다.
“과연. 스펙은 좋아 보이네.”
“자, 잘못... 했어요...”
“하지만...”
월영의 손이 소선의 단전을 꾹 눌렀다.
“이론만 익혔을 뿐,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 깨끗한 신입이군.”
월영의 평가에 소선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자신이 상품으로서 검수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월영이 소선을 향해 본사의 고용 계약을 통보했다.
“잘 들어, 인턴.”
“네.”
“넌 더 이상 청성파 제자가 아니야. 넌 이 AS 공장의 인턴이다.”
“인턴...”
“저 남자는 네 사수이자 중간 관리자다.”
월영이 나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나는 중간 관리자라는 피곤한 직책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난 네 상사이자 이 공장의 본사다.”
월영이 자신의 가슴을 툭 쳤다.
“네 고용 승계와 폐기는... 전적으로 본사의 결정에 달려있어.”
“흐으...”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 무진에게 변태!를 외치던 당찬 여제자는 없었다.
사숙에게 상품으로 팔리고,
폐기될 뻔하다가,
인턴으로 고용 승계된 소선은 그저 절망에 빠져 고개만 끄덕였다.
이것이 정파가 평화주의자에게 강요한,
19금 AS 공장의 신입 인턴 탄생의 순간이었다.
“자, 그럼!”
브로커 주매화가 이 피곤한 고용 계약을 매듭지으며 박수를 쳤다.
“쓰레기(청허)도 처리해야 하고, 임대 계약도 끝났으니... 이 공장은 해산하죠.”
“어디로 가오?”
“어머, 수리 기사님. 본사와 인턴을 데리고 저희 만금상회의 진짜 VIP 은신처로 가셔야죠. 여긴 임시 파견지였을 뿐이라고요?”
‘망할.’
결국 이 브로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주매화는 기절한 청허를 쓰레기처럼 질질 끌고 앞장섰다.
“자, 이쪽입니다. 본사님, 관리자님, 그리고... 인턴님?”
나는 중간 관리자로서 신입 인턴을 챙겨야 했다.
나는 망연자실해 주저앉아 있는 소선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시오, 인턴.”
“흐윽.”
“첫 번째 업무요. 우는 건... 가성비가 나쁘오. 시끄러우니까.”
소선이 내 가성비 운운하는 업무 지시에,
서러움이 복받친 듯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젠장.’
나는 중간 관리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함을 통감했다.
월영이 그런 나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더니, 소선의 멱살을 잡아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질질 짜지 마, 인턴. 본사는 우는 직원을 가장 싫어하니까.”
“네, 넷!”
소선이 본사의 서슬 퍼런 기세에 눌려 울음을 뚝 그쳤다.
‘역시. 갑은 다르군.’
우리는 그렇게 갑과 을(중간 관리자)과 신규 인턴이라는, 가성비 최악의 AS 공장 파티를 결성했다.
브로커를 따라 쓰레기를 버리고 본사 이전을 시작했다.
만금상회의 진짜 VIP 은신처는 가짜보다 더 호화로웠다.
나는 이 피곤한 이사 노동까지 마친 후,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평화를 만끽하고 싶었다.
밤샘 AS 노동.
아침 청소 노동(살인 미수).
신규 인턴 고용이라는 감정 노동.
그리고 본사 이전이라는 육체노동까지.
나는 완전히 방전됐다.
‘이제 좀 쉴 수 있겠지...’
그때였다.
“수리 기사.”
내 갑이신 월영이,
방금 이사 온 침대에 걸터앉아 나를 불렀다.
그녀의 나긋한 목소리에는 묘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네, 본사님.”
나는 피곤에 절어 대답했다.
“아까 청소 노동 때문에 AS 품질 검수가 중단됐었지?”
“그랬...죠?”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월영이 침대 옆자리를 툭툭 치며, 갑으로서 을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
“초과근무야.”
“네?”
“AS 품질 검수.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어.”
나는 경악했다.
나는 밤샘, 아침, 이사 노동까지 끝낸 을이었다.
그런데 갑이... 초과근무(19금 AS)를 강요하고 있었다.
나는 평화를 원했다.
하지만 이것은 평화가 아니었다.
가성비 최악의... 중간 관리 지옥이었다.
나는 이 부당한 노동 강요에 항의하려 했다.
‘노동법 위반이오! 주 52시간! 아니, 이건...’
“수리 기사.”
월영이 나를 불렀다.
그녀의 나긋한 목소리에는 AS 품질 검수에 대한 집념이 서려 있었다.
“기억이 나지 않으면 재작업을 요청하겠다고 했지.”
“그건...!”
“기억이 안 나.”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니 재작업이야. 아니면 AS 계약 파기로 간주할까?”
‘망할!’
계약 파기라는 최악의 협박이었다.
AS 계약이 파기되면 나는 이 걸어 다니는 온천순환심법(월영)을 잃게 된다.
그것은 가성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나는 자본주의적 평화주의자로서
생존을 위해 이 부당 초과근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소. 본사님.”
나는 피곤에 절어 을의 숙명을 받아들이며 침대로 향했다.
‘결국... 노동은 신성하지만, 초과근무는 피곤하다.’
그때, 내가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다.
“자, 잠깐!”
“왜?”
월영의 미간이 좁혀졌다.
을의 잦은 토 달기에 불쾌해진 모양이었다.
나는 황급히 문 쪽을 힐끗거렸다.
브로커 주매화와 신규 인턴 소선이 아직 방을 나가지 않고 있었다.
이 초과근무 강요 현장을 흥미진진하게(주매화) 혹은 공포에 질려(소선) 지켜보고 있었다.
“저, 저기... 인턴이 보고 있소.”
나는 중간 관리자로서 신입 앞에서 벌어질 19금 노동의 가성비에 대해 지적했다.
“그게... 뭐?”
월영의 대답은 갑다웠다.
“본사가 수리 기사의 AS 품질을 검수하는데 인턴 따위의 눈치를 봐야 하나?”
“아니, 그래도...!”
“오히려 잘됐네.”
월영이 차갑게 웃었다.
“인턴에게 본보기를 보여줘야지.”
“...네?”
“이 AS 공장의 품질 관리가 얼마나 철저한지.”
월영이 소선을 향해 턱짓했다.
“똑똑히 봐, 인턴. 저 수리 기사가 본사를 어떻게 만족시키는지. 그게 네 OJT(직무 교육)의 첫 번째 과제니까.”
“히이이익?!”
소선이 OJT라는 알 수 없는 단어와 만족이라는 19금 단어의 조합에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다.
“어머어머!”
브로커 주매화는 눈을 빛내며 이 자본주의적 19금 OJT 현장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망했다.
나는 초과근무를 강요당한 을이자 신규 인턴 앞에서 19금 직무 교육을 시연해야 하는 중간 관리자가 되었다.
이것은 지옥이었다.
가성비 최악의 19금 노동 지옥이었다.
나는 피곤함을 숭배하는 자본주의적 평화주의자, 을이었다.
그런 내게 초과근무와 19금 OJT 시연이 동시에 강요된 이 순간은 평화와는 거리가 먼 지옥 그 자체였다.
“뭐 하는 짓이오!”
갑의 부당한 OJT 강요에 나는 중간 관리자로서 마지막 항의를 했다.
“신입 앞에서 업무 시연이라니... 이건 가성비 최악의 감정 노동이오!”
“감정 노동?”
월영이 내 용어를 되물었다.
초과근무를 앞둔 갑은 을의 불만을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을은 갑의 업무 지시에 감정적으로 불평할 시간에 노동 생산성을 증명해야지.”
그녀가 나긋하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면 AS 계약... 파기할까?”
‘망할!’
또 계약 파기 협박이다.
나는 생존이라는 가성비 때문에 이 피곤한 OJT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머어머! OJT라니! 정말 선진적인 기업 문화네요!”
브로커 주매화가 19금 노동 현장을 직관하게 되었다다는 사실에 눈을 반짝이며 박수를 쳤다.
그녀는 아예 방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 고급 기술 시연회를 관람할 태세를 갖췄다.
“히, 히이익!”
신규 인턴 소선은 이 기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얼굴이 새빨개져서 뒷걸음질 쳤다.
정의감 넘치던 청성파 제자에게 광장에서 마주쳤던 그 변태와 본사의 19금 노동을 직관하라는 것은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딜 도망가, 인턴?”
월영이 소선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네 사수의 업무 능력을 똑똑히 봐 둬. 네가 앞으로 AS해야 할 본사의 품질 기준이니까.”
“흐, 흐아!”
월영은 소선을 침대 바로 앞, 가장 잘 보이는 관람석에 강제로 앉혔다.
소선은 눈을 질끈 감았했지만 본사의 서슬 퍼런 기세에 차마 고개를 돌리지는 못했다.
나는 망했다.
나는 브로커와 인턴이라는 관객 앞에서 AS 계약 갑을 만족시켜야 하는 19금 노동 시연자가 되었다.
‘가성비 최악이다.’
나는 관람료라도 청구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뭐 해, 수리 기사?”
월영이 침대에 누워 나를 재촉했다.
“OJT 시작해.”